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4화 (295/355)

제 55 장 자폐(自閉) (1)

구궁의 말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니, 비도문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봉문을 선언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무림을 넘겨준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는거요! 봉문이라니 무림을 그 자들의 손에 넘겨 주자는 말입니까!”

마교의 우경은 구궁의 말에 화를 내며 소리치니,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동조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교의 다른 이는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실상 무림은 비도문의 손에 넘어간 것이 아닙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경의 말에 이견을 단 이는 바로 전대 마교의 교주인 유문영이였다.

비도문 음귀단의 공격으로 크게 세력이 줄어든 시점에 등장한 암영자들과 유문영은 마교의 정식 교주라 할 수 있는 문성을 보필하며 마교내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크게 키워놓고 있었다.

구파일방에서 뛰어난 고수들이 태반이 죽음을 당한 시점에서 마교에서 갑자기 등장한 암영자란 존재는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우경 역시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암영자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방해하고 있는 유문영과 암영자들이 보기 좋을 리는 없는 것은 당연했다.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늦지 않다 하였습니다. 지금이야 강호를 비도문에 내어 주는 꼴이 될 지 모르나 힘을 모아 때를 기다린다면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음...”

과연 마교의 유문영이 하는 말이 틀리지는 않는지라 정파나 사파의 수뇌들도 잠시 생각에 잠겨 그것을 헤아려 보았다.

“하나, 우리들이 힘을 모으는 시간에 그들 역시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을 것이 아닙니까?”

우경의 말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니 사람들 역시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힘을 키우기 위해 강호를 그들에게 넘겨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음귀단이라는 존재를 키운 비도문이 가만히 앉아 그것을 지켜볼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궁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주위에 있는 정사마의 수뇌들을 잠시 돌아보더니 가볍게 손바닥을 치자 십여명의 무사들이 무엇인가를 들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무사들의 손에는 비단으로 감싸여진 물건들이 들려 있었는데, 그들은 회의장의 탁자에 그것을 내려 놓고는 비단을 풀기 시작했다.

“오오오!”

“저것은!”

비단이 벗겨지며 안에 있는 물건의 모습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크게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으니 그곳에는 무림의 십대신병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대협! 이것은 무림십대신병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악문주님, 십대신병 중 하나인 진천벽력궁은 제가 사용하는 물건인지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본문의 배신자였던 장천이란 자가 쓰고 있었던 화룡신도와 냉혈검, 그리고 저의 부하가 가지고 있었던 귀혼부와 유성신창입니다.”

“음..”

무림십대신병은 하나만 있어도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는 신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침음성을 흘리니, 그것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제가 알기에는 홍련교의 암영자분들과 함께 하시는 과거 혈교의 교주인 혈마대협께서 흑마겸을 그리고 마교의 태상장로이신 우경님이 천마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천마패를 가지고 계시며 본문의 곽무진 소협이 파사신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오!”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십대신병은 혈비도 무랑의 독문 무기인 탈혼섬광구비도와 전설로 남아 있는 신목검객 소나 어르신이 가지고 있던 자량신화목검만이 없을 뿐이니, 이것을 바탕으로 정사마의 모든 분들이 힘을 키운다면 그들을 강호에서 몰아내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십대신병의 8가지가 자신들의 손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정사마의 수뇌들은 구궁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으니 십대신병이라는 존재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십대신병의 각자 신병상의 무공이 존재하여 그것을 익히고 신병을 들고 싸운다면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라 합니다. 일단은 봉문을 통해 한쪽으로는 힘을 키움과 동시에 기재들을 선발하여 각종 영약과 무공, 그리고 신병의 힘으로 모두 동원하여 혈비도 무랑과 본문의 배신자인 장천이란 자를 상대하게 한다면 무림의 진정한 대의를 세우고자 합니다. 물론 각파에서 기재가 선출된다면 본인은 가지고 있던 십대신병의 네가지를 그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내줄 것입니다.”

“오오오!”

그 말에 사람들은 구궁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꼴이 되었으니 만약 자파에서 기재를 선발하여 십대신병을 하나 받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하여 문파가 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년에 천무성자와 신검진인이 각자 화룡신도와 냉혈검으로 강호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자파의 이름을 높게 한 것을 생각한다면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조건이였다.

구궁은 이들의 눈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흘렸으니 자신이 생각했던 데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한편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마교의 교주인 문성은 미간을 찌프리고 있었으니 마치 구궁이 신병이라는 미끼로 정사파의 수뇌들을 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마교에서는 혈마와 우경이 신병을 소지하고 있는데다 교주인 문성 자신이 신병이란 존재에 그지 흥미가 없었기 때문도 있었다.

[율명 어르신은 저 자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성은 귀대인 율명이 이 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싶어 전음으로 물어보니 율명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음을 통해 말했다.

[대사련과 멸천문의 잔당을 끌어 들여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나 신병을 이용하여 정사마 모두를 자신의 뜻으로 이끈 것을 보면 심계가 뛰어난 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솔직히 아직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문성은 율명에게 앞으로 처신에 대해서 조언을 받는 것을 즐겨했으니 율명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일단은 정사의 다른 수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하나 율명 어르신께서 몇가지 수고를 해주셔야 겠습니다.]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지요?]

[경공과 은신술이 뛰어난 자로 하여금 저자를 감시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알겠습니다.]

문성의 말에 율명은 고개를 끄덕이니 그 역시 구궁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의 회의로 전 무림의 명문의 문파는 일제히 오년간의 봉문을 선언하니 이것을 강호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물론 이들에 끼지 못하는 작은 문파들의 활동은 계속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무림에 끼치는 영향은 극미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봉문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도문의 활동은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상대로라면 정사마의 명문 문파들이 봉문을 선언했다는 것은 이들이 비도문에게 패배를 시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도 비도문은 자신의 영역권 이상의 활동은 벌이지 않고 있었다.

강호의 핵으로 등장한 비도문은 강한 힘을 중원에 떨치고 있었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비도문의 문파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있는 자는 없었다.

비밀로 알려져 있는 비도문, 그곳은 바로 과거 장천이 우연히 알게 된 무랑촌이란 곳에 위치해 있었으니 주위에는 수십개의 진이 그려져 있어 생로를 알지 못하는 이는 어느 누구도 이곳에 접근할 수 없었다.

비도문의 한 전각 앞에선 한 노인이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한 숨을 쉬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비도문의 유일한 장로라 할 수 있는 하노였다.

그는 연신 고개를 돌려 전각의 입구만을 봐라보고 있었으니 무엇인가 불안한 모습이 얼굴에 가득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한 노인이 밖으로 나오니 하노인은 급히 그에게 달려가서는 물었다.

“문의원. 문주께서는 어떠십니까?”

전각에서 나온 이는 이곳 무랑촌에 유일한 의원으로 문파에서 내려오는 모든 의서를 섭렵하여 화타에 버금가는 의술을 가지고 있는 명의였다.

물론 이 의원이 무랑촌을 벗어난 적은 단 한번도 없는지라 강호에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무랑촌에서 문의원의 치료를 받고 병이 완쾌되지 않은 이가 없었으니 하노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문의원은 고개를 내저으니 잠시 후 한숨을 쉬며 자신이 진맥한 바를 말했다.

“아무래도 근시일 안에 문주님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문의원의 말에 하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니, 그로서도 설마 지금의 상황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의원의 어렵다고 한다면 강호의 어떤 의원도 문주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노로선 그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문주의 병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기 때문이였다.

“일단은 몸을 보하는 약재를 처방하긴 했지만, 저로서도 이 이상은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문의원 수고하셨소이다.”

“휴... 문주님의 병을 고치지 못했는데, 수고는 무슨 수고입니까.”

문의원 역시 자신의 의술로 문주를 고치지 못한 것이 미안했는지 수고했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가 가는 것을 보며 하노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서는 한 젊은이가 침상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대법이 풀리면서 비도문의 문주가 된 장천이였다.

“문주님. 하장로입니다.”

안으로 들어선 하노는 그를 보며 말했지만, 장천은 그의 말에도 아무런 미동도 없었으니 촛점 없는 눈은 그저 멍하니 앞만 봐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휴...”

그의 그런 모습에 하노는 그저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도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됬는지 한스럽기만 할 뿐이였다.

멸천문의 본단에서의 싸움에서 대법이 완성되며 자신이 비도문의 소주였다는 것을 알게 된 장천이였는데, 갑자기 머리에서 큰 통증을 느끼며 기절하고 말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나긴 했지만, 그 후로 장천은 무엇 때문인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말았으니 하노로선 장천의 상태가 이리 변하지 급히 비도문으로 돌아와 그의 병세를 살피게 했다.

그리고 문의원의 진단으로 하노는 그의 병세를 알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으니 하노로선 답답 할 수밖에 없었다.

“문주 도대체 무엇이 그리 문주의 마음에 병을 만든 것입니까?”

하노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장천을 보며 말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니 답답한 마음만이 커갈 뿐이였다.

할 수 없이 한 숨을 내쉰 그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등 뒤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짐을 알고는 고개를 돌리자 문주인 장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문주!”

장천이 눈물을 흘리자 하노는 크게 놀라 그에게 다가가 소리쳤으나 그저 쉬지 않고 눈물만 흐를 뿐 어떠한 미동도 어떠한 말도 없었다.

한 참을 그렇게 장천을 봐라보던 하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니 혹시 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장천을 보며 물어 보았다.

“무..문주..혹시..기억이 나신 것입니까?”

장천 그는 대법이 완성되면서 한 동안 지금까지의 기억을 잃고 과거 대법이 시행될 때 까지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었으니 혹시나 대법이 완성되는 동안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노는 물어 본 것이다.

그러나 장천은 그런 물음에도 답하지 않고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으니 하노는 한 숨을 쉬며 여종 하나에게 그를 보살피게 한 후 밖으로 나갔다.

하노가 밖으로 나가자 여종은 장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니 그 때 장천의 손이 움직이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에그머니나!”

갑자기 문주가 움직이자 여종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장천은 단지 그녀의 손목만을 잡을 뿐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휴...”

여종은 크게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장천을 봐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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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감기에 걸린 다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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