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장 하오문의 전설 공공문 (6)
선실 안으로 들어선 구타주는 그곳에서 갓난아이를 든 한 여인을 만나니 정명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사파십대거두의 한 분이신 흑철돈녀 무여협의 증손녀인 무소저입니다."
"아!"
구타주는 정명이 말에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니 사파십대거두는 강호에서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
들이기 때문이었다.
"무미미라 합니다."
"아...귀행도 구청천이라 합니다."
"구대협이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무미미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자 구타주는 정명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무소저께서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듯 하네만 흑철돈녀 무여협께서 적습에 명을 달리했다는 것을 아는가?"
"예? 설마..."
"사실이네, 그것은 여기 계신 무소저께 들은 이야기니 말일세."
"아!"
구타주로선 그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설마 그런 절대고수 들이 죽음을 당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십대거두의 대부분이 강호에서 같은 시기에 모습을 감추어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강호에서 이들 십대거두를 한꺼번에 처리 할 수 있는 세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기에 하오문에서도 행방
이 묘연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수백 명의 무사들에게 둘러싸였다 하더라도 그들의 무공이라면 몸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무서운 자들이군요. 본문을 능가할 정도의 정보망과 사파 십대 서두들을 일시에 처리할 정도의 고수
들을 보유하고 있는 세력이라니..."
구타주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이 이들의 정체를 추적했던 것은 거의 십 년이 넘는 일이었는데, 그 동안 알아낸 것이라고는 자신의 문파 내
에서 상당한 수의 첩자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얻어낸 몇 가지 사소한 정보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명 역시 그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 구타주를 부른 이유는 무소저께서 그들에 의해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멸구를 위해서 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만, 혼자서는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인데 왜 많은 돈을 들여가며 무소저를 죽
이려하는지는 알 수가 없더군요."
"음...."
정명의 말대로 무미미가 흑철돈녀의 증손녀라고는 하지만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신중한 많은 문파의 수뇌들을 믿
게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십만냥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로서는 이번 일을 이용하여 그들을 표면으로 끌어들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적수 신호를 사용한 것입니다."
정명의 말대로 이번 일을 잘 이용한다면 지금까지 오리무중이였던 그들에 대한 일에 진척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구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총타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무미미는 한참을 그렇게 봐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구타주를 보며 물었다.
"실례되지만 구타주의 문파를 알 수 있겠습니까?"
"아! 이런 실례를 범했군요. 전 하오문의 분타주입니다."
"하오문! 혹시 쌍도문의 양대협을 아시는지요."
"물론입니다만..."
무미미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들이 자신들이 찾으러 가고 있던 하오문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는 쌍도문의 광무자 어르신께서 맡긴 아이입니다. 이번에 배를 탄 것은 하오문의 총타에
있는 양대협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
그녀의 말에 구타주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으니 이 아이가 누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오문의 총타에 있는 양우생은 하오문의 광대한 정보망을 이용하여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구타주께서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아십니까?"
무미미로서도 광무자가 아이를 자신에게 맡겼다고는 했지만,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이며 이름조차 알지 못했기에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확실하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양대협께서 근래에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본문의 의뢰를 하셨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소저께서 만나신 광무자 대협이고, 나머지 한 분은 쌍도문의 소문주인 장소협의 아들은 장소천입니
다."
"아!"
아직 장천이 혼인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무미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에게서 아이가 있다는 말에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처음 장소천을 만났을 때 그의 모습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던 그녀로서는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디에선가 본 적 같은 느낌이 들었던 그녀로서는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이 소천과 닮았었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무자 대협께서는?"
"쫓기고 있던 무 여협을 구하기 위해 이 아이를 맡기고 적들을 막았다고 들었는데, 소식이 없다 하니 아무래도 녀
석들에게 당한 듯 합니다."
"그런...."
정명은 무미미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구타주에게 말하니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하니 그 역시 과거에 광무자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광무자를 본 것은 양우생과 함께 하오문의 한 사람으로서 쌍도문에 들렸다가 그를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
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데다가 무공 역시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상당한 호감을 느꼈었는데, 그런 사람이 죽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무림에 커다란 별이 하나 지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군요."
정명으로선 광무자라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구타주가 칭찬을 하는 것을 보니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에 잠겨 있던 방의 정적을 깬 사람은 무미미였다.
"정대협께서는 하오문의 사람이 아닌 듯 하군요."
구타주와 정명의 대화에서 두 사람이 같은 문파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 그렇습니다. 저의 아우인 오승은 하오문의 소문주이고, 전 공공문의 59대 문주입니다."
"공공문!"
그가 공공문의 문주라는 말에 무미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녀 역시 공공문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었
기 때문이다.
과거 송나라 시절에는 그 이름이 면면히 유지되었지만, 원나라가 건국하면서 송 왕조를 지키기 위해 공공문의 인
물들은 치열한 항전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공공문은 몽고군에 의하여 거의 멸문했다고 알려진 문파였다.
지금의 하오문은 공공문에게서 분리 된 문파라는 것이 많은 무림인들의 이야기였으니 그들의 무공은 눈에 보이지
도 않는 빠른 권법과 경공술이 크게 알려져 있었다.
"공공문은 몽고군에 의해 멸문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예. 사실상 남아 있는 공공문의 문도라고 해봤자. 저와 저를 키워주신 장로 한 분뿐이니 멸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아!"
"이제 와서 문파를 재건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지만, 본문에서 내려오는 임무를 저의 대에서 포기할 수는 없기 때
문에 이번 공공문의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말에 무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증조모가 한 말에 따르면 공공문은 겉으로는 하오문과 같이 갑부의
집을 털며 도둑질을 하는 문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터는 부호들은 거의 다 악질적인 짓을 하여 돈을
버는 자들이었고, 그렇게 훔친 돈을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쓰고 있었던 문파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송이 무너지자 공공문의 많은 문도들은 구국의 정신을 앞세우며 원에 대항했고, 그렇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문의 의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보여주었던 충혼을 자손들에게 이야기 해주며 이어나
가니 흑철돈녀 무삼랑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소저께서 알고 계신 대로 저희 하오문의 뿌리를 올라가면 그곳에는 공공문이 있습니다. 저희 하오문을 세우신 분
은 바로 공공문의 24대 문주의 동생 분이셨습니다.
"아..그렇군요."
"공공문에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원과 싸운 충혼은 하오문의 전설과도 같은지라 본문에서는
공공문의 문주를 본문의 문주와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타주의 말에 왜 그가 나이가 어린 정명을 상대로 존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양대협께서 찾으시는 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안심이 되는군요. 이제부터는 본문의 문도들이 무소저를
항주까지 안전하게 모실 것이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하오문의 배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무미미로서는 하오문의 도움을 받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니 그들 중 강호에 이름이 알려진 초고수는 없다
고는 하지만, 개방을 넘어설 정도의 많은 문도들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적의 눈을 속이며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넓은 방, 한 남자가 무엇인가를 고심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오른 손바닥 위에는 한 자루의 비도가 한자
정도의 높이로 떠 있었다.
격공섭물의 수법을 사용한다면 상승의 경지에 있는 자라면 해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자의 손바닥 위에 있는
비도는 그런 경지와 비교도 할 수 없었으니 그의 비도는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를 사용하여 공중에 떠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무림에서 그 경지에 이른 자가 손에
꼽을 정도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이기어검의 경지였으니 어찌 격공섭물과 같은 것과 비교 할 수 있겠는가?
그의 손 위에 선 비도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날리며 회전하다가는 잠시 후 그의 주위에 있는 십여개의 초의 심지를
잘라 버리니 방은 순식간에 어둠에 먹혀 버렸다.
"문주."
"어서 오십시오."
잠시 후 방 문 앞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비도를 날리던 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자는 어두컴컴한 방을 보며 혓바닥을 차더니 말했다.
"이 늙은이는 눈에 침침해선지 어두운 방에서는 못 있겠소."
그 말과 함께 손을 든 그가 가볍게 사방에 탄지를 날리니 그의 손가락에서 나오는 기운은 초의 심지에 닿아 잠시
후 방을 환히 밝히며 불을 붙이니 놀라운 탄지의 수법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과연 어르신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 오셨는지요?"
방이 환해지자 방문으로 들어선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니 그는 놀랍게도 과거 장천이 거지생활을 할 때 만났던 거
지노인이었다.
장천이 무림을 돌아다닐 때마다 혈비도 무랑과 함께 그를 안타깝게 봐라보던 사람이었으니 그가 문주라고 부르고
있는 이는 바로 홍련교에서 그 모습을 보였던 무림 제일의 고수라고 알려져 있는 혈비도 무랑이였다.
"천이가 만수방을 무너뜨렸다고 하더구려."
"음..."
혈비도 무랑은 그가 말하는 천이가 누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침음성을 내지르니 만수방에게 맡긴 일은 이
번 대계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본문은 자금에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인데, 어찌할 생각이요."
거지 하노인인 자리에 앉아서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고는 던지듯이 말하자 혈비도 무랑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수방으로 하여금 황하의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게 하는 것은 실패하긴 했으나 본문에 만수방만 있는 것도 아니
요. 강도 황하뿐이 아니니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아무래도 문진철의 덕이 부족했었는 듯 하니 이번에는 어르신께
서 이 일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혈비도 무랑의 말에 하노인은 담배 연기를 뱉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이야 제가 맡기는 하겠지만, 문주의 아우님이 상당히 불만을 가진 듯 합니다."
"아우가 말입니까?"
"솔직히 저 역시도 문주께서 그 일을 하셨던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구려. 그 분이 문파에 대한 애정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그것을 행하신 것입니까? 그것도 그 분이 문파를 떠나 있었을 때 말입니다."
"...쌍도문의 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나 만약 그 일이 밝혀졌을 때 천이가 가질 분노는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하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에 곰방대를 내려놓고는 말하니 놀랍게도 그들이 말하고 있는 문파는 쌍도문이였
던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그들이 말하는 아우는 쌍도문의 현 문주인 쾌쌍도 장춘삼이라 할 수 있었으니 또 다시 한번 더
예측하면 혈비도 무랑의 진짜 이름이 춘일이나 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의 소유자라 할 수 있으나 혈비도 무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전혀 촌스러운 모습을 보이
지 않고 있었으니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하는 하노인을 보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원한 일이니까요."
"문주...."
혈비도 무랑의 말에 하노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에 든 곰방대를 빨 뿐이었
다.
혈비도 무랑 그는 왜 장천의 원수가 되려하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