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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비도무랑-213화 (214/355)

제 39 장 하오문의 전설 공공문 (3)

"아악!!"

자신들을 쫓고 있던 무사들의 검에 찔린 꿈을 꾼 무미미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여..여긴.. 아!"

그녀는 처음 보는 곳인지라 당황하다 금새 아이의 생각이 나 놀라서는  찾아보았는데, 소천이는 자신의 옆에서 새

근새근 잠이 들어 있는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무사했었구나.."

아이가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중얼거리는 그녀였으니 잠시 후 문소리가 들리면서 한 중년의 남자가 긴 수

염을 휘날리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정신이 드셨소이까?"

"아...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본인은 항주에 살고 있는 정명(鄭銘)이라 하오."

"이곳은...?"

"포구에 있는 여관입니다."

무미미로선 계속 쫓기고 있던 입장이었는지라 자신의 앞에 있는 중년인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상당히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광무자가 맡긴 아이까지  있는지라 지금의 상태로선 그가 적이라

할지라도 어찌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무림에서 쫓기는 입장이라면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무미미로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런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중년인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를 믿기는 어려우신가 보군요. 제가 있는 것이 불편한 것 같으니 이만 물러나지요."

"아...예."

그의 말에 무미미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솔직히 그가 나가는 것이 마음이  편한 것 같은지라 고개를 끄

덕이며 답했다.

[쿵!]

"끄윽!!"

정명이 문을 열자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니 그 자가 누구인지를 안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냐?"

"크윽...대형이 무슨 나쁜 짓이나 저지르지 않을까 감시하고 있었수."

"내가 네 놈인 줄 알더냐?"

"끄악!!"

정명은 아픈 이마를 쓰다듬으며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이는 녀석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귀를 잡아당기며  걸음을

옮기니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그는 대형에게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그 여자는 누군데 음혈방에게 쫓기고 있답니까?"

"글쎄 쫓기고 있는 입장인지라 나를 쉽게 신용하지 못하는 것 같더구나.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음...대형이 조금 색한 같이 생기긴 했지."

"...죽고 싶은 게로구나."

"하하하 형님도 참! 농이요. 농!"

정명이 살기를 흘리며 말을 하자 그는 금새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띄우니 대형인 그로서는 녀석의 한심함에 한숨

만 내쉴 뿐이었다.

"어쨌든 포구로 왔다는 것은 이곳에서 배를 탈 모양이니, 그 여인의  내상이 나을 때까지는 돌보아 주도록 하자꾸

나."

"어라?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대형이 무슨 일로..?"

"위험에 처한 부녀자를 돕는 것은 강호인으로서 당연한 것인데다가, 아무래도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안될 것 같

은 생각이 드는구나."

"음...형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아우인 오승은 평소에 대형인 정명이 하는 일에 잘못된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지

만, 사실 마음은 딴 곳에 있었으니 바로 검은 피부에 덩치가 큰 미녀에 상당히 마음이 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것을 보니...유부녀겠지? 과부라도 좋은데...음...'

과부라도 좋으니 남편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오승의 바램이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무미미의  방으로 향했는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여인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음...역시.."

정명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니 이미 그곳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로서는 어젯밤의 눈치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서는 나가려 하니 오승이 이해가 안 된다

는 표정으로 물었다.

"형님! 어제는 강호인으로서 아녀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돌아가는 겁니까?"

"그럼 어떻게 하겠느냐? 이미 사라져버렸거늘? 우리는 그 여협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 찾는다는 것도  뭣

하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으으으!"

여인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던 오승으로선 머리를 긁적이며 괴로워하니 그의 이상형에 맞는 여인은 강호에  그리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상형으로 삼고 싶은 여인상은 건강미 넘치고 당찬  것이었으니 무미미 만큼 부합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다.

"넌 뭣 때문에 그리 괴로워하느냐?"

"묻지 마쇼! 쳇!"

그런 오승이 이상한지 정명은 그 이유를 물어 보았지만, 그로서는 대답도  하기 싫은지라 투덜거리며 여관 아랫층

의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진시가 되자 걸음을 옮겼으니 배를 타기  위함이었다. 이미 포구에는 그들이 탈 배가 정박해 있었는데,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명은 그들 주위를 잠시 두리번거리다가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으니 오승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  그

쪽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한 거한의 남자가 박도를 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형 왜 웃는 게요?"

"글쎄다. 알 것 없다."

"쳇!"

자신을 무시하는 듯 한 말투에 투덜거리는 오승은  다시 한번 그를 살펴보았는데, 허리에 박도를  맨 그는 커다란

짐을 들고 있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중한 물건인지 줄을 서는 와중에도 연신 상자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응..? 아!"

오승은 그가 상자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검은 피부에 상당한 미남의 모습을 하고 있었

는데, 그 얼굴이 낯설지 않는지라 손바닥을 치며 정명이 왜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박도를 들고 있던 남자는 바로 자신들이 구했던 거구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워낙 덩치가 좋은 여인이었는지라 남자로 변장을 하니 어색함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눈썰미가 좋은 정명이나  오승

은 그 여인의 얼굴을 보았던지라 금새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자가 여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가 여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

였으니 역시 덩치 발 좋은 여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오승이였다.

"오가야.."

"예. 대형!"

"박도를 들고 있는 무사의 뒷쪽에 있는 상인과 선비의 움직임을 주의하도록 하여라."

"상인과 성비요?"

정명의 말에 고개를 돌려 봐라보니 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상인은 눈매가 날카롭고 소매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소매에 감춘 것으로 보였고, 그 뒷쪽에 있던 선비는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큰 책짐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연약하게 보이는 몸에도 불구하고 걸음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대형이군..'

남들이 본다면 그냥 넘길 일을 세심하고 관찰하는 대형의  눈에 오승으로선 아직 한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대형이 시키는 일인지라 오승은 그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는데, 선원에게 뱃삯을 치르고 배 위로

올라선 그는 대형의 한숨을 들 을 수 있었다.

"휴..이거 큰일이군.."

"무슨 일이유? 대형."

"아무래도 이번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 하구나."

"음..."

정명의 말에 어느 정도 짐작을 한 오승은 주위를 돌아보니 갑판의 한 쪽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늙은이를 볼 수 있

었으니 정명이 왜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는지 알 수 있었다.

"청랑노괴와 포대광인이로군요."

청랑노괴는 남해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무인으로 수공에는 상당히 능한 인물이었고, 포대광인은 천잠사로 짠 포

대를 사용하여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무공을 지니고 있어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둘 모두 강호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상당한 무인인지라 정명과 오승으로선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청랑노괴(晴朗老怪)와 포대광인(包袋狂人)까지 나섰다니 도대체 저 여인이 누구이길래 저 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

는지..."

"음..."

청랑노괴와 포대광인은 괴행을 일삼는 악인으로 어느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그런 그들을 황하까

지 불러들이는 것을 본 두 사람은 자신들이 구한 여인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분타에 들렸어야 했던 것을..."

"모두 대형 탓 아닙니까?"

"네 녀석이 가는 곳곳마다 분타주를 협박해서 돈을 울궈 내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

"우...."

분타에 들리지 않을 것을 후회하는 정명을 보며 한 마디 했다가 덤까지 얻어내는 오승이였다.

아무튼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지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한 정명은 품에서 작은  호리병

하나를 꺼내어서는 그것을 황하에 흘렸는데, 그가 황하에 흘려 넣은 액체는 붉은  색으로 변해서는 물길에 따라 내

려갔다.

"적수신호?"

"아무래도 이번 일은 우리 손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구나. 총타는 안되더라도 분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

을 듯 하다."

그가 흘린 액체는 그들이 속해 있는 문파에서 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신호 중 하나였다. 적수신호는 그 중에서 상

급에 속하는 신호였다.

이들이 타고 있는 배에는 청랑노괴와 포대광인 외에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듯한 자들이 상당히 눈에 띄고 있었으

니 무미미와 소천은 호랑이 입으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인 정명과 오승 뿐이었으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황하의 물길을 따라 배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점차 해가 서산으로 지면서 배 안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으니 정명은 그러한 분위기를 눈치채고는 등에 지고 있는 봇짐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들었다.

그의 봇짐에 들려 있는 것은 일곱 개의 봉이었는데, 능숙하게 그것을 하나하나 조립하자 잠시 후 6척 장도의 길이

가 되었다.

봉의 윗쪽 끝 부분을 손을 가져가자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오니 그는 가볍게 봉을 회전시키며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고는 오승을 보며 말했다.

"해가 지면 그들이 움직일 것이니 너도 준비해 두도록 하거라."

"예. 대형."

정명의 말에 오승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봇짐을 푸니 그곳에는 하나의 철선이 들어 있었다.

철선을 든 오승이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휘두르니 정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도 장난이라 생각하느냐? 수법(手法)을 사용하는 네가 철선이라니?"

"대형도 참! 내가 아직도 어린 앤 줄 아시요? 철선의 수법도 어느 정도 익혔으니 너무 걱정 마시오."

"쯧쯧..언제 철이 들는지 알겠다."

오승의 말에 혓바닥을 차던 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기니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앞갑판

쪽이었다.

앞갑판으로 들어가는 선실에 자신들이 보호하고자 하는 여인과 아이가 머무르고 있는 선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해는 거의 서산으로 기울어져 붉은 빛이 황하는 물들이고 있었으니 그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무리들이 서

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디 시작해볼까?"

그들의 모습에 먼저 움직인 것은 오승이였으니 그는 선실로 들어서는 입구 쪽에 몸을 기대어서는 덥다는 듯이 철

선을 부치고 있었다.

때가 가을인 것을 생각한다면 어울리지 않은 모습인지라 정명으로선 손바닥으로 이마를 칠 수밖에 없었다.

"길을 비켜 주시겠소이까?"

그가 입구를 가로막자 일본도를 들고 있는 남자 한 명이 오승에게 길을 비켜달라  말을 걸었고, 오승은 그의 모습

을 아래, 위로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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