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10화 (211/355)

제 38 장 여걸 사도혜 (7)

"하압!!"

내공을 끌어올리자 그의 피부와 근육은 강철과도 같이 단단해지니 그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복면무사들을

보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칠자진(七刺陣)!!"

그가 자세를 잡자 복면인 중 한사람이 소리를 지르니 일곱 명의 복면무사들은 일제히 몸을 날려서는 그를 향해 유

엽도를 휘둘렀는데, 데비드는 그들의 공격에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슈슉!!]

데비드가 움직이지 않자 그들의 도는 빠른 스피드로 몸을  베어나가니 그의 몸에서 상처가 생기며 사방으로 피가

튀겼는데, 그의 표정에는 고통의 빛조차 없었다.

"헉!"

데비드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몸을 베어버리고 스쳐 지나가는 복면 무사들 중 한사람의 뒷덜미를 움켜잡았으니 크

게 놀라 헛바람 소리를 내고 말았다.

"흥!"

그런 녀석을 보며 데비드는 검을 휘둘러 녀석의 허리를 베어버렸고, 그의 몸은 두  동강이 나며 사방에 피를 뿌렸

다.

"큭..설마"

멀리서 보고 있던 만수방의 방주는 설마 데비드가 스피드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살을 내주고 뼈를 가르

는 수법을 사용하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수법은 의지가 굳은 무인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시전하기 어려운 계책이었기 때문이다.

"자! 또 덤비시지!"

가슴과 등에 일곱 군데에 도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데비드였지만, 아무런 고통도 없는지 복면 무사들을 도발

하니 그의 의지에 복면 무사들로서는 함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도가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는 하나 그와 함께 자신이나 다른 동료가 죽음을 당할 것을 뻔한 일

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위를 맴돌 뿐 어느 누구도 데비드를 향해 도를 휘두르지 못했으니 보다 못한 만수방의 방주가 천천

히 걸음을 앞으로 내딛어서는 데비드를 보며 소리쳤다.

"본좌가 상대해주지!"

"호오! 우두머리의 등장인가?"

데비드는 만수방의 방주가 직접 자신을 상대한다는 말에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

만수방의 방주의 손에는 톱날모양의 칼날을 가진 거치도가 잡혀져 있었으니 일곱 명의 복면인들을 상대로  싸우던

방법으로는 상대 할 수 없음을 예감하고는 천천히 철피공을 풀었다.

철피공을 사용하면 외공으로 치명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그 만큼 근피가 단단해지며 몸이 더욱 더 둔해지기 때문

이었다.

만수방주는 남아 있는 복면무사들을 뒤로 물린 후 천천히  거치도를 들어서는 자세를 잡으니 그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에 데비드는 크게 위축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어 무공을 익힌 그는 내공이 그리 높지 못했는데, 만수방주의 내공은 적어도 이갑자는 넘을 듯이 보이니

일갑자 정도의 내력을 지닌 데비드로선 그 기운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내공이 싸움에 있어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공이 상대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면 승기가 높

은 것은 사실이었다.

"데비드 상처가 심한데, 만수방주는 내가 상대하지."

"장천?"

그 때 그런 데비드의 압박을 자연스럽게 풀어 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장천이였다.

천랑무녀의 몸 속에 있었던 고독을 없애기 위해 곽무진과 함께 치료를 하고 있던 장천은 일을 완전히 끝내고 데비

드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온 것이다.

내공 만이라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수준인 장천은 만수방주가 뿜고 있는 기운을 가볍게 무

너뜨리며 걸음을 옮기니 자신을 상대하려는 약관의 젊은이의 내공에 만수방주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젊은 후지기수로 보이는데, 그 정도의 나이라면 명문 정파에서 영약에 상승심법을 수련했다 하더라도 이갑자를 넘

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그가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위압감은 결코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랑살도!!(餓狼殺刀)!"

하지만 위압감에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자신의 절기인 아랑살도법을 사용하여 공격해 들어오니 장천은  만

수방주가 쇄도해 들어오자 화룡신도를 뽑아 들고는 몸을 날렸다.

[채재쟁!!]

아랑살도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도법이었으니 그가 도를 휘두를  때마다 귀청을 찢어 버릴 듯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장천은 그의 도격을 청풍도법으로 막으며 반격하니 쌍도문 특유의 경쾌한 신법이 합쳐지자 그들의 주위에는  병장

기가 부닥치는 소리와 함께 파공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굉장하군."

"거치도를 든 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군요."

장천의 무공 역시 놀랍기는 하지만 거치도를 든 자의 무공 역시 만만치 않은지라 데비드와 사도혜로선 그 자가 어

떤 자인지 궁금했으니 장천을 상대로 저렇듯 비등하게 싸울 자는 무림에서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아랑살도라는 수법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곽대협?"

그 때 두 사람의 뒤로 무진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와서는 말했다.

"아랑살도라...신속한 도법과 쾌검이 어울러져 있는 재미있는 무공이군요. 검으로 명문을 일구어낸 해남검문의 수법

과 비슷하군요."

"해남검문이라...."

해남검문, 한 때는 그 문파가 쇄락의 길로 들어섰지만 검웅 문진우의 등장으로 다시 무림의 강호로 등장한 문파였

다.

현재에는 해남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거치도를 든 만수방주의 무공이 해남검문이 무공과 비

슷하다는 말에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남검문의 무공은 검날을 기울이는 독특한 수법을 사용합니다. 검은 쾌속한  것은 강호의 어떠한 문파도 따르지

못한다고 하는데, 저자의 도법은 해남검문의 수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군요."

"음..."

"검법을 도법으로 변화시킨 것인가?"

"저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 해남검문에는 단 한사람 밖에 없겠지요."

곽무진의 말에 두사람의 머릿속에서는 한사람의 이름이 떠올랐으니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해남검왕 문진철?"

"그렇습니다. 문진철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속이기 위해 도를 사용하여 검법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요."

곽무진의 말대로 만수방주의 도법은 쾌속하기는 하지만 도법의 강맹함은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거치도의 날이  그

강맹함을 대신해 주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복면을 벗지 않는 한 그가 문진철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해남의 패주로 군림하고 있는 그가 이

런 곳에서 만수방이라는 방파의 방주로 있을 리는 없는지라 그가 문진철이라고 믿기에는 어려웠다.

세 사람이 이렇게 만수방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도 두 사람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장천은

화룡신도에 화기를 끌어올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를 압박하며 밀어붙이고 있었다.

만약 화기를 끌어올린다면 만수방주는 십초를 넘기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으니 만수방주의 쾌속한 도법을  보

며 장천은 그를 사로잡아 정체를 알아볼 속셈이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같이 이 자의 복면 뒤의 얼굴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청풍낙화(淸風洛花)!!"

이제 자신의 화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장천의 화령신도에는 화기와는 다른 청량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으니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만수방주의 얼굴로는 상쾌한 바람이 밀려오고 있었다.

무공의 시전함에 무아지경에 이른다면 자연과 일체 된다는 것을 잘 아는 그로서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젊은 후지

기수의 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도에는 사념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와중에 살기를 내뿜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천의 도는 점점도 쾌속해지니 곳곳을 파고드는 장천의 도에 만수방주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제길...검이라면...'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거치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었으니 본래 그가 쓰는 병기는 한 자루의 검이었다.

하지만 주군의 명에 따라 정체를 숨기고 대사를 도모했던지라  검을 소지할 수 없었기에 이렇게 거치도를 사용한

것인데, 그것이 지금 그의 발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채재쟁!!]

다시 이십여 초식을 경합하던 만수방주는 한 순간 적의 병기와 부닥친 자신의 도가 가벼워짐을 느꼈으니 백련정강

을 하여 만든 그의 거치도가 적의 병기의 날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두동강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큭!"

장천은 그 호기를 놓치지 않고 초식을 시전하여 다음 순간 만수방주의 목에 도를 가져가니 자신이 졌다는 것을 안

만수방주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복면을 벗어 주실까?"

장천은 복면 뒤의 얼굴이 궁금하였기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만수방주의 몸은 잠시 흠찢거리는가 싶더

니 잠시 후 장천이 내밀고 있는 화룡신도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크게 놀란 장천은 급히 그의 몸을 붙잡고는 맥을 짚어 보았으나 이미 스스로 자결을 하여 맥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만수방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장천으로선 자신의 실수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쓰러진 만수방주의 복면

에 손을 가져간 장천은 그것을 벗기니 그곳에는 사십대 중반 정도의 중년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곽무진은 장천이 그의 복면을 벗기자 가까이 다가서 보니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해남검문의 문주인 해남검웅 문진철이군."

"문진철이라면...해남의 인의대협으로 칭송받는 사람인데, 어찌 이런 곳에서 복면을 쓰고...."

문진철에 대해서 들어 본적이 있는 장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니 곽무진은 이러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지라 그를 보며 말했다.

"무림을 진천시킬 일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해남검웅 문진철을 비밀리에 수족으로 이용할 자라면 그리 만만한 자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는  이들

이었다.

방주가 쓰러지자 만수방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고독에서 구해낸 천랑무녀에 의해서  그

들의 목적이 드러났다.

만수방이 이곳에 만들어진 이유는 놀랍게도 황하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천랑무녀의 말에 따르면 황하를 장악하고 있는 수재들의 절반은 이미 만수방의 세력 하에 들어가 있었으니 그들의

신속한 일처리에 개방조차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 외에도 고독에 의해 의문의 무리들에게 조종당하는 이가 상당한 수가 된다고 말했으나 그들 거의 대

부분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복면을 쓰고 있는지라 그 정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상당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병기와 몸놀림등을 보며 짐작해보니 정파,

사파, 마교 등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삼대세력의 인물들이 모두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장천들이 만수방의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하남의 한 방파에서는 정체 모를 이들의 습격을 받고 있었으니 이곳은

바로 대사련의 방파 중의 하나인 무유방이였다.

무유방을 습격한 인물들은 모두 복면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 하나하나의 무공이 결코 범상치 않은 지라 이류 방파

에 지나지 않은 무유방이 무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무유방의 북서쪽에 위치한 전각에서는 거구의 한  여인이

십여명의 무유방 무사들과 함께 복면 무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흑철돈녀 무삼랑의 손녀인  무

미미였다.

"숙부님!"

"미미야! 너는 그 아이와 함께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거라!"

"하지만.."

무미미의 앞에는 청수한 모습의 중년인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그는 이곳 무유방의 부방주인 철진이였다. 대사

련에서도 이름난 무인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기련삼마와 친분이 있었기에 무미미와도 안면이 있었으니 그녀가 갓난

아이와 함께 무유방을 피신해 오자 두 사람의 살펴주고 있었다.

무미미에게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말을 들은 철진은 그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대사련에

이 사실을 알리고 말았으니 대사련에게 이 소식을 전한지 두 달이 지닌 지금 정체를 알 수 없는 복면인에게 멸문의

직전까지 몰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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