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63화 (264/355)

제 48 장 사로잡힌 장천 (6)

그가 손을 들자 강렬한 기운이 장심을 통해 흘러나오니 가볍게 일장을 뻗자 동굴의 벽은 마치 모래가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저의 아버지이신 현 쌍도문의 문주께서는 저 보다 한 수 위의 무공을 지니고 계십니다.”

“음...”

장천이 시전한 장력에도 크게 놀라는 제갈문수는 이어진 그의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으니 장천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제갈문수는 이내 고개를 내젖고는 말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강호도 상당히 변했군. 이거...오랜 시간 가문의 무공을 적립했던 것이 오히려 우습게 된 듯 하군..”

그 말과 함께 제갈문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니 장천으로선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저 자신의 문파를 우습게보고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누르려고 했던 것인데, 상대의 오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과 같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장천은 그를 보며 말했다.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희와 함께 동행하시겠습니까?”

“휴...늙은이가 무슨 힘이 있겠나.. 힘 쎈 놈이 시키는데로 할 밖에..”

그의 말에 제갈문수는 힘없이 말하고는 잘라준 철봉을 질질 끌며 뒤를 따르니 어쨋든 감옥에서 한 사람을 구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장천이였다.

제갈문수는 경신술에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는데, 장천의 뒤를 따르면서도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뛰었어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십여군데의 감옥을 돌아다닌 장천은 두 명의 무인들을 더 구할 수 있었지만, 정명의 의제인 오승은 볼 수가 없었다.

장천이나 다른 사람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 참을 조용하게 있던 제갈문수는 정명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보아하니 자네가 이곳을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예. 약간의 진법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음..나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겠는가?”

그의 말에 정명은 장천의 등에서 내려서는 바닥에 이곳의 지리를 그리기 시작하니 장천은 두 번 때 보는 것임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갈문수는 그가 선을 하나씩 그릴 때 마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입니다.”

“굉장하군! 굉장해! 자네 내 제자가 되고 싶은 마음 없는가?”

“예? 제자요?”

“자네가 보여준 것은 실로 놀라울 정도네, 물론 완벽하게 유사옥의 동진을 알아낸 것은 아니네만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 할 수 있네.”

그의 말에 정명으로선 자신의 생각한 것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말에 궁금하긴 했지만, 제자가 되라는 말을 승낙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무명이긴 하나 한 문파의 수장의 직위에 있기 때문에 신산자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문파라면?”

“현재 공공문의 문주의 직을 맡고 있습니다.”

“공공문!! 설마!”

공공문이라는 말에 제갈문수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보며 물어 보았다.

“혹시...자네가 문파에서 보았던 책이...혹시..천기기문둔갑진서(天氣奇門遁甲眞書)가 아닌가?”

“예? 처음 들어 보는 책이군요. 무슨 이유라도?”

“아..아니네..”

모르겠다는 정명의 말에 제갈문수는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고 말하니 정명으로선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가 읽은 책은 제갈문수가 말했던데로 천기기문둔갑진세였으니 공공문의 어느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제갈세가에서 훔쳐 온 것이였다.

당시 제갈세가에서는 이것을 누가 훔친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대도의 무문이라 할 수 있는 공공문에다가 진법 또한 정통한 것을 보며 혹시 공공문에서 이것을 훔친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물어 보았던 것이다.

대충 위기를 넘긴 정명은 다시 오승을 찾으러 움직였으나 아쉽게도 어느 곳에서도 오승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모든 감옥을 뒤졌음에도 찾지 못하자 정명으로선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빠져나가 오승의 종적을 다시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정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장천과 정명 그리고 제갈문수와 유사옥에 갇혀 있었던 두명의 무인은 입구로 향했으니 이제는 이곳의 지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지라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구를 찾았다고해서 끝이 아니였으니 과연 유사를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였다.

장천은 제갈문수가 이곳을 설계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입구에 서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선배님. 이곳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요?”

“글쎄. 이 유사 자체에는 걸어서 빠져나갈 방도가 없네.”

“예?”

제갈문수의 말에 장천은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곳 유사는 특수한 배를 사용해서만이 지나다닐 수 있다네.”

“벽호공으로 벽을 타고 가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장천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는데,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그 정도야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이곳 출구에는 총 오십여개의 기관장치가 있어서 벽을 타고 갔다가는 기관장치에 휩쓸려 유사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네.”

“그런....휴..”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 그였는데, 제갈문수는 앞으로 나서며 철봉을 들어서는 출구의 벽 한 군데를 눌렀는데, 그 순간 사방의 벽에서 날카로운 창이 튕겨져 나오면서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다.

“보았는가?”

“...예.”

그의 말대로 만약 벽호공을 사용해서 움직였다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였기에 오승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철창에 찔리거나 유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흘러나왔다.

허공답보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생각한 장천으로선 암담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제갈문수가 철창을 들어서는 벽의 한 부분을 깨기 시작했다.

[쿠궁]

내력을 다한 철봉에 벽은 무너져 내렸는데, 놀랍게도 부서진 벽 뒤로 기관장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것은?”

“유사옥 출구의 기관장치이네, 우리로서는 이런 기관장치를 하나하나 부서뜨리며 통과해야 할 것이네.”

그의 말대로 하나씩 차근차근히 해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드는 장천이였으니 제갈문수를 도와 기관장치를 파해하기 시작했다.

장천은 제갈문수가 갇혀 있었던 곳에서 다시 십여개의 철봉을 구해서는 그것을 벽에 박으며 그것을 발판 삼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제갈문수는 이곳의 기관장치를 거의 모두 파악하고 있었기에 일을 행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워낙 정교한 장치들로만 이루어져 있었기에 하나를 파해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걸리고 있었기 때문에 심신은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거의 이십여개의 기관장치를 파해 했을 때 장천은 멀리서 또 다른 기관장치의 발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 반대편에서 기관장치가 발동한 것 같습니다.”

“반대편에?”

장천의 말을 들은 제갈문수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반대편에서 이곳으로 오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군.”

“멸천문의 문도일까요?”

“그들이라면 기관장치를 발동시키지는 않겠지.”

그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신 후 반대쪽의 출구를 향해 내력을 돋구어 소리를 질렀다.

“거기 누구 있는가!”

누군가 듣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크게 소리를 지르니 잠시 후 반대쪽 출구에서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이냐! 거기 천이 맞냐!”

“데비드?!”

그것은 바로 데비드의 목소리였으니 장천으로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출구의 밖에는 청의단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희망에 불탈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예. 저의 의형제들입니다.”

반대쪽에서 데비드들이 일을 도와주니 기관장치의 파해는 한층 더 진척될 수 있었으니 거의 이틀이 넘는 작업 끝에 장천들은 유사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데비드! 명언아!”

“장천!”

의형제들은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되었으니 서로를 얼싸 안으며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으니 사람들의 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장천은 데비드와 명언의 몸에서 내력이 느껴지지 않은 것을 알고는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아직 산공독을 풀지 못한 모양이구나.”

“아무래도 독을 몰아내기에는 공력이 모자르던군.”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십향산과 같은 산공독이 아니라 말이야.”

“그건 그렇지.”

십향산 역시 산공독의 일종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근력까지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십향산에 중독된 사람은 걷는 것 조차 힘이 들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멸천문은 우리를 완전히 죽일 생각은 아니였나보군.”

“음...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군.”

이것은 다른 무림인들에게도 모두 마찬가지였으니 무림을 일통하려는 멸천문이였지만,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았다.

정무맹의 경우만 해도 모든 전력을 기울였다면 무당에 모인 정파의 무인들을 일거에 쓸어 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인데도 일부의 사람들만을 보내어 그저 시위정도로만 끝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강호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멸천문에서 외부에서 들여와 약간의 무공을 전수한 사람들일 뿐이지, 그들의 정식문도들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으니 이상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외가의 무사라 할 수 있는 외부인 역시 상당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실제 멸천문의 정식 문도들이라면 그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상해..이상해..”

장천으로선 혈비도 무랑의 계획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나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금의 상황만 보더라도 어떻게 보면 이곳을 탈출하라고 하는 것과 같이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사옥의 기관장치들이 무섭기는 했으니 그렇다고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산공독에 중독된 사람들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장천은 데비드와 동방명언에게 가부좌를 틀게 한 후 그들의 몸에 있는 산공독을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멸천문의 산공독은 시간에 지나면 풀 수 없는 종류가 아닌지라 어렵지 않게 이들의 몸에서 완전히 몰아 낼 수 있었고, 독을 몰아낸 사람은 다른 이들의 산공독을 몰아내는 식으로 움직이며 거의 삼일 만에 참회동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몸을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참회동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삼백여명 정도였으니 이들이 모두 독을 해독한 이상 이곳을 탈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되었다.

가장 먼저 참회동의 벽을 오른 사람은 바로 장천이였으니 그 외에는 호리병 모양의 벽을 오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갈문수의 감옥에서 가져온 철봉을 벽에 박으며 천천히 오르는 장천은 잠시 후 상부까지 오를 수 있었으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자 다섯 명 정도의 무인이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합!”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장천은 몸을 날려서는 빠른 속도로 경비를 서는 무사들에게 몸을 날리니 이들은 크게 놀란 모습을 취했지만, 장천의 빠른 손놀림에 순식간에 혈도를 집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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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슬럼프인 듯....

엉망인 것 같슴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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