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29화 (230/355)

제 42 장 경천동지 (2)

"어떤가? 천섬비도술의 속도를 삼분의 일 이상 줄이긴 했지만, 위력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

하나의 비도로도 이 정도면 수십 명의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위력이었으니 만약 혈비도 무랑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쫓던 군웅들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왜 이러한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도망자의 길을 택한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

다.

지금 멸천문을 개파했다고는 하지만, 그 혼자로도 무림의 유수한 명문대파의 힘을 압도하는 무공을 지니고 있었으

니 오히려 자신들을 쫓던 군웅을 힘으로 누르고 그들을 부하로 문파를 만들었다면 멸천문보다 더 빠른 시간에 정사

마의 세 개의 세력과 버금가는 문파를 만들었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어떤가? 나에게 무공을 배워보겠는가?"

무림인에게 강한 무공을 익힌다는 것은 꿈과 같은 것이었으니 그 위력을 직접 눈으로 본 장천이 거부할 이유가 없

었다.

"알겠습니다."

"잘 선택했네."

장천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한 권의 책자를 건네주었다.

"이것은?"

"자네가 익히고 있는 두개의 비도문의 무공은 팔연환비도술과 섬광비도술의 무해서이네, 이것이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무공을 극성으로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네."

"아..."

비도문의 무공은 단순히 비도술의 수법으로 착각 할 수 있지만, 그 내력의 운용이나 힘의 조절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장천 역시 뛰어난 무공의 습득력을 지녔음에도 완벽하게 그것을 연성하지  못한 것이니, 수십 년간 이

두 가지 무공을 사용한 혈비도 무랑의 무해서가 있다면 극성으로 익히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녁쯤에 다시 오도록 하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무관에 있는 무사에게 말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장천에게 자상한 목소리로 말한 혈비도 무랑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 남

자가 창을 들고는 서 있었으니 바로 신창 진형이었다.

"태상문주님께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따라오게."

"예."

진형을 보자 장천에게 보였던 그런 자상한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본래의 차가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혈비도 무랑이

었으니 진형 역시 그러한 것에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연무관에 있는 장천이란 아이에 대해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기에 혈비도 무랑을 보며 넌지시 물어 보았다.

"장천이란 아이는 어떻습니까? 한번 겨루어보니 무공이 상당한 듯 한데 말입니다."

천이와 겨루어보았다는 말에 혈비도 무랑은 그를 잠시 쳐다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내공 만이라면 천하에 그 아이를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그 정도였습니까?"

"하나 아직 나이가 어려 경험이 미천하고 무공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미숙한 듯 하더구나."

"음..."

혈비도 무랑의 말에 진형으로선 침음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장천과 겨루어 크게 낭패를 보았던 적이 있는

그로선 경험이 미천하다든가 무공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느리다는 것이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림 제일인자의 눈인가? 하긴 태상문주님의  무공이라면 나와 그 아이쯤이야 한 수  이상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테니까.'

과거 진형은 혈비도 무랑과 일전을 겨루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당시 진형은 아버지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오로지 창술을 익히는 것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친은 신창이 무공은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무공의 하나라고 말해 왔었기에 그는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혈비도 무랑이라는 사람을 만나서야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혈비도 무랑과 처음 일전을 겨룬 사람은 폐병에 걸린 그의 아버지 진명이었다. 두 사람은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

었는데, 혈비도 무랑은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와 자신의 힘이 되기를 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명 같은 사람이 누구의 밑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지라 무공으로 그 승부를 겨루게

되었으나 세상에서 가장 강할 것 같았던 그의 부친은 혈비도 무랑의 단 일초를 견디지 못하고 무참한 패배를  하고

말았다.

진형으로선 도저히 그 싸움을 믿을 수가 없었기에 자신이 직접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성신창을 들고  대결했으나

결과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단 일초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으니 그 뛰어난 무공에 반해 스스로 그의 밑으

로 들어가기를 청했던 것이다.

그 때에 비한다면 진형의 무공은 대여섯 배는 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당시 혈비도 무랑이 자신에게 보였던

일초를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대륙에서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혈비도 무랑이었고,  일전을 겨루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그 조차도 혈비도 무랑이었으니 진형에게서 혈비도 무랑은 하나의 꿈과 같은 존재였다.

머무르고 있는 방에 도착한 혈비도 무랑은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진형을 보며 입을 열었다.

"구궁은 어디에 있는가?"

"대사련에 일이 끝난 후 노진대사와 함께 항주 쪽으로 향한다 들었습니다."

"항주라...."

자신이 알고 있는 한 현재 항주에서 구궁과 노진과 같은 이가 움직일 만한 일은 없는지라 도대체 그가 무엇을 꾸

미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항주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분명 항주에 구궁이 노리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예측 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정보가 없는 그인지라 그

정체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으니 자신의 앞에 있는 진형을 보며 말했다.

"진형."

"예."

"지금 당장 귀혼부 유강과 함께 구궁의 뒤를 쫓도록 하거라."

"구궁의 뒤를 말씀이십니까?"

진형으로선 혈비도 무랑이 구궁을 뒤를 쫓으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끌어들인

사람이었지만, 구궁은 혈비도 무랑의 혈족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혈족에 대한 신임 이상 일 수는 없었던지라 언제나 구궁에 대해서는 조

금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아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구나. 구궁이나 노진 둘 모두 무공을 비교한다면 네가 한 수 아래일 수밖

에 없으니 경험이 많은 유강을 붙여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나 그렇게 되면 십대신병의 소유자 모두가 외부로 나가게 되는 것인데... 설마 그 일이 본문의 개파

대전 보다...."

진형은 개파대전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자신들로 하여금 구궁의 뒤를 쫓게 한다는 것이 이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으니 혈비도 무랑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그로서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진형..."

"예."

"필요하다면 두 사람 모두 죽여도 무방하다."

"..알겠습니다."

멸천문 내에서 자신이 유일한 맞수라고 생각한 구궁, 진형은 그를 죽여도  무방하다는 태상문주의 말에 입가에 미

소가 어리고 있었다.

장천이 혈비도 무랑에게 이끌려 연무관으로 갔을 때 쌍도문의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두 명의 손님이 찾

아 왔으니 데비드와 동방명언은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곤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은조상!"

"오랜만이네. 데비드, 명언이."

놀랍게도 그들은 마교의 의형제인 은조상과 그의 형인  은석영이였으니 데비드는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지라

크게 기뻐하며 달려갔다.

하지만 동방명언의 경우에는 얼굴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으니 홍련교에서 그는 구시독인을 모시고 있던 사람이었

기 때문이다.

천천히 은씨 형제들의 앞으로 걸음을 옮긴 동방명언은 석영에게 가볍게 포권을 한 후 조상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이곳에 웬일인가."

"어이! 왜 그래?"

마치 보고 싶지 않은 손님이 온 것처럼 말을 하는 명언을 보며 데비드는  이맛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는데, 은씨

형제들로선 동방명언이 이리 차갑게 대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화를 내지 않았다.

"우린 괜찮네."

데비드를 보며 괜찮다는 말을 하고 있는 은조상이였지만, 그로선 의형제들의  이러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리가 없었다.

"휴...어쩌다 우리 형제들이 이리 변했는지.."

장천, 은조상, 동방명언 이 세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였으니 중간에 끼인 데비드로서는 어찌 할 바를  찾을

수가 없었으니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 형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본교의 교주께서 쌍도문의 장문주님을 뵙고자 하시니 그것을 전하기 위해서네."

"천마태교주가 장문주님을?"

은조상의 말에 데비드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천마가 정파의 문주라 할 수 있는 장문주를 만나려 한다는 것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불가하네. 천마를 어찌 믿고 문주님을 모셔간단 말인가?"

"명언!"

그의 말에 은조상은 노기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으니 동방명언의 말에는 자신이 모시는 교주가 신의도 없는 이라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흥!"

하지만 그런 은조상의 노기어린 모습에도 명언은 콧방귀를 뀔 뿐이였으니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때 그들의 뒷 쪽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아. 문주님."

동방명언과 데비드는 그 목소리의 주인인 장춘삼이라는 것을 알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서는 포권을 하니  장춘삼은

은씨 형제들의 앞으로 가서는 물었다.

"자네들은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 왔는가?"

"예. 저희들은 홍련교의 교주이신 천마교주님의 명을 받고 쌍도문의 문주님을 뵙기 위해 찾아 왔습니다."

"나를? 그래 무슨 일로?"

"저희 교주께선 장문주님을 뵙고자 하십니다."

"홍련교의 교주께서 말인가...음.."

장춘삼으로선 마교의 교주 천마가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 것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으니 멸천문의

안에서 그가 다른 수작을 걸어 올 리도 없는 데다, 한번 만나고도 싶은 인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감사합니다."

은씨 형제들이 돌아가자 장춘삼은 동방명언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명언아. 천마가 나를 만나고자 하는 뜻을 알 수 있겠느냐?"

"저의 생각으로는 장형제의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장춘삼과 천마 사이에 지금까지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동방명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으니  이

곳이 멸천문인 만큼 그리 위험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멸천문 내라고는 하지만 적지로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장춘삼은 요운과 데비드를 대동하고 마

교의 일행들이 머무르고 있는 전각으로 향했다.

동방명언은 천마에게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번 일에 제외를 시킨 것이다. 전각에 도착하자 이

미 기다리고 있었는지 은씨 형제들과 십 수 명의 무사들이 정중한 태도로 장춘삼의 일행들을 맞아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춘삼에게 정중히 포권을 하고 인사를 한 은조상은 일행들은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오십여 명의 무

사들이 이열로 시립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과연 무림 삼대세력의 하나라고 할까 그들 하나하나의 무공은 범

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모습에 데비드와 장천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며 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조상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술상과 함께 상좌 쪽에서 세 명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상좌

에 있는 자는 바로 홍련교의 현교주인 천마였고, 그 양 옆으로 불괴대제와 만근퇴 우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장춘삼이 안으로 들어오자 천마는 미소를 띄우며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어서 오시오. 장문주."

"홍련의 교주께서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그의 말에 장춘삼은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자리에 앉으니 그의 양옆으로  데비드와 요운이 시립했다. 천마로선 장

춘삼의 양옆에 있는 젊은 무사들의 무공이 자신이 곁에  두고 있는 은씨 형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지라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