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68화 (269/355)

제 50 장 천하제일고수 (1)

솔직히 두 사람은 정무맹과 멸천문의 일에 끼여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골수까지 홍련교의 교도인 우경은 멸천문의 개파대전에서 받았던 모욕과 함께 홍련교가 그들에게 유린당했다는 생각을 하며 남아 있던 교의 간부들을 부추켰던 것이다.

장천에게서 화의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무공이 아직 극에 이르지 못한 두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표면적으로 홍련교 제일 고수라 할 수 있는 우경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염화신공(炎火神功)을 극성 아니 칠성까지만 익혔어도 우경 정도는 문제 없을텐데...]

마운성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에게 전음을 날리니 문성 그의 말에 수긍을 했다.

염화신공, 그것은 아주 우연히 찾아낸 비급서였다.

홍련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화의 무공은 그것이 주라고 보기보다는 타 무공을 위력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보조격이 강한 무공이였다.

화의 무공을 극성으로 익힌 후 일반적인 육합장법을 시전한다 하더라도 보통의 육합장법에 수배에 달하는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홍련교에서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화의 무공에 그것을 이용한 무공을 만들어내지 않았을리는 없었으니 문성과 마운성이 우연히 찾아낸 것이 바로 그것이였다.

두 사람이 찾아낸 비급은 홍련교의 삼대교주인 홍화신군(紅火神君)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무공이였다.

당사자인 홍화신군은 이 무공으로 당대에 천하제일고수라는 명성까지 얻었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무공이였으니 정식 이름은 수라분천염화신공(修羅焚天炎火神功)이라 하였다.

이 열화신공은 각기 권, 각, 검의 세가지 무공이 적혀 있었으니 심법은 화의 무공의 심법을 따르고 있었다.

신공상의 권법은 염화강권(炎火强拳)이라 하니 모두 세초식으로 이루어진 짧은 무공이였지만, 양강의 권법 중에서 이것 보다 강맹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검법은 없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극성으로 익히게 되면 손에 잡히는 도검은 순식간에 녹여 버릴 수 있을 정도라 하니 가히 인간의 무공이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신공상의 각법은 수라분천각(修羅焚天脚)이라 하니 염화강권에 비해서 그 위력을 떨어지지만 양강의 강맹한 기운을 쾌속하게 시전할 수 있었기에 다수를 상대 할 때 유용한 무공이였다. 또 수라분천각에는 특성상 경신법도 같이 기재되어있었는데, 그 또한 상승의 신법이였다.

신공상의 검법은 화련십검(火蓮十劍)이라 하는데, 모두 열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하나의 초식이 정교하여 두 사람 모두 아직 일성조차 익히지 못할 정도의 상승검법이였다.

하나 이 검법을 극성에 달할 정도로 익히게 되면 자연히 이기어검의 경지에 달할 수 있다하니 그 검법이 얼마나 심오한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현재 두 사람의 수준은 문성이 염화강권을 오성까지 익혔지만, 다른 두 가지 무공은 모두 삼성을 넘지 못했고, 마운성이 수라분천각을 육성까지 익혔지만 역시 다른 무공은 삼성을 넘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문성이 권법에 마운성이 각법에 치중한 까닭도 있었지만, 이 두 가지 무공은 내력의 운용상에서 충돌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한 가지를 익히면 다른 한 가지를 익히기 어려웠다.

물론 화련십검의 경우에는 초식 자체가 워낙 심오한지라 스승이 없이 두 사람의 자력으로 익히고 있는지라 구결의 해석이 쉽지 않아 진척이 느렸다.

[어쩌면 우리들이 익혔던 화의 무공이 아직 미숙해서 염화신공이 진척이 없는 것인지도 몰라.]

[응. 천이 형이라면 분명 천화 못해도 조화의 단계에 이르렀을텐데..우린 겨우 발화의 경지에 들었으니 말이야.]

[조화의 단계에만 이른다면 충분히 염화신공을 못해도 십성까지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

전음을 통해 이번에 얻은 염화신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이내 우경에게 시달렸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니 자신들이 익히게 된 무공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염화신공을 찾은 것은 바로 불괴곡이였으니 비급을 감춘 사람은 바로 삼대교주의 증손자였다.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차대 교주의 자리까지 물망에 오른 사람이였지만, 당시 교주가 자신의 자식을 교주의 좌에 앉히기 위해서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불괴곡에 갇혀버린 그는 그곳에서 죽음을 당했으니 마지막으로 비급을 감추어 두고 사라졌으니 문성은 구천신녀를 이장하기 위해 자신이 갇혀 있던 곳을 찾았다가 이 비급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무공을 익힌다면 자신들이 홍련교의 패권을 완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였으니 조급한 마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우경의 눈에 띄고 있었으니 자신의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였지만, 구태여 그것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천마와 불괴대제의 아들이라... 이제 본교도 후대가 이끌어 갈 시기가 되었나보군. 이들이 익히고 있는 무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기대가 되는군.’

고수인 우경은 이들의 몸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나 이것을 외부에 발설하지는 않고 있었다.

어쩌면 홍련교를 크게 되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함께 자신이 이들에게 당하기 전에 딸인 매아를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시집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멍청한 것이 장천같은 녀석을 사모하고 있으니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군.’

매아의 바보같은 사랑을 생각하면 미간이 찌프려지고 마는 우경이였으니 하루 빨리 멸천문과 함께 장천이란 녀석을 처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였다.

한편 정무맹은 귀주의 멸천문의 본단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신검진인과 천무성자는 개방과 하오문의 정보망을 통해 이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길을 떠난 지 십여일 정도가 지났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 들어왔다.

“맹주님!”

마차 안에서 바둑을 두고 있던 두 사람에게로 한 남자가 황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니 신검진인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혈비도 무랑이 나타났습니다.”

“혈비도 무랑이?”

“예. 개방에서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본맹의 금조단(金鳥團)이 혈비도 무랑에 의해서 전멸했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신검진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무성자를 보며 말했다.

“맹주.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구려.”

신검진인의 말에 천무성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마차의 밖으로 향했다. 드디어 정파의 두 명의 최고수가 천하제일고수를 상대로 일전을 겨루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제 가보도록 합시다.”

“예.”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몸을 날리니 과연 정파 최정상의 고수라고 할까 마치 선학이 날아 오르는 듯한 경공술을 보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과연...”

“두 분이라면 혈비도 무랑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당연하지 않은가. 정파 최고의 고수이시니 말이야.”

사람들은 이들이 사라진 쪽을 보며 앞으로 다가올 싸움에 예측을 하니, 어느 누구도 신검진인과 천무성자가 패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정무맹의 금조단에 이어 인의단(仁義團)마저 전멸시킨 혈비도 무랑은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의 주위로는 수백구가 넘는 시체가 널려 있는 것이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이제 그들이 올 때가 된 것 같구나.”

“그들이라면 천무성자와 신검진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멸천일군은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 보았으니 혈비도 무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렇다네, 비도문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무림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정파의 두 영웅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 둘과의 싸움에서는 나 조차 승기를 쉽사리 점칠 수가 없구나.”

“진정으로 혼자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네, 자네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쉽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테지만, 역대 비도문의 문주는 혼자를 상대하든 천을 상대하든 싸움에 있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네.”

그 말에 멸천일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무공으로만 본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었지만, 혈비도 무랑의 몸은 지금 온전한게 아니였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비도문의 무공을 습득한 탓에 이제 몸이 견디어내질 못하고 있었으니 그냥 두어도 기껏해야 이삼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구나...구형제...자네는 어찌하여 이런 분을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모습에 멸천일군은 안타까움을 느끼며 혈비도 무랑을 배신한 구궁을 생각하니 만약 그가 옆에 있다면 태상문주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혈비도 무랑이 구궁을 차갑게 대하고는 있었지만, 세상의 어떠한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겠는가? 다만 문파의 일로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는 태상문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였다.

비도문 문주의 좌에 있는 그로서 사적인 애정을 표시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멸천일군이였다.

“문주님! 저 쪽을 보십시요!”

그 때 멸천육군이 황급히 한 쪽을 보며 소리치니 그 쪽에서 두명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흰 백발과 긴 수염을 휘날리며 빠른 경신술로 달려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 멸천일군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니 이 둘이 바로 정파를 이끌어 가는 두 거두 천무성자와 신검진인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시작인가...’

드디어 무림 제일 고수를 가르는 대결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에 멸천일군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니 두 사람은 어느 사이엔가 자신들이 있는 곳에 닿아 있었다.

먼 거리를 경신술로 움직였음에도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였으니 멸천일군으로선 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단순히 경신술만 보아도 멸천십군 중 가장 무공이 강한 자신조차 대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멸천일군이였다.

혈비도 무랑은 자리에 앉아서는 이 두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자신의 앞으로 우아한 몸짓으로 멈추어선 둘을 보며 멸천일군을 보며 말했다.

“두 분에게 의자를 가져다 드려라.”

“예.”

태상문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른 이에게 지시하여 의자를 가져오니 천무성자와 신검진인은 혈비도 무랑이 먼 거리를 뛰어온 자신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겨룰 수도 있지만, 두 사람으로선 천하제일고수인 혈비도 무랑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있었기에 사양치 않고 자리에 앉았다.

“어서 오십시요.”

혈비도 무랑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니, 천무성자와 신검진인 역시 포권으로 인사를 받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신검진인이였으니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그를 보며 물었다.

“무대협과 이렇게 손속을 겨루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정파의 두 영웅분과 겨루게 되니 저로선 영광일 뿐입니다. 하하하.”

혈비도 무랑의 말에 신검진인은 미간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얼굴에는 자신들과 겨루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승리를 자신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였으니 혈비도 무랑과의 대결을 앞두며 긴장하고 있는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한 참을 침묵 속에 있던 세 사람이였으니 천무성자는 한 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 그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물어 볼 것이 있는데, 답해 줄 수 있겠는가?”

“말해 보십시요.”

“...자네와 오립산과의 관계 그리고 천이와의 관계를 알고 싶다네.”

그의 물음에 혈비도 무랑은 잠시 침묵을 지키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쌍도문의 문주이셨던 오립산은 바로 저희 문파의 장로님이셨습니다.”

“역시..그랬단 말인가..”

자신들의 의형제 오립산이 혈비도 무랑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두사람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였지만, 장로의 신분이였다는 것을 그에게 듣자 만감이 교차하는 그들이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요. 저와는 달리 오장로님은 지금 제가 행하고 있는 멸천대계의 반대하셨던 분이시니까요.”

“멸천대계를 반대했다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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