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장 여걸 사도혜 (4)
장천의 발경을 그대로 받은 백수마왕은 몸이 뒤로 꺾인 채 다리와 머리가 땅에 묻히는 꼴이 되며 절명하고 말았으
니 이 싸움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대경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다!"
천랑무녀는 백수마왕의 마라독수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마라독수는 단순히 독의 위력만이 아니라 내공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천은 마라독수를 발경으로 밀어 붙여서는 그대로 쓰러뜨렸으니 그의 내공이 얼마나 높은 가
를 입증하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거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일이 이상하게 풀리는 걸..'
사도혜로서는 처음에는 단순히 이들과 함께 만수방을 정찰할 겸 찾아 온 것이지만, 장천의 손에 만수방의 고수가
쓰러지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별로 나쁘지 않는지라 일단 지켜보자 마음을 먹었는데, 그렇게 있자니 좀이 쑤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좋아!"
마음을 결정한 그녀는 장천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장천!"
"예. 누님."
"저 여자는 내가 상대할 테니까 넌 물러서 있어."
"예?"
그로서는 갑작스러운 사도혜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두 손을 하늘로 치솟아 올려서는 가볍게 몸을 푼 사도혜는 자신의 앞에 있는 천랑무녀를 보며 가볍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때요? 저와 손속을 겨루어 봄이요?"
"으드득..."
사도혜가 마치 조롱하듯이 하는 말에 천랑무녀로선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곁에 있던 두 마리 천랑
에게 손짓을 하는가 싶더니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함께 그녀의 양옆에 있던 천랑 역시 빠른 속도로 사도혜를 향해 쇄도해 들어가니 그녀는 가볍게 자세를 잡았
다.
그녀의 진고 있는 무공은 스승인 개방의 용두방주 방현의 무공인 건곤장과 함께 허리에 차고 있는 연검을 이용한
연화검법, 그리고 개방에서도 인정받은 경공술이 그 장기였으니 천랑무녀가 자신을 향해 뛰어 오르자 가볍게 발을
박차고 뛰어 올라서는 건곤장을 시전했다.
"차압!!"
개방의 용두방주 방현의 건곤장은 강호에서도 이름난 절기로 팔괘장과 상당히 비슷한 무공이지만 방현의 독특한
추임새가 담겨져 있어 그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크르릉!!"
"어쭈!"
하늘로 날아오른 천랑무녀를 보며 일장을 날리던 사도혜는 두 마리의 천랑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며 재밌다
는 표정을 하며 가볍게 몸을 회전해서는 쌍장을 날리니 그녀의 장은 괴이한 변화를 보이며 천랑들의 양쪽 입 언저
리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깨갱!!"
사도혜의 내력이 실린 일장을 얻어맞자 녀석들은 깨갱거리며 뒤로 튕겨져 날아가니 땅에 찾지 하여 다시 몸을 앞
으로 날린 그녀는 자신을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오는 천랑무녀를 향해 일각을 내질렀다.
[펑!!]
내력이 실린 일각과 소맷자락에 실린 경력이 맞부딪치자 펑 소리와 함께 두개의 경력이 폭발하니 두 사람은 일,
이장 정도를 뒤로 물러섰다.
"오호!"
생각과는 달리 서로간의 내공이 엇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사도혜는 재밌다는 미소를 지었다.
"흥!"
천랑무녀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손짓을 했고, 그녀의 손짓에 따라 나머지 천랑들이
움직이니 사도혜는 순식간에 열두 마리의 천랑에 포위된 형국이 되고 말았다.
"누님!"
그 모습에 놀란 장천은 사도혜를 도와주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도움은 필요 없어!"
용두방주의 제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어찌 장천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사도혜는 자신을 둘러싼 천랑을 한
번 둘러보더니 호흡을 가다듬어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건곤개벽(乾坤開闢)!"
그녀의 손이 건곤의 방위를 따라 서서히 열리니 드디어 방현의 절기 건곤장이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기 시작했
다.
사도혜가 손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강한 기류가 주의를 감싸 안으며 회오리쳤고, 천랑들은 그녀의 몸에서 예상치
도 않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오오오!"
과거 장천이 보았던 검문산에서 사도혜의 연검 무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검속이 빠르고 변화가 다양하긴 했으나
검에 실린 내력은 그리 놓지 않았는데, 그녀가 건곤장을 시전하려 하자 느껴지는 압력은 가벼운 것이 아닌지라 놀
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곽무진 역시 그녀의 경력을 느끼니 과연 용두방주의 제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
천랑무녀 역시 그녀에게서 상당한 압력을 느꼈지만,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여인에게 밀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
소맷자락을 휘두르자 은색의 물체가 빠른 속도로 사도혜를 향해 뻗어나갔다.
"암기!"
건공장으로 기를 내뿜는 사도혜를 향해 뻗어나가는 은색의 암기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보
고 있는 사람과는 달리 사도혜는 상당히 침착한 모습으로 손을 휘저으니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오던 암기는 건곤
장에 막혀 땅으로 떨구어졌다.
암기는 세 치 정도의 은침 십여 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차압!"
천랑무녀는 그녀가 암기를 떨구어 내자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보며 천랑들과 함께 쇄도해 들어왔다.
"크앙!"
빠른 속도가 사방에서 천랑들이 밀려오자 사도혜는 건곤장을 시전하며 녀석들을 피하고 있었다. 물론 십여 마리의
늑대들이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자 여기저기 녀석들의 발톱에 긁혀 상처가 날만도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나삼
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옥 같은 피부에 상처가 남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도혜였으니 그것을 보고 있던 남자 세 명만이 안타까
울 뿐이었다.
"저런..."
"여자의 몸에 상처를 내다니...저런 몹쓸 늑대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사도혜의 눈빛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 만큼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무림인, 일 대 일의 대결에서 다른 무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은 당
연했기 때문이다.
이런 남자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도혜는 연검을 뽑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장법으로 만 늑대의 공격을 상대
하고 있었다.
"크윽!"
아무리 늑대가 재빠르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무림인에 비해서 약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공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도혜가 상당한 상처를 입었으나 그것은 내상뿐이었으니 장법의 위력은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처 때문에 계속 피를 흘린다면 체력이 고갈할 것은 분명한 일이었기에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을 처리해야
만 했다.
"건곤무적장!(乾坤無敵掌)"
많은 피를 흘린 사도혜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생각해서는 드디어 건공장의 최고 절기를 펼치니 그것이 바로 건
곤무적장이였다.
그녀의 장을 휘두르자 그녀의 주위 사방으로 건곤무적장의 장영이 난무하니 그녀를 향해 쇄도해 들어가던 늑대들
은 엄청난 장영에 휘말려서는 돌풍에 휩싸이듯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깨개갱!!"
"꺄아악!"
천랑무녀 역시 늑대들과 다르지 않았으니 갑자기 돌풍과도 같이 장영이 난무하며 밀려오자 소맷자락에 급히 내력
을 실어서는 몸을 보호했지만, 사도혜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큰 충격을 받고는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땅에 날려가 버린 청랑무녀는 그대로 혼절을 하고 말았으니 사도혜의 장력이 상당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랑들도 대부분은 땅에 쓰러져서는 움직이지 못하고, 몇몇 늑대들은 발을 절며 꼬리를 내리며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도혜가 승리를 거두자 장천들은 급히 뛰어가니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볼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
다.
"천아! 금창약 좀 던져 줘!"
"....."
과년한 처녀라고 보기에는 절대 무리인 모습이었기에 그로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달라고 하니 건네주긴 했는데, 그녀는 옆으로 걸음을 옮겨서는 그대로 상의를 벗어버리니 순간 세 명의 남
자는 동시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하군...."
"저런 여인이 개방제일미라니...개방이란 존재가 무서워지는군."
개방이 원래 다른 무림의 어느방파보다 개방적인 존재였는지라 개방의 여인들 또한 남자 못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사도혜 역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상의를 벗어 던진 그녀는 온 몸에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하니 강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
정을 하고 있었다.
금창약을 바른 사도혜는 어느 정도 방수복을 추스린 후 다시 기름종이에 싸두었던 옷을 입으니 찢어진 옷으로 몸
이 모두 드러나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괜찮소이까?"
"예."
데비드의 말에 돌아온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의 곁으로 가서는 말했다.
"백수마왕과 천랑무녀가 쓰러졌으니 이제 남은 자들은 독봉을 다루는 화봉마녀와 새를 다룬다고 알려져 있는 금안
조인(禽眼鳥人)만이 남아 있군요."
"금안조인이라.."
금안조인은 새를 조종하는 이로 금안공을 익히고 있어 밤에도 십리 밖에서 기어다니는 개미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안력을 지니고 있다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다.
장천은 사도혜의 말을 들으며 걸음을 옮겨 쓰러진 천랑무녀를 살펴보았는데, 소맷자락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방어
를 했다고는 하지만 충격이 상당했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맥문을 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으니 그녀의 맥이 상당히 불규칙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도혜의 장력에 당했다고는 하지만 내상이라곤 해도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기에 맥이 불규칙하게 흐른다는
것은 이전에 다른 문제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진이 형! 이리 좀 와봐!"
"무슨 일이야?"
"천랑무녀의 맥이 이상한 것 같아."
"음.."
곽무진은 쌍도문에서 무학에 대해서 가장 박식하다고 할 수 있는 광무자의 제자였기 때문에 장천은 그를 불러 천
랑무녀의 맥을 짚게 한 것이다.
장천의 말에 곽무진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를 맥을 짚어 보았는데, 역시나 괴이한 움직임이 있는지라 품에서 금
침을 꺼내었다.
"천아 천랑무녀의 몸을 일으켜 세워봐라."
"예."
무진의 말에 장천은 그녀의 몸을 앉히니 무진은 들고 있던 금침을 들어서는 그녀의 맥 곳곳에 꽂기 시작했다.
그가 침을 꽂는 곳은 모두 맥이 지나는 길이였으니 금침을 사용하여 그녀의 맥을 흐트러뜨리는 원흉을 찾기 위함
이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