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61화 (262/355)

제 48 장 사로잡힌 장천 (4)

간신히 발가락으로 비도를 잡은 장천은 온 힘을 다해 발을 압박하고 있는 쇠사슬을 자르려고 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으니 한식경 동안을 고생하던 그는 발가락에 쥐가 오르고 말았다.

“젠장할!”

간신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쥐를 풀긴 했지만,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다시 비도를 잡고는 쇠사슬을 자르는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비도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이제는 발을 통해 비도에 내력을 집어넣는 것도 능숙하게 되었으니 잠시 후 그의 발을 압박하던 현철 쇠사슬을 자를 수 있었다.

“휴...그나저나 다음은 어떻하지..”

발을 자유롭게 하는 것에는 성공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두 손과 비파골을 꿰뚫은 쇠꼬챙이였으니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몸을 지탱해서는 허리를 굽혀 팔의 쇠사살을 자르기 시작했다.

“끄윽!!”

비파골을 꿰뚫은 쐬꼬챙이가 살을 자극하며 강한 통증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이대로 포기 할 수는 없는 느릇인지라 이를 악물며 참아내는 장천이였으니 그의 입에서는 시뻘건 핏불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의 한시진 이상을 고통을 참으면서 작업을 한 장천은 간신히 왼손을 압박하던 쇠사슬을 완전히 풀어 낼 수 있었고, 나머지 한 손의 결박도 완전히 풀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비파골을 꿰뚫은 쇠꼬챙이였으니 감히 이것을 뽑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계속 꽃아넣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뽑아야 겠지..’

한참을 망설이던 장천은 옷을 찢어서는 입에 물고는 온 힘을 다해 쇠꼬챙이를 뽑아내니 엄청난 통증이 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끄윽!!”

하지만 중간에 힘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온 몸이 찢겨져나가는 듯한 아픔에도 계속 하니 잠시 후 비파골을 꿰뚫던 쐬꼬챙이가 빠져나가고 뜨거운 핏줄기가 샘 솟듯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

그제서야 고통의 비명을 내지를 수 있었던 장천이였으니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는 큰 숨을 몰아 쉬었다.

“헉헉..젠장...멸천문의 호로자식들!”

한참을 욕을 하던 장천은 한 참 후에야 간신히 자리에 일어나서는 상처를 동여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동굴을 나오자 여러군데 똑같은 모양으로 인공적으로 동굴이 파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모두가 똑같은 모양의 동굴이였기에 어디가 출구인지 알 수 없는 그였으니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입구에 표식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자신이 있었던 곳과 같은 모양의 동굴이였으니 동굴을 이용하여 하나의 진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골치 좀 썩겠군.’

첫번째 동굴을 빠져나오자 마자 또 다시 여러군데의 동굴이 나오고 있었으니 확실한 지도가 없다면 자칫 실수했다가는 평생을 헤매게 될지 모르는 일인지라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일단은 지법으로 동굴 입구에 숫자를 써서는 하나씩 차근차근히 찾아 보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족히 세시진 이상을 동진(洞陣)안에서 헤매던 그였지만, 자신이 왔던 곳을 되돌아오기만을 반복할 뿐,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으니 심신이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돌아다니고 있는 덕에 허기가 밀려오고 있었지만, 다행히 동굴 안에는 물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데다가 박쥐들도 있었기 때문에 비위는 조금 상할지 모르지만 화의 무공으로 녀석들을 구워 먹으며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구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장천은 다시 한시진 정도가 흐른 후 어딘가에서 기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

혹시나 멸천문의 문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숨을 죽이며 천천히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잠시 후 그것이 한 동굴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들고 있던 비도에 내력을 끌어 올려서는 만약에 사태를 대비하며 천천히 동굴 속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후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람이 잡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역시 쇠사슬로 인하여 온 몸이 결박당한 모습이였으니 마치 죽은자의 모습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장천이 했던데로 박쥐나 벌레들로 허기를 채운 듯이 그의 주위에는 뼈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으니 이곳에 갇힌 지 꽤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다가서자 쇠사슬에 결박당한 이는 고개를 드니 장천의 얼굴을 확인하는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내리며 말했다.

“이제 죽일 생각인가...기다렸다. 나를 어서 죽여다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장천은 내력을 돋구어 어느정도 사물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한 걸음 걷기도 힘든 동굴 안이였기에 그는 장천이 멸천문의 문도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멸천문에 의해 갇힌 사람이요?”

“...너..넌 누구냐.”

“본인은 정무맹의 청의단의 단주 장천이라하오. 녀석들과의 싸움에서 포로가 되어 이곳에 갇혔으나 간신히 포박을 풀고 빠져 나올 수 있었소.”

“정무맹? 중원에 그러한 것이 있었는가?”

그 남자는 정무맹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장천은 이 자가 멸천문이 야욕을 드러내기 전에 갇혔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멸천문이 소림사에 첫 마수를 드러낸 후에 정무맹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당신의 포박을 풀어 주겠소이다.”

장천은 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 사람이라도 아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비도를 들어서는 그의 몸을 결박하는 쇠사슬을 잘라 버리니 오랜 시간 잡혀 있던 그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다.

그의 상태를 파악한 장천은 손에 내력을 더하여 그의 몸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잡혀 있는 것이요.”

“...본인은 공공문의 59대 문주 정명이라하오.”

“공공문!”

공공문, 하오문의 전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전설의 문파로 지금에는 그 이름이 거의 잊혀진 문파였다. 뛰어난 경공술과 함께 신도의 문파라고만 전해지고 있었던 공공문이였으니 장천으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공공문의 문주가 어찌하여 이런 곳에?”

장천으로선 그와 같은 사람이 왜 이곳에 잡혀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정명이란 사람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말하지 못할 사연도 있으려니 생각한 장천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의 몸을 풀어주니 그렇게 세시진 정도를 내력을 사용하여 안마를 해주니 그의 몸은 어느정도 풀려 일어서 걸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 역시 산공독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오랜 시간 갇혀 있으면서 거의 반 정도의 내력을 찾고 있었고, 장천의 내력을 돋군 안마로 몸에 잠재되어 있던 독기도 태반 빠져나갔기에 본신의 내력은 거의 대부분 찾을 수 있었는데, 정명으로선 장천이란 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을 안마하고 있을 때 사용한 내력이 거의 끝이 없을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력을 다해 기진맥진한 모습을 취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으니 정무맹이라는 곳이 어떠한 단체인지 궁금했다.

“혹시...귀하가 쌍도문의 소문주 장천이 아닙니까?”

정명의 물음에 장천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어떻게 그것을? 예. 제가 쌍도문의 소문주인 장천입니다.”

“그렇다면 양우생 대협을 아시겠군요.”

“예. 저의 사숙이십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명은 그가 쌍도문의 장천이 아닐까해서 물어 봤던 것인데,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아 떨어지자 크게 기뻐할 수 있었다.

쌍도문과 하오문은 지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공공문의 정명 역시 하오문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으니 장천과는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었다.

“장대협...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예. 제발 저의 의제를 찾아 주십시요.”

“의제라 하심은?”

“이곳 어딘가에 저의 의제인 오승이란 사람이 저와 같은 모습으로 잡혀 있을 것입니다. 의제의 사문은 하오문으로 현 하오문 문주의 아들입니다.”

“하오문 문주님의 아들이라고요?”

그 말에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니 쌍도문이 의문의 무리들에게 습격 받아 몰락에 기로에 처해 있었을 때 어느 누구도 쉽게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지만, 하오문 만은 양우생과의 친분을 생각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런 이유로 은원을 목숨보다 더하게 생각하는 무림인으로서 쌍도문의 사람들은 하오문이 원할 때 반드시 사문의 무사들을 보내어 도와주겠다는 약조를 했다.

“그런 일이라면 반드시 제가 도와드려야 하지요. 일단 정대협은 거동이 불편하실 것 같으니 저의 등에 업히십시요.”

“고맙습니다.”

장천이 도와주겠다고 하는 말에 정명은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을 하니 손을 내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 장천은 그를 등에 업고는 걸음을 옮겼다.

“혹시 진법에 대해서 아십니까?”

“사문의 내려온 진법서가 있는지라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장천은 진법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었기에 정명이 어느정도 진법에 대해 안다고 하자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장천은 빠른 속도로 경신술을 사용하여 움직이니 자신을 업고 있음에도 그 속도가 경신공으로 이름을 크게 떨친 공공문의 경신공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음에 정명으로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쌍도문은 어떻게 이러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단 말인가..’

백년전만 해도 삼류문파의 축에나 끼여 있었던 쌍도문에서 장천과 같은 고수를 배출 했다는 것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는 그였다.

장천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보지 않은 동굴을 들어서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니 곳곳에 지법을 사용하여 숫자를 적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들어가 보지 않은 동굴을 찾아 움직이는 그였으니 반시진 정도가 흘렀을 때 또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미 그 자는 이곳에서 죽음을 당해 백골이 되어 있었다.

“이런...저 분을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장천으로선 안타까운 표정으로 업혀 있는 정명을 보며 말하니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의제인 오승은 몸집이 큰 사람입니다. 저 사람은 아니군요.”

“알겠습니다.”

정명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백골이 된 시체를 잠시 뒤져보니 그곳에서 하나의 패를 찾을 수 있었다.

“음...홍련교의 사람이였군요.”

그가 가지고 있던 패는 바로 홍련교의 신분표식이였으니 한 때 홍련교에서 지낸 적이 있었던 장천은 금새 알아 볼 수있었다.

백골에서 찾아낸 패를 품에 넣은 장천은 후에 이것을 그의 가족에게 전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동굴을 뒤지기 시작했다.

장천으로선 이런 동굴을 누가 만들었을까 감탄 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가 지나다닌 동굴의 숫자만 해도 거의 백에 가까울 정도임에도 아직까지 끝이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멸천문의 동진은 군데군데 동굴들의 교착점을 만들고 그곳에서 여러군데로 길이 이어져 있는 형식이였으니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동진은 생각하는 것 보다 이것을 실행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었으니 족히 수십년 이상을 수만의 사람들이 참여한다해도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뼈를 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계속 걸음을 재촉하여 정명이 말하는 오승이란 사람과 함께 출구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다시 한참을 뒤지던 장천은 자신의 눈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입구를 가리며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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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힘들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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