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장 하오문의 전설 공공문 (4)
"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안 든다고."
"응?"
"절세미인이 와도 비켜줄까 말까하는데 동영검이나 들고 있는 왜구 같은 녀석에게 길을 비켜 줄리 없잖아?"
"고노야로!"
그의 말에 일본도를 들고 있는 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검을 휘두르니 오승이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진짜 바다
건너에서 일본에서 온 자였던 것이다.
오승의 앞에 선 자는 마쯔다라는 자였으니 대륙에서 자신의 검술을 시험하고자 온 사무라이였다. 대륙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한지라 우연히 무미미라는 여인을 제거한다면 50만냥이라는 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온 것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대륙이라고 해도 불량배 같은 자에게 무시를 당하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류파인 섬풍일도류(剡風一刀流)의 수법을 사용하여 오승을 베어나갔다.
"호오! 동영 오랑캐였군!"
오승은 그가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자 탄성을 내지르듯이 말하고는 철선을 사용하여 그의 검을 막으니 푸른 불꽃이
일대를 섬광을 일구어냈다.
[채쟁!!]
자신의 검이 상대가 들고 있던 검에 막히자 마쯔다는 크게 놀라긴 했지만, 대륙의 무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어
본 적이 있는지라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이 검을 내질렀다.
"하압!"
동영의 검술은 중원과는 다른지라 오승으로선 날카로운 쾌검을 상대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녀석이 검을 거두어 다시 일격을 가하려하자 철선을 가볍게 펴서는 그의 눈을 가리는 동시에 오른 발을 사용하여
그의 무릎을 가격했다.
"끄윽!!"
내력이 실린 발차기에 당한 마쯔다는 신음을 내지르며 뒤로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으니 검과 검의 대결이 거의 대
부분이었던 그는 중원의 변화무쌍한 무공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큭..."
무릎에 상당한 충격을 입은 마쯔다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
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오승은 철선을 부치며 여유를 보였으니 마쯔다 검을 들어서는 다시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한편 오승이 입구를 막고 있는 동안 정명은 객실로 향하고 있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방안으
로 들리고 있었다.
"휴..이를 어쩌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무미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으니 이 상태로라면 자신을 쫓고 있는 자들에게 들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켈켈켈...여기 있었구나..."
"헉!"
아이를 안아 달래고 있던 무미미는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선실의 벽이 부서지면서 포대를 들고 있는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칫!"
자신들을 노리고 온 자라는 것을 안 무미미는 급히 탁자 위에 올려놓은 박도를 꺼내어서는 그의 미간을 향해 휘둘
렀으니 상대는 포대를 머리 위로 들어서는 그녀의 공격을 막은 후 다시 포대로 박도를 휘감아서는 그대로 하늘 위
로 날려 버렸다.
[쿵!!]
그녀에 손에 들렸던 박도는 포대에 휩싸인 채 천장에 박히고 말았으니 그녀는 멈추지 않고 녀석을 향해 철사장을
날렸다.
"켈켈켈...그 따위 장법으로 본노를 상대 할 수 있다 생각했느냐?"
하지만 무미미의 공격에 그는 괴소를 터뜨리며 가볍게 포대를 사용하여 일장을 막은 후 그 대로 포대의 입구를 개
방하니 그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오더니 무미미를 향해 밀려들어갔다.
"꺄악!!"
강렬한 양강의 바람에 무미미는 비명을 내지르며 반대쪽 벽에 박혀 버리니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을 하
고 말았다.
아직 흑철공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전의 싸움에서 입은 내상이 낫지 않았기에 그 양강의 기공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포대를 든 자는 바로 악명이 자자한 포대광인이였으니 그가 포대를 사용하여 날린 것은 그의 절기 중 하나인 포대
발광(包袋發狂)의 수법이었다.
양강의 기운을 포대에 불어넣은 뒤에 상대를 향해 한꺼번에 날리는 수법이었다.
"켈켈켈...오십 만냥이 보이는구나!"
쓰러진 무미미를 보며 그는 포대를 열어서는 쓰러진 무미미를 담으려고 했는데, 그 때 굉음과 함께 벽의 한쪽이
구멍이 나면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포대광인의 태양혈을 향해 빠르게 밀려왔다.
"헉!"
크게 놀란 그는 급히 포대를 들어서는 그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섬전과도 같은 물체는 그가 포대를 들어올리기도
전에 태양혈에 작렬하니 그는 외마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며 태양혈이 뚫린 채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무음공공격(無音空空擊).."
상대를 쓰러뜨린 물체는 다시 구멍 속으로 사라지니 그것은 바로 정명이 들고 있던 구봉(鉤棒)이였던 것이다.
그가 사용한 무음공공격은 원래는 수법(手法)이였지만, 구봉을 이용한 무공으로 변형을 한 것이었으니 소리 없이
밀려들고 그 속도 또한 빠른지라 적을 소리 없이 처리할 때 유용한 수법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무음공공격이라 할지라도 포대광인과 같은 고수를 일격에 쓰러뜨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였으니 정명의 무공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명은 이미 무미미가 포대광인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음을 간파하고는 그대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녀석이
벽 쪽으로 가까이 오자 망설이지 않고 무음공공격을 가한 것이다.
원래 그의 성격대로라면 이런 수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상황에서 포대광인과 같은 고수를 상대로 정
면대결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지라 이런 암살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청랑노괴만 처리하면 한 숨을 돌릴 수 있겠군."
청랑노괴와 포대광인은 모두 독특한 무공으로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으니 정명은 이들만 처리한다면 덩치
큰 여인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생각한 것이다.
포대광인이 정명에 의해 죽음을 당한 것을 모르고 있는 청랑노괴는 입구에서 오승과 대적하고 있었다.
이미 오승의 곁에는 수명의 무인들의 죽거나 큰 상처를 입으며 쓰러져 있었으니 오승 역시 많은 싸움으로 어깨에
선혈이 흘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아해야 이만 물러나지 않겠느냐?"
"노괴 답지 않은 말이군요."
"네 녀석의 무공이 아까워서 하는 말이다. 본괴가 오늘 오랜 친구를 만나 기분이 나쁘지 않으니 목숨만을 살려주
고 싶구나."
"흥!"
그의 말에 오승은 콧방귀를 뀌고는 철선을 들어 청랑노괴를 향해 일격을 가하니 그는 왼쪽 손목을 가볍게 제쳐서
는 그의 공격을 돌리며 오른쪽 검지로 그의 명치를 찔렀다.
"크윽!"
그 순간 강렬한 통증이 오승의 명치로 밀려오니 그는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지니 그의 지법에 어린 내력 때문
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젠장!'
천랑노괴와의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은 오승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일지에 자신이 이렇게 무너지리라고
는 생각하지도 못했으니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나를 막는다 하더라도 이미 포대아우가 다른 곳으로 들어갔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느니라...허험..."
오승은 일지에 쓰러뜨린 천랑노괴는 그를 보며 말하고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는데, 그 때 무
엇인가가 미간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자 크게 놀라서는 뒷걸음질 쳤다.
"누구냐!"
급히 몸을 피하여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그 공격이 범상치 않은지라 천랑노괴는 자신을 공격한 자를 향하여 소리
치니 어둠 속에서 봉을 들고 있는 중년인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손에는 끝에 칼이 들려 있는 봉이 들려 있었으니 바로 포대광인을 쓰러뜨리고 나온 정명이였다.
"항주에 무명소졸 정명이라 하오이다. 청랑선배.."
"음..."
자신을 스스로 무명소졸로 칭하고 있지만, 결코 범상치 않은 기도를 뿜고 있는 자였으니 청랑노괴는 미간을 찌프
리며 침음성을 내고는 말했다.
"네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면, 본노의 앞을 가로막다니 네 녀석도 계집의 목에 걸린 돈 때문이더냐?"
"어찌 강호의 무인으로서 황금의 눈이 어두워 아녀자의 목을 노릴 수 있겠습니까?"
"이이...익.."
정명의 말에 청랑노괴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으니 그가 하는 말은 분명 틀리지는 않지만, 아녀자의 목에 걸린 돈
을 노리는 자신을 조롱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지라 그로선 노기가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어디 네 녀석이 그 잘난 주둥이만큼 실력이 있는지 보아야겠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청랑노괴의 노기 어린 말에도 주눅들지 않은 정명은 가볍게 손을 까딱이며 말하니 그의 조롱에 더 이상 참지 못한
노괴는 빠른 보법으로 그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청랑분어(晴朗?漁)!"
단숨에 그의 앞으로 들어간 노괴는 청랑권의 초식 중 하나인 청랑분어를 사용하여 공격하니 마치 고요한 물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오는 것과 같이 그의 손에 빠르게 움직이며 정명의 요혈을 향하여 밀려왔다.
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은 그였으니 봉을 회전시켜 그의 지공을 막은 그는 왼손으로 가볍게 봉의 한쪽 부분을 가
격하니 크게 휘어진 봉의 끝은 노괴의 턱끝을 향해 밀려갔다.
"헛!"
하지만 노괴 역시 경험이 풍부한 무인이였으니 변칙적인 공격이었지만, 가볍게 왼손의 중지를 사용하여 휘어져 들
어오는 봉 끝을 밀어 버리고는 오른쪽 검지와 중지를 정명의 두 눈을 찔러 왔다.
"분수쌍격(分手雙擊)!"
그의 지법 공격에 정명은 봉을 세로로 들어서 가볍게 그의 공격을 회피한 후 봉을 이등분하여 그의 정수리와 사타
구니를 향해 내리치니 노괴는 두 손을 아래, 위로 휘둘러서는 공격을 막은 후 팔꿈치를 사용하여 그의 명치를 공격
해 들어갔다.
이들의 계속되는 접전은 그 초식하나의 흐름이 재빠르기 그지없는데다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지라 보법의 변
화는 전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빠른 움직임에 오승으로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으나 청랑노괴의 지법에 당해
혈도가 봉쇄당했는지라 그 싸움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내공을 끌어 올려 막힌 혈도를 타통해야 하는데, 쉽지 않군...'
오승이 이렇게 막힌 혈도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무렵 청랑노괴와 정명의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으
니 두 사람의 손에서는 피가 흘러 주위에 혈무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내력면에서는 청랑노괴가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면 정명과 비교하여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는 구봉이 들려 있는지라 어느 정도 내공의 차이를 메꿀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싸움으로 손이 찢어져 피가 터져 나왔으나 빠른 스피드로 공격이 오가고 있는지라 주위로 혈무가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청랑노괴는 스스로를 무명소절이라 하나 그 무공이 결코 자신에 못지 않다는 것에 상대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공격을 피하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닌지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싸움 중에 말을 하게 되면 어떨 수 없이 숨을 통해 내력이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니 백중형세에서 말문을 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되었다!"
그렇게 반시진을 계속 겨루니 오승은 겨우 막힌 혈도를 풀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청랑노괴와 싸우는 대형을 보
며 소리쳤다.
"대형! 내가 도울 테니. 기다리시유!"
'으드득...'
설마 자신이 마혈을 찍어 쓰러뜨린 녀석이 일어나 자신을 공격하려 하는 것에 그로서는 죽이지 않을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