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46화 (247/355)

제 45 장 광무자의 마지막 가르침 (2)

“일단은 본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숙모님을 안전하게 본문으로 모시는 일이다. 무적강시가 된 사백부님은 문주님에게 명을 받고 처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군요.”

구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으니 백부님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일단은 요사제는 사숙모님과 제수씨를 모시고 먼저 문파로 향하도록 하게, 난 장사제와 함께 그들을 막고 있겠다.”

“알겠습니다.”

요운 역시 지금의 자신의 상태로는 두 사람의 방해만 된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기에 고개를끄덕이며 임아란과 유능예, 그리고 소천과 함께 산을 내려갔다.

이들이 모두 산을 내려가자 구궁은 장천을 보며 말했다.

“강시를 조종하던 승려가 상처를 입었으니 그 흔적을 찾아가면 찾을 수 있을것이다.”

“예.”

그의 말에 몸을 날린 장천은 승려가 흘린 피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따라 움직이니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구궁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크크크 장천...오늘이 너의 마지막 날일 것이다.’

혈흔을 찾아 무적강시와 의문의 승려를 찾아가는 장천은 잠시 후 북문산의 중턱 부분에서 동굴을 하나 발견 할 수 있었으니 그곳으로 혈흔이 이어져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구사형! 이곳에 혈흔이 이어져 있습니다.”

“녀석들이 동굴 안에 있는 모양이구나.”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구궁은 근처에 있던 나무를 주워서는 옷을 말아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들고는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화룡신도와 냉혈검을 뽑아 들고는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축축한 습기가 가득한 동굴 내부는 음침한 기운이 가득해 있었으니 들리는 소리는 바닥에 고인 웅덩이를 밟는 두 사람의 소리와 습기가 모여 만들어진 물방울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언제 적이 나올지 모르는 순간이였기에 장천으로선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주위를 조심히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장천은 잠시 후 두개의 인형이 희미한 빛 사이로 볼 수 있었으니 안력을 돋구어 자세히 관찰한 후에야 그것이 등평과 광무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형!”

“보고 있다. 근처에 녀석이 있을테니 방심하지 말아라.”

“예.”

두 구의 무적강시에게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장천으로선 이상하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는데, 구궁은 잠시 주위를 살펴 보다가 그를 보며 말했다.

“천아 네가 안쪽을 살펴보도록 하거라. 난 녀석이 밖에 있을 수도 있으니 입구 쪽에서 지키고 있겠다.”

“예.”

구궁을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그가 건네준 횃불을 받아서는 안쪽을 살피며 안으로 들어가니 그를 보며 구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의 입구 부분으로 가자 승려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이니 구궁과 손을 잡고 있는 소림의 파계승 노진이였다.

“장치는 이미 해 놓았네.”

“고맙네.”

노진의 말에 구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니 입구의 한 쪽에는 길게 느리워져 있는 심지가 있었다.

“원래 무적강시는 아버지를 상대하기 위해서였지만, 네 녀석의 친인들이니 마지막 가는 길의 선물로 주지. 크하하하!”

그와 함께 심지에 불을 붙이자 불꽃과 함께 빠른 속도로 타들어가니 구궁과 노진이 물러나자 잠시 후 대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장천이 들어간 동굴의 입구가 무너졌다.

[쿠구궁!!]

노진은 주위에 화약을 장치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폭발과 함께 커다란 바윗돌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니 입구는 순식간에 막혀졌기에 무림 제일인라는 혈비도 무랑 조차 뚫지 못할 모습이 되어 있었다.

“크하하하하!”

완전히 막힌 동굴의 입구를 보며 대소를 터뜨리는 구궁이였으니 이제 자신의 야망이 눈 앞에 온 듯한 쾌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한편 동굴 안으로 들어가 승려를 찾고 있던 장천은 갑자기 굉음과 함께 대지가 들썩이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너진 바위로 입구가 완전히 막혀있자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헉...도..동굴이..”

정신을 차린 장천은 급히 동굴의 입구 쪽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무너져 내린 바위는 족히 몇장은 막혀 있는 듯 했으니 허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천은 자신의 위기보다 먼저 사형인 구궁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혹시나 이 바위 밑에 깔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궁 사형은..괜찮을까...젠장! 그건 그렇고 이젠 어떻하지..”

도저히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 입구를 보며 절망감까지 밀려드는 장천이였으니 아들을 찾자마자 이러한 상황에 빠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무너져 내린 입구 쪽으로 뛰어가 온 힘을 다해 돌을 치우려 했지만, 한시진 정도가 지났음에도 반장도 나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길이 뚫렸는가 싶으면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다시 원상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끄아아!!”

참을 수 없던 장천은 고함을 지르며 지금의 절망감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그러한 행위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으니 잠시 후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리에 주저앉아 멍한 채 있던 장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으니 이렇게 절망해 있는다고 해서 처리될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안 쪽으로 들어가자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두 구의 무적강시가 있었으니 절망감에 차가워져 있는 등평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장천이였다.

“백부! 흑흑흑..이제 난 어떻한답니까.”

절망감에 생의 기운이 없는 자에게 하소연하는 장천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모습으로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점점 좁아져가는 동굴은 이제 기어 갈 정도로 좁은 틈으로 변해 버렸으니 횃불을 집어넣어 안을 처다 본 장천은 포기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 쪽으로 갈수록 좁아져가는 동굴로는 도저히 들어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끄아아!! 젠장할!”

또 다시 밀려온 절망감에 절규하듯 소리치는 장천이였으니 깊은 한 숨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제 횃불의 불빛마저 사라져가고 있었으니 잠시 후 완전히 불이 꺼지며 동굴은 암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미치겠군.”

힘없는 모습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 장천은 두 사람의 옆에 앉아서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박고는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었다.

빠져나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버린 장천은 이러한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몇시진이 지났을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였으니 날이 밝은지도 어두운지도 모르는 순간이였기에 또 다시 잠을 청하고 말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잠만 잘 수도 없는 일이였으니 그의 눈은 더 이상 감겨지지 않았다. 족히 십여시진은 잠에 빠져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허기는 밀려오고 있었기에 주위를 돌아보며 먹을 것을 찾아보는 그였지만, 박쥐같은 것조차 보이지 않기에 벽면을 타고 맺혀있는 물방울이나 바닥에 고인 웅덩이의 물을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

물로 간신히 허기를 채운 장천에게 지금 해야 할 일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한 숨을 쉬며 앉아 있다 퍼뜩 생각이 들어 가부좌를 취했다.

과거의 무림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러한 동굴에서 수십 년을 단식하며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바에 신선이나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천천히 운기를 하기 시작하니 진기를 돌리며 내공을 늘려가며 시간을 때우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장천에게는 과거 문파의 태사숙조에게 배운 자연도가 있었기에 점점 그의 정신은 맑아지기 시작하니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연도의 흐름으로 주위의 기류를 찾아보자 외부의 기운이 동굴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방향은 동굴의 반대편, 사람이 지나다닐 수도 없는 작은 통로였다.

장천은 통과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곳마저 막혀 있다면 공기가 없어 지금껏 버티지 못할 것이였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도의 흐름으로 작은 혜택이나마 감사하게 느끼는 장천이였으니 마음을 안정시키자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곁에 있는 두개의 무적강시에선 미약하지만 작은 흐름이 느껴지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일까?’

장천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더욱 정신을 집중시켜 그 흐름을 찾아보았지만, 이내 실망 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흐름이 너무 미약한지라 인간이 생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장천은 그렇게 계속 운기조식에만 열중하니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자 그의 턱에는 거칠거칠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족히 오일은 흐른 것 같군..’

유난히 수염이 잘 안 나는 체질이였기에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는 장천이였다. 하지만 운기조식 탓에 허기는 느껴지지 않고 있었으니 가만히 있으면 또 허기짐을 느낄까 하는 생각에 또 다시 운기조식에 잠겼다.

천천히 지금까지 배웠던 무공에 대해서 차분이 생각하자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알게 되니 평상시에 조금은 촐싹맞다고 할 수 있는 그였기에 이러한 시간으로 무공의 요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력은 어느 정도 상승했음을 느끼는 장천이였으니 이제 완전히 무념무상의 경지에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에 명상에 잠겨 있을 때 장천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아..천아..내 말이 들리느냐..]

“!!”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장천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헛된 사념인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마는 장천은 다시 명상에 잠겼는데, 또 다시 그 목소리가 장천의 머리를 울렸다.

[천아..천아...내 말이 들리느냐..]

“대사형?”

자신의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가 광무자의 목소리음을 알게 된 장천은 크게 놀라 눈을 떴으나 이미 명을 다해 무적강시가 되어 있는 광무자에게선 전혀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한 숨을 쉬며 다시 눈을 감았다.

[다행이구나...내 말이 너에게 들리게 되니 말이다.]

“헉!”

그러나 또 다시 명상에 잠겼을 때 이제는 더욱 더 명확하게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크게 놀란 장천은 숨이 막히는 듯한 충격에 잠겼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안 장천은 다시 명상에 잠겨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 동안 수 없이 너에게 말을 걸었는데,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러 간신히 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구나 천아..]

“대사형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장천은 입을 열어 광무자에게 천천히 말을 건네니 잠시 후 미약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려왔다.

[유성신창을 다루는 자에게 죽음을 당해 무적강시가 되었으나 그 때 나의 명이 완전히 끊겼던 것이 아니라 무적강시가 되자 육체는 죽고 정신만 멀쩡한 꼴이 되었구나.]

“그런..”

광무자의 말에 스승과도 같은 그가 이런 꼴이 되었다는 것에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257] 혈비도 무랑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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