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2화 (233/355)

제 42 장 경천동지 (5)

선학과도 같은 모습에 뭇 무인들이 모두 탄성을 내지르고 있을 때 그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무당의 무인들이었다.

무당에서는 장문인의 사제라고 알려져 있는 운진장로(雲眞長老)와  일곱 명 정도의 고수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네

사람의 경공술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장로님...저들이 행하고 있는 경신공은..."

"아무래도 본파의 유운신법이 아닌가 하구나."

"그런...!!"

무당파의 유운신법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상승의 신법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부에 그것이 노출되었다는  소

리는 들은 적이 없었으니 이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구파일방은 오랜 시간 혈비도 무랑을 쫓고 있던 문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무공이 멸천문에 유출되었다는

생각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사방에서 날아온 무인들은 차양의 지붕에 어른 두 아름 정도의 너비를 지닌 붉은 구를 달고는 그대로 사라지니 또

다시 네 명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큰 목소리로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탁천난만(濁天亂萬) 만인지곡(萬人之哭) 멸천쇄탁(滅天殺濁) 신천복명(新天復命)!]

"뭣이!"

그들의 외침에 군웅들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탁한 하늘로 만물이 어지러우니 수많은 사람들이 곡을 하니 하늘을 멸해 탁함을 없애 새로운 하늘로 밝은 되찾는

다는 말이었으니 이것은 지금의 무림을 뒤집어 엎으려하는 멸천문의 노골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웅들의 잠시 후의 모습에 입을 다물고 말았으니 소리를 지른 네 명의 무인들이 자세를 잡아서는 일권을

내지르자 유운신법으로 차양에 걸어 놓았던 붉은 구슬이 강기에 터지면서 사방에 붉은 비단을 잘라 만든  헝겊조각

을 날리며 네 사람이 말했던 글이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군웅들이 놀란 것은 이런 화려한 개파대전의 모습이 아니라  네 사람의 무인이 시전한 무공 때문이었으니 그들이

내지른 권은 소림 칠십이절기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백보신권(百步神拳)이였기 때문이다.

소림 칠십이절기는 장경각에 보관되어 있어 소림사로 유출된 적도 없거니와 그것을 익히는 것조차 힘들다고  알려

져 있는 소림의 상승무공이었는데, 그것이 멸천문의 문도들에게서 펼쳐졌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군웅들은 하늘을 뒤덮자는 말을 하는 멸천문의 문도들을 보면서도 제대로 입을 여는 이가

없었으니 사방에서 춤을 추던 사신수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이럴 수가!"

"어떻게 저런!"

격렬하게 춤을 추던 사신수는 족히 수십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할 정도로 크기였는데 하늘로 치솟아 오른 사신수의

밑에서는 각기 한 사람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으로 족히 수백 근을 넘을 듯한 사신수 인형을 움직여 격렬하게 춤을 추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으

니 사신수의 인형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자 사방에서 수십 개의 갈고리가 튀어 나와서는 인형을 채어서는 사라졌다.

사신수의 인형을 조종하던 네명의 무인들은 태상문주인 혈비도 무랑에게 뛰어가 부복하고는 인사를 한 후 다시 몸

을 일으켜 사라지니 상당한 내력이 소모되었을 것임에도 그들에게는 피로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혈비도 무랑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방에서 무인들이 모습을 나타내어서는  군

웅들의 고막을 찢을 정도의 소리로 소리쳤다.

"탁천난만 만인지곡 멸천쇄탁 신천복명!"

웅장하게 울리는 수많은 무인들의 고함에 군웅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 혈비도 무랑은 군웅을 보며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본 멸천문의 개파대전에 오신 것을 감사드리오. 내 이 보답을 하고자 각파의 분들께 한가지 선물을 하니 사양 말

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나자 수십 명의 무인들이 보따리를 들고는 뛰어나와 그들의 앞에 내려놓으니 사람들이 그것을 풀어보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멸천문이 각 문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그들 문파의 비전절기에 적혀 있는 무서였기 때문이다.

"이것이..어떻게..."

더욱 놀라운 것은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진품이었으니 자신의 문파에 보관되어 있어야 할 무서가 멸천문에 있다는

것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감히 본파의 진산비급을!!"

그것을 보고 분노가 치솟아 오른 화산파의 문주는 대노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니 많은 뭇 군웅들 역시 노

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혈비도 무랑을 죽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혈비도 무랑은 전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노기가 가득한 군웅들을 보며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방금 전의 일로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치는 군웅들을 보며 일갈을 내질렀다.

"갈!!"

그 순간 엄청난 음파가 일대를 뒤덮어 버리니 소리를  지르며 광분하던 군웅들은 귀를 막으며 얼굴을 찡그리고는

무릎을 꿇으니 내력이 약한 사람은 그 엄청난 음공에 그대로 혼절할 정도였다.

무림제일고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의 사자후를 직접 접한 군웅들은 그의 엄청난 내력에 제대로 입을 여는 이

가 없었다.

좌중이 조용히 변하자 그는 상좌에 앉아서는 군웅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좌가 여러분들 앞에 이렇게 모습을 보인 것은 현 무림의 모습에 대한 지독한 실망 탓이요. 무림이라 함은 무로

서 도를 이루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만든 천하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의 무림에서는 이러한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부와 명예를 위한 타락한 무인 자들만이 존재할 뿐이요. 본 좌는 이러한 타락한  무림을 폐하고

새로운 무림을 세워 진정한 무의 도를 이루고자 하니 이 숭고한 이상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기 바라오이다."

"말도 안돼는 소리다!"

혈비도 무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좌중에서는 여기저기 호통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바를 못 느

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자신들이 세운 입지를 무너뜨린다는 말에 어찌 동참할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을 들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문도들에게 지시하여 당장이라도 힘으로 이

개파대전을 폐하고 혈비도 무랑을 처단할 태세를 보이고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장기를 뽑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도 멸천문의 문도들은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잠시 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본 화산파는 멸천의 태상문주인 무대협과 뜻을 같이 하겠소."

"장로!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적을 깨고 들려온 소리에 뭇 군웅들의 시선은 화산파에게로 몰릴 수밖에 없었으니 멸천문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말한 화산파의 인물은 바로 문주를 대신하여 온 화산파의 장로 검진자 유붕이였다.

강호에서 매화검법으로 상당한 명성을 얻은 인물로 현 화산파 문주의 사형의 신분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으니 설

마 그가 천하의 공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혈비도 무랑과 뜻을 같이 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다른 군웅들 보다 더 놀란 것은 바로 그를 모시고 있는 화산파의 문도들이였으니 그들은 장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장로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듣지 못했느냐? 화산은 멸천문과 뜻을 같이 한다 하였다."

"하지만...그러한 문제를 문주님과 상의도 없이."

"어허! 내가 이곳으로 온 것은 문주의 뜻을 따른 것이니, 나의 결정은 문주와 같은 것이 아니더냐!"

자신이 결정한 것에 반발하는 문도의 말에 그는 엄한 목소리로 꾸짖으니 문파 내의 서열이 있는지라 그로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으니 잠시 후 다른 쪽에서 멸천문의 뜻을 가겠다는 인물이 나왔다.

하지만 이 인물의 정체를 확인한 군웅들은 방금 전 화산파의 장로가 결정한 것과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본 대사련도 혈비도 무랑과 뜻을 같이 하겠소."

"려... 련주님!"

그는 바로 무림 삼대세력의 하나인 대사련의 련주 유일랑이였으니 그의 결정에 곁에 있던 부련주 양진으로선 정신

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무..무슨 소리입니까..저희들은..혈비도 무랑을 처리하기 위해서..끅..."

말도 안 되는 유일랑의 말에 양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보며 말했는데, 한  순간 등에서 뜨거운 기운이 밀려오

며 신음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부련주. 련주님께서 이미 결정하신 일을 따지려 하다니 주제를 넘으신 행동입니다."

"끄...윽...네 이 놈!!"

그의 등에 검을 꽂은 이는 혈운당의 당주의 직에 있는 사문이라는 자였으니 사사건건 양진의 행동을 방해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설마 그가 멸천문에서 자신을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양진이였으니 그를 보며 노성을 터뜨리던  그

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현 대사련은 련주의 직을 유일랑이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련을 움직이는 인물은 부련주 양진, 그는 겉으로

는 유일랑을 명령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는 세력은 그와 손을 잡은 무리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유일랑은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양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였으니  멸천문의

개파대전을 통해 양진을 제거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이미 수년 전에 멸천문의 사람들과 약속 된 것이니, 그들은 유일랑에게  대사련을 차지할 수 있는 힘

을 약속했던 것이다.

양진으로선 이러한 밀약을 알지 못하고 개파대전으로 오게 된 것이니 그렇게 죽음을 당하고 만 것이다.

유일랑이 멸천문과 뜻을 같이 한다는 말을 하자 잠시 후 몇몇의 문파에서 동조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전체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숫자일 뿐 많은 수의 문파들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이것이 말이나 되는가! 무림의 공적과 힘을 합쳐 무림의 질서를 깨뜨리려 하다니!"

"당장 이 자들을 죽여 무림의 정의를 세웁시다!"

"와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에 직면한 명문의 무리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지르니 많은 이들이 병기를 들어서는

함성을 지르며 멸천문의 문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일이 재밌게 됐군."

개파대전의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곳으로 일이 흘러가자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

나니 그가 손짓을 하자 홍련교의 무리들 역시 병기를 뽑아 들고는 멸천의 무리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군요."

"그렇소. 도대체 혈비도 무랑이라는 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천마는 불괴대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니 십분의 일 정도의 무리들이 힘을 합쳤다고는 하지만 아직 개파

대전에 모인 군웅들을 상대할 정도의 힘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나 혈비도 무랑의 계획을 잠시 후 확연히 알 수 있었으니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불괴대제..이게 무슨 짓인가?"

"어처구니없지만, 본좌 역시 멸천과 뜻을 같이 하고 있소이다."

"끄윽..."

놀랍게도 그의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불괴대제의 오른 손에는 하나의 단검이 들려 있었으니 천마

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그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다.

평상시의 그라면 어느 정도 경계를 했겠지만, 지금의 순간은 공통의 적인 혈비도 무랑을 상대하고 있었고,  불괴대

제는 과거 장천과의 싸움 도중에 그에게 당해 부상을 입고 언제나 그를 죽이겠다고 공언하던 자가 아니었던가? 그

런 이유로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으며 이 상황에 대해 고심을 하던 터라 암공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허리 깊숙이 들어간 단검을 그대로 그의 내장을 휘저어 버린 상태였기에 천마로서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주

저앉고 말았으니 멀리 있던 만근퇴 우경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급히 몸을 날려 뛰어 왔다.

"무슨 짓인가!"

"별 것 아니네, 천마라는 자가 앞을 가리고 있는 것이 조금 귀찮아 제거했을 뿐이지."

"서..설마 그 부상까지도 계획되어 있었던 일이었던가?"

"크크크 이번 일을 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 중의 하나였지."

"네 이놈!"

만근퇴 우경은 그의 비열함을 참지 못하고 노성을 터뜨리며  공격하니 불괴대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우경의 일각을 막고는 그를 공격해 들어갔다.

우경이 불괴대제 보다 무공에서는 앞선다고는 하지만, 그 힘의 차이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라 할지

라도 우경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일천초 이상은 겨루어야 가능한 것이었으니 급박한 상황에서 더욱 마음이 조급해질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괴대제가 밀리자 수명의 무인들이 나타나서는 우경을 공격하기 시작하니 불괴대제와 미리 약조가

되어 있는 멸천문의 무사들이었다.

"하하하. 우경 네 녀석도 이곳에서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크윽!"

철저하게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은 우경으로선 이를 갈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 당장은 이들의 손에서 벗어나

빨리 홍련교의 총단으로 가야했다.

불괴대제의 배신을 알리지 못한다면 홍련교는 멸천문의 야욕에 의해 희생될 것은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