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장 역천지계 (4)
군웅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자신들을 공격해 오자 장천은 미간을 찌프렸다. 강호의 쓰레기 같은 자들이 감히 자신의 앞에서 검을 뽑아 들고 덤비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숫자는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고수라 할지라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많았지만, 장천에게는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몸에 흐르고 있는 내력이라면 수만, 아니 수십만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 하나는 보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랑과의 싸움에도 냉혈검과 화룡신도는 어디로 떨어졌는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장천 역시 자신이 이러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했기에 적수공권으로 수만의 무리들을 상대할 수 없는지라 주위를 돌아 보았다.
쓸만한 무기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였는데, 그 때 장천의 눈으로 은빛의 실이 들어왔다.
“이건?”
몸을 숙여 짚어보니 역시나 자신이 생각한데로 천잠사인지라 이것으로 저들의 기세를 꺽어야 겠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합!!”
마음이 결정 된 이상 지체 할 것이 없다 생각한 장천은 자신들을 향해 밀려오는 군웅들을 향해 몸을 날리니, 그의 마음 속에서는 현재 자신의 무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갈!!”
음귀단을 무리들을 단숨에 넘어선 장천은 고함을 지르며 몰려오는 무림의 군웅들을 향하여 내력을 돋구어 소리치자 그 음성은 마치 음공과 같은 힘을 지녔는지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기운을 만들어냈다.
장천의 품에서 품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도에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던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말았으니 이미 대법을 통해 천하제일고수의 좌에 도달한 장천의 기도에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어 버린 것이다.
마치 이 순간은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과 같은 모습이였기에 장천의 외침에 멈추어선 사람들이나 음귀단의 무사들 역시 멍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후 장천의 움직임에 의해서 깨어지고 말았으니 그가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허공에서 은빛이 번쩍 였다.
“응?”
“이게?”
선두에 서 있던 무인들은 무너지는 자신들의 신형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으니 아무런 느낌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몸이 땅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선두에 서 있던 수십명의 몸에서 일거에 붉은 피가 허공으로 치솟았으니 그들의 몸은 허리에서부터 양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장천은 땅에 떨어져 있는 은잠사를 보고 그것으로 적을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니, 은잠사에 내력을 돋구어 휘두르자 미처 느낄 수도 없는 사이에 몸이 두동강이 나 죽음을 당한 것이다.
단 일수에 수십의 무사들이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공포에 젖기 시작하니, 또 다시 장천의 손이 움직이자 또 다시 수십의 무사들이 두동강이 난채 땅으로 쓰러졌다.
“하하하하! 이거 재밌군!”
자신의 손에 백명이 넘는 이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즐거운 미소를 날리니, 과거의 성격에 비한다면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죽는 것을 즐기는 그의 성정에 하노는 미간을 찌프리니 차라리 대법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릇 한 무리의 지도자의 자질이라 하는 것은 때에 따라서 잔인한 손속도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즐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무림을 지배한다 해도 십년을 넘지 못한 것이다.’
비도문의 대계로 인하여 무림의 세력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과거 오랑캐의 손에 중원이 점령 당한 후 각지에서 일어서는 무사들을 보며 조정에서는 무림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수없이 해왔지만, 그것은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수많은 무림인들이 죽음을 당했지만, 그들은 지하에서 암약하며 일어서고 또 일어서며 중원의 땅을 점령한 오랑캐들에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했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강호를 다스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하노는 내심 장천의 성정을 생각하며 기억이 되살아 난다면 무수한 희생으로 만들어진 기반이지만, 덕으로 다스렸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다시 깨어낸 장천은 덕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하노로선 자신이 중원에 대살성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함께 웬지 모를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현재 그의 눈 앞에는 자신의 무공에 취해 사람들을 죽이기를 마치 어린 아이가 재미로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궁이 모아 놓은 자들 중 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은 그저 한 수의 재간만을 믿고 힘 없는 백성들이나 괴롭힐 줄 아는 사파의 삼류 쓰레기들이 대부분이였으니 장천은 하늘과도 같은 무공을 보자 공포에 젖어 비명을 내지르며 도주하기 바쁠 뿐이였다.
“사람살려!”
“으아악!!”
“크하하하!!”
아비규환의 모습, 장천은 무랑이 떨어뜨린 천잠사를 들고는 마치 겁먹은 양떼를 쫓는 늑대와 같은 모습으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살생을 즐기고 있었다.
계속 되는 그런 모습에 하노는 불안한 모습을 감출 수가 없었으니 급히 그의 곁으로 몸을 날려서는 말했다.
“문주!”
“응? 무슨 일인가?”
강호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기분이 가득하던 장천은 갑자기 하장로가 자신을 부르자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빨리 비키지 않는다면 그 마저 베어 버릴 것 같은 눈빛이였으니 하노로선 그의 모습에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런 잡배들을 상대로 문주님의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음...”
과연 그의 말대로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미천한 것들이라 생각한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고개를 끄덕이니 하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재미없군...윽..’
하노의 말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투덜거리던 장천은 갑자기 머리에서 강렬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크윽!!”
“문주!”
갑자기 장천이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지자 하노는 크게 놀라 그에게 다가가니 그는 더욱 더 심해지는 통증에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끄아아!!”
“문주! 문주!!”
영문을 알 수 없는 하노로선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니 급히 음귀단의 대주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곳을 빠져나간다!!”
장천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문주를 빨리 의원에게 보여야 겠다는 생각에 소리치니 그의 명령에 음귀단의 무사들은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무림의 군웅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이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장천에 의해 이미 사기가 크게 떨어진 이들은 음귀단을 검에 그저 도망가기에 급급할 뿐이였으니 하노는 장천을 업고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구궁은 어떻게든 이 싸움을 수습하기 위해 사람들을 독려하고 있었지만, 무공은 물론 사기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는 싸움은 이미 그의 패배로 굳어지고 있었으니 이를 갈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삽시간에 전열이 무너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니, 훗날 이 날의 싸움을 후학들은 멸천대전이라 불렀다.
이 싸움으로 인하여 정사마 모두의 세력은 크나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유일하게 얻은 소득이라면 비도문에 의해 위기에 처한 이들이 하나의 연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비도문에 의해 피폐화된 무림을 구하기 위하여 정사마의 수뇌부들은 과거 무림맹이 있었던 하남의 무림맹의 건물에 집결하니 수많은 군웅들이 이번에 정사마 통합이 결정을 고대하며 하남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과거 정파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의 회의실에서는 정사마의 수뇌부들이 비도문을 쓰러뜨리기 위한 회의에 들어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동안 멸천문과의 싸움에서 입었던 피해가 적지 않은데다가 구궁에 의해 모인 수만의 군웅 역시 비도문의 음귀단과의 싸움에서 큰 피해를 입었기에 일만에 가까운 비도문의 문도들을 상대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숫자로는 아직 이들이 비도문에 비해서 수배 아니 십수배는 더 많다 할 수 있었지만, 멸천문과의 싸움에서 정사마의 대부분의 고수들이 죽음을 당했기에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워낙 한 사람 한사람의 무공이 뛰어난 자들인지라 단순히 많은 수로 밀어 붙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사마의 일류급의 고수들을 모두 합한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삼천을 넘지 못한니 적도들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불가능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십년 아니 오년의 시간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의 상황은 이러하지만 명문정파나 마교의 저력은 무시할 것이 못된다. 이들에게 십년 정도의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속성으로 고수들을 배출하여 적도들과 대항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사정은 그리 좋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라 여기저기에선 한탄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 신검진인이나 천무성자 그리고 쌍도문의 문주였던 장춘삼과 같은 당대에 내노라 할 수 있는 고수가 없는 지금, 군웅들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무림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소림사와 무당이 있다고는 하지만, 멸천문과의 싸움에서 가장 먼저 무너져 버린 소림사는 이미 무림에서 그 이름이 퇴색되어진지 오래였고, 무당 역시 신검진인의 죽음 이후 무림을 대표 할 수 있는 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사파와 과거 멸천문에 속해 있었던 무사들을 설득하여 멸천문 본단에 갇혀 있었던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할 수 있는 쌍도문의 무사인 신궁 구궁과 소림사의 방장인 무진과 같은 배분이며 비도문의 장로급 인물과 비등한 싸움을 하여 소림에서 다시 법명을 돌려 받은 무상이 있다는 것이지만, 두 사람 모두 정사마의 연합을 이끌기에는 역량이 조금 부족하다 할 수 있었다.
신궁 구궁의 경우에는 대사련과 멸천문의 잔당들을 설득한 공로가 있지만, 무공이 그리 뛰어나다 볼 수 없었고, 무상의 경우에는 한 때 소림에서 죄를 짓고 도망쳤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회의장은 일단은 소림의 무진이 임시로 모임의 회주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마교와 대사련의 수뇌부는 힘이 다한 소림이 과거의 명성을 등에 업고 회주의 좌에 앉아 있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는 표정이 역력하니 이들의 회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가능성 없는 몇가지 이야기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오가고 있을 뿐 어떠한 의견도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였으니 사람들은 그저 암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였다.
그렇게 시간만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을 뿐이니, 이것을 지켜보던 구궁으로선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멍청한 것들, 아직까지도 자존심에 묶여 대세를 봐라보지 못하다니 한심할 뿐이군.’
구궁은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배분이나 무공이라 본다면 회의에 참석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은 쌍도문의 문주의 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흠.흠..”
이렇게 간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 구궁은 사람들을 시선을 모으기 위해 잠시 헛기침을 하니, 수뇌들은 자연히 그에게로 시선이 돌아갔다.
“아미타불. 쌍도문의 문주께서 무슨 고견이라도 있으신지요?”
임시로 회주의 직을 맡고 있는 무진이 그를 보며 물으니 구궁은 사람들을 보며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비도문의 득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줍지 않은 힘으로 그들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 역시 느끼고 있는 바이나 방법이 없지 않소이까?”
구궁의 말에 대사련에 속해 있는 청봉방의 방주가 당연한 소리를 왜 또 하느냐는 표정으로 답하니 구궁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그렇기 때문에 차리라 오년간 봉문을 하는 것이 어떨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봉문!!”
“그게 무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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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는 슬럼프...우오오오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