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23화 (224/355)

제 41 장 멸천문의 개파대전 (2)

"문유..."

혈비도 무랑은 문유가 보내 주었다는 소림의 대환단을  보며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과거 어린  그들이 함께 모여

있었을 때의 일, 그 당시에는 복수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문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무공을 익히면서도 즐겁기만 했던 시절이 그로서는  그리울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순간

에 그런 생각은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것을 먹고 운기조식을 취하게... 비도문의  무공으로 인하여 자네의 망가진 자네의  몸이 얼마나 나을까는

모르겠지만, 대환단의 효능이라면 어느 정도의 내상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일세."

"알겠습니다."

손에 들린 대환단,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 쓰고 싶었지만 지금 죽을 수는 없었다. 아직 멸천대계의 가장 큰  분수령

이 될 계획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쓰러진다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환단을 삼킨 그는 가부좌를 틀고는 운기조식을 취하니 그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몸에 서려 있는 내공은 거의 6갑자 수준, 천하제일고수인 그에게는 당연하다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사실 이 정도의 내력은 보통 인간의 몸으로는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신체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내력은 오히려 장기를 엉망으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 섭취한 대환

단 역시 일갑자 정도의 내력을 상승시키는 절세의 환단이였지만, 소림의 대환단은 단순히 내공만을 늘리는 것이 아

닌 신체의 능력 역시 그만큼 상승시켜주는 효능이 있는지라 넘쳐나는 내공으로 인해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그에

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환단으로 어느 정도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크게 할 수는 있지만, 지금 그의  몸에 서려 있는

내공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방법은 탈태환골 뿐이었지만, 깨달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탈태환골은 복수를 위해 타락한 혈비도 무

랑에게는 먼일일 뿐이었다.

일주천의 운기조식을 끝낸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답답했던 가슴이 상당히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으니 대환

단의 효능에 탄복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멸천문의 주위로 각지에서 온 무림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니 그들 중 몇몇은 멸천문에

서 보내온 서신을 받고 온 자들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소문을 따라  온 자들이었으니 모두 멸천문의 태상

문주라고 알려진 혈비도 무랑을 보기 위함이었다.

무림 제일의 공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그였지만, 실제로 일반 무림인들은 그 모습을 본 이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혈비도 무랑의 손에 죽은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명문대파의 사람들이었으니 그들의 주도하에 혈비도  무

랑은 공적으로 몰렸던 것이다.

무림명문대파를 무시 할 수 없는 중소문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으니 만약 이

들을 명문대파에서 압박하지만 않는다면 혈비도 무랑을 영웅으로  생각할 문파도 상당한 수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었다.

그런 만큼 표면으로 나선 혈비도 무랑이 각 명문대파에 서신을 보내어 멸천문의 개파대전에 그들을 초대하니 많은

무림인들은 이곳으로 모여들어 명문대파와 혈비도 무랑의 멸천문과의 싸움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 든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초대받은 명문대파를 응원하겠지만, 내심은 혈비도 무랑이 그들을 꺾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쩌

면 멸천문이 무림에 드러내놓고 개파대전을 여는 것은 이것을 노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데요. 대형."

멸천문의 주위로 모여든 수많은 군웅들을 보며 탄성을 내지르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하오문의 소문주인 오승

이였다. 그의 옆에는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곰방대를 들고 있는  사람은 공공문의 문주인 정명이였으니 하오문으로

온 멸천문의 서신을 받아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물론 개파대전까지는 아직 십여 일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이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뭇군웅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이유를 알아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오자마자 그들의 눈을 멈추게 한 것은 멸천문 주위로 모여든 수만의 무인들이었으니 정명은 멸천문으로 들

어서지 못하고 이곳에서 걸음을 멈춘 것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뭘까요. 대형?"

"아마..명문대파와 멸천문의 싸움을 보고 싶어 모인 것이겠지. 이들에게  혈비도 무랑이 무림을 장악하나 명문대파

들의 무림이 계속 유지되나 똑같을 테니 말이다."

"그렇군요."

정명의 말에 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니 그 역시 하오문의 소문주로서 무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명문대파들

의 행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가장 이름 있는 명문대파는 겉으로는  아무런 행위를 취하고 있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들을 암암리에 지원하면서 주변에 있는 중소문파들을 몰아내거나 상당량의 돈을 받아 챙김으로서 문파의 재정

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무림의 중소문파들이 이들 명문대파를 보며 이를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혈비도 무랑이 기존의 무림의 질서를 깨고 멸천문의 세상을 만든다면 지금까지 명문대파에게 세금을 바치며 살아

가던 중소문파들을 좀더 자유로울 수 있겠지."

"그렇다면 멸천문을 돕는 것이 더 좋을 것이 아닐까요. 대형?"

그의 말에 오승으로선 멸천문을 도와 기존 무림질서를 깨버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말했지만,

정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중소문파들의 사정은 좋아질 테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의 일을 생각해 보았는가?"

"기존의 무림 질서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까?"

"지금까지는 명문대파에 의해서 중소문파 간의 싸움은 중재가 되는 보통이었지만,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면 멸천문

과의 싸움에 의해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들의 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이 일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아!"

정명의 말을 들은 후에야 왜 멸천이 기존의 무림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오승이였다.

하지만 이대로의 세상 역시 그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니 과연 세상에 어찌 돌아갈는지 탄식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러 군웅들의 사이를 돌아다니던 오승은 이들 대부분이 중소문파의 무림인들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개중에 상

당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형...저 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무공을 지닌 듯 하군...멸천문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는가?"

이들을 보며 정명은 그들의 계획을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었으니 안타까운 탄식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이곳 멸천문에서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은 물론이요. 무림의 기존 질서

는 깨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으로선 정명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니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데 그렇게 답답한 표정을 짓는 것이요?"

"휴..."

정명으로선 한숨만을 쉬고 있었으니 오승은 다음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발견한 인물이 사방을 돌아

다니면서 군웅들에게 무엇인가를 외치는 것이 들렸기 때문이다.

"들으시오! 우리들이 그간 얼마나 많이 명문대파에 시달려야  했소이까! 같은 강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문대파

에 연이 없는 자들은 그들의 속가제자에게 문파를 빼앗기고 세금으로 많은 돈을 받쳐와야 했소이다! 그들 스스로는

관과 무림을 다르다 하나 이 무림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관의 탐관오리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어찌 통탄하

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그의 말에 많은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니 이들 중에서 명문정파의 그러한 행동에 당하지 않은 자

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웅들을 보며 명문대파의 부조리에 대해 토하고, 그와는 멸천문의 이루고자 하는 대계를 말하며 그것을 설득하고

있었으니 오승으로선 멸천문이 자신들의 문파로 수많은 명문대파의  무림인들을 모이게 했는지 눈치를 챌 수 있었

다.

"이런..."

"아무래도 이곳에서의 일은 그리 쉽지 않을 듯 하구나."

오승으로선 멸천문이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계책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으니 무림의 어느 누구도 이것을 눈치

채는 이는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혈비도 무랑을 이름을 내세워 개파대전을 열어 각 명문대파에게 서신을 보내어 개파대전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각

지에 그 소문을 내어 많은 군웅들을 멸천문으로 모이게 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사람들을 보내어 명문대파의 부조리에 대해서 토로하고 멸천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여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소문파의 사람들에게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상당한 수의 아군을 얻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손을 쓰지 않고 명문대파들과 싸울 수 있으니 멸천

문으로서는 개파대전 하나로 무림을 뒤엎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정명으로선 이 일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 멸천문의 계책을 대비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옮기려고 했

으나 애석하게도 하오문에서도 멸천의 눈이 있었으니 두 사람은 이미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군웅들 사이를 빠져 나와 이곳에서 본 것을 전하기 위해 길을 가던 정명과 오승은 숲길을 걷던 중 걸음을 멈추고

말았으니 그들의 앞으로 일단의 무림인들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멈추셔야 되겠습니다."

"...너희들은 누구지?"

"말하지 않으셔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아닙니까?"

"음..."

그의 말에 정명은 눈치를 챌 수 있었으니 바로 멸천문에서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다.

[아우...준비하게 이들과의 일전은 피하지 못할 것 같군.]

[예 대형.]

정명의 말에 오승 역시 준비를 하니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본 멸천문의 무사들을 대장의 지시에 따

라 병장기를 들고는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멸천문에서 온 무사들의 수는 이십여 명, 그 하나하나의 무공이 일류수준의 무사들이었는데, 애석하게도  멸천문은

이들을 하오문의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사람을 보낸 것이었다.

무림에서 하오문은 시정잡배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명은 공공문의 문

주, 한 때 공공문의 무림에서 구파일방을 넘어설 정도의 성세를 누린 적도 있는 문파였으니 그의 무공은 결코 명문

대파에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승 역시 정명의 아우로서 공공문의 무공을 이어받고 있었으니 하오문 문주의 무공을 생각하며 보냈던  무사들의

실력으로선 이 두 사람을 쓰러뜨린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공공허격(空空虛擊)!!"

먼저 이들에게 선공을 가한 것은 오승이였으니 그는 대형인 정명에게 배운 이십팔로 공공권을 사용해서는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서너 명의 검을 피해서는 권을 날리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과 같은 빠른 손놀림에 순식간에  이들

모두가 쓰러지니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무사들을 대동하고 온 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헉..."

"넌 내가 상대해주지!"

오승의 무공에 놀란 그를 보며 정명은 재빨리 구봉을 조립해서는 일격을 날리니 크게 놀란 그는 몸을 뒤로 날려서

는 정명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찮은 하오문 놈이 감히...으드득!"

멸천문에서 중간서열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하오문의 잡배에게 일격을 당할 뻔했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갈고는 달

려드니 그가 초식을 시전하자 사방으로 수십 개의 검이 난무하더니 정명을 향해 밀려왔다.

"산화분검(散花奮劍)!"

"흥! 회원난영(回圓亂影)!"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수많은 검을 보며 콧방귀를 낀 정명은 봉의 끝을 잡고는 회전시키니 그 순간 멸천문의 무사

가 만들어낸 검은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끅..."

검이 튕겨져 나가자 그는 손아귀에 상당한 충격을 느끼고 말았으니 내력 면에서 크게 밀렸다는 것을 알고는 만만

치 않은 상대를 만났음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이 하오문의 문도가 맞단 말인가?'

그가 아는 하오문의 문주의 무공은 자신과 비교해서 한 수 아래의 실력을 지닌  자였는데, 그의 부하로 알고 있는

자의 무공은 그 이상임을 깨닫고는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오문이란 이름만 듣고 무사들을 데리고 온 그로서는 후회될 수밖에 없으나 지나간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지라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초식을 시전하여 그를 밀어 붙였다.

"춘풍낙화(春風落花)!"

"매화검법?"

멸천의 무사가 자신에게 초식을 시전하자 정명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가 시전하고 있는 것은 화산파에서

도 정식제자만이 익힐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매화검법이였기 때문이다.

하오문에서 오래 생활해 왔는지라 각파의 무공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그였으니 멸천문의 문도가  매화검법을

시전하는 것을 보며 일이 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 할 수 있었다.

화산의 검법을 이 정도의 무공을 지닌 무사가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미 무림 명문 대파의 무공이 멸천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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