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장 대사련에서의 위기 (5)
'만만치 않은 자로군..'
전체적인 무공의 수준으로 비교한다면 유성신창의 진형보다는 장천이 한 수 위라 할 수 있었지만, 장병기 특유의
공격법과 쾌속함과 다변함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는 공격인지라 병기를 들고 있지 않은 장천으로선 공격하기가 쉽
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장천의 생각을 아는지 곽무진이 그를 향해 무엇인가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천아 그것을 사용해라!]
전음을 사용하여 다른 이가 듣지 못하게 말한 무진이 던져 준 것은 바로 한 쌍의 장갑이었으니 장천은 그것이 범
상치 않은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장갑은 바로 곽무진은 하북팽가의 소주에게서 빼앗은 천잠사로 짠 장갑이었으니 보통의 도검으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는 물건이었다.
장천은 이것이라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는 급히 장갑을 끼고는 내공을 끌어올리니 천잠사에는 아무
런 해가 없이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발휘 할 수 있었다.
"천잠사?"
진형은 장천이 끼고 있는 장갑의 빛을 보며 그것이 천잠사로 짰다는 것을 눈치챘으니 지금부터의 싸움은 한층 더
어려워짐을 예측 할 수 있었다.
"홍염만화(紅炎萬化)! 한풍빙천(寒風氷川)!"
천잠사로 손을 보호할 수 있게 된 장천에게는 이제 거리낌이 없었으니 양의심공을 끌어 올려서는 두개의 무공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그는 홍염만화의 초식을 사용하여 일대를 태워버릴 듯한 기세와 함께 한쪽에서는 냉기가 가득한
장풍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양의 신공을 연이어 계속 시전하자 진형으로서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 뜨거운 열기의 공격
을 견디어냈다 생각하면 냉기가 밀려오고, 냉기가 밀려오면 또 다시 열기가 밀려와 공격해 오는지라 몸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음과 양의 공격에서 몸을 지탱하기 위해선 각자 다른 진기의 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큭!!"
계속되는 공격으로 진형은 목구멍에서 피가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 호신강기를 사용하여 냉
기와 열기 자체를 밀어 내지 않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계속 싸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장천의 초식을 받아넘기던 진형은 그대로 몸을 날려서는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가니 장천은 틈을 주
지 않고 연이어 공격을 계속했지만, 수풀에 막혀 공격은 무위로 끝나고 그 사이에 진형을 멀리 몸을 날리며 말했다.
"꼬마야! 이번에는 본좌가 물러나도록 하마!"
"흥!"
녀석이 사라지자 장천은 코웃음을 쳤으나 이 싸움에서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몇 가지 초식은 곽무진에게 사용했던 초식에 비해서 크게 위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었기 때
문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는 자신의 무공의 수위를 어느 정도 측정해 볼 요양으로 싸움을 걸었다는 것인데, 그 이
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후명에 의해 시작된 싸움은 진형이 사라지자 어느 정도 마무리가 지어졌으니 야묘대의 부대주는 쓰러져 있는 적
의 복면을 벗기고는 잠시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역시나 하후명의 부하들이군요. 이들이라면 대사련에서 신분이 확실한 자들인데, 무슨 이유로 우리들을....."
대사련은 수많은 사파들이 모여 만들어진 연합체였지만, 그 상하의 규율은 상당히 엄격하기로 유명하니 바로 안승
의 경우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련에 배반했다는 것을 밝혀지면 당사자는 물론 그가 속한 문파까지 명부로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아직까지
대사련에 대항하는 자들은 전무하다 할 수 있었다.
"부대주 아무래도 련 내에서 이번 은원방과 귀련의 일을 반기지 않은 인물이 많은 듯하군요."
"본련으로서는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야묘대의 부대주로선 계속 되는 기습이 반가울 리가 없었으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양부련주님의 일이 어렵게 되었구나. 이렇게 되면 은원방이 동맹을 끊는다고 해도 할말이 없으니....휴...'
이번 은원방과의 동맹은 련 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힘을 합쳐 마교를 완전히 몰아 낼 수만 있다면 지
금까지 중립을 지킨 대다수의 사파의 문파들이 대사련의 연맹으로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전체 사파의 삼할에 해당하는 중립파가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정파나 마교에 비해서 숫자 적으로는
상위일지 모르지만 고수의 수가 모자라 전체적인 힘에는 크게 밀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근래에 들어와서 십대거두들이 모두 실종되는 바람에 사정은 더욱 힘들게 변하고 있었으니 은원방의 힘
은 대사련에 반드시 필요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본 방의 피해가 없는지라 이 번 일은 넘어가겠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귀련에서 살수를 보낸다면 저희로
서도 난처할 수밖에 없겠군요."
"본련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냉천마수께선 안심하십시오."
부대주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니 부대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두 번째 위기를 넘긴 후에는 다행히 적습은 없었기에 일행들은 모두 은원방에 무사히 닿을 수 있었고, 드디어 마
교의 세력과의 싸움이 시작될 순간이었다.
달마대사가 처음 창건한 이후로 무림의 거두로 군림하고 있는 숭산 소림사는 지금 중요한 손님을 맞이함에 접객원
의 승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잠시 후 한 청년승이 걸어와서는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노승을 보며 말했다.
"무당의 분들이 찾아 오셨습니다."
"벌써 오셨는가? 자네는 방장께 손님들이 오셨다 말씀드리게."
"예."
숭산으로 찾아온 이들은 바로 소림사와 함께 무림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 무당에서 온 사람들이었으니 접객
원의 무허대사는 천천히 산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소림사로 들어서는 돌층대 아래에는 십수 명의 무림인들이 서 있는 것을 본 무허대사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서서는
한 노년의 도인을 보며 소림사 특유의 인사법으로 오른손만의 인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허대사 오랜만에 뵙소이다."
무허대사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년의 도사는 바로 장천도 만난 적이 있었던 무당의 전설과도 같은 인
물인 신검진인이였다.
신검진인은 과거 소림의 방장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적이 있는지라 소림사로서는 최대의 예를 다하여 그를 마중하
는 것이다.
진인의 옆에는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만박광인이였다.
그로서는 답답하기만 한 소림사 행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지만, 무리의 대의를 위해서는 자신도 참아야 되는지라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만박광인께서도 오셨군요."
무허는 옆에서 투덜거리고 있는 만박광인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무허와 친분이 있던 그는 손을 내
저으며 말했다.
"땡중아! 네 녀석이 한마디 할 때마다 답답함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으니 잔말 말고 방장대사를 뵈러 가자
고!"
"허허허 만박시주께서는 여전하시구려."
"큭..."
하지만 그의 말에도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무허는 오히려 너털웃음을 하며 즐거워하니 사실 지극히 조용한
소림에서 만박광인과도 같은 인물은 시원한 바람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무허는 몇 명의 접객원 스님들과 함께 무당의 손님들을 모시고 안으로 들어서니 멀리서 일단의 사람
들이 급히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소림의 방장인 무진대사와 소림의 노승들이었으니 신검진인에 왔다는 말에 직접 맞으려 나온 것
이다.
소림에서 이렇듯 방장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러 나서는 것은 거의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신검진인의 위치가 소림에
서 얼마나 높은 가를 입증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진인 어서 오시오."
"방장께서 이렇게 친히 마중을 나오시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
방장은 신검진인의 앞으로 나와서는 두 손을 잡으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우정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자 안으로 드십시다."
신검진인 방장이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무승들이 접객원을 둘러싸니 이번에 그들이 모인 이유가 결코 범상치 않
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간단히 차를 나누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잠시 후 이곳에 모인 일에 대한 논의를 하니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만박광인이였다.
"소림과 무당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근래에 무림을 어지럽히는 무리들 때문입니다."
"음..."
"본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멸천문이라는 이름을 지니며 현재 정사마의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하나, 그
이유나 목적에 대해선 알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만박광인의 말에 침음성을 내지르니 지금까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
문이다.
"다른 구파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소림방장이 물음에 만박광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당을 제외하고는 구파의 대부분에는 상당한 수의 멸천문의 첩자들이 잠입해 있는데, 그 중에는 구파의 수뇌들
도 포함되어 있는지라 사태는 상당히 심각합니다."
"그렇다면 본사에서도?"
"예."
그의 말에 방장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만박광인을 보며 물었는데, 소림사에도 멸천문의 첩자가 있다는 말에 경악
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무림을 혼란으로 야기시키는 문파의 첩자가 소림사에 있으리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던 방장이었는데, 만박광인은
잠시 고개를 내젓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한 노승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무대사...이제 정체를 밝히는 것이 어떻습니까?"
"....! 무슨 소리입니까!"
갑작스러운 만박광인의 말에 더욱 놀란 것은 방장과 접객원의 원주 무허였으니 그가 말하고 있는 무무는 두 사람
의 사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무무는 만박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 한참을 그렇게 침묵에 잠겨 있던 그는 미
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박대협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빠져나갈 도리가 없겠소이다. 하하하!"
신중한 만박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자신을 멸천문의 첩자라 말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무무는 너털웃음을 지으
며 말하니 방장인 무진대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무 사제...그것이 정말인가..."
"...대사형께는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오랜 시간 소림에서 같이 지내왔던 사이인지라 무무는 방장의 말에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갑자기 신검진인
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무무를 향해 지법을 시전했다.
"큭!"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무무는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마혈을 짚이고 말았으니 그의 눈에는 당혹감이 서
려 있었다.
"신검진인...."
무진은 신검진인이 손을 쓰자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 할 수가 없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를 만박광인이 말해
주었다.
"무허는 무무대사의 어금니에 있는 독을 제거하게."
"독이라 하셨소?"
그의 말에 무허는 놀라서는 무무의 입을 살피니 역시나 어금니 주변에 독낭이 있는지라 한숨을 내쉬고는 그것을
제거했다.
신검진인은 무무가 정체가 밝혀지자 어금니의 독낭을 깨물려 하는 것을 알고는 급히 지법을 사용하여 그것을 막았
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무진이였으니 수십 년간을 같이 해온 사제가 멸천의 첩자라는 것이 어찌 믿어지겠는가?
"멸천의 대계는 수십 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대문파에 잠입해 있는 그 첩자들의 수는 상당할 뿐
아니라 문파 내의 직위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정체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색출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박광인의 말대로 문파에서 상당한 직위의 있는 인물들이 첩자라고 밝혀진다면 그자를 색출하는 것도 힘들 뿐 아
니라 그자가 있는 문파에서는 자파에 대한 치욕이라는 생각에 비밀로 감출 것은 분명한지라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
려 하는 것이 서로 반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지라 상당히 힘이 드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멸천문의 일이 이렇듯 심각할 줄은 생가기도 못했소이다. 아미타불.."
방장으로선 서신으로 어느 정도 무림을 어지럽히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이 생각보다 심각한지라
도저히 타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의 자신이 무무가 첩자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오랜 시간을 같이 해온 사형제에게 매몰찬 행
동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방장의 자리에서는 형벌을 내려야 했지만, 평생 면벽동에 가두는 것 이상의 형벌은 내
리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무림에서의 사형제의 지간의 우정은 혈육과도 같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