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장 결전 (6)
하지만 이러한 일격은 복면 노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으니 강렬한 좌검우도의 최후의 초식조차 마치 그의 유령의 몸에 시전하는 것과 같이 그의 몸에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였다.
“어리석은..”
그와 함께 복면노인의 지팡이가 장천에게 뻗어오는가 싶더니 그대로 목을 가격했다.
“끄윽!!”
강렬한 통증이 목을 자극하자 장천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숨이 막혀옴에 더 이상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무랑을 이겼다 해서 자만했느냐?”
“끄으윽..”
“어리석은 그 때의 그는 신검진인과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어 본 실력의 반 조차 발휘하지 못한 상태였다.”
“크윽..”
확실히 장천은 무랑이 자신과 싸울 때의 모습은 몸이 크게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제일고수를 쓰러뜨렸다는 것이 그에게 자만심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복면노인과의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 위력이 강하고 날카로운 좌검우도의 최후초식을 사용하여 상대하려 했던 것이다.
“강한 초식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내력 역시 크게 끌어 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고수들간의 싸움에서 어느 누가 상대가 강한 초식을 시전할 수 있게 내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시간을 주겠는가?”
“.....”
“자만심에 무의 기본조차 잊고 있으니 어리석다 할 수 있다.”
그 말과 함께 복면노인의 지팡이는 또 다시 빠르게 움직이며 턱을 가격했고, 장천은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지팡이에 가격당하여 튕겨져 나가버리고 말았다.
“끄으윽..”
하지만 이번 공격 역시 장천을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였으니 고통스러운 신음을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복면노인은 그런 장천을 돌아보더니 천천히 자신의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진정 혈비도 무랑과 싸워볼 생각이라면 나를 꺽어라 나를 꺽은 후에야 천하제일의 좌를 걸고 무랑과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의 말에 장천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는 천천히 자신의 병기를 들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한 것이 장천의 투쟁심을 끓어오르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면노인에게는 그러할 만한 자격이 있었으니 그의 무공은 장천에게는 지금까지 접해 본 적이 없는 또 다른 차원이였기 때문이다.
그가 행하고 있는 공격에는 변초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로지 지팡이를 내지르는 수법 밖에는 행하지 않았지만, 혈비도 무랑 외에는 적수가 없다고 생각한 장천을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장천으로선 복면노인이 지팡이를 내 뻗고 있는 것을 보았음에도 그것을 피하지 못하니 마치 무엇인가가 자신을 붙잡아 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복면노인의 내력이 장천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였다. 단순히 내력만으로 치자면 장천이 노인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왜 피할 수 없는거지..’
장천은 그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나 정답은 나오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그와 붙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좌검우도에 내력을 불어 넣고 몸을 날렸다.
“낙화산검!”
복면노인의 앞에 쇄도해 들어간 장천은 좌검으로 낙화산검을 사용하여 그의 주위를 수백개의 검영이 일렁이며 복면노인을 향해 밀어 닥쳤다.
하지만 팔방에서 밀어 닥치는 검영을 보면서도 복면노인은 전혀 긴장한 표정은 아니였으니 장천으로선 크게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크윽!”
물론 이것은 자신의 공격에 전혀 피할 생각도 없는 복면노인을 보며 생긴 것은 아니였다. 사실 장천이 행한 낙화산검은 화룡신도를 이용한 천월붕쇄의 초식을 쓰기 위한 허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천의 허초는 모두 실초와 같았으니 낙화산검의 검영이 모두 복면노인을 해하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였다.
그러나 복면노인은 그러한 검영의 공격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으니 예상대로라면 상대는 그것을 막아야 했고, 그가 막음과 동시에 장천은 내력을 끌어 올린 천월붕쇄의 초식을 시전하려 한 것인데, 그가 검영을 막지 않자 모여 있던 천월붕쇄 초식의 내력은 갈 곳을 잃고 오히려 장천으로 하여금 주화입마로 몰아간 것이다.
간신히 몸을 틀어서는 내력을 안정시켰기에 주화입마는 면할 수 있었지만, 장천으로선 섬짓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네 녀석과 무랑의 차이가 무엇인 줄 아느냐?”
“...무엇입니까?”
갑작스런 복면노인의 말에 장천은 흔들리는 내식을 정리하고 물어보았다.
“두 사람 모두 많은 무공을 알고 있음에 한 녀석은 그것에 휘둘리고 한 녀석은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말입니까?”
“멍청한 녀석. 네 녀석은 왜 본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더냐?”
“....”
“쯧쯧..어리석은 녀석..”
복면노인은 장천이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자 혓바닥을 차며 안타까워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은 너무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다니요?”
“분명 잡다한 초식을 많이 알고 있으면 상대를 공격함에 있어 많은 것을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 그것으로 인하여 하나의 초식 조차 집중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어떠하겠느냐?”
“....”
“나와 상대를 함에 네 녀석은 본노의 지팡이에서 흐르는 보이지 않는 변초에 반응하여 몸을 움직이지 못했고, 본노를 공격함에 하나의 초식에 충실하지 않고 다음 초식을 걱정하니 그것이 생각이 많다 하지 않고 무어라 하겠느냐?”
복면노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그가 내지른 지팡이는 단순한 찌르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실질상 그것이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흔들림에도 장천은 수십개의 변초를 봐야 했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며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또 주화입마에 들뻔 한 것도 상대의 방어를 머릿속에 예상하고 다음 초식을 시전하려 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였으니 뭐라 변명조차 할 수 없는 그였다.
“네 녀석은 단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익혀 기본적인 것을 알지 못하는구나. 아무리 상승의 경지라 할지라도 뿌리가 건실하지 못하면 그것을 상승의 경지라 할 수 없는 법이다.”
“......”
잠시 생각에 잠긴 장천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하나 둘씩 깨달음을 얻어 무공이 점점 높아지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의 자만심에서 온 결과 일 수도 있었다.
만류귀종이라 하여 모든 것이 극에 달하면 하나가 된다는 생각에 오로지 위로만 성장하려 했지, 아래를 처다 보려 하지 않은 그였기 때문이다.
작은 내가 강이 되고 흘러 바다가 되는 것은 그 흐름이 끊이지 않음에 있는 것이지 그 흐름이 부실하여 끊어진다면 그것은 강이 되지 못하고 바다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그가 지금 무공이 상승의 경지에 달했다 하나 내의 흐름이 부실하다면 그저 하늘의 태양에 말라 버리는 물줄기가 될 뿐인지 그 이상을 봐라 볼 수 없는 것처럼 장천의 무공 역시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깨달음으로 인하여 이제 강이 되고 바다가 될 방법을 모르는 장천으로선 어찌할 바를 찾지 못하였으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복면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쯧쯧쯧..그것을 어찌 나에게 묻는냐?”
그의 말대로 복면노인은 장천의 적이였으니 그런 책망을 할 만하지만 그의 책망의 의미는 다른 것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진 듯 했다.
장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도를 겨누며 말했다.
“확실히 어르신의 말씀대로 생각이 많았던 듯 하군요.”
그 말과 함께 장천은 그를 향하여 도를 휘두르니 뜨거운 열기의 도강이 그를 향하여 맹렬하게 밀려 들어갔다.
“합!”
복면노인은 장천의 이러한 도강을 보며 지팡이를 횡소천군의 초식을 사용하여 휘두르니 밀려 들어오던 열기의 도강은 두동강이 나서는 흐트러졌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장천의 몸은 이미 그의 앞으로 쇄도해 들어왔으니 복면노인을 향하여 일검을 내질렀다.
“흠...”
복면노인은 그 일검의 서린 기운이 결코 범상치 않음을 간파할 수 있었으니 그 일검 하나에 장천의 모든 검법의 정수가 서려 있는 듯 했다.
변화할 듯 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일검의 공격은 일직선으로 복면노인의 미간을 향해 밀려오니 그는 오른쪽 발을 옆으로 돌리며 간신히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워낙 강렬한 힘을 내재하고 있는 일검이라 지팡이로 내칠 수 없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검을 피하기는 했으나 강렬한 기운에 의해 노인은 다시 삼보를 더 옆으로 몸을 피했으니 자신이 잠시 충고를 했을 뿐임에도 장천은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 들였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승의 검에 있어서 찌르기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였다.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집중력은 단순한 찌르기에도 상대에게 있어서는 마치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니, 이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이 바로 변초라 할 수 있었다.
고수에게 있어 변초란 것은 그 때의 상황에서 따라 변화하는 것이니, 일검은 어찌 변할지 모르는 일검이 되는 것이다.
복면노인이 일보를 돌려 장천의 일검을 피했음에도 다시 삼보를 더 물러선 것은 그 일검은 단순히 한번의 찌르기 였을지는 모르지만, 그가 일보를 옆으로 디뎌 몸을 틀자 복면노인에게는 검이 변하여 자신을 노리는 듯한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복면노인이 삼보를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면 검은 변초를 일으켰을 것이나, 그가 피한 다음에야 변초를 행할 필요가 없기에 단순한 찌르기의 일초로 끝난 것이다.
이러한 일검이 상승의 경지에 이른다면 상대의 눈에는 모든 방향을 제압하는 듯한 착각을 주게 만드니, 단순히 일검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을 뿐이지만, 상대에게는 수없이 많은 변초와 하니의 실초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복면노인이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였으니 수십개의 초식을 시전하는 것 보다 하나의 초식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상대에 변화에 대처하여 공격한다면 수십개의 초식을 시전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위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였다.
혈비도 무랑이 많은 무공을 가지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의 무인들이 그의 일초식에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당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였지만, 장천은 지금까지 강한 초식으로 상대를 제압하고나 상대가 일초식으로 끝나지 않을 때는 일초로 상대를 방어하게 하고 이초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처음 일초의 흐름은 상대를 쓰러뜨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방심하여 진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되고 그 순간에 헛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무공을 익히는 처음에 깨달아야 하는 단순한 문제였지만, 장천은 무공을 익혀가면서 계속 보다 강한 무공을 익히며 상승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강한 초식이나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당연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월붕쇄!”
복면노인이 삼보 뒤로 물러서자 장천은 화룡신도로 천월붕쇄의 초식을 사용하여 그를 밀어 붙이니 강렬한 도강이 대지를 진천시키며 상대를 향해 밀려갔다.
“합!”
장천의 십성의 내력이 실린 천월붕쇄는 엄청난 위력을 보이고 있었는지라 복면노인은 그것을 정면으로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발을 박차고는 몸을 날려 피할 도리 밖에 없었다.
“금리류영(金鯉柔泳)!”
몸을 날려 천월붕쇄의 초식을 피한 복면노인은 장천을 향해 다시 지팡이를 내찌르니 그 흐름은 마치 잉어가 못에서 노니는 것과 같이 유려한 몸놀림으로 장천을 향해 밀려 들어갔다.
이러한 유려한 움직임은 상대에게 어느 곳을 공격할지 모르게 만들게 하지만, 장천은 망설이지 않고 좌검으로 내질렀다.
“쾌섬일점!”
적이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게 밀려 들어온다 하여도 상대는 공중에 몸을 띄우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 움직임이 그렇게 원활 할 수만은 없었으니 장천은 그의 움직임에 한 순간을 잡아 빠른 쾌검의 지르기로 상대를 공격한 것이다.
[챙!!]
그러자 복면노인의 지팡이의 끝은 장천의 검끝과 맞부닥치니 두 사람의 싸움에 처음으로 병기가 맞부닥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