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08화 (209/355)
  • 제 38 장 여걸 사도혜 (5)

    그녀의 몸에 금침을 놓은 후 한참을 여러 군데의 혈도를 짚어보던 곽무진은 잠시 후 심각한 표정을 하며 장천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고독인 것 같다."

    "고독?"

    "인간의 몸 속에 기생하고 있는 맹독성 벌레로 사람의 몸에 그것을 주입하면 주입한 자의 명령이 떨어지면 상대를

    죽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지."

    "그런.."

    곽무진의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천랑무녀는 고독 때문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말도 되겠군."

    "저도 그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천랑무녀는 서장의  사막지역을 주름잡고 있는 천랑대에서 신앙과도

    같은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런 여자가 왜 중원으로 왔을까하는 것 때문에 개방에서도 상당히 이야기가 많았는데,  고

    독에 중독되어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 이야기가 착착 들어맞는 것이 되지요."

    사도혜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천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하나의 문파가 생각나서는 곽

    무진을 보며 말했다.

    "무진 형. 고독이란 것이 남만에만 있는 독충이라고 했나?"

    "응."

    "그렇다면 독문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아!"

    그제서야 사람들은 독문을 생각해냈다. 중원으로 진출하려던 그들은 당문과 쌍도문에  의해서 그 야욕이 분쇄되었

    다. 하지만 사천에 분타를 세운지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계획을 진행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일이

    그들에게서 나왔을 확률은 꽤 높다 할 수 있었다.

    "일단 천랑무녀가 깨어난다면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데비드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는데, 곽무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 것입니다. 고독은 영적교감이 있다하여 시전자의 명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일종의 섭혼술과 비

    슷한 작용으로 금기단어를 듣게 되면 발동하는지라 만약 그 천랑무녀에게 그 비밀을 말하게 한다면 고독이  발동할

    확률이 높습니다."

    "음..그렇다면 고독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고독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닌지라 함부로  시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녀석을 죽이지

    못하고 발동하여 천랑무녀가 죽음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장천 이 여인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

    "나 밖에 없다고?"

    "독은 불로써 태워 버릴 수 있다하니 네가 화의 무공으로 그녀의 몸 속에 있는 고독을 태워버리는 거야!"

    무진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장천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불가능해. 물론 나의 화기로 고독을 태워버리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그와 함께 천랑무녀의 내장도 큰 손상이 입을

    것은 분명하다고."

    장천의 말대로 고독이 얼마나 강한 열에 견디어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화기로 고독을 건드릴 수 없는 노릇

    이었는데, 곽무진에게는 한가지 생각이 있었다.

    "물론 화기 하나 만이라면 영감이 있는 고독이라면 재빨리 몸을 피하겠지, 하지만 너에게는 화의 무공이라는 양의

    무공과 함께 소수마공이라는 음의 무공도 가지고 있잖아."

    "소수마공?"

    "그래 무릇 생명체라는 것은 한기에서는 어찌할  수 없이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게 된다.  남만의 뜨거운 열기에서

    살아남는 고독이라면 그런 한기에는 더더욱 견디지 못할 것은 분명할 터 자기 보호를 위하여 움직임을 최소화할 가

    능성이 높다."

    "아! 그러니까 한기로 녀석의 움직임을 없앤 이후에 화의 무공으로 태워 없애 버리라는 말이야?"

    "그래 거기에다 약간의 한기만을 조종한다면 그녀의 몸이 화기로 인해 손상 당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으니 일

    석이조가 아니겠니."

    "음...."

    이러한 고독의 제거방법은 무림사에서 단 한번도 없었던 새로운 방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기의 고수와 음기

    의 고수가 힘을 합쳐 고독을 제거하려 한다 해도 그 두 사람이 힘을  똑같이 유지해야 하는데, 사람이라는 것이 각

    자 장단이 있는 법이니 두 사람이 힘을 똑같이 유지하는 것은 상승의 무공을 익히는 것 보다 더 어렵다 할 수 있었

    다.

    물론 내력대결이라면 똑같은 힘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상대방의 힘에  맞추어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것이

    기에 가능한 것이지 제 3 자에 전하는 힘을 똑같이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이다.

    하지만 장천의 경우에는 무림사에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천무성골의 소유자로 화기의 무공과 음기의 무공을  동시

    에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곽무진이 말한 것은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두 개의 무공은 자신의 몸으로 운용하는 것이니 만큼 힘의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단 몇 번 연습을 한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응."

    장천 역시 함부로 시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라 그의 말대로 몇 번 연습을 통해 그것을 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

    고 있었다.

    실험에 쓰인 것은 천랑무녀가 데리고 다니던 늑대였으니 가까운 곳에 생물체가 없는 만큼 녀석을 쓸 수밖에 없었

    다.

    "일단 데비드와 누님은 만수방의 적을 대비해 주세요."

    "알았어."

    백수마왕과 천랑무녀가 당한 이후로 마수방의 문도들은 문파로 도주를 했으니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였기에  철

    철히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곽무진은 어느정도 준비가 끝나자 천랑의 입 속에 은단으로 싼 환약을 집어 넣은 후 말했다.

    "네가 할 일은 몸 속에 들어간 은단을 화기로 녹이는 거야. 물론 내장은 다쳐서는 안되겠지."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천천히 양의심공을 사용해서는 양손으로  각자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

    다.

    두 손에 끌어올린 수준은 각자 오성 정도의 힘, 하지만 그 힘을 정확히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으니 그

    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두개의 힘을 어느 정도 조종한 장천은 천천히 천랑에게 다가가서는 양 옆구리에 손을 가져갔다.

    "하압."

    그리고 천천히 장천의 손에서는 소수마공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니 천랑은 괴로운 듯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곽무진이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천이 작업을 하는 것에는 그리 문제가 생기

    지 않았다.

    [크아아앙!!]

    포효를 지르며 괴로워하는 천랑을 보며 장천은 천천히 그의  몸을 화의 무공으로 보호해주자 잠시 녀석의 몸짓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휴..."

    그것을 보고 있던 곽무진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으니 만약 소수마공의 한기가 계속 밀려들어갔다면 천랑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의 무공을 사용하여 흐르는 혈맥이 얼어붙는 것을 막은 후에야 간신히 안정을 찾은 것이다.

    '이젠 내장 속으로 한기를 불어넣자..'

    흐르는 혈맥에 한기와 열기를 조절한 장천은 드디어 내장으로 한기를 집어넣기 시작하니 잠시 후 천랑은 또 다시

    발버둥을 치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차압!"

    기합을 내지른 장천은 천랑이 발버둥치는 것에도 멈추지 않고 한기를 내뿜으니 잠시 후 녀석의 내장은 한기에 의

    해 얼어붙어 부렸고, 그와 함께 오른쪽의  화의 무공을 사용해서는 내장 깊숙이 침투시켜서는  녀석의 위장에 있는

    환단의 은박을 녹이기 시작했다.

    "크아앙!!"

    한기에 의해 강한 열기까지 밀려들어오자 이제는 곽무진이 잡는 것을 어려울 정도로 괴로워하는 천랑이였다.

    "장천!"

    "차압!!"

    곽무진의 외침과 함께 장천은 녀석의 몸에서 손을 떼어서는 그대로 운기조식을 시전하니 곽무진은 천랑의 몸에 내

    력을 불어 넣어주기 시작했다.

    "음..."

    발버둥치던 천랑은 곽무진이 내력을 불어 넣어주자 녀석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은박으로 싸서 녀석의 내정에 넣

    었던 환단은 쌍도문에서 만든 요상단으로 내상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어느 정도 내력을 불어넣어 몸을 유지시켜 준 곽무진은  천랑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고는 장천 쪽을 쳐다보았는

    데, 어느 정도 운기조식을 끝낸 장천은 목을 좌우로 흔들어 몸을 풀고는 말했다.

    "간신히 성공하긴 했는데, 천랑은 어때?"

    "그럭저럭 열기에 의해 은박이 녹긴 했는데,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한번 해봐야 겠군."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곽무진은 다른 천랑을 잡아서는 또  다시 아까와 같은 작업을 하니 장천 역시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천랑을 상대로 고독을 없앨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데비드와 사도혜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적

    을 상대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으니 멀리서 무엇인가가 빠르게 다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데비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급히 안력을  돋구었는데, 잠시 후 윙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십만 마리의

    벌떼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독봉이다!"

    녀석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만났던 독봉이라는 것을 깨달은 데비드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 사도혜

    는 녀석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품에서 물건을 꺼내어서는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전에 보였던 독봉들은 주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것이 무슨 이유일까

    하는 생각에 주변의 땅을 살펴보았는데, 이상한 향기의 가루가 뿌려져 있더라고 아마 독봉들이 싫어하는 가루가 아

    닐까 해서 가져왔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독봉을 상대하기 위해선 모든 방법을 다 써봐야 하는지라 그녀가 하는 대로  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새벽

    하늘을 시꺼멓게 물들 정도의 독봉들이 두 사람을 향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음..."

    확실한 효과를 알 수 없었기에 데비드는 두 손에 내력을 집중해서는 여차하면 장풍을 날릴 준비를 했는데, 다행히

    사도혜가 뿌려 놓은 가루의 앞에 와서는 녀석들이 멈추어 서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효과가 있나보군요."

    "예."

    데비드와 사도혜는 벌떼가 멈추어 서자 그들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기 시작하니 갑자기 벌떼들이 반으로  갈리면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니 두 사람은 그녀가 화봉마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봉마녀는 긴 머리카락을 마치 옷이라도 되는 것처럼 중요한 부분을 가린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었으

    니 데비드로선 제대로 눈을 들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근래에 들어서 만나는 여인들은 다 이 모양인지...'

    그로서는 옆에 있는 사도혜를 비롯하여 옷을 제대로 걸치고 있는 여인을 보기 힘들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쉴 수밖

    에 없었다.

    "어머? 봉화분(蜂花粉)이 왜 이런 곳에 뿌려져 있는 거지?"

    화봉마녀는 사도혜가 뿌린 가루를 확인하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으니 색기를  뿜

    는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도 귀여운 표정을 지는지라 데비드로선 그 모습에 더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마누라들을 생각해야지...'

    하지만 이런 유혹에 빠질 수는 없는지라 장천이 중매 맺어준 마누라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백수마왕과 천랑무녀를 쓰러뜨렸다는 침입자로군요. 음.... 어떻게 하지.."

    사도혜와 데비드를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그녀는 어찌할 바를 찾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으니 힘 좋은 남자 데비드

    로선 그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하지만 사도혜는 그런 데비드의 마음을 아는지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져 주었다.

    "외모에 속지 말라고요. 개방의 정보를 보면 화봉마녀는 칠순이 넘는 나이이니까요."

    "응? 칠순?"

    그녀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데비드였으니 겉보기로 보이는 화봉마녀는 많아봤자 약간을 조금 넘겼을 정도였

    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문에는 남자의 양기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한다 하니 만약 이 싸움에서 데비드씨가 유혹  당한다면 양기

    를 모두 빨려 목내이(木乃伊)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크윽..."

    무림의 세계에선 남자들을 유혹하여 양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내력을 마녀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데비드로

    선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사도혜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유혹에 끌려갔을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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