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장 구궁의 함정 (6)
“이게 뭐지?”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천은 객방에서 찾은 소북을 주인에게 들여다보이며 말하니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변해 버렸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때에 무인인 장천이 그것을 들여다 보이자 기가 질려 버린 것이다.
“저 방에 머물던 여인들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장천은 그 말과 함께 품에서 꺼낸 은원보를 가볍게 말아 쥐니 놀랍게도 은원보는 진흙과 같이 뭉개져 버렸다.
“네 얼굴도 이 꼴이 될 것이다.”
뭉개진 은원보를 보이며 말하니 주인의 얼굴은 더욱 시퍼렇게 변하니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화..활을 들고 있는 남자와 함께...서..서쪽길로 향..향했습니다.”
“그래?”
주인의 말에 장천은 은원보를 그의 앞에 내려 놓고는 요운을 보며 말했다.
“요사형. 활을 들고 있는 남자라면 구사형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일단 동쪽으로 향하자.”
“예.”
일단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만큼 주인에게 들은 대로 동쪽으로 향하는 두 사람이였으나 확실한 소식을 알 수 없었기에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급히 말을 몰아가는 사람들에게 수소문하는 장천들은 객점에서 백리 정도 떨어진 마을에서 임아란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다..다시 말씀해주십시요.”
“그러니까 아리따운 여인 두 사람이 아이와 함께 저기 북문산으로 가더라니까요.”
장천에게 말하는 사람이 가리키는 북문산은 그리 큰 산은 아니였지만, 척 보기만 해도 산세가 상당히 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였다.
대로가 뻔히 보이면서도 왜 두 사람이 그곳으로 향했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장천이였으나, 일단은 이 사람의 말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왜 임아란은 쌍도문의 사람들이 있는 은원방으로 가는 길에서 갑자기 북문산으로 발길을 옮긴 것일까?
어느정도 몸이 낳아 소천을 데리고 은원방으로 가던 임아란은 한시라도 빨리 문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
“어머니 몸도 아직 안좋으신데, 천천히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를 보며 능예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 임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생각보다 일이 지체되었는지라 문파의 사람들이 크게 걱정할 것이 분명한데, 어찌 천천히 갈 수가 있겠는냐. 풍문을 들어보니 중원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으니 한시라도 빨리 문파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예.”
걱정은 되었지만, 능예로선 그녀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길을 가던 세사람은 잠시 작은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급히 길을 서두른 탓에 상당히 지쳤있는지라 다점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임아란은 다점에 앉아 있다 누군가를 보고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주버님?”
“무슨 일입니까?”
구궁은 임아란의 놀란 표정에 물어 보니 그녀는 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분은 등 백부님이 아니시냐.”
“예?”
그녀의 말에 구궁은 다점의 창문 쪽을 처다보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으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못 보신 것 아니십니까? 등사백님은 쌍도문의 혈사 때...”
“아니다. 분명 큰 아주버님이셨다.”
임아란은 참지 못하고 다점을 나와 보았지만, 방금 전에 보았던 등평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한참을 그렇게 망설이다 한 숨을 쉬며 다점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아무래도 몸이 좋지 않아 헛것을 본 모양이구나.”
“.....”
그녀의 말에 능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마니 어머니를 속인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아버지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그녀로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다점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임아란은 다시 길을 걸었는데, 그 때 또 멀리에서 등평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궁아!”
“예. 사숙모님.”
“저 분이 등백부님이 아니시더냐?”
“예?”
구궁은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멀리 가고 있는 사람을 보니 등평과 비슷한 것 같은지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비슷하기는 합니다만....”
등평은 죽었다는 말을 하려는 구궁이였지만, 임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저 분에게 가보도록 하자!”
물론 그녀 역시 등평이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정이였으니 급히 그에게 뛰어갔다.
하지만 기껏해야 오리도 되지 않는 길이였지만, 등평이라 생각되는 자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세사람 모두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였기에 경신술을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뒤쫓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은 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임아란은 아주버님을 만나야 겠다는 생각에 북문산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을 알지 못하는 장천과 요운은 임아란들이 왜 북문산으로 향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장천과 요운은 북문산을 올라갔는데, 한참을 오르자 산 중턱의 암자에서 누군가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잠시 말씀 좀 묻겠....헉!”
장천은 바둑을 두는 두 사람을 보며 말을 건네다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무표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바로 과거 쌍도문의 문주였던 등평과 두 사람의 대사형인 광무자였기 때문이다.
“드..등백부님...광무자사형!”
요운의 놀란 목소리에 등평과 광무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그들의 눈동자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두 사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장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등백부님!”
장천은 죽었다고만 알려져 있던 등평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감격의 표정에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였으니 죽었다고 알려져 있던 친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장천은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등평이 허리에서 도를 빼내어 장천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던 것이다.
제대로 방비하지도 못한 장천은 가슴에 일직선의 도상을 입고 말았으니 멍한 표정으로 지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인지 할 수가 없었다.
“드..등백부님?”
하지만 그의 떨리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평은 도를 휘둘러 장천의 목을 베버릴 듯이 휘두르는데, 놀란 요운이 급히 장천의 몸을 뒤로 끌어당긴 덕에 목이 달아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요..요사형...”
“젠장!”
요운 역시 멍한 것은 다를 바 없었으나 일단 강호에 대한 견식이 많았던 그는 두 사람이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장인 어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다니! 살려 둘 수 없다!”
요운은 크게 노한 표정으로 쌍도를 들어서는 그대로 녀석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는데, 그때 등평의 인피면구를 썼다고 생각한 자가 갑자기 두개의 도를 하늘로 치솟아 오를 듯이 휘두르는데, 강한 도풍이 일대를 일렁이며 요운을 향해 밀려 들어갔다.
“청풍도법!”
급히 청풍도법을 사용하여 도풍의 날카로운 기류를 이용하여 뒤로 물러서는 요운이였는데, 장천의 곁까지 밀려들어간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운심공에...쌍룡승천도법이다...”
“설마..?”
“진짜 장인어른이야....”
“말도 안돼요!”
요운의 말에 장천은 가슴에 상처를 쥐어짜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등평이 자신을 향해 도를 휘두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등평과 같이 보내왔던 요운에게 사부이자 장인의 무공을 알아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였으니 한치의 어긋남 없이 저 사람이 자신의 사부이자 장인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요운이였다.
“젠장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현혹술에 걸리셨나?”
“....혹시...강시?”
“강시?”
하지만 등평의 움직임에는 강시 특유의 딱딱한 움직임이 없이 부드럽기만 했으니 요운은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등평과 광무자는 쌍도를 뽑아서는 장천은 요운을 공격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무공은 과거 문파 내에서 첫째와 셋째를 가리는 실력이였으니 초식 하나하나의 날카로움은 결코 범상치 않았다.
[채재쟁!!]
차마 공격은 하지 못하고 방어만에 정신을 쏟는 두 사람이였는데, 그 때 등 뒤에서 강맹한 기운이 밀려 오는 것을 느낀 장천은 급히 뒤 돌아서는 일각을 내질렀다.
[쿵!!]
그 순간 강한 타격음과 함께 장천의 일각에 한 승려가 뒷 쪽으로 크게 밀려가니 그는 바로 구궁과 손을 잡은 소림의 파계승 노진이였다.
“음...”
장천의 등을 향해 대반야장을 시전한 노진이였는데, 자신의 일장이 그의 일각에 무너진 것은 물론 자신이 십보 이상 밀려나자 상대의 무공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태상문주에게 무공을 전수 받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무공이 강해 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넌 뭐야?”
“......”
장천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또 다시 몸을 날리는 노진이였으니 그를 향해 용조수를 시전했다.
“용조수?!”
상대의 무공이 소림의 용조수라는 것을 안 장천은 그대로 오른발을 앞으로 올려치며 승룡파천각의 초식을 시전하니 강한 강기가 위로 솟구치듯이 올라갔다.
“합!”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를 보며 노진은 용조수의 회룡파미(廻龍破尾)의 초식을 사용하여 몸을 회전시키곤 장천의 아랫도리를 향해 용조수를 내질렀다.
“흥! 낙룡파천각!”
하지만 이대로 상대의 용조수에 당한 장천이 아니였으니 그대로 낙룡파천각으로 노진의 손목을 부러뜨릴 기세로 일각을 내리 꽂았으니 노진은 피할 시간이 없었는데, 애석하게도 장천을 노리는 사라은 그 하나뿐이 아니였다.
등 뒤에서는 파공음과 함께 살기가 밀려오니 장천은 뒤에서 등평과 광무자가 공격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낙룡파천각의 기세를 타고 그대로 몸을 앞으로 날렸다.
“젠장할! 이거 미치겠네!”
등평과 광무자를 공격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몸을 피할 수 밖에 없는 장천이였는데, 그러다 문득 하나의 생각이 머릿 속으로 떠올랐다.
‘무적강시?’
혈마에게서 강시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던 장천은 그가 알고 있는 혈강시 외에도 혈교에는 하나의 강시가 존재한다 들었으니 살아 있을 적 고수인 사람들을 이용하여 강시로 제조하는 무적강시였다.
혈교 특유의 비법으로 제조한 무적강시는 생전의 무공은 모두 사용 할 뿐 아니라 그 무공도 몇배로 늘어난다 했으니 죽었다고 알려져 있는 등평을 보며 그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255] 혈비도 무랑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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