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장 결전 (3)
무인에게 병기를 다룰 수 있는 우수를 잃은 것은 크나큰 손실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무림에서는 우수를 잃은 후 좌수로 무공을 시전하여 고수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였으니 보통은 우수를 잃게 되면 무공의 반 이상을 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세상에 태어나 좌수를 사용하는 이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우수를 사용하니 무공을 시전함에 몸의 근육은 물론 몸에 흐르는 기의 움직임 역시 우수에 적합하게 변하여 있기 때문에 우수를 잃게 되면 기의 흐름 역시 크게 변화한다 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생사현관이 뚫렸던 사람이 다시 막히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었으니 내력의 흐름을 다시 좌수에 적합하게 다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였다.
또 평소에 쓰는 손의 감각과 쓰지 않은 손의 감각을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으니 검이나 도를 사용함에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의 유연한 감각은 반드시 필요함에 그것이 크게 무디어지니 무공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감각을 다시 돌리기 이해선 족히 수년 많게는 수십년의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니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자가 대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도리는 좌수의 감각은 거의 태반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 했다.
“마교도와의 싸움이 끝난 후 여러 형제들과 함께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고도리와는 여러가지 일이 있는지라 조금 껄끄러운 면이 있었지만, 하나의 적을 상대함에 뜻이 뭉쳤으니 장천은 이 일이 끝난 후 축하주를 나누자는 말로 서로간의 협력을 도모하니 고도리 역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받아 주었다.
하지만 장천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마교의 검은 손은 점점 이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현재 마교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우경은 삼천명에 달하는 마교의 무사들의 진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으니 그의 주위에는 그를 따르는 홍련교의 간부 십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문영이 교주의 좌에 있을 때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세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으니 멸천문과 정무맹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동안 우경은 홍련교의 영약과 무서들을 거의 대부분 개방하여 고수들을 키우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교주인 문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시행한 것이였으니 천마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허수아비 교주를 두며 실질적인 권력을 잡고 있는 덕분이였다.
마교도는 오행기, 팔계단의 총 13개의 무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멸천문을 한참을 응시하고 있던 우경은 자신의 곁에 있는 무사에게 손짓을 해서는 조용히 말했다.
“화륜기(火輪旗)”
“화륜기 개진(開陣)!”
우경이 말하자 무사는 내력을 돋구어 소리치니 잠시 후 북소리와 함께 붉은 깃발을 들고 있는 무사들이 붉은 철통을 들고는 정무맹이 있는 멸천문의 본단을 향해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홍련교의 무사들이 밀려오자 정무맹의 무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화륜기의 무사들은 멸천문의 본단의 담장까지 밀려 들어와서는 강철통에 불을 붙이고는 그것을 그들에게 굴렸다.
정무맹의 무사들로선 마교의 무리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붉은 철통은 불이 붙은 채 담장까지 굴러오는 듯 하다가 갑자기 굉음과 함께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과광!! 쾅!!]
사방에서 붉은 화염이 대지를 휩쓸며 뒤흔들기 시작하니 멸천문의 담장은 폭발의 여파에 부서지며 근처에 있던 무사들은 사방으로 몰아쳐 오는 뜨거운 화염에 휩쓸렸다.
“끄아악!”
“사람 살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정무맹의 수뇌부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는데,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우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풍륜기.”
“풍륜기 개진!”
우경이 지시가 있자. 풍자의 깃발을 지닌 무사들이 수레를 끌고는 멸천문의 본단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이들의 수레를 확인한 정무맹의 제갈문수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저들이 끌고 있는 수레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어르신께선 저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옆에 있던 문명은 제갈문수가 놀라는 것을 보며 물어보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것은 화차의 일종인 총통기라 하네, 한번에 세전 200발을 싸올릴 수 있는 병기인데, 분명 관에서 화약을 금지하고 있거늘 어찌 저것을 마교의 무리들이!”
조정에서는 화약을 오직 나라에서만 사용하게 하며 그것을 엄중히 관리하고 있었다.
무림인들 역시 화약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었으니 그것을 무를 익히는 자들로선 비겁한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홍련교가 화약을 사용하는 화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제갈문수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는 일이였다.
잠시 후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불을 붙이자 굉음과 함께 화차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수천개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으며 정무맹의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끄아악!”
홍련교의 이러한 공세는 무림인들간의 싸움이 아니라 마치 금군의 싸움 같았으니 정무맹의 무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위라도 탈환할 생각이란 말인가..어찌 이러한 무기를...”
풍륜기에 이어 토륜기와 수륜기, 금륜기 모두 금군에서나 사용할 법한 무기로 정무맹의 무사들을 유린하고 있었는지라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제갈문수였다.
만약 이 사실이 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홍련교는 역적이 되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니, 금군과 상대해야 함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맹을 상대로 이러한 화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무림 자체를 말살시키려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생각되는 그였다.
이곳에서 정파의 무사들을 모두 말살한 후 홍련교 역시 금군에 역적으로 몰릴 것이 눈에 선한 일이였다.
한편 마교의 화기의 공격은 감숙성의 문파들에게도 미치고 있었으나 다행히 다른 지역의 무문에 비해 뒷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저들이 대체 무엇을 획책하고 있단 말인가..”
파사대협 우문강 역시 이들의 공격에 황당함을 느끼니 그의 옆에 있던 장춘삼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싸움에 마교는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군요.”
“사활을요?”
“예. 그렇지 않다면 지금껏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던 화기로 이루어진 무단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정도의 화기라면 나라에서도 주시하고만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음...”
확실히 장춘삼의 말이 틀리지 않은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표시하는 우문강이였지만, 이것을 타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미간을 찌프릴 뿐이였다.
“어찌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공동과 본문의 무사들 중 정예를 모아 저들의 뒤를 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나 그 전에 저들이 밀려오지 않겠습니까?”
“화기로 무장한 오륜기를 전면에 세우는 것을 보면 저들은 정무맹의 무사들을 밖으로 끌어내려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화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열고 저들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그 계략에 빠져든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음...장대협께서는 쌍도문의 정예들을 모아 주십시요. 공동파에서도 사람들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장춘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우문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니 장춘삼은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옆에 시립하고 있던 곽무진을 보며 말했다.
“들었느냐?”
“예. 지금 즉시 사람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곽무진은 즉시 문주의 명을 받아 쌍도문의 정예를 모으기 시작했고, 잠시 후 공동파와 쌍도문으로 이루어진 오십명의 정예가 만들어졌다.
수천명에 이르는 홍련교의 무리들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라 할 수 있었지만, 하나하나가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장춘삼과 우문강의 명을 받은 두 문파의 별동대는 홍련교의 눈을 속이며 멸천문 본단의 비밀통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곳이 알고 있다니 놀랍군.”
고도리로서는 장천들이 멸천문의 비밀통로를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이곳은 멸천 1호가 장천들을 안내했던 그곳이였다.
한참을 벗어나자 장천을 비롯한 별동대는 무랑과 싸우던 장소에 까지 도착할 수 있었으니 그곳을 보자 무랑과 싸우던 때의 일이 생각났다.
별동대가 나온 숲은 멸천문에서 서쪽으로 상당히 떨어진 숲이였으니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고도리와 함께 사람들을 지휘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천과 고도리가 장춘삼에게 받은 명령은 후방으로 기습하여 적의 수뇌부를 공격하라는 것이였다.
확실히 적은 수뇌부의 명령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수뇌부를 쓰러뜨린다면 적의 움직임을 한 순간 마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별동대들은 적에게 포위되는 것을 면할 수가 없는 일이였으니 별동대의 무사들로선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별동대의 수뇌는 가장 무공이 강한 장천이 맡고 빠른 속도로 적의 후방을 향해 움직이는 그들이였는데, 한참을 숲을 통해 빠져나가던 그들에게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잠깐!”
앞으로 빠져나가던 장천은 급히 손을 들어서는 이들을 멈추게 하니 무엇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요?”
고도리로선 시간이 급박함에도 장천이 멈춘 이유를 알 수 없어 그에게 다가왔는데,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교의 후방을 치기 위해 가던 쌍도문과 공동파의 주위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무공이 뛰어난 장천과 고도리들만이 간신히 느낄 정도였으니 잠행술이 뛰어난 자들이 이들의 주위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양이 좀 짧았슴니다. 지송함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