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78화 (279/355)

제 52 장 결전 (2)

전대 교주인 유문영에 암영자들의 대표 귀대인 율명, 그리고 혈교의 주인인 혈마가 자신을 도와준다고 하자 문성으로선 크게 기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우경을 몰아 내지요.”

한시라도 빨리 우경을 몰아내고 싶다는 생각에 문성은 전대 교주인 유문영을 보며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거부했다.

“왜 안된다는 것입니까?”

“물론 지금이라도 우경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그렇게 되면 우리쪽의 희생도 상당할 것이다.”

“음...”

확실히 지금 있는 홍련교의 세력은 모두 우경의 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으니 지금 싸우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고수들이 많다고 해도 희생은 불가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

“본교의 세력이 멸천문을 멸문시킨 정파를 제압할 때가 바로 우리가 나서는 시기다.”

“예?”

“그렇게 되면 본교의 힘도 정파와의 싸움때문에 상당히 줄었을 것이니 우린 희생을 최대한 줄이고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문영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마치 멸천문과 싸우고 있는 정파를 제압하려 하는 우경의 비겁함과 같았기 때문에 그로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비겁한 짓이 아닙니까?”

“비겁?”

“예. 적과의 싸움에서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공격한다는 것은 본교의 무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문성의 말에 유문영 역시 조금 비겁하다 생각했는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자신의 의견을 들어준다는 생각에 문성은 황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안된다.”

“왜 안된다는 것입니까?”

“물론 희생이 따르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선 명분이 부족하다.”

“명분이요?”

“그렇지 현재 우리들은 본교의 반역자로 축출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우리가 우경을 몰아낸다면 다른 교도 역시 우리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음...그렇다면.”

과연 틀린 말이 아닌지라 문성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가 무슨 생각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는 물어 보았다.

“네가 알고 있듯이 본교는 대외적으로는 정면대결만을 고집했을 뿐, 단 한번도 적의 뒤를 친 적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경의 계획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대의명분이다.”

“예?”

유문영의 말에 문성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간파한 사람은 옆에 있었던 마운성이였다.

“그렇군요. 우경이 본교의 무사들을 이끌고 정파의 뒤를 친다면 그것은 본교의 수치라고 밖에 할 수 없으니 저희들은 본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배교자라 칭할 수 있겠군요.”

마운성의 말에 유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현 교주인 문교주가 우리들의 곁에 있으니 본교 천년의 역사에 먹칠을 한 무리들의 토벌전이 되는 것이지.”

과연 그렇게만 한다면 확실히 명분도 서거니와 암영자는 물론 유문영 홍련교의 명예를 지킨 영웅이 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문성으로선 우경의 뒤를 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뒤를 노린다는 것은.”

“물론 그들과 다를 바가 없겠지 하지만 우경의 무리들은 본교가 아닌 정파의 무리들을 노리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저들이 정파의 뒤를 치는 것은 본교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들이 우경의 뒤를 친다는 것은 교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에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

마운성의 말에 유문성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운성이라는 존재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였으니 너무나 정직하여 순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문성에 비해 마운성은 너무 똑똑하다는 것이였다.

확실히 그런 류의 인간들이 간계에 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문영으로선 문성이 교주가 된 것에는 만족하기는 했지만, 마운성이 그런 문성의 곁에 있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마 문천익, 유문영이 보는 마운성은 마치 그가 환생한 것 같은 모습이였다.

어쨋든 문성으로선 다른 이들의 말을 무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이였기에 유문영과 귀영자 그리고 혈교의 힘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장천은 다시 의형제들과 함께 멸천문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멸천문의 세력들은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

살아 남은 자들은 이제 오십여명도 남지 않았기에 정무맹의 완벽한 승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밝은 기색은 아니였으니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이 있었기에 이곳으로 왔던 정무맹의 무사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왔구나.”

멸천문에 도착한 장천은 쌍도문의 문도들이 있는 곳으로 갔으니 그곳에선 무너진 담장의 한편에 앉아 도에 묻어 있는 피를 닦고 있는 장춘삼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주위로 약 백명 정도의 쌍도문의 문도들이 자신들의 병기를 정리하거나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총 130명이 이곳으로 온 것을 감안한다면 타 문파에 비해서 그 피해는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장천 일행들이 도착하자 이들과 같이 있었던 곽무진은 병기를 집어 넣고는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어딜 갔었던 거야?”

“휴...”

그의 말에 장천은 혈비도 무랑과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장춘삼은 무엇인가 고심하는 듯 미간을 찌프리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이 내상을 입고 있었단 말이구나.”

“예.”

“음....”

장춘삼으로선 혈비도 무랑의 내상에 대해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으니 만약 그가 이곳에서 멈춘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도 한 명이 화급하게 이들에게 뛰어 오니 안색이시퍼렇게 변한 것이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주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장춘삼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어보니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이 이곳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 멸천문의 잔당은 아닌가?”

“그들의 복색은 붉은 색으로 통일 되어 있는 것이 하나의 무리에 속한 자들인 것을 알겠으나 멸천의 무리들은 아닌 듯 합니다.”

“붉은색? 설마?”

소식을 전하러 뛰어온 문도가 붉은 색을 언급하자 장춘삼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정무맹에 속한 무사가 사방을 뛰어 다니며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마교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안 장춘삼의 이를 갈 수 밖에 없었으니 멸천문과 정무맹의 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들이 야욕을 드러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본문의 제자들은 모두 적을 맞을 준비를 하라!”

“예!”

고된 싸움의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나타난 홍련교의 무리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쌍도문의 무리들은 다시 병기를 손에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급히 멸천문의 외벽에 도착한 장춘삼과 장천 일행들은 밖을 처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멸천문의 본단을 둘러싸고 수천명의 무사들이 길게 진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전 까지의 싸움으로 크게 지쳐 있는 정무맹의 무사들로선 암담할 수 밖에 없었으니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상태에서 적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낭패로군. 이곳에서 정무맹의 무사들이 당한다면 사실상 정파의 세력은 완전히 무너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거늘...”

마교의 무리들을 보며 장춘삼은 탄식을 흘릴 수 밖에 없었으니 멸천문을 타도하기 위해서 각 문파에서는 상당한 정예 무사들만을 이곳으로 파견했으니 현재 이곳에 있는 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각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홍련교의 공격으로 괴멸당하게 된다면 무공의 유실은 물론이요. 본래의 성세를 찾기 위해선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은 눈에 선한 일이였다.

“무진아 정무맹에 남아 있는 무사들의 숫자는 어느정도나 되느냐?”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재 싸울 수 있는 무사들의 숫자는 천명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천명이라..”

생각보다 멸천문이 끈질기게 정무맹을 물어 늘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장춘삼이였다. 천명 정도의 정무맹에 비해 홍련교의 무리들은 족히 이삼천명은 넘을 듯 하니 이 싸움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생각되는 그였다.

하지만 이대로 전멸을 당할 수는 없는 일이였으니 마지막 일전이라는 생각으로 문도들을 독려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주님! 맹에서의 연락이 왔습니다.”

“말하라.”

“정무맹의 각파의 무사들은 속해 있는 단으로 모이지 말고, 각 지역의 문파 별로 적을 상대하라는 연락입니다.”

“과연...”

확실히 맹의 명령은 틀린 것이 아니였으니 멸천문을 완전히 괴멸시켰다고 생각했기에 각 문파들의 무사들끼리 모여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무맹의 무단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혼란스럽않고 빠른 시간에 적에 대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각 무단의 피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차라리 지역의 문파끼리 모이는 것이 훨씬 더 용이한 점도 있었다.

“공동파의 임시문주께서는 어디 계신가?”

공동파의 임시문주는 천무성자의 죽음이 알려 진 후 그의 수제자인 파사대협 우문강이 맡고 있었다.

하지만 공동파의 사정도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 강경파인 파사대협과 파천신도 강양이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두 무리로 분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파사대협 우문강은 쌍도문의 문주인 장춘삼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감숙성의 문파들이 뭉쳐야 하는 시기였기에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가 이곳의 주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 장춘삼을 그를 찾은 것이다.

“서쪽 공동파의 문도들이 있는 곳에 계실 것입니다.”

“파사대협께 쌍도문은 공동의 지시에 움직일 것이라 전하라!”

“예.”

감숙성의 대문파라 한다면 공동파와 쌍도문을 들 수 있었지만, 쌍도문은 의문의 혈사로 인하여 힘이 상당히 줄어 있는 상태인데다가 명성으로도 공동파의 아래라 알려져 있었기에 장춘삼은 일단 그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쌍도문이 공동파의 지시를 받게 된다면 사실상 공동파는 감숙성 무문의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되니 아무리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파사대협이라도 이 것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장춘삼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일각도 되지 않아 공동파의 무리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그들의 선두에는 파사대협과 함께 파천신도 강양이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소이다. 쌍도문의 문주께서 힘든 결정을 하셨습니다.”

“구파일방의 좌에 있는 공동파의 문주께서 당연히 감숙의 무문을 지휘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허험...그렇다면 사양치 않겠습니다.”

장춘삼의 말에 파사대협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그것을 받아 들이니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파천신도 강양은 파사대협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권력쟁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의견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소협!”

“장소협 오랜 만이요.”

파사대협의 옆에는 그의 수제자라 할 수 있는 고도리가 있었으니 독문과의 싸움에서 한 팔을 잃어 버린 후 많이 상심했었던 그였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는지 옛날 같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독문과의 싸움에서 쌍도문에게 상당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장천과 고도리 간의 앙금은 많이 사라져버렸으니 장천이 자신을 부르자 반가운 표정을 짓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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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송함더.

몸상태가 좋지 않아 자꾸 쉬는군요.

콜록....(앗! 각혈이...내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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