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장 대사련에서의 위기 (3)
"무진이형!"
안승의 공격에 무진이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나자 그것을 보고 있던 장천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상대하고
있던 두 명의 무사들에게 일장을 날린 그는 무진을 도와주기 위해 몸을 날렸다.
"흑야귀살(黑夜鬼殺)!"
장천이 자신을 향해 공격해 들어오자 안승은 곽무진을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는 일검을 내찌르니 검은 순간 흐릿해
지는가 싶더니 장천의 미간을 향해 밀려왔다.
"흥!"
하지만 안승이 강호에서 이름을 날렸던 귀검의 초식은 장천에게는 우스울 뿐이었으니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흐릿
해 보이는 검이었지만, 그에게는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승의 검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자 장천은 가볍게 오른발을 차며 진각을 시전하니 강한 기풍이 일렁이며 안승이
펼치던 검은 놀랍게도 뒤로 휘어지듯이 밀려갔다.
"헉!"
설마 진각의 힘으로 자신의 검이 밀려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안승이였으니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차압!"
상대의 검이 진각에 의해 휘어지자 그 틈새를 놓치지 않은 장천은 진각의 힘을 그대로 이어서 일권을 내뻗으니 엄
청난 권기가 밀려들어가니 가슴에 강한 타격을 받은 안승은 그대로 뒤로 밀려가서는 벽을 부수며 튕겨져 날아갔다.
"끄윽!"
단 일권만으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엄청난 힘이었으니 그것을 보고 있던 무사들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승은 대사련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수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무진 형! 괜찮아요?"
"으윽...아프긴..아픈데...제발...이름 좀 부르지 마라..."
"합..."
무진의 말에 장천은 급히 입을 막고 말았으니 지금 그들의 이름은 대사련에서 비밀로 되어 있었는데, 그가 이름을
불러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직 검에 익숙하지 못한 모양이군.."
무진은 자신의 검술이 미숙함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무림에서 검을 쓰는 자들의 대부분은 어
린 시절부터 꾸준히 검만을 익혔으나 무진이 검을 익힌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에 비해서 검은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쓰러진 무진을 부축하여 일으킨 장천은 살기 어린 눈으로 자신들을 공격했던 무사들을 노려보려 했는데, 애석하게
도 이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응?"
안승이 쓰러지자 많은 무사들은 이미 부상당한 동료와 시체를 들고 사라진 이후였으니 깔끔해진 바닥을 보며 장천
이 멍한 표정을 짓자 데비드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고는 무진을 부축하고 걸음을 옮겼다.
숙소로 돌아가던 장천들의 앞으로 잠시 후 많은 수의 무사들이 달려오니 그 중의 한 사람은 과거 부련주와 함께
은원방으로 찾아왔던 무사 중 한 사람이었기에 그들이 적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헉..이런 일이..."
그로서는 련으로 온 손님이 습격을 당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안승이란 자가 우리에게 련주님을 만나게 해준다면서 함정에 빠뜨렸소."
"안승이!"
그 역시 접객당의 부방주인 안승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지라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급히 부상당한 곽무진을
안으로 옮기고는 이 사실을 부련주 양진에게 급히 알렸다.
련에서 나온 의원에게 곽무진과 팔뚝에 상처를 입은 데비드가 치료받을 때에 문이 큰 소리와 함께 열리며 놀란 표
정을 한 양진이 황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부련주님..아무래도 이곳에서 저희들을 반기지 않은 무리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
"으...."
양진으로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으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은원방과의 약속이 깨질 수도 있었기 때문
이다.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대사련으로선 은원방의 도움이 절실했었으니 일을 망치려 했던 안승에 대해서 이가
갈릴 수밖에 없는 그였다.
'도대체 안승 녀석이 무슨 이유로 나의 일을 방해하려 했던 것이지?'
그가 알고 있는 안승은 자신의 세력에 속한 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반대파에 속한 자도 아니었던 중립적인 인
물인지라 련의 손님을 모시는 접객당의 부당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인데, 무슨 이유로 그가 은원방에서 온 사람들을
죽이려 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쉽게 간과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었으니 부련주는 급히 무사들을 보내어 안승과 장천들을 공격했던
무사들을 잡기 위해 무사들을 보냈는데, 이미 안승은 스스로 독을 먹고 자결한 이후였으니 나머지 무사에 대해서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왜 무슨 이유로 안승은 은원방의 무리들을 공격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대사련에서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조사하기 위하여 분주할 수밖에 없었으니 이 일은 쉽게 넘어 갈
수 없던 일인지라 련주인 유일랑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었다.
장천 일행은 부련주의 안내를 받으며 드디어 중원의 삼대세력 중 하나인 대사련을 이끌고 있는 유일랑을 만나게
되었다.
거대한 대청 안에는 검은복장을 입은 무사들 이십여명의 일렬로 서 있고, 그 상좌에는 백색의 장삼을 입고 있는
중년인이 자리에 앉아서는 정광이 빛나는 눈으로 자신을 봐라보고 있었으니 장천은 그의 기도에 주눅이 들 정도였
다.
"련주님께 은원방의 냉천마수가 인사드립니다."
"반갑소이다."
차가운 목소리로 장천의 인사를 받는 유일랑이였으니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도에 제대로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대사련은 마교나 정파에 비해서 그 무공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가 본 유일랑은 천마나 우경의 기도와
비교해도 한 수 위로 느껴지고 있었다.
"강호의 소문이 오히려 모자랄 정도로군요."
상좌에 앉아 거만한 모습을 하고 있는 유일랑 역시 장천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도를 느끼며 감탄 어린 말을 내
뱉으니 장천이 그에게서 느껴지던 압박감을 유일랑 역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런 자가...'
유일랑은 장천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도를 느끼며 저런 자가 세외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겉으로 드러낼 때가 아닌지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부련주를 보며 말했다.
"어젯밤의 있던 일을 보고하라.."
"예. 해시 무렵 접객당의 부당주인 안승이 본련을 돕기 위해 오신 은원방의 사람들을 유인하여 해하려 했습니다."
"안승은?"
"일이 밝혀진 후 련의 문도들을 보냈지만, 이미 독을 마시고 자결했습니다."
"음..."
지금까지 대사련 내에서 이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던지라 유일랑으로서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는
데, 일단 은원방에 온 이들은 자신들의 손님인지라 어느 정도 체면을 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유일랑은 한숨을 내
쉬며 명령을 내렸다.
"접객당 부당주인 안승의 사문은?"
"귀주 귀검문입니다."
"귀검문을 대사련의 명부에서 지우도록 해라."
"예."
유일랑의 명령에 양진은 잠시 흠찢거리는 모습을 보이고는 포권을 하며 물러나니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장천 역시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한 문파를 몰살시키라는 명령을 들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장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일랑은 귀찮다는 듯이 턱을 괴며 앉아서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귀방의 무사가 본련의 실수를 상처를 입었으니 어느 정도의 보상이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해소이다."
그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의 무사가 커다란 궤짝을 들고는 걸어 들어오니 궤짝의 뚜껑을 열자 장천과 데비드들은 크
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른 하나도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궤짝 안에는 은원보가 가득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액수만 해도
수만냥은 넘을 듯한 액수였으니 련주의 배포에 장천으로선 사대하기 상당히 힘든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의 상처만을 입었을 뿐인데, 이렇듯 해주시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본련으로서는 귀방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니 오히려 부족하다 생각할 뿐이지요."
그 말과 함께 유일랑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사라지니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장천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거대한 세력의 장만큼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과연 대사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마찬가지고 돈이 안 아까운 이가 있을 것인가? 은원방의 무사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유일랑은 잠시 후 벽에 두 손을 가져가고는 머리를 벽에 박기 시작하니 이미 예상이라도 했는지 부련주 양진
이 뛰어 와서는 놀라서는 그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련주! 련주 제발 참으십시오!"
"놔! 이 자식아! 으...아까운 내 돈..흑흑흑"
수만 냥이나 되는 돈은 바로 그의 사재였던 것이다.
한편 이런 유일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숙소로 들어온 장천 일행들은 궤짝 가득히 들어 있는 은원보를 보며 도저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으니 약간의 부상으로 이 정도의 돈을 얻을 수 있다면 상당히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 아니
던가?
"무진형...흐흐흐 다음도 기대해 볼께!"
"빌어먹을 녀석...저런 녀석이 동생이라니...흑흑흑.."
자신의 안위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장천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곽무진이였다.
어쨌든 대사련에서의 첫 번째 위험은 그렇게 넘길 수 있었으나 장천들의 위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곽무진의 부상이 어느 정도 나아 장천은 약속대로 대사련과 힘을 합쳐 마교와의 싸우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야묘
대의 무사 다섯 명과 길을 가던 장천은 또 다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데비드..."
장천은 피부로 느껴지는 살기에 데비드와 곽무진에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을 하니 잠시 후 사방에서 파공음이 들
리며 수십 개의 화살이 그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적습이다!"
"끄악!!"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살에 의해 그들과 같이 있었던 야묘대 중 서너 명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화살에 맞아 쓰
러지고 마니 잠시 후 그들의 주위로 복면을 하고 있는 무사 수십 명이 병장기를 들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외의 오랑캐들에게 중원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지!"
검은 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의 앞에는 대도를 들고 있는 무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니 야
묘대의 무사 중 한 사람이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살대도(一殺大刀) 하후명(夏候明)!!"
일살대도 하후명, 대사련 서열 7위의 인물로 유일랑에게 상당히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으니 그가 앞을 가로막
자 야묘대의 무사들이 믿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후대주!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천의 일행들과 동행한 야묘대의 부대주가 소리치니 하후명은 크게 대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하 세외의 무리들을 처단하는 것은 중원의 무인으로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음..."
하지만 하후명이 나타난 것이 단순히 세외의 무리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장천은 소수마공을
끌어올리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본좌의 앞에서 살기를 드러낸 것을 후회하기 해주마!"
"크하하하!"
장천의 말에 하후명은 대소를 터뜨리더니 잠시 후 그의 앞으로 몸을 날렸고, 복면의 무사들도 일제히 쇄도해 들어
갔다.
하지만 장천 일행 역시 안승과의 싸움 이후 상당한 준비를 한 상태였으니 곽무진은 파사신검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데비드 역시 애검과 함께 간단한 체인메일을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전에 싸움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안승과의 싸움으로 어느 정도 상대의 무공의 정도를 알아낸 하후명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를 끌고
왔는데, 파사신검의 든 곽무진이나 완전한 복장을 갖춘 데비드는 안승과의 싸움에 비교한다면 수배는 더 뛰어난 힘
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