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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비도무랑-256화 (257/355)

제 47 장 청의단의 젊은 무인들 (5)

데비드의 말에 문규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 잠시 후 크게 숨을 내쉰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주흥을 돋구기 위해 어설프지만 한번 생각한 것을 해보겠습니다.”

문규는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자신의 잔을 들어서는 그대로 장천에게 건네주니 장천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잔을 받았다.

“자 한잔 드십시요.”

문규는 장천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술단지를 들어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는데, 그 순간 이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문규가 따르는 술은 잔을 채우며 뿌연 안개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안개가 잔을 가리는 것과 같은 모습에 장천은 곰곰히 그것을 생각해보다가 천천히 왼손의 검지를 술잔 위에 올려놓으니 그 순간 안개가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오! 놀랍군요!”

장천은 검지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방금 전의 상황을 알 수 있었으니 문규는 장천에게 잔을 건네주면서 술잔 안에 내력을 사용하여 공기를 빠른 속도로 맴돌게 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술잔을 잡고 있는 장천을 알지 못했지만, 술잔 안에선 빠른 공기 회전이 일고 있었으니 술을 따르자 공기 회전에 안개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어설프지만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문규의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짓고는 술잔안에 술을 따라서는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멋진 묘기를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

문규는 장천이 따라준 술을 잠시 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어서는 술을 천천히 마시니 잠시 후 크게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장천을 처다보았다.

“과연 단주님이십니다.”

“뮨규님의 보여주신 것에 비하면 장난 일 뿐이지요.”

사람들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궁금한 표정을 지으니 옆에 있는 문민이 문규를 보며 물었다.

“도대체 뭔데 그렇게 놀라는거에요?”

“단주님이 따라주신 술에는 두 가지 음양의 기운이 들어 있었다. 윗부분은 따뜻하게 데운 술이였는데, 아랫부분은 마치 얼음에 넣어 둔 것처럼 차갑기 그지 없더구나.”

“아!”

그제서야 문민은 문규가 그렇게 놀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력으로 술을 덥히는 것은 자신 역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고, 술을 차갑게 하는 것은 음한 무공을 익히면 가능한 일이나 이 두 가지 기운을 한 잔의 술에 모두 담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다.

술과 같은 액체는 내부의 기운이 움직이기 때문에 찬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섞일 수밖에 없었는데, 작은 술잔의 술로 이 두 가지 기운이 섞이지 않게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의 수법이 필요한 것이다.

문규의 말에 사람들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하니 곽무진 역시 그대로 볼 수만은 없다는 듯이 갑자기 술단지를 들며 말했다..

“자자! 나도 한 수 보여주지! 모두들 술잔이나 비워두라고!”

곽무진의 말에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술잔을 비워서는 내려 놓으니 그는 갑자기 오른손으로 단지의 밑바닥을 잡고는 그것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단지 술단지를 돌리는 것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유의깊게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다음 순간 술단지의 입구에서 물방울이 튀어 오르듯이 술이 튀어 나와서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술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기세가 강한지라 사람들은 혹시나 술이 밖으로 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튀어나간 술은 술잔의 옆을 미끄러지듯이 흘러서는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으니 사람들은 크게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굉장하군!”

“무진형의 선풍도의 수법이군요.”

“역시 천이는 한 번에 알아보는구나.”

“그럼요. 본문에서 정식도법으로 인정받은 무공을 제가 왜 모르겠어요.”

곽무진의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이어 다른 사람 역시 하나 둘씩 자신의 솜씨를 보여주니 술자리는 절로 흥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규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못했으니 장천의 곁에 있는 청의단의 무리들이 하나 같이 상당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소문주님이시군. 같이 있는 자 중에 약한 자가 없으니 말이야. 아무래도 이 자들의 솜씨를 보니 문에서 다른 명령이 내려온다면 그것을 수행하기가 어렵겠구나.’

물론 문규 자신은 장천을 제외한다면 이곳에 있는 자를 모두를 이길 수 있다 생각했으나 적어도 백초 안에는 어떤 이도 쓰러뜨릴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다 장천과 자신의 무공 차이가 상당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실행할 때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히 술자리가 끝난 다음날 장천은 악의명과 이백을 불러 들였는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악의명이나 이백 모두 어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눈이 부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잠을 설치셨나보군요.”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저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회피하니 악의명은 모르겠지만, 이백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유향에게 이백을 설득하라고 지시를 내렸었는데, 들리는 말에는 이백이 그녀에게 상당히 들볶였다 했기 때문이다.

이백의 부친인 영하문의 문주 이성과 유향의 부친인 유가장의 주인 유영성은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였으니 자연히 이백과 유향은 친할 수밖에 없었다.

영하문이 재정에 상당한 위기에 처했을 때 다른 이들은 이성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지만 유영성은 가산으로 있던 땅을 대부분을 팔아서 그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이 두사람의 친분은 두텁다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유향이 자신을 들들 볶자 오랜 시간 지냈던 정도 있거니와 두 가문의 친분도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밤을 새고 말았던 것이다.

또 거기에다 이백은 오랜 시간 오누이처럼 지내왔던 유향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갈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희들을 찾으셨습니까?”

두 사람의 말에 장천은 길게 한 숨을 내쉬고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저로서는 청의단을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 역시 아시다시피 청의단의 정파의 후지기수들은 몇 가지 일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치려하지 않으니 얼마 후 멸천문과의 대전을 앞두고 있는지라 답답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은 미간을 찌프리니 상대가 직접적으로 문제점을 제시하고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청의단의 일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장천의 탓도 있었으니 정무맹이 결성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람이 무당의 위기 때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느 순간에 단주의 직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무공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무맹에서 확실한 공적을 세운 것은 없었고, 맹내에서의 소문에서는 쌍도문과 가까웠던 공동파의 문주이자 현 맹주인 천무성자의 입김으로 청의단 단주의 좌에 올랐다는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구파일방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던 악의명은 자연히 후지기수들 사이에서의 입지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백의 경우에는 무공이 떨어지기는 하나 인의대협이란 이름으로 중소문파 사람들의 선두에 서고 있었으니 명문정파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장천의 문파인 쌍도문이 중소문파들과 가까운 사이라고는 하나 그들 역시 구파일방의 좌까지 넘보던 거대문파였기에 장천과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은 것이다.

악의명의 속마음으로는 그렇게 어려우면 단주의 직위를 내어 놓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옆에 이백이 있었으니 어제 있었던 동방명언과의 대결에서 추태를 보였던지라 대놓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한다면 이백이 조소를 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천이 이렇게 두 사람에게 문제점을 토로함에 악의명으로선 상황이 어렵다 생각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역시 청의단의 한사람으로서 그의 청에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주님께서 이야기 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나 저희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저 문파의 이름으로만 먹고 사는 자들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파의 이름으로만 먹고 살아?”

이백의 말에 악의명은 미간을 찌프리며 그를 노려보았는데, 이백은 그저 미소만을 지을 분이니 악의명으로선 분통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녀석을 후드려 패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만 갈 뿐이였다.

“저희 역시 지 분수도 모르는 자들 때문에 장대주님의 청을 따르기가 어렵군요.”

악의명은 이백의 말에 복수라도 할 모양으로 말하니 이백의 미간 역시 꿈틀이니 두 사람의 모습에 장천으로선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멸천문과의 대전에서 전 단주의 직에서 물러날까 합니다.”

“예?”

장천의 충격적인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으니 설마 장천이 단주 직에서 물러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저의 능력의 부족함을 느끼고 물러나려 했으나 멸천문과의 싸움이 코 앞에 와있는 지금 물러난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의 일전 이후로 결정한 것입니다.”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니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이유로 저의 뒤를 이어 단주의 직을 맡을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두 분 중의 한 분이 저의 뒤를 맡아주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음...”

역시나 자신들에게 그런 말이 나오는지라 악의명과 이백은 서로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으니 장천은 얼씨구나 하는 생각에 계속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두 분 중 한분에게 이대로 단주의 직을 양보한다면 후에 있을 일이 걱정입니다.”

“음...”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다음번 단주는 저와 부단주인 정운대사 두 사람이서 이번 멸천문의 대전에서의 결과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번 대전이요?”

“예. 하나 명심하셔야 할 것은 단순히 그 싸움에서 높은 전과를 이루신 분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보신다는 것입니까?”

“저희들의 싸움이 이번 멸천문과의 싸움으로 끝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은 두 분 역시 잘 알고 계시니 만큼 정운대사와 저는 전과를 보는 것이 아닌 두 분의 협력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입니다.”

“협력이요?”

“예. 이유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음...”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의 미간은 찌프려질 수밖에 없었으니 서로 앙숙인 두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악의명과 이백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나오니 두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찜찜할 수 밖에 없었다.

장천 역시 정파의 무인인 만큼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을 어기지 않는다면 자신들 두 사람 중 한사람이 단주가 될 것은 분명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조건이 전과가 아닌 협력을 본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였으니 빨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기에 할 말이 없을 뿐이였다.

단주의 천막을 나온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서로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더 이상 말을 못하고는 그대로 갈라져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천막의 한 편에서 동방명언이 나오니 장천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대로 그들이 움직여줬으면 좋겠군.”

“단주의 자리를 노리던 사람인데다가 두 사람 모두 전날에 상당히 골치를 썩은 모습이 역력하니 의외로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것 같은데 뭐.”

“그래 좋게 생각하는 것이 좋지 뭐.”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동방명언이였다.

이날부터 청의단의 진법수련은 그 전보다 상당히 원활하게 돌아가니 서로 단주의 직을 차지하기 위해서 두 무리들이 머리를 숙이고 협력을 보이는 태도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천으로선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만족하기는 했지만, 과연 이런 것이 멸천문과의 싸움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것은 아직 모르는 일이였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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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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