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장 역천지계 (3)
하노와 싸우는 노진은 신병은 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소림 제일 기재 였던 이름 답게 상당히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쿠구궁!!]
황금빛 불광을 강기가 내려 칠 때 마다 하노는 그것을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몸을 피하는데에만 급급하고 있었으니 두명의 신병의 소유자와 싸우면서 내력을 소실한 탓에 그와 비등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무상대사! 강호를 어지럽게 한 악도의 목을 쳐 무림의 정의를 보여주시요!”
구궁은 무상에게 그가 밀리는 것을 보며 크게 대소를 터뜨리며 말하니 하노로선 이가 갈릴 뿐이였다.
그의 무공이 강하지 않고 비도문에서의 영향력이 없다는 생각에 그저 하룻강아지 쯤으로 생각했던 것이 중요한 순간에 대호로 변해 주인을 해하려 하니 어찌 이가 갈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두사람의 싸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으니 이곳에 모여 있는 수많은 군웅들의 귀를 멀게 할 정도의 엄청난 목소리가 뒷쪽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총관!!!”
“헉!”
음성에 실린 내력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였으니 소림의 사자후라 할지라도 이정도는 되지 않을 정도였다.
“총관! 문총관은 어디있는게냐!”
그리고 다음 순간 이어져 들려오는 말에 하노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그 음성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주?”
“문총관! 문총관!”
문총관을 부르는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을 시중 봐주는 사람이 오지 않음에 짜증을 부리는 것과 같은 소리였으니 하노는 자신이 노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린 채 급히 뒷 쪽으로 몸을 날려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갔다.
“문총관! 문총관! 문총관!!”
“소주!”
소리를 지르는 인물의 앞으로 간 하노는 급히 무릎을 꿇고 대답을 하니 상대는 그를 보더니 화를 내며 소리쳤다.
“왜 이렇게 늦어! 그리고 넌 누구냐? 문총관이 아니잖아!”
“소주. 하장로입니다.”
“하장로?”
하노의 말에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가 알고 있었던 하장로의 모습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후 그가 어느정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그제서야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군. 대법이 완성되었는가?”
“그렇습니다. 소주!”
“소주는 무슨 소주! 대법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내가 문주가 아니던가!”
“예. 문주님.”
그의 다그침에 하노는 포권을 하며 대답하니 만족한다는 표정을 짓는 그였다. 하지만 잠시 주위를 살펴 보던 그는 다시 미간을 찌프리니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있는 자들은 무엇이냐?”
그의 말에 하노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르니 잠시 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이..대계가 실패했습니다.”
“대계가?”
“예. 저희가 뜻한데로 움직이긴 했으나 마지막에 생각지도 않은 녀석이 저희 일을 방해해서..”
“생각지도 않은 자라면 누군가?”
“....소주의 백부이신 장춘일의 아들인 장궁입니다.”
“장궁? 아! 창녀의 성씨를 고집하는 그 멍청한 녀석 말인가!”
그의 말에 하노는 잠시 망설일 수 밖에 없었으니 그가 말하고 있는 인물은 현재 비도문을 이끌고 있는 혈비도 무랑인 장춘일의 과거의 아내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녀의 신분이 천하기는 하였으니 지금까지 문주로 모셨던 사람의 아내였기 때문에 뭐라 말을 할 수 없었으나 상대가 문파의 문주였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흥! 그 멍청이가 본문의 대계를 방해하다니 어이가 없군!”
구궁이 비도문의 대계를 방해했다는 말에 그는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갑자기 이들의 앞에 나타난 이는 약관 정도의 나이에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청년이였으니 바로 구궁이 날린 진천벽력궁의 벽력시의 화살의 폭발에 휩쓸렸던 장천이였다.
하지만 그가 과거의 장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었으니 과거에 어리숙한 모습에 순박한 모습이 그였다면 지금은 귀한 집안에서 자식과도 같은 오만함이 가득한 그런 모습이였다.
두 눈에는 맑은 정광이 흐르고는 있었지만, 상대를 얕잡아보는 그런 눈빛이였으니 그는 주위에서 자신들의 수족이라 생각되어지는 무사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들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꽤 많이 모아왔군. 이들을 데리고 온 자가 장궁 녀석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쯧쯧..누가 쓰레기 아니랄까봐 강호의 쓰레기들만 잔뜩 모아가지고 왔군. 하긴 장궁 그 녀석이 어울릴 만한 자들이다.”
“......”
자신 이외의 모든 이들을 하찮게 보는 말투에 하노로서는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심정이 들었다. 과거 대법에 들어가기 전에 소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지켜보았던 장천을 잘 알고 있는지라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녀석만 죽이면 모든 일이 마무리 되는 것인가?”
“그것이...그 아이를 죽인다해도 이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쳇! 대법에서 깨자 마자 귀찮은 일 투성이군. 알았다.”
그의 말에 하노는 무엇이 생각났는지 급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소주님께 도움을 청할 것이 있습니다.”“나에게?”
“대법을 푼 소주의 백부님께서 큰 부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백부?”
“예. 만권의 의서를 통달하시고, 무선에 내력을 가지고 계시는 소주님이라면 충분히 그 분을 살리 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노의 말에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으니 그로선 지금 그가 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도문의 원래의 계승법을 따른다면 진정한 계승자는 원래 그 였기 때문인데, 그것을 눈치챈 하노는 소주를 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음귀단의 무사는 소주의 백부님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것을 완전히 이양하기 위해선 그 분에게 정신으로 이양을 받아야만 음귀단의 완전한 충성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사료되옵니다.”
“음...알았다.”
하노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였으니 장천이 생각하기에도 아무리 자신이 비도문의 정통 계승자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음귀단의 무사들을 충성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력을 다스리기 위해선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비도문에서 자신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만큼 음귀단의 젊은 무사들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천은 하노의 뒤를 따라 혈비도 무랑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것을 보고 있던 정사마의 군웅들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 일대를 크게 진동시키는 거대한 내력이 담긴 목소리도 있었지만, 갑자기 쌍도문의 소주라고 알려져 있는 장천이 그들의 주동자에게 공손히 절을 받으며 명령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장천의 모습을 지켜보던 구궁은 얼굴색이 시퍼렇게 변하고 있었으니 설마 벽력시의 화살에서도 그가 살아나올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 그에 대한 악몽 때문이였다.
비도문의 이십칠대문주 청풍비도 무랑, 전대 비도문의 문주의 독자인 그는 천무성골이라는 가문의 무골을 그대로 타고 난 것은 물론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어 비도문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어떠한 이라도 죽일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대계를 위해서 비도문의 십삼장로를 포섭하여 일주일도 넘지 않는 시간에 그의 반대파는 식솔을 포함하여 일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을 정도였다.
과감하고 잔인한 그의 성정으로 인하여 그 당시 많은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니 그것은 구궁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친의 죽음 이후 어린시절을 비도문에서 보낸 구궁이라는 존재는 장천에게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였으니 그가 대법에 의해 잠들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었기에 어린시절 장천은 그에게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소주가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이미 성장한 구궁이였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잠겨 있던 두려움이 다시 새어나온 것이다.
“자...장천...으드득...”
구궁으로선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에 이가 갈리고 있었으니 수십년이 지난 시간에도 그에 대한 아직도 두려워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한편 장천은 쓰러져 있는 혈비도 무랑의 곁으로 다가왔으니 그의 모습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혓바닥을 차며 말했다.
“쯧..단전이 꿰뚫려 버렸군.”
“구궁이 지니고 있던 진천벽력궁의 화살에 당했습니다.”
“진천벽력궁? 그 따위 잡기에 당할 정도였던가?”
“불광개천공을 운용하고 있는 중이였던지라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흥!”
불광개천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장천은 콧방귀를 뀌며 미간을 찌프리니 그것이 자신의 대법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였다.
몸을 낮춘 장천은 그의 상태를 알아 보기 위하여 맥문을 잡았는데, 다음 순간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흡성대법이라도 익혔는가?”
맥문을 통해 알아본 그의 몸은 수많은 진기가 마구 뒤엉켜 있었으니 그 하나하나가 강성하지 않은 것이 없어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는 그러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장천은 혹시 그가 흡성대법으로 타인의 내력을 빨아 들이는 속성의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닐까하고 물어 본 것이였으니 하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계의 완성을 위하여 무리하게 영약을 복용한 탓에 이질의 진기가 융합되지 못한 듯 합니다.”
“거기에다 그 진기에 맞는 무공을 상당히 익혔군, 이것을 임기응변으로 사용하여 적을 상대한 것인가?”
“예. 소주의 백부님은 골격자체는 뛰어나시지 않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오성을 지니고 있으셨습니다.”
“하긴 무문의 인물답지 않게 선비에 가까웠던 인물이였지, 그런 유약함이 하찮은 계집에게 끌려 본 문을 버리게 했었지. 멍청한 녀석!”
자신의 백부임에도 불구하고 장천은 그를 윗사람으로 생각지도 않고 있었으나 이대로 죽게 할 수는 없는지라 하노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단전이 파괴되면서 모여 있던 진기기 사방으로 퍼지면서 체내의 모든 맥이 끊어졌다. 이 자를 살리기 위해선 만영금침술(萬靈金針術)과 함께 체내의 진기가 섞인 피를 흡수하기 위한 거미라 오천마리와 빠져나간 피를 보충하기 위해선 그의 친족의 피가 필요하다. 가능한한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피로 말이다.”
그의 말에 하노로선 난처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만영금침술은 일만개에 달하는 금침을 몸에 꽃는 시술법으로 비도문에서 비장되어 오는 의선금침대법이라는 의서에 나오는 수법으로 만천화우의 수법으로 일 순간 온 몸의 혈맥에 금침을 꽃아야 하는 수법이였다.
물론 이 대법은 암기의 하나인 비도를 다루는 문파인 만큼 사천당가와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 암기술을 지니고 있는 비도문에는 전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거머리를 구하기 위해선 멀리 남만까지 가야 될 뿐 아니라, 친족의 피를 구해야 하지만, 현재 비도문의 장가의 일족 중에서 남아 있는 사람은 장천과 구궁 뿐이였으나 장천이 피를 뽑는다면 시술이 불가능하고 구궁은 적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였다.
하노에게 준비해야 할 것을 말한 장천은 손을 들어서는 그의 정수리를 잡고는 내력을 주입하니 무랑은 그대로 가사상태에 빠졌다.
체내의 모든 혈도가 끊겨져 있는 상태인자라 혈을 짚어도 소용이 없었기에 직접 뇌에 진기를 주입하여 가사상태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시술은 불가능하니, 본문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예.”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하노는 음귀단의 각 대주들에게 지시를 내리지 그들은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하나의 진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음귀단의 무사들이 움직이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군웅들은 크게 긴장하기 시작하니 구궁은 사람들을 다그치며 소리쳤다.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악적들을 내쳐 강호의 도의를 세웁시다!”
구궁의 말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병장기를 들고는 그들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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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 자꾸 일이 생기는군요.
여기저기 불려서 굴려다니느라 제대로 글을 쓸 시간조차 없었슴더.
지송함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