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1화 (232/355)

제 42 장 경천동지 (4)

"넌 불광멸악의 초식을 직접 접해 보았을 것이다. 어떻던가?"

"음...마치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면서도 초식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장천의 말에 혈비도 무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자네는 무당의 무공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그리 많은 것은 알지 못하지만, 양부께서 무당의 비학선인 정우 어르신과  의형제간이기에 몇 번 견식해 본 적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두 번 정도 무당의 무공과 겨루어 본적이 있겠군."

"예."

"어떻던가?"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저의 쌍도가 빨려 들어가는 듯이 끌리더니 무기를 뺏기고 말았습니다."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네, 각파의 무공은 각기 초식을 행함에 일정한 속도가 있다네, 무당은 이러한 무림의  무공 중에서 가

장 느린 무공을 지니고 있는데, 쾌속한 무공에 비해 이러한 무공은 쉽게 생각하면 크게 뒤질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런 무공의 중요한 무리는 상대를 자신의 움직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네, 예를 들자면 쌍도문의 무공 중에 선풍도가

있다 들었는데, 알고 있는가?"

"예. 저와 친분이 있는 무진 형이 창안한 무공입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군. 아무튼 그 무공은 현 쌍도문의 무공 중에서 가장 쾌속하다 들었는데, 만약  이러한 무공을

무당의 태극검법의 검속으로 시전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곽무진의 선풍도는 몸을 강렬하게 회전시키며 그 회전력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무공이니 만큼 태극검법의 검속으

로 무공을 시전한다면 전혀 힘을 쓰지 못함은 당연했다.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겠지요."

"그렇다네, 자네가 직접 접한 불광멸악의 초식도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다네."

"음..."

"불광멸악은 상대가 내뿜는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동화시킨 후 천천히 그 주도권을 뺏어 상대의  움직임을 자신과

같이 만드는 수법이네, 바로 섬광비도술이 상대의 움직임을 빼앗아 검속을 더 빠르게  보이게 하는 것과 비슷한 수

법이지."

"그렇군요."

"그런 이유로 불광멸악이나 무당의 무공을 깨기 위해선 상대의 기운에  동화되지 말고, 자신의 무공을 시전해야만

하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무공에 대한 집중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네."

"알겠습니다."

비도문의 무공의 극의에 대해 듣는 장천은 생각하지도 못한  무리를 깨닫게 되니 새삼 혈비도 무랑이란 사람에게

존경심마저 들고 있었다.

여의비도와 불광멸악은 그 초식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시전하기는 어려운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움직임과 기를 읽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기로 상대의 기를 접목하여 움직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함

께 상당한 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럼 천섬비도술은...?"

"천섬비도술은 팔연화비도술과 섬광비도술을 접목한 수법이다.  이 두 가지 무공을 한계까지  익힌다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니 결점 역시 이 두 가지 무공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지니고 있다. 넌 두  가지 무공을 극성으로만

익힌다면 충분히 천섬비도술의 초식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로는 쉽지 실제로 무림에서 어느 누구도 깨뜨린 적이 없는 무공인지라 장천으로선 그렇게 자신감은 생기

지 않았다.

"드디어 내일은 멸천문의 개파대전이로구나."

"아! 그렇군요."

혈비도 무랑의 말에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생각한 장천이였으니 과연 이번 개파대전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구파일방들을 도와 혈비도 무랑이 태상교주로 있는 멸천문을 공격할  생각이었지만, 이제 혈비도 무랑은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고민에 고민을 더하지만 역시나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제 돌아가도록 하거라. 너와의 인연은 이것으로 끊어졌으니 말이다."

"예?"

"넌 이제 더 이상 비도문의 문도가 아니다."

"...무슨 말씀을.."

갑작스런 혈비도 무랑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그였으니 처음에는 비도문의 무공을 익혔으니 문도라며 강제

로 무공을 익히게 할 때는 언제고 이제 다시 문도가 아니라며 축객령을 내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군..'

변덕쟁이 혈비도 무랑을 보며 장천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주인이 나가라고 하니 나갈 수밖에

없었고, 비도문의 문도도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정파에 속한 장천으로선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기 쉬운지라 혈비도

무랑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는 연무관을 빠져 나왔다.

쌍도문의 문도들이 묵고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장춘삼이 다른 두 명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외출하셨습니까. 그런데 이런 곳에서 어디를?"

"마교의 천마를 만나고 왔다."

"천마!!"

아버지가 천마를 만났다는 말에 장천은 놀란 표정을 지었으니 천마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것

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왜 아버지를?"

"글쎄다. 그저 몇 가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아무런 일도 없고요?"

"무슨 할 이야기가 있었던 듯한데, 나를 만난 후 그 생각을 바꾼 듯 하더구나."

"음...아무래도 아버지의 무공을 눈치 챈 듯 하군요."

장천 역시 자연도를 익힌 이후 아버지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문주였던 등평 보다 몇

단계 위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천마가 자신의 함정에 빠뜨리려 하다가 아버지의 무공 정도

를 눈치 채고 포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장춘삼이 안으로 들어가자 곁에 있던 데비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장문주님의 무공이 어떻다는 거지?"

"데비드는 아직 눈치 못 챘구나. 현재 아버지는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계시다

고."

"뭐야? 그게 정말이야?"

데비드로선 장춘삼이 강북십웅의 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무공 수준이 그렇게 놓으리라고는 생각

지도 못하고 있었다.

"응. 자연도를 익힌 이후로 타인의 기를 느끼는  것이 익숙해졌는데, 아버지에게선 천마나 우경 같은 사람보다  한

단계 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지."

"그렇군.."

데비드는 쌍도문에 온 이후로 장춘삼의 여러 가지 능력에 탄복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무공의 수준까지 알게 되자

새삼 쌍도문이란 문파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멸천문의 개파대전이구나. 혈비도 무랑에게선 이상한 낌새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니?"

"전혀. 평상시와 똑같던데?"

"하긴 그 정도의 인물이 내심을 드러낼 보일 리가 없을 테지."

요운은 장천에게 혈비도 무랑에 대해서 물어 보았으나 아무런 낌새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

얼거렸다.

"이제들 오는가?"

"무진 형."

세 사람이 내일에 있을 개파대전과 혈비도 무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무진이 동방명언과 함께 걸어왔다.

"데비드 천마가 무슨 계략을 꾸미는 것 같지 않았어?"

"단순히 이야기만을 나누었을 뿐이야."

"그럴 테지, 천마 정도의 인물이 장문주님의 진면목을 알아채지 못하지는 않았겠지."

"뭐야. 너도 알고 있었어?"

동방명언의 말에 데비드는 그 마저 장춘삼의 무공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

을 알고는 되물어 보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솔직히 문주님의 무공에 대해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상대의 기도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잖아?"

"...말꼬리 잡을래."

"미안..."

동방명언의 눈을 흘기자 금새 물러서는 데비드였다. 어쨌든 그 역시 장춘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자 자

신만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데비드였다.

'아무래도 나도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해야겠군.'

고향의 무공과 중원의 무공을 접목한 이후로 자신의 무공이 그렇게 늘지 않았다는 것에 고민하는 데비드였으니 문

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장천을 보며 말했다.

"천아. 혹시 너희 문파의 청심단 남는 것 없냐?"

"청심단? 아버지께 부탁하면 구할 수 있는데, 왜 내공을 올리려고?"

"응. 솔직히 다른 사람에 비해 내 내공이 미천하다는 것은 사실이잖아."

데비드가 중원의 무공을 익힌 것은 약관이 넘은 이후였기에 내공 면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

이었다.

"본래 본문의 이대제자에게는 청심단이 한 알씩 주어지는 것이 관례였으니까, 데비드 하고 명언이는 한 알씩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아버지에게 말해 볼께."

"고맙다."

장천이 청심단을 구해주겠다는 말에 데비드는 크게 기뻐할 수밖에 없었으니 쌍도문의 청심단은 강호에서 꽤  이름

이 알려져 있는 명약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드디어 쌍도문의 개파대전이 시작되니 멸천문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연무장으로 각파의 수뇌들이

상당수가 자리를 잡았다.

가장 상좌에는 멸천문의 태상문주 혈비도 무랑의 자리였으니 그 밑으로 무림 삼대세력의 수장이 다음으로는  구파

일방에서 온 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밖에 많은 명문들 역시 멸천문이 지정해 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무림에서  각 파는 미묘한 대립이 있었

기에 자칫 자리를 잘못 정하게 되면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것을 숙지한 멸천문은 각 문파들의 사

람들에게 하나의 불만도 없게 만들었으니 그들이 일 처리가 상당히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문파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떼어놓는 것은 물론이요. 영역다툼이 심한 문파는 같은 위치에 놓음

으로서 불만이 존재하지 않게 한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연무장을 울리는 듯한 징 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무인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으니

각 문파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 중 맨 선두에 위치해 있는 무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으니 바로 천하기가 인

정하는 무림제일 고수인 혈비도 무랑이였다.

혈비도 무랑의 뒤에는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무인들이 열 여덟 명이 십팔반병기를 하나씩 들고 따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에 하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무공이 능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위

압감을 암암리에 뿌리고 있는지라 이곳으로 초청되어 온 각 명문의 무인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 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멸천문의 무사 역시 절도가 있고, 몸에서 풍기는 기도가 범상치 않았는데, 혈비도 무랑의

뒤를 따르고 있는 복면의 무사들은 그들 보다 두세 단계 위의 기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혈비도 무랑이 자리에 앉자 잠시 후 사방에서 북소리와 함께 연무장의 사방에서 흉찍한 사자의 탈을 쓰고 있는 자

들이 튀어나오니 바로 사자춤을 추기 위함이었다.

사자탈을 쓰고 있는 자들이 뛰어 나와 공연을 시작하자 사방에서는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니 잠시 후 동서남북 사

방에서 거대한 물체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무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물체는 바로 사방사신수들의 인형이었으니 그 크기로 보아 하나의  신수를

움직이기 위해선 족히 십 수 명의 사람들이 필요할 정도였다.

사방신수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먼저 들어왔던 사자들이 현란한 춤을 추며 신수에게 달려들기 시작하니 그 기세가

하나 같이 진짜 사자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사방신수의 그 거대한 몸에 잠시 후 춤을 추듯이 움직이는 그들은 큰 상처를 입고 도망가듯이 사라지니 연

무장에는 사방 신수만이 남아 거대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압!"

그 때 누군가의 기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자 사신수의 춤을 보고 있던 무인들은 고개를 들었으니 하늘 높은 곳

에서 족히 오장을 될 듯한 기둥을 들고 두 사람이 연무장의 한 가운데로 뛰어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기둥은 붉은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는 거대한  차양을 원형으로 둘러져 마치 큰 양산을 보는 듯

했는데, 하늘에서 그것을 들고 있는 무인들은 자신의 수배는 되는 기둥을 들고 뛰어내림에도 전혀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끄아압!!"

[쿵!!]

하늘에서 뛰어내린 그들은 연무장의 한 가운데에 들고 있던 기둥을 기합과 함께 그대로 꽃아 버리니 굉음과 함께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니 태산과도 같은 두 사람의 괴력에 뭇 무인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붉은 비단으로 장식되어져 있는 차양을 연무장의 한 가운데에 꽂은 무인들은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내며  양옆에

시립하니 그 키가 칠 척이 넘는 거구들이었다.

두 사람의 허리에는 거대한 대부가 매여져 있었으니 만약 천신과 같은 괴력으로 사람을 내리치면 두 동강이 나는

것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였다.

[슈슈슉!!]

연무장 한 가운데로 기둥이 꽂히자 하늘에서 파공음이 들리며  네 명의 무인들이 사방에서 경공을 사용하여 몸을

날리니 마치 천학이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에 사방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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