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장 대사련에서의 위기 (1)
시간이 지나면서 무림은 더욱 더 혼란에 접어들고 있었다.
대사련이 강남의 마교 지부를 공격했던 것을 시작으로 했던, 두 세력간의 싸움은 이제 점점 더 치열하게 변해 가
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선공을 가했던 대사련이 유리하게 이끌어져 갔지만, 마교 역시 만만치 않았으니 대사련에 비해 그 숫자
는 적을지 모르겠지만, 고수들의 숫자는 위였기 때문에 하나의 대사련의 문파들을 각개격파하는 식의 방법을 사용
하고 있었기에 많은 숫자를 자랑하던 대사련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대사련의 총단은 상당한 혼란에 접해 있었으니 장천의 일행들은 그런 시간에 대사련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집무실에서 마교와의 싸움이 적힌 서류를 읽고 있었던 대사련의 부련주 양진은 점점 피해가 심해지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 때 문 쪽에서 인기척이 있더니 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련주."
"무슨 일이냐?"
"은원방의 사람들이 총단에 도착했습니다."
"음..알았다."
은원방의 사람들이 왔다는 말에 양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으니 그들을 불러들인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는데,
마교와의 싸움에서 크게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무림에서 떠오르는 신흥세력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진은 이들과의 계약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은원방의 세력은 짧은 시간에 너무나 크
게 자라난 것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만마문이라는 곳에서 갈라져 나온 문파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만마문이라는 곳은 들어 본 적도 없었으니 아
무리 세외의 세력이라고 할지라도 중원을 진천시킨 신흥세력의 본류가 세외에서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의심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원방과 계약을 맺은 양진이 가장 처음에 한 것은 세외에 사람을 보내어 만마문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것이었는
데, 그곳에서 대사련의 사람들이 알아낸 것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아니 세외의 무림인들은 만마문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그저 200년 전 한때 세외무림에 반짝 두각을 나타
내었던 마방(魔幇)이나 서장 홍교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사라진 마종교(魔宗敎)이 후예가 아닐까 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추론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해...이상해...'
장천이 말한 만마문은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문파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양진으로선 만마문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세력들을 조사하며 그들의 본류를 알아보려 했으니 없는 문파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단순히 마(魔)라는 단어에 연관된 과거의 세외 문파들을 조사하며 추론 할 뿐이지만, 설마 이러한 문파가 없으리라
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은원방에서 본 무리들은 대문파의 지원이 없다면 이루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무사들을 양성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동안 무사들을 단련시켜야 했으니 무림에서 막 이름을 드러낸 신흥
문파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만마문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부하들의 뒤를 따라 양진이 도착한 곳은 대사련 총타에 위치한 접객당이였으니 문 안으로 들어서자 은원방에서 얼
굴을 보았던 사람들이 연못에 만들어진 정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그들을 보며 잠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양진은 무림의 삼대세력의 하나인 대사련의 부련주인 만큼 어느 정도 위엄
을 보이며 그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양진의 모습이 보이자 정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양진에게 포권을 하며 예를 보이니 가장
먼저 입을 연 인물은 은원방의 세외삼마 중 첫째라고 알려져 있는 냉천마수였다.
"부련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은원방의 세외삼마께서 이렇게 본련의 총타까지 친히 와주시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냉천마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한 양진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서는 말했다.
"이렇게 빨리 총타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듣자하니 마교의 무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하여 서둘러 대사련
의 총타로 오게 되었습니다."
양진의 말에 냉천마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니 그는 다시 한번 포권을 하고는 감사의 뜻을 표했으나 내심은
달랐다.
'본문의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군. 아무래도 쉬운 상대가 아니야...'
양진은 잠시 후 시녀가 가져다 놓은 용정차를 받아서는 잠시 한모금을 마신 후 냉천마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냉천마수께서 말씀하신 데로 현재 본련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저희 쪽이 숫자가 마교에 비해 월등
히 앞선다고는 하지만, 마교 쪽에는 워낙 고수들이 많은지라 그들이 각개격파의 수단으로 나서니 어찌할 방도를 찾
지 못하고 있지요."
"그렇군요...음...저희들이 할 일이 무엇입니까?"
냉천마수가 직접 말을 해주자 양진은 일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심을 하고는 그를 보며 은원방이 가야
할 곳을 말해 주었다.
"본련에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귀주쪽의 마도들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다고 합니다. 마교 총단에 있는 고수인 호
형권(虎形拳)의 진서와 풍명도(風鳴刀) 강천이 수십의 수하들과 함께 명허현의 안문객잔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더군
요."
"호형권의 진서와 풍명도 강천이라...."
냉천마수인 장천은 두 사람의 이름을 되뇌이며 생각에 잠기니 그들을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형권의 진서는
그가 처음 총단에 들어섰을 때 본 인물인데, 형의권에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는 가문에서 내려오는 약품으로 손톱을 단련시켰는지, 그의 호조수에 당한 이 중에 중상을 입지 않은 이가 없었
다.
풍명도 강천 역시 뛰어난 인물로 호형권 진서와 오랜 친우였으니 진서가 가는 길에는 강천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는 한 자루의 도를 잘 다루는데, 도를 이룰 때마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마치 새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드는지라
그를 풍명도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무서움은 단순히 무공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 바로 그들을 따르는 부하들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마교의 장로급 인사들의 자제였기 때문에 그들을 따르는 수하들 역시 한 수 재간이 있는 데다, 그들
이 모두 모여 행하는 금검진(金劍陣)은 마교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진법이었다.
물론 그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장천의 형제들이라면 어렵사리 처리 할 수 있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요."
"고맙소. 이번 일은 본련에서도 야묘랑(夜猫娘) 문민(文玟)이 삼백의 야묘대의 무사들 역시 참여할 것이니 잘 부탁
드립니다."
그 말에 장천의 옆에 앉아 있던 곽무진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귀를 대고 무엇인가를 말하니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양진을 보며 말했다.
"이번 일에 앞서 정해 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솔직히 저희들은 세외에서 온 사람들인지라 중원의 무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음..."
양진 역시 그러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대사련의 무사들과 저희들이 한 적을 상대하여 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그건...."
그로서는 허락하기 조금 힘든 문제였으니 아직 은원방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라 경공술이 능한 무
사들이 많은 야묘대를 그들과 함께 가게 한 것이었는데, 은원방에서 따로 행동하겠다고 말하자 난처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거절 할 수도 없는 일인지라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은원방의 움직임을 저희들이 모르고 있다면 일을 처신하기가 어려우니 야묘대의 무사 두세
명 정도가 같이 있었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곽무진이나 장천 역시 두세 명 정도라면 어떻게 처리 할 수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니 드디어 대사련과 은원방의
첫 번째 협력이 이루어진 것이다.
양진과의 이야기가 끝난 장천들은 접객당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었으니 하루의 일이 끝나자 장천은 큰
숨을 내쉬고는 침상에 드러누우며 소리쳤다.
"젠장 할 진짜 힘들군!"
장천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니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지라 장천과 곽무진은 얼굴을 감추기 위해 인
피면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인피면구라고 해봤자 원래의 피부가 아닌 만큼 오랜 시간 쓰고 있으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
이었다.
거기다가 날까지 더웠던지라 인피면구 안에는 땀으로 질퍽질퍽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끈적끈적한 인피면구를 벗어서는 집어던진 장천이였으니 곽무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조심하도록 해라. 양진이란 자는 아직 우리들을 완전히 신용하지 못한 것 같으니 말이야."
"알았다고."
두 사람이 이렇게 피로에 지쳐 있을 때 데비드는 혼자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으니 궁금하게 여긴 장천이 살며시 옆
으로 가서 보자 익히 들어보았던 이름이 있는지라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뭐야!"
자신이 쓰고 있는 서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안 데비드는 급히 쓰던 편지를 가렸으니 그런 모습을 보며 장천은 천천
히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후후후 덩치는 산만해 가지고...크크크"
"애처가라 불러주겠나."
"하하하!"
데비드가 쓰고 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동방명언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자신들의 아내에게 쓰고 있었던 것이
다.
"아...마누라 보고싶다."
연서를 보고 있자니 장천은 유능예가 생각이 나서는 중얼거리니 그 순간 퍼뜩 곽무진의 일이 생각나서는 입을 다
물고 말았다.
"걱정 말아라."
"무진형..."
장천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그였지만, 사랑했던 아내의 생각이 났던지라 금새 침울해졌다.
곽무진의 아내 남궁소화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왔던 사람인지라 잊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무진이 시무룩하게 변하자 그로서는 어찌 할 바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 때 문 밖에서 누군
가의 인기척이 느껴져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놀란 장천은 급히 변태변골술을 사용하여 얼굴을 바꾸고는 천천히 문의 옆쪽 벽으로 숨어서는 지켜보니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객당의 부당주 안승입니다.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들어오십시오."
곽무진의 말에 안승이란 자는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오니 태양혈이 크게 드러난 것이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오자 일행들에게는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련주께서 은원방의 손님들을 만나뵙고자 합니다."
"련주께서?"
"예."
"음..."
날이 어두워 자정이 다되고 있는 시간이었으니 이런 밤에 련주가 자신들을 만나자고 하는 것이 그들로서는 이상하
게 생각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사련에서 련주가 만나자고 하는 것을 거절 할 수 없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간단히 용건을 말한 안승이 나가자 장천은 투덜거리면서 변태변골술을 풀고는 던져 놓은 인피면구를 잡으며 말했
다.
"그런데 무슨 일로 련주가 우리를 찾는 거지?"
"음..."
대사련의 련주 유일랑은 외부에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유명한 사람인지라 그를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천은 련주를 만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어렵게 인피면구를 다시 둘러쓰니 곽무진은 어느 정
도 인피면구가 드러나지 않게 장천의 얼굴 주위를 고쳐 준 후 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