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장 무너진 무림 (4)
"합!"
양칠성진의 공격은 전혀 빈틈없이 이루어졌기에 각무로선 한 군데도 피할 곳이 없었으니 검에 적중될 위기에 처했
다.
하지만 공동의 천무성자는 강맹한 도법으로 무당의 신검진인은 허와 실을 적절히 이용하는 검술로 그 이름을 날렸
다면 각무가 이들과 함께 혈비도 무랑과 대적할 수 있는 무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소림의 외공이었다.
검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한 각무가 기합을 내지르자 양칠성진의 검은 그대로 그의 몸에 적중하고 말았는데, 잠시
후 이들 모두는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들이 각무에게 내지른 검은 그의 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쇠 덩어리에라도 찌른 것처럼 충격과 함께 휘
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
천무의 좌에 있던 이문은 그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으니 소림에서 불강불괴신공이 극성에 이른
인물은 손에 꼽힐 정도였기 때문이다.
'과연 각무인가!'
소림으로 오기 전 태상문주인 혈비도 무랑에게 각무에 대해서 들었던 이문은 상대의 능력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공격을 한다해도 금강불괴신공을 꿰뚫지 못한다면 각무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할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
문이다.
"음양합일진(陰陽合一陣)!"
음칠성과 양칠성의 각자의 힘만으로는 금강불괴를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두개의 진을 하나로 합한 것이다.
하지만 이문은 선택은 잘못됐다고 밖에 할 수 없었으니 각운이 두개의 진이 합일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만큼 노련한 노승이였으니 양칠성과 음칠성이 하나로 합해지는 것을 보며 그대로 왼손을 들어
백보신권을 날렸다.
[쿵!!]
"끄악!!"
강렬한 권기가 뻗어나가자 진을 합치는 도중인지라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던 두 명의 무사가 그대로 권기에 맞
아 뒤로 튕겨지듯이 나가떨어지니 이문으로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합!"
음, 양 칠성진을 이루고 있는 두 명의 무사가 권기에 쓰러지자 진세는 급격하게 붕괴되니 그것을 놓치지 않은 각
무는 선장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가자 서너명의 무인이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강맹한 내력이 섞여 있는 그의 선장은 검으로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한번 휘두를 때마다 손에 들린
검은 두 동강이 나서 떨어지니 금새 진을 이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반검 상태가 되어버렸다.
"크윽.."
이문으로선 각무를 상대한 음양천무칠성진이 깨지자 이를 갈 수밖에 없었으니 이제 각무라는 초고수를 상대할 방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슈슈슉!!]
칠성진이 완전히 파해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뒷 쪽에서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하나의 암기가 날아오니 각무는 급
히 손에 들린 선장을 들어 올렸는데, 그 순간 손목에서 강한 통증과 함께 암기를 막았던 선장이 크게 치우쳐지는지
라 크게 놀란 각무는 급히 손을 놓고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쿠구궁!!]
급히 선장에서 손을 떼자 암기에 적중한 선장은 맹렬하게 회전을 하곤 그대로 굉음과 함께 땅으로 박혀 들어가자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암기의 공격으로 무림 사대고수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각무의 손에 들린 선장의 튕겨져 나간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기의 공격이라 할지라도 무림에서 단 한 사람만큼은 그 정도의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을 알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
각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읊조리니 잠시 후 마치 선학이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한 인형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천천히 이문의 앞쪽으로 내려왔다.
"태상문주!"
이문은 그 자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니 그는 바로 멸천문의 태상문주인 혈비도 무랑이였던 것이다.
"역시 음영천무칠성진으로는 무리였나 보구나."
"죄송합니다."
"아니다. 처음부터 각무 저도 되는 사람을 수하에게 맡기려 했던 나의 실수가 크지."
이문의 말에 무랑은 자신의 실수라 말하며 천천히 각무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뒤에 있던 군웅들에게서 큰 함성이
들렸다.
"와아!!"
소림사의 요자와 각자 노승들을 상대로 멸천문의 무사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라 이들 중소문파의 무사들
은 자신들이 무림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소림사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이 혈비도
무랑의 등장으로 바뀌어져 버린 것이다.
"아미타불. 시주가 멸천문의 태상문주인 무대협이구려."
"그렇습니다. 각무대사와는 언젠가 만날 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러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미타불.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뜻이겠지요. '
그 말과 함께 각무는 뒷짐을 지고는 가볍게 앞으로 걸음을 옮기니 천천히 걷는 듯한 모습이지만, 한 걸음 옮길 때
마다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었다.
"제가 알기로는 각무대사께서는 달마역근세수진경을 십이성 완성하셨다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늙은 막에 어렵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소이다."
"그렇다면 잘되었습니다. 달마역근세수진경에 관해서는 들어왔습니다만, 그 위력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는데,
친히 각무대사께서 저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실 수 있으니 말입니다."
"본승 역시 혈비도 무랑의 두 가지 무공에 대해 궁금했으니 피장파장이겠지요."
"하하하!"
각무의 말에 혈비도 무랑은 크게 대소를 터뜨리고는 그대로 앞으로 쇄도해 들어가니 각무의 움직임이 느리지만 강
한 기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혈비도 무랑은 쾌속하고 날카로운 예기를 뿜고 있었다.
"합!"
무랑이 어느 정도 거리에 오자 각무는 그대로 일장을 내뻗으니 순간 강맹한 장풍이 형성되어서는 밀려들어가니 무
랑은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장풍을 보며 가볍게 손을 움직이더니 그 기세를 처내며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연환비도 이연격(二連擊)!"
삼장 이상을 뛰어 오른 무랑은 품에서 비도 두 자루를 꺼내어서는 내던지니 비도는 맹렬한 속도로 각무를 향해 쇄
도해 들어갔다.
[후두둑!]
맹렬한 기세의 비도에도 각무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오자 소매를 휘둘렀고, 비
도는 소매 바람에 그대로 땅으로 떨구어졌으니 각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몸을 회전시키며 다른 쪽의 소맷자락
을 휘둘렀다.
무랑의 이연격은 강맹한 기세의 첫 번째 비도에 숨어 두 번째 암도가 존재하고 있었으니 각무는 그것을 눈치 채고
는 급히 몸을 회전시켜서는 비도를 떨구어 낸 것이다.
"회선비도 삼곡격(三曲擊)!"
각무가 두개의 비도를 떨구어 낼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무랑은 떨어져 내리며 세 개의 비도를 내던지니 비도
는 크게 곡선을 그리더니 각무의 뒷통수와 양옆으로 빠른 속도로 뻗어 나왔다.
"합!"
상당한 속도의 공격인지라 쉽게 피할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 각무는 기합을 내지르며 내력을 온 몸으로 퍼뜨리니
무랑의 비도는 그의 몸에 적중하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구어져 버렸다.
피할 수 없음을 안 각무가 급히 금강불괴신공을 사용한 것이니 무랑으로서도 자신의 비도를 떨구어낸 그의 신공을
보며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굉장하군요. 지금까지 무림에서 어떠한 외공을 가진 자도 본좌의 비도를 튕겨 낸 자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노승 역시 마찬가지요. 단순한 암기의 수법으로 생각했는데, 비도에서 강한 내력이 오장육보로 밀려드니 말이요."
무랑의 비도술, 그것은 단순한 암기의 수법이 아니었으니 발끝에 적중했다 하더라도 내력이 크게 치솟아 오르며
내장에 충격을 가했다.
각무 역시 금강불괴신공으로 몸을 보호하기는 했지만, 충격을 받은 동시에 비도의 내력이 침투경이 되어 내장을
공격하자 급히 역근세수진경을 사용하여 몸을 보호하여 내상을 면했던 것이다.
서로의 무공에 감탄하는 두 사람이었으나 이 싸움이 어느 한 사람이 죽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각무로선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무랑을 쓰러뜨려 무림의 대혼란을 종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역근세수진경의
내력을 십성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으니 그 기세에 주위에 싸움을 보고 있던 무인들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음..."
각무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랑으로서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정도였으니 무랑의 입에서는 침음성이 흘러나
왔다.
하지만 천하제일고수라는 그가 이 정도의 기세에 물러서지는 않았으니 품에서 하나의 도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장천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무랑을 향해 내던졌던 여덟 자루의 탈혼섬광구비도 중 하나였으니 각무를 상
대로 보통의 비도로는 쉽게 승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십대신병을 꺼내어 든 것이다.
각무 역시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한 자루의 비도의 예기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으니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
었다.
"탈혼섬광구비도인가?"
"역시 각무대사로군요. 그렇습니다. 애석하게도 한 자루는 다른 이의 손에 있습니다만, 여덟 자루의 비도로도 그리
문제 될 것은 없겠지요."
그의 말대로 한 자루에서 느껴지는 예기만으로도 크게 위축되는 각무였다.
"합!"
먼저 움직인 이는 무랑이였다.
쾌속한 신법이 자랑이기도 한 무랑은 각무의 주위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소림의 무공은 부동심이 있었으니
그의 빠른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각무였다.
"여의비도!"
그의 손에서 비도가 벗어나자 각무는 비도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하여 진각을 내지르며 가볍게 일권을 내질렀다.
[쿵!!]
각무의 일권은 가벼운 듯 보이지만 한없이 무거운 기세 역시 가지고 있었으니 일권의 기세는 무랑이 던진 비도를
튕겨 낼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비도가 점점 가까이 오자 각무는 그 예기의 흐름이 이상하여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펴고 말았으니 그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슈우욱!!]
비도는 갑자기 방향을 선회에서 왼쪽으로 크게 휘어져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방향을 바꾸어 각무의 오른쪽 눈을 향
해 쇄도해 들어왔다.
"큭!"
각무는 급히 소맷자락을 휘둘러 비도의 옆부분을 치고는 튕겨 냈으나 비도는 기세에 날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방향
을 선회해서 각무의 왼쪽 어깨로 밀려 들어왔다.
"이기어검의 수법인가!"
단순한 비도의 수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각무는 급히 몸을 회전하여 비도를 피했으나 또 다시 밀려들어오는
비도였다.
이십여 번 이상을 피하는 각무였으나 비도는 그 때마다 방향을 선회해서는 밀려들어오니 이대로 계속 피할 수는
없다 생각한 각무는 비도가 등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끼며 급히 몸을 회전하고는 손을 돌려 왼손으로 비도를 거
머잡았다.
[구구궁!!]
하지만 그 기세가 범상치 않은 공격이었으니 각무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못하고 오장 이상을 뒤로 밀려 나갈 수밖
에 없었다.
"음..."
간신히 밀려서는 것을 멈추었을 때 비도를 잡은 손을 보니 피가 흐를 정도로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각무 같은 사람이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쉽게 볼일이 아니었으니 등에선 식은땀이 흘
러내렸다.
'권으로 튕겨 내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뻔했구나.'
이 정도의 내력이 포함되어 있는 비도라면 금강불괴신공에 역근세수진경의 힘을 다했다 하더라도 비도에 주먹이
뚫려 있는 것은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