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30화 (231/355)

제 42 장 경천동지 (3)

'과연 구파일방에 버금 갈 정도의 성세를 이룰 만 했군. 전 문주인 등평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불

구하고 이 정도의 무공을 지닌 이들이 있다니...'

하나의 문파가 멸문에 가까이 무너지면 그것을 재건하기 위해선 상당한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문파 내에 고수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으니 현 문주인 장춘삼을 제외하더라도 같이  대동하

여 데리고 온 두 명의 젊은 후지기수 역시 그 무공이 만만치 않았으니 쌍도문이 다시 명성을 찾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장천이란 녀석을 길러 낼만한 사람이군.'

한편 천마의 우측에 앉아 있는 만근퇴 우경은 장춘삼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기도를 느끼며 그의 무공이 결코 자신

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강북십웅에서 하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우경 자신이 생각하는 장춘삼의 무

공은 강북십웅 정도가 아니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만 생각하면 족히 강호에서 열 손가락 안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니..어쩌면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자를 상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천마까지 말이야..'

전대 교주의 무공을 직접 접해본 적이 있는데다가 불괴곡에서 거의 반강제적인 수행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우

경은 상대의 능력을 간파하는데는 다른 이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었다.

마교에서의 서열, 지금은 불괴대제 보다 아래에 있다 할 수 있었지만,  그를 겁내지는 않았다. 아니 불괴대제와 승

부를 벌인다면 짧은 시간에는 어렵지만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마에 비해서 한 수 아

래라는 것을 자신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장춘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전혀 다른 것이다. 천마가 패도적인 기운으로 상

대방을 억누르는 듯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면 장춘삼은 그러한 패도적인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어떠한 기운도 느낄 수가 없었으니 그는 상대방이 보내는 기운을 흘려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

이었다.

쌍도문의 무공, 장춘삼은 쾌쌍도라는 이름으로 두 자루의 도의 쾌속함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쌍도문 무공의 무

리 상 어느 정도의 패도적인 기운이 없으면 불가능했으니 그의 몸에서 어느 정도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었다.

그러나 자신과 일장 정도 밖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무공의

패도적인 기운을 몸에 갈무리 할 수 있는 기운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천마는 알고 있는 것인가?'

우경은 천천히 천마의 얼굴을 처다 보았는데, 역시나 그에게선 어떠한 것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천마가 자

신의 감정을 외부에 비쳐 보이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과 똑같은 것을 느꼈다면  어느 정도 패도적인

기운을 드러냈을 것은 분명했을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군. 천마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마교의 적이 될지 모르는  자에게 방심하고 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자 우경은 잠시 숨을 들이 쉰 후  천천히 자신의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갑자기 우경이 기운을

드러내자 천마와 불괴대제는 놀라서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경 이 녀석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갑자기 살기가 도는 기운을 내뿜자 천마는 우경에 생각하는 바를 알지 못했으니 불괴대제와 자신은 몸이 자동적으

로 반응하여 우경의 기운에 대항해 갔다.

'이런 멍청한 녀석! 이곳에서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녀석의 행동에 천마로선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으니 눈을 돌려 우경을 노려보았는데,  우경이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닌 쌍도문의 문주인 장춘삼을 보고 있으니 천마는 자신도 모르게 장춘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우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으니 한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설마...우경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었던가?'

이곳에 모여 이는 우경과 불괴대제 그리고 천마 자신의 무공의 기껏해야 한두 수  정도의 차이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한 사람이 기운을 내뿜자 몸에 자동적으로 그것에 대항하여 반응하게 되는  것인데, 앞에 앉아 있는 장춘삼

에게선 그러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장춘삼이라면 자신 보다 적어도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자여야 했는데, 하지만 그 정도의 무공을 지

녔다고 해도 상대방이 내뿜는 이런 노골적인 기운을 감지하지 못할 리는 없었으니 무공에 익숙해진 몸은  자연적으

로 반응하는 것인데, 그에게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가 지닌 무공은 자신보다 아래가 아닌 한 단계 위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자 천마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장춘삼 진면목을 감추고 있었던 자인가... 흥! 우경  일단은 본교의 일을 우선으로 한다는 생각이군.  좋다. 본교가

강호를 제패하는 날까지 네 녀석의 힘을 철저하게 이용해 주지. 크크크..'

처음에는 장춘삼을 이용하여 장천을 끌어내고 그럴 처치할 생각을 한 천마였지만,  직접 만나 보니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천마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생각하고는 사소한 이야기만으로 끝을 내었다.

장춘삼이 돌아갔지만, 불괴대제와 우경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들의 표정은 진지해 있었다.

"아무래도 장춘삼을 이용하여 녀석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려울 듯 하군."

"그렇소."

불괴대제 역시 장춘삼의 진면목을 눈치채고 있었으니 일이 어렵게 됐다고 생각하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장천을 끌어내는 계획은 취소해야겠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천마?"

"멸천문을 동태를 살핀 후 그들과 손을 잡을까 생각하고 있네."

"혈비도 무랑과 말인가?"

"그래."

우경으로선 천마가 멸천문과 손을 잡는다는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까지 혈비도 무랑은 정사마를 막

론하고 모두의 공적이 되어 있던 자였다. 그런데도 천마가 그런 자와 손을 잡는다고 한다는 것은 상당한 결심을 했

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무림의 어떠한 세력과 손을 잡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경으로선 찬성할 수가

없었다.

물론 무림에서 사교의 무리로 취급당하고 있는 홍련교를 다른 문파가 손을 내밀었던 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과연 멸천문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할까?"

"모르지. 하나 그들 혼자의 힘으로는 전 무림을 상대로는 무리일 수밖에 없어."

우경 역시 그것에 한해서는 천마와 생각을 같이 하고 있었다. 솔직히  멸천문이 전 무림에 공표하면서 개파대전을

연 것부터가 스스로 멸문을 자초하는 것 같이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있는 듯 하다. 혈비도  무랑은 절대 바보가 아니야. 우리가 너무 그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군.'

모두가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멸천문의 개파대전,  우경으로선 그런 것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천마는 교의 힘에 너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무림맹은 하나하나의 문파가 강하다 하나 서로간의 의견대립이  심

하고 대사련은 숫자적으로 우위라 하나 조직이 너무 분산되어 있어 힘이 하나로 집결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본다면

교가 이들 두개 세력 보다 상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멸천을 상대하는데 방해 요소가 되는군.'

천마가 생각하고 있는 적은 무림맹과 대사련 밖에 없었기에 멸천문을 눈에 두고 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멸천문의 개파대전에 온 이유 역시 이들을 쓰러뜨리고 강호에 홍련교의 입지를 굳히기 위함으로  이곳에서

이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는 홍련교의 정예 무사 이천여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니 명령만 받는다면 당장이라도  멸천

문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멸천문의 개파대전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정사마의 거대문파들의 수뇌부 인사들이 대부분 모여들었다.

혈비도 무랑이라는 거두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각 문파에서는 수뇌부 인사들은 물론 문파에서 실력 있는  정예들만

을 모아 왔기에 멸천문은 용담호혈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들 무림명문에서 모인 군웅들의 숫자 만해도 족히 5000여명이 넘었으니 멸천문이 혈비도 무랑을 포함하여 강한

무인들이 모였다해도 문내에 있는 문도들의 숫자가 이천여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무슨 생각으로 개파대전을

열려 하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감추어져 있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사방에서 멸천문으로 모여든 군웅들의 숫자는 개파대전을 하루

앞두고 2만에 이를 정도였고, 그 사이에 끼여든 멸천문 첩자들의 숫자는 일천여 명 정도였으니 그들이 어떻게 군웅

들을 끌어내는가에 따라 싸움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 멸천문에는 다른 하나의 계략이 남아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혈비도 무랑이 개파대전을 통해 무림 명문 정파들

의 수뇌부들을 끌어들인 이유였다.

한편 멸천문의 연무관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장천은 그 무공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까지 상승되어 있었

다.

내공이나 초식의 숙련도, 그리고 자신의 무공에 대한 이해도 한 단계 상승되어 있었으니 바로 뛰어난 스승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 제일 고수 혈비도 무랑, 그는 무슨 이유로 장천을 스스로 지도하며 그가  이해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무리들

을 자세히 설명해주며, 각종 영약을 아낌없이 사용하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비도문의 무공인 팔연환비도술과 섬광비도술을 모두 10성이 경지에까지 익히게 되었지만, 아직 두 가지 무공

의 극의와 천섬비도술은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혈비도 무랑은 그 정도로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으니  처음부터 짧은 시간에 비도문 무공의 그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의비도, 불광멸악, 천섬비도술을 익히지 못하리라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다.

"장하구나, 그 정도면 여의비도와 불광멸악의  초식, 그리고 천섬비도술을 익히는  것은 멀지 않은 듯이 보이는구

나."

"감사합니다."

무공을 시전해 보인 장천을 보며 만족한 듯이 칭찬을 하는 그였으니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장천이였다.

"그렇다면 이제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은 하나밖에 없겠구나."

"예? 세 가지 무공에 대한 것은 이제 다 외워 무리만 깨우치면 되는데, 더 이상 가르쳐 줄 것이 있나요?"

"..바로 네가 알고 있는 세 가지 무공의 결점이다."

"결점?"

장천으로선 무공의 결점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까지 강호의 어떠한  이도

비도문의 무공을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은 타인일 수밖에 없는데, 비도문의 무공을 깨뜨릴 수  있는 결점을 가르쳐준다니 어찌 놀라

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왜..저에게 ..."

영문을 알 수 없는 장천으로선 그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었는데, 혈비도 무랑은 아무 대답 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후에 알게 될 것이다."

"음..."

그가 하는 말의 저의를 알 순 없었지만, 무슨 다른 계략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서

이들 두 가지 초식과 천섬비도술의 결점을 들었다.

"네가 알고 있는 여의비도는 흔히 무림에서 알려져 있는 이기어검과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는 무공이다. 하나 팔

연환비도술의 내력운용을 사용하면 한 단계 낮은  경지로도 비도를 사용 할 수 있지,  그러나 이거어검과 여의비도

모두 하나의 결점을 있으니 그것을 시전하는 자에게 있다 할 수 있다."

"시전하는 자에게라니요?"

"두 무공 모두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병기를 자유로이 다루는데 상당한 내력과 집중력을 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의비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거군요."

"단순히 그렇게만 한다는 것은 자신 역시 공격할 기회를 놓치게 되니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느냐."

"그렇군요."

장천 역시 혈비도 무랑의 말이 틀리지 않은지라 다시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그것을 막아낼 방법을 알 수 없었으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비도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것을 격공섭물을 사용하여 공중으로 띄우도록 해보거라."

"예."

혈비도 무랑의 말에 장천은 비도를 격공섭물의 수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손에서  한자 위 정도 공중으로 띄웠는데,

그가 오른손을 들어 살짝 검지손가락을 옆으로 움직이자 비도는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이것이군요."

"그렇다 이기어검이나 여의비도 모두 자신의 내력을 사용하여 병기를 움직이는 것이지 하나 어느 정도  거리가 멀

어지게 되면 병기에 대한 영향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그 때 네가 내력으로 상대의 몸과 병기  사이에 있는 진기를

끊어 버린다면 적의 수법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나 이러한 이치를 안다 해도 진기의 흐름을 알아내

는 것은 힘들어 쉽게 성공하지 못하지만 너에게는 그러한 것을 알아 낼 수 있는 무공이 있다."

"자연도로군요."

"그렇지. 자연도는 주위에 있는 기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무공,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진기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으니 그것을 끊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천으로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혈비도 무랑은 여의비도에 이어 불광멸악

의 초식에 대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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