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장 결전 (7)
하지만 서로의 병기가 맞부닥쳤다 하나 장천의 검은 무림십대신병의 하나인 냉혈검이였다. 물론 복면노인의 철장 역시 나무로 보이나 지팡이의 가운데에 한철로 만들어진 철봉으로 심을 만들었기 때문에 뛰어난 병기였지만, 냉혈검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으니 강한 내력과 병기의 위력에 지팡이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이런!”
다행히 철심은 냉혈검과 부닥친 부분에서 약 한자 정도까지 두갈래로 갈라지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으니 복면노인은 이 일격에 뒤로 밀려갔다 자신의 지팡이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자연도의 천지동아의 경지에까지 이르른 장천은 그 감각 역시 극도로 발달했기에 가능한 일검이였다.
손에 들려 있는 한철봉을 보며 병기를 잃은 자신의 패배라 생각한 복면노인이였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는 성공한 탓에 그리 아쉬워하지 않았다.
물론 이 싸움에 그 자신이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으니 장천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한가로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안그런가?”
“아!”
그제서야 장천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생각이 났으니 복면노인의 말에 이가 갈릴 수 밖에 없었다.
“젠장!”
하지만 그를 완전히 처리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어 신형을 돌려 멸천문의 본단 쪽으로 향하니 자신이 우려하고 있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한편 장천이 멸천문의 본단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는 천천히 자신의 복면을 벗었으니 놀랍게도 그는 하노인이였다.
하노인이 복면을 벗자 그의 곁으로 한 남자가 와서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장로! 쌍도문과 공동의 무사들을 모두 포획했습니다.”
“피해는?”
“소주에 의해 죽은 자가 많아 서른두명이 죽고 열다섯 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그 정도면 되었다. 쌍도문에는 서역인 무사가 있을텐데 그는 어찌 되었는가?”
“소주의 친우분이라는 데비드란 자는 중상을 입긴 했지만, 바로 조치했으니 목숨에는 그리 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잘했다. 이 싸움을 끝으로 소주는 본문을 이끌어가셔야 할 뿐,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의 말에 하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니 젊은 무사는 더 이상 보고할 것이 없다 생각하고는 포권을 하며 다른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마지막 결전을 끝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하노인은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 있던 바위 위에 앉은 그는 수십년 간 지속되어 왔던 자신의 일을 돌이켜 보았다.
현재가 아닌 전대 혈비도 무랑, 진정한 비도문의 계승자가 수만의 정사마의 연합에 의해 실종되었을 시간부터 시작되었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대계는 이제 잠시 후 그 분의 아들이자 정통 비도문의 계승자가 무림의 황제로 등극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나는 순간이였다.
물론 지금의 결과는 처음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비도문의 정통 계승자가 성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이 모든 대계의 중심에는 바로 자신들의 진정한 계승자인 비도문(飛刀門) 이십팔대 계승자이자 전대 문주인 청풍비도(淸風飛刀) 무랑(武郞)의 유일한 적손인 장천(張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분한테는 죄송한 일이다...모든 기억이 깨어나신다면 과연 어떤 혼란이 그 분을 고통스럽게 할지...휴...’
비도문의 장로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 있는 인물은 하노인 뿐이였다.
청풍비도 무랑이 수만의 정사마의 연합에게 의해 실종 되었을 때 비도문에는 그를 포함하여 모두 열세명의 장로들이 있었다.
그들은 정통 계승자의 성씨인 장가문(張家門)과 방계의 성씨인 문(文), 하(河), 장(張)가의 사람들이였다.
하나 정통 계승자인 청풍비도 무랑이 이들의 배신으로 죽음을 당한 이후 이들에 대한 복수와 함께 비도문을 양지로 드러내어 무림에 제일문파로 올릴 것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일곱살이였던 비도문의 정통 계승자 장천은 뛰어난 무골과 함께 영특함을 지녀 역대 비도문의 계승자 중 가장 뛰어난 자질을 보이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실종으로 분노를 느껴 이들의 대계를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열두명의 장로들이 희생되어진 십이천무개정대법(十二天武開頂大法)을 받게 되었다.
이 십이천무개정대법은 시술자의 모든 내력과 함께 무공이 전해지나, 그와 함께 시술자는 재가 되어 버리고, 이것을 받는 이는 잠시간 기억과 함께 모든 무공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며 한옥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관에서 개정대법으로 들끓는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잠을 자야 하니 장천은 구궁에 비해 세살이나 나이가 더 많음에도 아직도 약간이 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을 찾게 되면 경천동지할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진정한 고금제일의 무신에 이른다 할 수 있었다.
물론 십이천무개정대법을 완전히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 기억과 무공을 잃은 후에 다시 정종의 무공으로 다시 극에 이르는 무공을 습득해야 하니 그 과정이 어려운지라 비도문에서는 이 대법을 알면서도 단 한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장천이 마교에서 여인과 같이 아름다운 얼굴로 변한 것은 사파의 무공으로 인한 부작용이였으나 다행히 하노인은 그것을 바로 잡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과정이 끝나 마지막에 이르렀으니 장천은 이제 혈비도 무랑과의 마지막 싸움을 끝으로 모든 것을 찾게 되며 음귀곡의 일만의 문도들의 수장이 되어 무림의 진정한 황제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하노인이였다.
열세명의 장로 중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십이천무개정대법에 빠졌던 하노인은 계승권을 포기한 후 사라진 현재 비도문의 수장인 장춘일을 보좌하며 이 모든 대계를 진척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장춘삼은 모든 기억을 잃은 장천은 극에 이른 고수로 만들며 그가 대계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하기 위한 역활을 맡은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장춘삼의 쌍도문에 대한 애착심으로 많은 일이 있긴 했지만, 대계는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춘일 그 아이가 소주에게 대법의 마지막을 시행할 순간만 남았군...그러나 걱정이군..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교차할 소주께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실지 말이야..’
지금까지 장천을 보아온 하노인으로선 그 생각으로 또 다시 걱정이 밀려왔다.
정파로서의 충실한 삶을 살았던 장천이 과거의 대계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니 거짓을 모르는 사람이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 모든 것이 거짓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었기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본문의 위세를 몰아 그대로 무림을 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하노인은 이내 고개를 젓고 마니, 고금을 통틀어 무림을 일통하려는 자는 많았지만 성공한 이는 드물었으니 무림인들이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믿는 것도 다르니 만큼 하나의 생각으로 그들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무림을 일통했다 하더라도 십년이 넘지 않아 각지에서 들고 있어서는 자가 있으니 일통을 한다해도 십년을 넘기는 자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비도문은 대계를 세우게 된 것이니, 정, 사, 마의 세력을 모두 꺾은 후 그들을 압도하는 세력과 함께 천하제일고수를 세운다면 일통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하노인 역시 잘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계로 무림에 은거하고 있는 기인들을 끌어내며 그들을 암살하는 것 역시 성공했지만, 실제로 자신을 포함하여 몇몇 수하들이 암살한 기인들 중에는 천무성자나 신검진인 만한 인물은 없었다.
넓은 중원이라면 그들 보다 더 뛰어난 고수들이 없으라는 법은 없었으니 장천이 진전한 천하제일고수로 섰을 때 이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법이 성공한 후에 장천이라면 이들이 나온다 하더라도 패배는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대계를 수정하지 않는 것이다.
‘휴..그러면 나도 일어서 볼까..’
하노인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지금에 상황에서 어떠한 것도 수정할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멸천문의 본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천이 멸천문의 본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치열한 접전이 끝나고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을 때였다.
멸천문의 잔당과의 싸움에서 상당히 피로가 쌓여 있었던 정파의 무사들이였지만, 죽을 각오로 싸운 끝에 홍련교와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피로는 감출 수 없었는지 계속 싸움이 진행된다면 정파의 무사들은 전멸을 면하기 어려울 것은 어쩔 수 없이 보였다.
다만 홍련교 측도 그 만큼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소강상태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장천이 쌍도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전에 비해 태반의 무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남아 있는 자들 또한 상처를 입지 않은 자가 드물정도였다.
“아버지!”
“천아!”
한 쪽에서 도를 명주천으로 닦고 있는 장춘삼을 본 그는 소리치며 달려가니 장춘삼 역시 그가 다시 오는 것을 보며 크게 놀라 소리쳤다.
“어찌된 일이냐?”
장춘삼으로선 그가 공동파의 무사들과 함께 홍련교의 뒤를 치기 위해 별동대로 움직였음에도 혼자 돌아온 것이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장춘삼의 말에 장천은 그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하니 모든 것을 들은 그의 안색은 크게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마교와의 싸움이 계속 된다면 정, 마 둘 모두 무랑의 무리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알겠다. 내 이 사실을 파사대협에게 말하고 올테니 넌 이곳에서 본 문의 무사들을 지휘하도록 하거라.”
“예.”
장천에게 이곳에 있으라 말한 장춘삼은 파사대협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안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드디어 대계의 마지막인가...음..’
솔직히 장춘삼으로선 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였다. 형의 아들인 장천을 자신의 양자로 삼아 무공을 전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처도 만약 이 대계가 성공한다면 쌍도문 역시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였다.
처음에는 그저 비도문의 무림재패를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등평을 포함하여 세명의 사형제들과 지내며 쌍도문에 대한 정은 비도문에 정에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지금의 장춘삼이라면 비도문과 쌍도문을 택하라고 한다면 쌍도문을 택할 것이다.
그만큼 쌍도문은 그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파사신검이 있는 곳에 도착하지 그 역시 자신의 문도에게 장천이 도착했다는 것을 들었기에 급히 그에게 다가와서는 사정을 물었다.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휴...”
파사대협의 말에 장춘삼은 자신이 들었던 것을 모두 말하니 그의 표정은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설마하니 혈비도 무랑에게 멸천문이 아닌 다른 세력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 사람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멸천문과 같은 세력을 세우기 위해선 단순히 무공 뿐 아니라 많은 돈과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그러한 세력을 또 하나 키우고 있었다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우문강으로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이 싸움을 당장 멈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파사대협께서 빨리 정무맹의 수뇌부에 이 사실을 전해 주십시요.”
“알겠네.”
장춘삼의 말에 우문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무맹 쪽으로 몸을 날리니 한시도 지체 할 수 없기 때문이였다.
일각도 되지 않아 정무맹의 수뇌부에 도착한 우문강은 장춘삼에게 들었던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하니 그들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입니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화산파의 문주 악인명이였으니 소림사의 방장 역시 암담한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본승 역시 무랑이란 자가 이런 암계를 꾸밀 줄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미타불..”
“멸천문이 그 세력이 비해서 너무 쉽게 무너졌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녀석의 암계 였을 줄이야...으드득..”
악인명 역시 초반의 기세와는 달리 그 후에 이들의 움직임이 너무 허술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멸천문 만한 세력이 또 하나 존재할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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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다케... 아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