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57화 (258/355)

제 47 장 청의단의 젊은 무인들 (6)

호북의 평원을 길게 가를 듯이 늘어져 있는 막사, 군데군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깃발에는 멸(滅)이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었으니 바로 멸천문의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였다.

무림인들이라고 보기에는 막사들은 질서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무인 역시 만만치 않게 절도가 있었다.

중소문파에서 모인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모습에 정무맹의 사람들이라도 본다면 입을 다물지 못할 모습이였으니 이들 천막의 가운데는 다른 것에 비해 두배는 큰 막사가 있었으니 바로 이들을 지휘하는 자가 있는 곳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비단으로 감싼 탁자의 뒤로 침상이 놓여져 있었으니 그 위로 칠척거구의 남자가 창을 들어 보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침상의 옆에는 이자와는 정 반대인 오척단신의 남자가 푸른색의 사건을 둘러쓰고 그저 말 없이 이 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상해...이상해...”

“무엇이 그리 이상하십니까?”

덩치 큰 무인의 말에 단신의 남자가 묻자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꽂고는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뻔히 정무맹의 개들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왜! 왜! 왜! 각 문파의 소집을 분산시키는거지?”

“글쎄요.”

“이 만경(滿鯨)보러 죽으라는건가?”

“괴창(怪槍) 만경 대협은 죽으라고해도 죽을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의 말에 단신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피씩 웃음을 터뜨린 만경은 단신의 남자 면전으로 자신을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는 똑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단살척(短殺斥) 너 역시 마찬가지 아니더냐?”

“죽으라하시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랑 같이 말이지?”

죽으라 명령하면 죽겠다는 단살척의 말에 만경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답하고는 몸을 돌려서는 탁자 위에 있는 술단지를 잡아서는 단숨에 들이켰다.

“크하하! 술맛 좋다.”

“익덕(益德)이 되시렵니까?”

“크크 네가 나의 목을 베어 적에게 바치겠느냐?”

“좋은 자리 하나만 준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요.”

“좋아! 좋아!”

단살척의 말에 뭐가 좋은지 무릎을 치며 기뻐하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이곳으로 오는 무리 중에 가장 숫자가 많은 곳은 어디냐?”

“동정호의 도적들입니다.”

“가자!”

“본문에서는 이곳을 지키라 하셨습니다.”

“지킬게 뭐가 있는데?”

“그럼 가지요.”

단살척 역시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는지 만경의 반문이 나오자마자 대답하니 그저 본문에서 자신에게 맡겼던 일에 대한 의무를 시행한 것 뿐이였다.

괴창 만경, 남해의 해적으로 한 때는 이름을 날리던 자였으나 자신의 도적단이 남해검문과 거경방에 의해 무너지자 혼자 남아 떠돌던 중 멸천문의 수족이 된 자였다.

큰 몸집에 한 자루의 창을 잘 쓰는 그는 남들에게는 장비의 환생이라는 말을 듣고 있었으니 그 역시 가장 존경하는 자가 삼국지의 장비였다.

그의 부관으로 있는 단살척은 놀랍게도 그를 무너뜨렸다고 할 수 있는 거경방의 총관의 직에 있었던 사람이니 한 때는 만경을 남해에서 몰아내고, 거경방의 밀무역을 주도할 정도였으나 방주의 부인을 욕보인 죄로 쫓겨다니다 멸천문에 들어오게 된 사람이였다.

어찌보면 두 사람은 서로 상극의 관계였다 할 수 있었으나 상대방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은 없었으니 이번 호북평원에 모일 멸천문의 무리들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이 두사람이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자 호북평원으로 몰려드는 멸천의 무리들을 각개격파하기 위해 움직이던 청의단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개방의 보고대로 적들이 나타날 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소수의 적의 무리들만을 만났을 뿐, 이렇다할 적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방에서 연락은 왔는가?”

“일단 사람을 보내긴 했으나 아직 이렇다할 소식은 없습니다.”

“음...”

청의단의 수뇌부들로선 지금의 사태에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쯤이면 적어도 세개의 적의 무리들을 발견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적을 제외하고는 아직 청의단이 만난 적들은 없었으니 이상하다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이렇게 수뇌부들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이들에게로 황급히 무인 한 사람이 뛰어 와서는 황급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를 해왔다.

“헉헉! 단주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남서쪽에서 멸천의 무리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멸천의 무리?”

그의 보고에 수뇌부의 무인들은 모두 밖을 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서북족에서 수많은 인마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청의단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으니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육안으로만 보아도 그 숫자는 청의단의 두세배는 족히 넘을 듯 하니 장천으로선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모두 진을 정비하라!”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지라 대주들에게 지시하여 적과 싸울 준비를 하니 단주인 장천의 명령에 청의단의 무인들은 모두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청의단의 무리들이 구궁진을 이루었을 때 멸천의 무리들은 길게 늘어져 이들을 격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멸천의 무리들의 숫자는 족히 일만을 넘어서는 듯 했다.

무공의 실력은 크게 떨어진다고는 하나 숫자에서 청의단에 비해 서너배는 많았기에 장천으로선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자신이나 무공이 높은 이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나 나머지 사람들은 이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당연했다.

암담함이 밀려오는 사람들이였으니 개방의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전멸된 위기에 처했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정무맹에선 이런 소식을 알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였으니 원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입장이였다.

한편 이번 호북평원에서의 멸천문의 수장인 만경으로선 지금의 상태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니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살척.”

“아! 예.. 녀석들의 기를 본다면 정무맹의 후지기수들로 이루어진 청의단이라 생각됩니다.”

“청의단? 이런 하룻강아지들을 상대하게 되었군.”

단살척의 말에 만경은 겉으로는 시시하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지만, 내심 이번 싸움에서 녀석들을 섬멸하여 멸천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상승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된 정무맹과의 싸움에서 멸천문의 패전이 잦아지고 있었으니 문내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후지기수들로 이루어졌긴 하지만, 정무맹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쓰러뜨린다면 문내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였다.

한편 단살척의 옆에는 두 명의 무인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하고 있었으니 이들의 곁에서 그는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니였다.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이였으니 만경으로선 이상하다 생각되었는데, 평소의 단살척이 그렇게 내심을 겉으로 표하는 사람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몸이 좋지 않은가?”

“아..아닙니다.”

방금 전 자신이 불렀을 때도 딴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이였이게 만경으로선 그의 뒤에 있는 두 명의 무인을 처다 보았다.

단살척의 말로는 문에서 배치된 자신의 부하라고 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고 있었지만, 이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남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살척과 이야기 할 것이 있으니 두 사람은 잠시 자리를 피해 줄 수 있겠는가?”

만경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두 사람에게 말했는데, 그의 주위에 있던 무표정한 무인들은 만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이들이 뒷쪽으로 사라지지자 만경은 미간을 찌프리며 그를 보며 물었다.

“저자들이 누구인가?”

“예?”

“저자들이 누구라고 물었다.”

“아..예..문에서 저에게 배치된...부하들입니다.”

“부하? 오히려 네 녀석이 저자들의 부하인듯 보이는구나.”

만경의 말에 단살척은 흠찟한 모습을 보이니 범상치 않은 자들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뒤에 있는 자를 불렀다.

“만흥!”

그의 외침에 만흥이라 불리는 자는 포권을 하며 다가오니 그의 사촌동생으로 현재 만경의 개인적인 무사대인 해경단의 부단주에 있는 자였다.

“방금 전 두 녀석의 목을 베어라.”

“안됩니다!”

만경이 두 무사의 목을 베라 지시하니 단살척은 크게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으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자들의 정체를 말해 주겠나?”

“그것이....저..저 분들은 멸천십군 중 두 분이십니다.”

“멸천십군!”

그의 말에 만경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멸천문의 멸천십군은 지금까지 문 내에서 단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였기 때문이다.

그저 문서상에서나 보았던 이름을 단살척에게 들었으니 만경의 놀라움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는데, 왜 그들이 자신들에게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일로 멸천십군이 이곳에 있는거지?”

“그것이...저 역시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멸천십군이란 말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그였는데, 일단 정체를 숨기고 있는 만큼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였기에 그저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모르는 척을 하도록 하지.”

“옳으신 선택입니다.”

단살척은 일단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자신과 만경에게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니 만경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적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도 없는 그였으니 방법은 단 하나뿐이였다.

숫자가 현격히 차이가 나는 만큼 그다지 별다른 방법 없이 오로지 숫자로 밀어 붙이겠다는 생각이였다.

평원인 만큼 별다른 전술 역시 사용하지 못할 것을 감안한다면 만경의 이러한 선택은 청의단에게는 절망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

마경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만에 가까운 무사들은 일제히 밀려들어가니 청의단의 무사들은 장천의 명령에 따라 하나로 뭉쳐서는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암담하군! 합!”

동방명언과 데비드는 장천의 곁에서 그의 주위에서 멸천문의 무리들을 상대하고 있었으니 쉴새 없이 밀려드는 녀석들을 보며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숫자로 밀어 붙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상대로선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으니까. 집단과 집단간의 싸움에서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지라 장천은 이를 악물며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후지기수들 중에서 무공이 뛰어난 자들만을 모아 적의 포위망을 뚫고 후퇴를 하는 것이였다.

“명언! 무공이 높은 자들만을 모아 북쪽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자!”

“예!”

장천의 명령이 떨어지자 동방명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니 잠시 후 청의단의 무리들 중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 장천의 곁으로 몰려 들었다.

동방명언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은 무인들은 일제히 북쪽의 포위망을 향해 돌격해 들어가니 멸천문의 무리들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청의단의 녀석들이 북쪽 포위망을 뚫으려고 합니다.”

“그 정도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지 않은가! 단살척!”

“예.”

“해경단의 무사들과 함께 녀석들을 막아라!”

“예!”

마경의 명령을 받은 단살척은 해경단 무사들 오백명과 함께 북쪽의 포위망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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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외지로 향해 있었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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