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6화 (237/355)

제 43 장 무너진 무림 (3)

"그렇습니다. 신검진인께서는 이미 이 일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신검진인이 멸천문의 일을 알고 있었다는 말에 노승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혈비도 무랑의 일 역시?"

"그렇습니다."

"음..."

노승들은 신검진인이 소림사로 찾아온 것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니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지금까지 무당에서 은거하고 있던 그가 직접 움직였다고 하는 것은 결코 범상치 않은 일임을 알 수 있

었다.

"신검진인은 무림의 문파 하나하나의 힘으로는 그들과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본사에 도움을 청했소이다. 들려오

는 소문에 따르면 이미 마교는 물론 대사련과 무림맹의 일부 역시 멸천과 손을 잡았다 하니 이제 소림의  힘으로도

이들을 상대할 방도가 없으니 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음..."

무림 삼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마교, 대사련, 무림맹이 멸천문과 손을 잡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무림 전체가

그들의 손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으니 다른 노승들 역시 방장의 의견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소림사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시간이 없었으니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각무가 천천히 좌중에 있

는 노승들을 보며 말했다.

"장격각의 무서와 법서들이 그들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되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해서 본인

이 잠시동안이나마 그들의 앞을 막고자 합니다."

"대사형?"

각무의 말에 각자 돌림의 노승들은 놀란 목소리로 말하니  일만에 이르는 적을 상대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각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달마원의 원주직을 맡고 있는 각운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와 함께 하

겠다는 표시였다.

"달마원의 노승 역시 각무 사질과 함께 그들의 앞을 막아 보겠소이다."

"료문 사숙!"

"이제 이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살겠소이까. 그저 죽을 때를 찾아가는 것만 남았을 뿐이지..허허허."

료문의 말에 료자 배분의 노승들 역시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들은 자신의 희생으로 한 명이라도 많은 승

려들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각무와 함께 멸천문의 무리들을 막기로 한 사람은 각자 배분의 승려 6명과 료자 배분의 노승 3명 이였으니 그 수

는 적도에 비해선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숫자였지만, 하나하나의 무공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들이 산문 밖으로 향하자 승려들은 바쁘게 장격각과 여러 불전들을 돌며 물건을 들고 산 위로 몸을 피하기 시작

했다.

소림사의 승려들이 예상과는 달리 싸움을 포기하고 달아나자 이들 무리들을 인솔하는 무인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당주! 소림의 땡중들이 도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당장 각 단주에게 연락해서 소림을 공격하게 하라!"

"예."

당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만에 이르는 무인들이 소림사를 향해 진격해 들어가는데,  한 순간 이들이 갑자기 멈추

자 당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

"소림의 노승들이 산문의 앞을 막고 있습니다!"

"그대로 쓸어버리면 될 것 아니냐!"

"그런데 그것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부당주의 말에 노기를 터뜨리며 진열의  앞으로 간 그는 잠시 후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 고작 아홉 명의 노승만이 산문 앞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외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생불을 보고 있는지라 무인들이 차마 그들을 뚫

고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머리를 감싸 쥘 수밖에 없는 당주였으니 멸천문에 모인 이들은 정사마의 중소문파에서 모인 자들이었으나  그렇다

고 협의가 없는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림인에게 협과 충은 숭고한 얼과 같은 것이니 정, 사를 막론하고 이것을 함부로  여기는 자를 하찮게 보는 것은

이러한 무인의 습성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는 당주로선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으니 잠시 후 하나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소림의 녀석들이 노승들을 앞에 세우고 시간을 벌 줄이야...큭...운단주!"

"예."

"저 노승들을 죽여라!"

"...알겠습니다."

그로서도 늙은 노승들을 죽인다는 것을 꺼려지는  일이었지만, 멸천의 대계를 완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지라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압!"

검을 뽑아 든 그는 중앙에 있는 노승을 향해 빠른 경신공을 이용하여 쇄도해 들어가니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외

우고 있는 그의 가슴을 향해 일검을 내질렀다.

[텅!!]

하지만 단숨에 심장을 꿰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그는 다음  순간 눈앞에 일어난 일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으니

검은 노승의 목탁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시주께선 참으로 성급하시구려."

"이 빌어먹을 것이!"

인자한 표정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노승을 보며 운단주는  그대로 그의 태양혈을 향해 일각을 내지르니 단숨에

머리를 박살 낼 수 있다 믿었지만, 노승은 그의 일각을 가볍게 손을 들어  막으니 다음 순간 엄청난 내력이 밀려들

면서 일각을 내지른 운단주의 몸은 뒷 쪽으로 크게 튕겨져 날았다.

"끄으윽!"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당주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으니 무림에서 여자와 늙은이를 조심하라는 말을  실감

했기 때문이다.

노승에게선 전혀 의심스러운 기운이란 것은 느낄 수 없었으니 그가 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감단주!"

"예!"

당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곁에 있던 남자는 등에 매여 있던 철퇴를 들어서는 뒤에 있던 무사들에게 손짓을 하

고는 앞으로 몸을 날리니 삼십여 명의 거구의 무사들이 노승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아미타불!"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노승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니 뒤에  있던 선장을 잡아든 그는 선두에서 철퇴를 흔들며

뛰어오는 거구의 무인을 향해 가볍게 선장을 내질렀다.

"끅!"

노승의 선장이 다가오자 그는 철퇴를 그것을 튕겨 내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지팡이 하나  들 힘이 없을 듯한 그의

선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복부를 강타했으니 신음과 함께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단주가 쓰러지자 거구의 무인들은 노승을 둘러싸기 시작하니 그가 가볍게 선장을 휘두르자 강풍이 일대를 휘어 감

더니 사방을 흙먼지로 뒤덮어 버렸다.

[퍽! 퍼버벅!]

"끄악!"

그 순간 둔탁한 음과 함께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니 흙먼지가 가라앉았을 때는 노승을 둘러싸고 있던 거구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으드득!"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노승은 결코 시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늙은이가 아니었으니 그로서는 상대를 경

시한 것에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무인들의 눈에는 경탄의 빛이 가득했으니 무림의 양대산맥의 하나라는 소림사의 힘에 놀라고  있

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소림사를 치는 일이 그리 간단할 수가  없었으니 멸천문에서 온 무인들로 이들 노승들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군중을 쉽게 통솔할 방도가 없었다.

"부당주! 밀어 붙여라!"

"예."

그의 명령과 함께 오백여 명의 무사들이 일제히 병기를 빼들고 함성과 함께 밀려들어가니 소림의 산문 앞을 지키

는 노승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서는 선장을 집어들었다.

"각무 사질. 극락정토에서 다시 불법을 논하도록 하세."

"예. 사백님. 아미타불."

요문의 말에 각무는 하늘 높이 몸을 날려서는 멸천의 무리들 중앙으로 뛰어드니 그가 선장을 한번 휘두르자 엄청

난 강기를 단숨에 일대를 뒤덮어 버렸다.

"끄아악!"

단 일초에 의해 몰려드는 수십의 무인들이 쓰러지니 당주로선 크게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날린 강기는 결

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젠장 할!"

부하들만으로는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몸을 날리니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도 족

히 수장을 앞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음!"

각무는 단숨에 이 자가 소림에 들이닥친 무리들을 이끄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천십오검(驚天十五劍)!"

노승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당주는 허리의 검을  뽑아서는 그를 향해 내지르니 십여개의 검영이 일렁이며

각무를 향해 밀려갔다.

"산서 경천문의 검술이군! 아미타불 그렇다면 시주가 경천문의 문주 이문대협이겠구려!"

[채재쟁!!]

하지만 각무는 선장을 가볍게 회전하며 그의 검영을 모조리  튕겨 내서는 말하니 경천문의 문주 이문으로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네가 각무인가!"

소림의 모든 인물들을 숙지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검을 쉽게  막아내는 그의 정체를 간파 할 수 있었으니 각무는

합장을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멸천검진을 시작하라!"

자신의 힘으로 상대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급히 뒤로 몸을 날려서는 소리치니 그의 주위로 이

십여 명의 무인들이 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각무는 이들의 검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으니 이문을 중심으로 엄청난 살기가 자신을 향해 밀

려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칠성검진의 진형을 취하고 있으나 그것이 흩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군.'

이러한 검진의 형태는 장격각주였던 각무 역시 본 적이 없는 형태였으니 그 진세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하

나의 흐름을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이 검진은 상당한 훈련이 없음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는 각무였

다.

하지만 그는 무림에서 혈비도 무랑과 대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수 중의 한 사람이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서

있기조차 힘든 압박이였지만, 가볍게 진각을 내딛음으로서 그것을 완전히 밀어냈다.

"음칠성진(陰七星陣)!"

이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이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변화되니  이들이 취하고 있는 진세는 멸천문이 각 문파의

진세를 연구하여 만든 음양천무칠성진(陰陽天武七星陣)이였다.

혈비도 무랑조차 극찬했다는 이 진세는 음과 양의 칠성이 중앙에 있는 천무(天武)의 지시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음칠성진이 시작되자 일곱 명의 무인들의 검은 절묘한 방위를 찾아서는 일제히 검을 내지르니 각무는  금강부동신

법을 사용하여 단숨에 천무의 좌까지 쇄도해 들어왔지만, 이들의 진세는 그리 쉽게 파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칠성진을 뚫고 왔다고 생각한 순간 양칠성진이 각무의 앞을 막았고, 그것을  피했다 생각하면 어느 사이엔가 음

칠성진이 그의 뒤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력금강저(大力金剛杵)!"

일곱 개의 검이 강한 기운으로 밀려오자 각무는 선장을 휘둘러 그것을  처내니, 음칠성진의 무사들은 그의 선장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급히 뒤로 물러서니 양칠성진이 또 다시 그 틈새를 파고들어 검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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