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26화 (227/355)
  • 제 41 장 멸천문의 개파대전 (5)

    데비드의 말에 은영영은 고개를 돌려서는 걸음을 옮기니 그 때 장천이 고개를 돌려서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으..은 소저..."

    "뭐죠?"

    "나..나중이라도 좋으니까...느..능예를 보러 오도록 해... 은 소저가 오면..능예가 좋아할 거야."

    "흥!"

    하지만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는 그녀였으니 장천으로선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벌벌 떠는군. 벌벌 떨어.."

    "몰라...영영이 때문에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니 상대하기 힘들더라고."

    데비드의 말에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장천이였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은영영에 대한 노기는 느

    껴지지 않은지라 미소 짓는 데비드였다.

    사실 두 사람은 사문에 의한 일만 아니었다면 부부로 맺어져도 이상 할 것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장천을 보며 톡 쏘듯이 말하는 은영영이였지만, 그것이 장천을 잊기 위해서 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삼처사첩은 이상한 것이 아닌지라 은조상과의 친분을 위해서라도 은영영과 장천이 맺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데비드는 나중에 그녀를 만난다면 인연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 장천일행들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멸천문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멸천문의 정문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적는 무사가 있으니 장천은 그의 앞으로 가서는 말했다.

    "쌍도문에서 온 사람이요. 본파의 문주께서 먼저 안으로 들어가셨을 것이요."

    장천의 말에 명부를 적던 무사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그의 곁에 있던 무사 한 명이 다가와서는 말했다.

    "혹시 쌍도문의 소주이신 장대협 아니십니까?"

    "그렇소만.."

    "본문의 태상문주께서 만나 뵙고자 하십니다."

    멸천문의 태상문주라면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였으니 자신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라  무사

    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안내하시오."

    장천이 태상문주를 만나겠다고 하자 무사는 포권을 하며 그를 안으로 안내하니 몇 개의 전각을 지난 후에 멸천문

    의 태상문주가 거처한다는 저택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태상문주님. 쌍도문의 장소주님을 모셔왔습니다."

    "들라해라."

    "예."

    저택의 방문 앞에 도착한 무사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잠시 후 낮은 목소리의 음성이 들려오니 장천은 방으로 조심

    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태상문주가 거처하고 있는 방에는 장식품이라고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은 곳이었으니 방 끝의 의자에 한 남자가 앉

    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장천은 그가 홍련교에서 보았던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으니 그의 앞으로 가서는 포권을 하며 인

    사를 했다.

    "쌍도문의 장천이라 합니다. 멸천문의 태상문주께 인사드립니다."

    "반갑소. 여기 앉으시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은 그는 천천히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하니 장천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혈비도

    무랑을 봐라보았다.

    마교에서 보았던 때와는 달리 수척해 보이는 그는 마치  병이라도 걸린 것과 같은 모습이었기에 장천으로선 혹시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때의 이목구비와 그리 달라진 것은 없는지라 마음을 가다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태상문주님과는 초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소. 왜 본좌가 그대의 곁에 있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 아니오이까?"

    "그렇습니다. 저로서는 마교에서 일을 이해 할 수가 없더군요."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는지 알 수 없는 장천은 그에게 그 때의 연유를 물으니 혈비도 무랑은

    잠시 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의 동도가 위험해 처해 있음에 도와주는 것이 상리가 아니겠소이까?"

    "태상문주!"

    그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장천으로선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으니 혈비도 무랑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응? 이상한데..'

    자신을 봐라보는 혈비도 무랑의 시선, 그곳에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묻어 있는지라 장천으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혈비도 무랑은 한참을 그렇게 그를 봐라보다 품에서 천천히 무엇인가를 꺼내어  들었는데, 그것을 본 장천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단도는...?"

    "그렇소. 당신이 비도문에서 찾은 물건이지요."

    "어떻게 그것을...설마 그 때?"

    장천은 마교에 숨어들었을 때 우연히 비도문에 들려서 아홉 개의 단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마교를 빠져 나

    오는 중 은조상의 검에 당해 늪에 빠진 이후 그 단도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로서는 늪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마교로 돌아갔을 때 찾아 본 적이 있었지만, 역시나 워낙에 넓

    은 늪이었는지 포기 할 수밖에 없었는데, 설마 그것이 혈비도 무랑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이것까지 장소주의 손에 있었다면 소주에게는 무립십대신병 중 세 가지를 소유했을 것이요."

    "그렇다면 그것은...?"

    "장소주의 추측이 맞소이다. 바로 무림십대신병 중 일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병 탈혼섬광구비도요."

    "음..."

    설마 비도문에서 자신의 찾은 비도가 탈혼섬광구비도 였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천이였는데, 한참을 생

    각하니 무림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혈비도 무랑의 소유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보며 말했다.

    "태상문주께서 가지고 계시니 주인의 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로군요."

    "글쎄요. 솔직히 이것은 저의 물건이 아니라 장소주의 물건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듯 하군요."

    "예?"

    난데없는 그의 말에 장천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자신이 비도문에서 그것을 찾았기는 했지만, 실제의 주

    인은 혈비도 무랑 그의 문파에서 계속 이어지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우연히 그것을 습득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그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장천으로선 도저히 이

    해 할 수 없었다.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혈비도 무랑은 금새 자신이 하는 말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으로 회피해가니 머리가 어지러 울 수밖에 없

    는 그였다.

    "제가 마교에서 귀하를 도운 것은 소주께서 저의 본문에서 비도술을 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시지요?"

    "소주께서 배우신 비도술은 비도문의 문도들만이 익힐 수 있는 것, 그렇다면  본문의 일원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

    니까요."

    "음..."

    장천으로선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배운 무공인지라 어쩔 수 없었던지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단순히 무공을 익혔다고 비도문의 문도라고 하는 것은 조금 억지가 아닐까요?"

    "하지만 그곳의 기관장치에서 소주께서는 스스로 비도문의 이십팔대제자로 인정하시지 않았습니까?"

    "윽...."

    그 말에 장천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으니 비도문의 기관장치에서 빠져 나올 때 분명 자신의 몇 대의 제자라는 물음

    에 이십팔대라고 눌렀기 때문이었다.

    일이야 어떻게 되든 자신 스스로가 비도문의 문도라 인정을 한 것이니 장천으로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

    고 만 것이다.

    "휴...그렇군요."

    "하하하하!"

    장천이 스스로 비도문의 제자라는 것은 인정하자 혈비도 무랑은 크게 대소를 터뜨리니 잠시 후 그의 앞으로 아홉

    개의 비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받으시오."

    "..왜 이것을 저에게..."

    "그대 스스로가 이십팔대제자라 인정하지 않았소?"

    "그건 그렇지만....왜 탈혼섬광구비도를 저에게 건네주시는 것입니까? 이해를 할 수가 없군요. 이십팔대제자라 해도

    전 단순한 하나의 문도일 뿐인데..."

    "글쎄요."

    하지만 장천의 물음에도 확답을 해주지 않는 혈비도 무랑이였으니 한참을 망설이던 장천은 그래도 십대신병인지라

    조금 욕심도 나긴 했기 때문에 덮썩 받아 챙겼다.

    "후후후.."

    장천을 보며 혈비도 무랑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군...'

    그런 혈비도 무랑을 보며 장천으로선 혹시 정신이라도 왔다갔다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섬광비도술과 팔연환비도술은 다 익혔는가?"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비도문에서 배운 무공이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섬광비도술의 경우에는 3성, 팔연환비도술은 7성 정도라 생각됩니다."

    "아쉽군. 자네의 자질이라면 지금 10성 이상을 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말이야?"

    "사문의 무공을 익히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비도문의 무공을 익힐 시간이 없었습니다."

    "음... 쌍도문의 무공과 좌검우도라는 무공 말인가? 아..화의 무공과 소수마공도  있고...음...그렇군. 태극일기공과 자

    연도라는 것도 있었지?"

    그 순간 장천은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으니 혈비도 무랑의 입에서 태극일기공과 자연도의 이름이 나왔기 때

    문이다.

    장천이 알고 있는 자연도는 문파의 태사숙조인 기문숙과 자신, 그리고 문파에서 친한 사람 외에는 알고 있는 사람

    이 없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후후후..궁금한가?"

    장천은 놀란 물음에 혈비도 무랑은 또 다시 장난을 치듯이 소리치지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오를 수밖에 없었

    다.

    기문숙은 자신에게는 또 다른 스승과도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태사숙조는 어디 계신 것입니까?"

    "그 분은 잘 있네, 아주 정정하시지.."

    혈비도 무랑은 기문숙이 자신의 손에 들어 있다 인정을 한 것이니 한참을 그렇게 살기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던

    장천은 격동되는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말했다.

    "태사숙조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좋군. 좋아! 하하하!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지...크크크.."

    죽이겠다는 말에 혈비도 무랑은 더욱 더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 장천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이라도 상대에게 태사숙조의 되찾기 위해 도라도  휘두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런 것은

    사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장천은 거친 숨을 안정시키고는 그를 보며 물었다.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분명 자신이 분노할 것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기문숙의 이름을 말한 것을 알기에 무슨 이유가 일 것이라 생각한 것

    이다.

    "별 것 아니네, 이번 개파대전이 있기 전 까지 섬광비도술과 팔연환비도술, 그리고  내가 전해 줄 천섬비도술(天閃

    飛刀術)을 십이성까지 연공하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장천으로선 이어진 그의 말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으니 설마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공을 연성하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십팔대제자로서 자네는 너무 본문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강제로 시킬 수밖에 없었네."

    "....."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혈비도 무랑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는 무공을  익히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 두 가지 무공은 물론이요. 또 하나의 무공까지 가르치려 하는 것일까?

    이름을 들어 유추해 본다면 그가 말하는 천섬비도술 역시 비도문의 독문무공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혈비도 무

    랑의 비도술이라면 천하제일의 이름을 가진 무공인데, 그것을 연공하게 하는 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할 텐가?"

    "제가 만약 그 조건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별 수 없지. 기문숙을 포함해서 자네의 양부와 사형제, 그리고 마교의 의형제들까지 모두 저승 구경을 할 밖에..."

    "큭..."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그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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