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장 구궁의 함정 (2)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 일인지라 요운과 장천 두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후에 소식을 듣고 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들을 기다렸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구궁 정도의 인물이 문파의 윗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런 일을 했을리는 없기에 이상하게는 생각했지만, 한참을 생각하던 요운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혹시 사숙모님의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었겠군요.”
확실히 두 사람 모두 임아란과 유능예의 소식을 찾으며 움직였지만, 드 넓은 천하에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으니 일단 이곳에 오면 무슨 소식이 없을까해서 걸음을 재촉하여 온 것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밖의 말을 양우생에게 들은 두 사람은 사숙모의 명령으로 구궁이 소천이를 데리고 갔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는데, 그 때 양우생에게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으로 오면서 무소저를 보지 못했는가?”
“무소저라면...무미미 소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까지 소천이를 보호했던 사람이 바로 무소저인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생각이 드는구나.”
“심상치 않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운의 물음에 양우생은 구궁이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 그녀의 낌새가 이상했고, 그가 떠남과 동시에 무엇인지 화급한 일이 있는 것 처럼 하오문의 총단을 떠났다는 말을 했다.
양우생의 말에 두 사람으로선 무슨 일이 있을까 고심은 해보았지만, 자세한 것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추 또한 불가능 할 수밖에 없었다.
“음...양숙부 일단은 하오문의 사람에게 어머니의 소식을 수소문 해 주십시요. 소천이를 찾기 위해 떠나셨는데, 아무래도 몸이 좋지 않은 분인지라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 그 것 말고 또 뭐가 있느냐?”
“무소저와 함께 구궁 사형의 소재도 알아봐 주십시요. 아무래도 무소저가 무슨 오해가 있는 듯한데, 자칫 큰 일로 번질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음...그래 너의 말이 옳은 듯 하구나.”
양우생 역시 자신의 이제자와 무소저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던 탓에 장천이 똑같은 생각을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의 문도들에게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표식을 받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구궁과 무미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구궁은 진형과 유강이 근처에 도사리고 있다 생각하고는 길게 돌아가니 오일정도가 지난 후에야 간신히 임아란과 유능예가 거처하고 있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객점에 도착하자 노진이 문 앞에서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으니 아이와 함께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음을 옮긴 구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니 고맙군.”
“왔는가.”
구궁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말한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객점 안으로 들어서니 구궁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객점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하기 그지 없었으니 그 동안 노진 때문에 아무도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객점의 주인은 노진이 안으로 들어서자 흠찟 놀란 표정으로 숨으니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 구궁은 품에서 은원보 두개를 꺼내어서는 그의 앞에 내밀며 말했다.
“이 정도면 그 동안 받지 못한 손님 정도의 액수는 될 것이다.”
“아이고. 감사합니다요.”
주인은 구궁이 은원보를 내밀자 잽싸게 그것을 받아 쥐고는 또 다시 숨어 버리니 그는 품에 안겨 있는 소천이와 함께 사숙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숙모님 구궁입니다.”
“아! 궁아냐. 들어 오거라.”
“예.”
아직 밤이 이른 시간인지라 두 사람 모두 깨어 있었으니 임아란의 들어오라는 말에 구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방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리니 그의 품에 한 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것을 보자 크게 기뻐하는 표정이 되었다.
“궁아. 그 아이가 소천이냐?”
“예. 그렇습니다.”
“아! 얼른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예.”
임아란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니 구궁은 그녀에게 소천을 안겨 주었다.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그 동안 앓고 있던 그녀의 입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귀엽기도 하지. 능예야. 이 아이가 정녕 천이와 너의 아이더냐?”
“예. 어머님.”
“천이를 꼭 빼닮았구나. 호호호.”
그동안 앓고 있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기가 넘치는 표정이 되어 있었으니 능예 역시 크게 마음이 놓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객점에 누워 있었던 탓에 혹시 시어머니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았으니 표정이 밝아지는 것에 한 숨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아이의 모습을 보던 임아란은 구궁을 보며 말했다.
“네가 수고했구나.”
“해야될 일을 뿐입니다.”
“그래 이제 들어가서 쉬도록 해라.”
“예.”
임아란의 말에 구궁은 인사를 하고는 물러나니 문 옆에 노진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멸천문의 문도가 이 마을로 온 적이 있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몸은 숨겼다만 무슨 일이 있었지?”
“음...”
노진은 멸천사대호법에 속한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멸천문의 손님과도 같은 사람이였다. 문파의 명부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이였기에 일종의 손님의 입장으로 멸천문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입에서 멸천문의 문도가 마을로 왔었다는 말에 구궁은 미간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으니 노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라.”
“노진?”
“멸천과는 언젠가 인연을 끊어야 했음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는가.”
“음...각무대사의 죽음 때문인가..”
각무대사 과거 노진이 소림에 있을 때 그를 아껴주었던 장경각주로 그가 소림 금기의 무공이였던 달마삼검을 익히는 것 까지도 묵인해 주었던 사람이였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냉혈검까지 이어져 파계승이 되었지만, 노진은 단 한번도 각무의 은혜를 잊은 적이 없었으니 그가 문제라기 보다는 자신이 욕심이 화근을 일으켰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각무가 혈비도 무랑에게 죽음을 당하자 겉으로는 내심을 보이지 않는 노진이였지만, 분노가 그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이번에 구궁이 멸천문을 배신하려는 것을 알고는 그 뜻을 같이 하려 한 것이다.
“항주로 가는 길에 진형과 유강을 만났다. 이미 문주는 나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더군.”
“진형과 유강이라 했는가?”
“그래.”
“그 자들은 내가 처리하지.”
“.... 할 수 있겠는가?”
노진, 소림의 제일 기재라고 불렸던 그였지만, 냉혈검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였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 쯤은 소림 제일 고수라는 각무를 넘어섰을 정도의 무공을 소유할 수 있을 사람이였으니 구궁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멸천사대호법과 동률로 알려져 있었지만, 구궁은 아직 그의 무공이 전부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구궁이 이런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 노진이 무공을 시전할 때 단 한 번도 달마삼검을 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마삼검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린 노진이였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무공 중 가장 뛰어난 것 역시 달마삼검이였으니 신검진인의 제일 제자이자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운검도사와 함께 연구했던 무공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노진이 검을 잡는다면 사대호법 중 어느 누구도 그에게 적이 될 수 없다는 추측을 하고 있던 구긍이였으니 그가 진형과 유강을 처리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자네에게 두 녀석의 처리를 맡기도록 하지.”
구궁의 말에 노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곁을 떠나니 그로서는 한 시름 덜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구궁은 자리에 앉아서는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방문 밖에서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어와라.”
구궁은 이미 자신에게 올 사람이 누구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하니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바로 임아란을 간병하고 있었던 유능예였다.
그녀의 표정은 불안감이 가득해 있었으니 구궁은 손을 들어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유능예는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이제 해약을 주세요. 이러다가...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크크크...”
그녀의 다급한 말에 구궁은 조소를 터뜨리고 있었으니 잠시 후 품에서 약재를 싼 종이를 건네 주고는 말했다.
“무골산의 해독약이다. 몇 일 후면 떠나야 하니 움직이게는 해야 되겠지..크크크”
놀랍게도 그녀가 달라고 했던 해약은 무골산의 해약이였으니 무골산은 그것을 먹게 되면 몸에 힘이 사라져 제대로 걸음을 옮길 수도 없는 독약 중의 하나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지만, 장기 복용하게 되면 전신불수가 되는 독약이였는데, 능예가 왜 그것의 해약을 구궁에게 달라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였다.
해약을 받아든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아버지는...”
“...걱정 말아라. 나만이 알고 있는 곳에서 편히 있을테니 말이다.”
“......”
유능예의 아버지는 과거 홍련교의 교주였던 유문영이였으니 그녀는 왜 구궁에게서 아버지의 소식을 묻고 있는 것일까?
구궁이 암계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사이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혈비도 무랑은 물론 장천 역시 그가 꾸민 암계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누워 있던 임아란은 소천이 때문인지 건강에 많이 좋아져 앞으로 삼일 정도면 다시 길을 떠날 수 있을 정도의 몸이 되어 있었다.
능예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며느리가 우는 것을 보며 임아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아이가 돌아 온 것이 기쁜가 보구나.”
“아! 아닙니다. 어머니...”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였으니 그 눈물을 진의를 아는 것은 오로지 구궁 뿐이였다.
두 여인이 이렇게 소천이와 함께 있을 때 구궁은 비밀스럽게 멸천문에서 자신이 끌어들인 수하들과 연락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에게서 진형과 유강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었다.
“노진 부탁하네.”
소재를 알아낸 구궁은 자신의 옆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는 노진을 보며 말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형과 유강이 있다고 알려진 곳으로 경공술을 시전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항주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객점에선 진형과 유강이 거처하고 있었으니 벌써 수백명이 넘는 멸천문의 문도가 나서고 있었지만, 구궁의 소재를 알 수 없자 답답한 심정이였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지? 분명 항주로 향했다 생각했는데..”
진형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답답한지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유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아랫것에게 맡긴 것이 실수인 것 같다. 구궁이라면 본문의 문도들조차 쉽게 움직일 수 없는 곳에서도 평지와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야.”
“으드득..”
유강의 말에 진형으로선 이를 갈았으니 전에 놓쳤던 것이 아직까지도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그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가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고개를 저었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헉헉..노..노진 대사가 나타났습니다.”
“노진이?”
“예. 그..그것도 객점 앞에!”
“뭐?”
구궁과 노진이 같이 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그가 발견 됬다는 말에 기쁨 표정을 짓다가 객점 앞에 나타났다는 말에 금새 놀란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들로서는 노진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찾고 있었던 인물이 나타난 만큼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지라 진형은 세워 두었던 유성신창을 들고는 멸천문의 문도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251] 혈비도 무랑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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