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05화 (206/355)

제 38 장 여걸 사도혜 (2)

"뭐야 데비드?"

"큭...난 괜찮으니까..그냥 가라고."

하지만 괜찮은 것이 아니었으니 그의 몸은 점점 물 아래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허리의 검의 중량, 입고 있는 체

인메일, 건틀렛 등을 합친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헤엄치기도 곤란할 정도의 무게였던 것이다.

'젠장!!'

황하를 우습게 본 데비드는 자신을 책망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자신에게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

었다.

"사소저?"

"덩치가 커 가지고, 자 손을 잡아요."

"..예."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데비드는 사도혜의 손을 잡았는데, 그 순간 빠른  속도로 자신의 몸이 물을 나

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이래 뵈도 사부님의 친구인 장강어옹에게 수공을 전수 받았다고요. 당신 정도는  충분히 끌고 갈 수 있으니 걱정

말아요."

"아..예."

그 순간 터프한 사도혜가 예뻐 보이는 데비드였다.

황하의 느린 흐름이 만들어 낸 섬이 달빛 아래로 들어오자 장천들은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검으로 접근해 들어가

기 시작했다.

물밑에는 섬으로 들어오는 배들을 막기 위하여 말뚝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배를  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지라 그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하지도 않은 문제가 그들에게 닥쳐왔으니 장천은 물 위에서 움직이는 파장을 보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무엇인가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었으니 그 숫자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뭐지?"

사도혜는 녀석들을 보며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니 장천은 안력을 돋구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려 했지만, 다가오

는 물살만이 일어날 뿐 어두운 밤인지라 그 모습은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조심해라."

일단은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장천은 말뚝 위에 몸을 세우고는 검을 뽑아  들었는데, 잠시 후 그들이 일장 정

도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뱀이다!"

물살을 헤치며 다가오는 것은 뱀이었으니 길이가 족히 2장은 넘을 듯한 뱀들이 사방에서 장천 일행들을 향해 헤엄

쳐 오고 있었던 것이다.

"만사독인!"

그 순간 사도혜는 누군가의 이름을 외쳤으니 바로 남만에서 뱀을 다루는 명수인 만사독인이였다.

남만의 독문에서도 독사를 키우고 있지만, 만사독인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었으니 세상에서 그가 다루

지 못하는 뱀은 없다고 할 정도로 뱀의 조종술은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있다면 물에서 침입자에 대비하여 독사를 풀어놓는 것쯤은 손쉬운 일이었으니 장천은 적에 대해서 확

실히 생각하지 않을 것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그들이 있는 곳이 물뿐이었다면 상대하기 더 까다로웠겠지만, 발 밑에는  배를 막기 위한 말뚝이 있었는지

라 뭍에서와 같은 몸놀림을 만들어 낼 순 있었다.

"차압!!"

파사신검을 빼어 든 곽무진은 오척 거리까지 다가오는 뱀을 보며 그대로 검을 휘둘러서는 녀석을 베어버리려 했는

데, 그 순간 뱀은 마치 예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 속으로 가라앉더니 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큭!"

만사독인에 의해서 훈련을 받은 뱀은 물 속에서 적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 위로 헤엄쳐 들어올 때는 물살의 움직임으로 위치를 알 수 있었지만 물 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장천들로서는 당

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 공중으로 몸을 날려!"

"응?"

갑작스런 장천의 외침에 사람들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발 밑에 있는

말뚝을 박차며 물위로 몸을 날렸다.

장천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고 물 위로 몸을 날렸는데, 그 자세는 다른 이들과 틀렸다.

나머지 세 사람이 위로 날아오르듯이 몸을 날렸다면 장천은  공중제비를 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

다.

"차압!"

머리가 물 쪽으로 돌린 장천은 그대로 냉혈검에 내력을 집어넣어서는 그대로 강물로 내려꽂듯이 찌르니 냉기가 퍼

져서는 검의 주위로 황하의 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차압!"

물이 얼어붙는 것을 보며 장천은 가볍게 살얼음판 위로 올라서니 다른 이들 역시 얼음판 위로 올라섰다.

장천은 물 속에서는 뱀이 움직이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얼음판을 만들어서는 그 곳으로 올라선 것인데, 단

한 사람 데비드만은 다시 물 속으로 몸을 날렸다.

"뭐야? 데비드."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얇은 얼음판 위에 올라서는 방법은 모른다고."

"윽..."

그의 말에 장천은 신음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쌍도문은 도법과 함께 중요시하는 것은 보법과 경신법이였으니 등평도수의 수법은 어느 정도 내공만 받쳐  준다면

사용할 수 있었다.

가벼운 살얼음판이라 할지라도 받을 디딜 곳만 있다면 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또 사도혜는 원래 몸이 가벼운 것을 둘째 치고라도 백수마왕을 상대했을 때도 개방에서 자랑하는 경공술의 대가와

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경공술을 지니고 있었으니 살 얼음판에 서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데비드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큰 몸집 탓에 경공술이 약했을 뿐 아니라 몸에는 무거운 체일 메일까지 걸치고 있었

으니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얼음판에 올라서는 것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물 속에서 뱀이 도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가 믿는 것은 있었던 것이다.

"데비드!"

"걱정마!"

장천의 외침에 데비드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고는 말뚝 위에 서서 천천히 눈을 감으니 잠시 후 무엇인가를 발견했

는지 눈을 번쩍 뜨고는 물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여기다!!"

"스악!!"

그 순간 데비드가 손을 물 속에서 꺼내자 거기에는 커다란 독사 한 마리가 입을 벌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

다.

"데비드 물리지는 않았어?"

"물론!"

놀란 장천은 그를 보며 소리쳤는데, 데비드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헤치며

말했다.

"내가 입은 체인메일은 다리까지 이어져 있다고!"

"아!"

그제서야 데비드가 뱀의 공격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는 장천이였다.

그가 입은 체인메일은 본래는 거창기마가 입는  철판갑옷의 안에 있는 체인을 짜서  만든 갑옷이었는데, 경공술과

보법에 능숙하지 않은 데비드는 그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철판갑옷은 아니더라도 체인메일을 걸치는  것은 잊지 않았는데, 그것이 이  상황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물 속에서 데비드를 공격한 뱀은 체인메일에 막혀 그의 다리에 독어금니를 꼽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의 다리를 물

려다가 실패한 독사를 데비드는 놓치지 않고 잡아채었으니 두 손으로 뱀의 몸을 잡은 그는 망설이지 않고 힘을  주

어 녀석의 몸을 두 동강으로 끊어 버렸다.

예상치도 않은 일로 데비드가 뱀을 처리하는 것을 본 장천은 크게 기뻐하니 자신 역시 이대로 머무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주위를 돌아 보았다.

그의 곁으로 또 다른 뱀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장천은 냉혈검에 내력을 집어넣

어서는 그대로 녀석에게 검기를 날렸다.

검기가 다가오자 뱀은 곽무진이 검을 날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물 속으로  숨어 들어가려 했지만, 냉혈검의 냉기는

그것을 가만히 두질 않으니 검기에 부닥친 수면은 그대로 냉혈검의 냉기에 의해 얼어붙었다.

"쓰악!!"

물 속으로 숨어 들어가던 뱀은 장천이 날린 검기로 얼어 버린 얼음에 순식간에 갇혀 버리고 말았으니 이 때를 놓

치지 않고 다시 한번 검기를 날리자 녀석은 두 동강이 나서는 주위에 피를 뿌렸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것을 타파할 방법을 찾은 일행들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하니 삼각 정도가 지나자 그들의

주위에서 다가오던 뱀들을 모두 처리 할 수 있었다.

"다시 섬으로 가자."

"응."

뱀을 모두 처리한 장천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섬을 향해 헤엄쳐 들어갔

다.

물론 데비드를 제외한다면 모두 초상비의 수법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 있는 갈대들을 밟고 움직

일 수 있었지만, 데비드의 문제도 있었고 또 갈대에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는지라  헤엄쳐 가는 것을 선택 한 것

이다.

얼마 정도 가자 드디어 발 밑으로는 뭍의 느낌이 드니 데비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지금부터가 문제야.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모두들 조심하자고."

곽무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데비드는 보며 조심하자는 말을 하니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섬 안쪽으

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장천은 또 다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처음에는 모기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섬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숫자나 윙윙거리는 소

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혜 역시 이 소리를 들었는지라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다른 이들에게 소리 죽여 말했다.

"아무래도 화봉마녀(花蜂魔女)의 독봉(毒蜂)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산 넘어 산이랄까 만사독인의 독사의 관문을 넘어서자 이들에게는 또 다른 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도혜의 말대로 안력을 돋구어 보자 수십만 마리는 넘을 듯한 독봉들이 하나의 띠를 이루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

으니 그 안으로 들어섰다가는 독봉에 의해서 참혹한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보고 있던 사도혜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품에서 호리병 하나를 꺼내어서는 그것을 입에 머금어 갔다.

"사도혜 누나 뭐해요?"

그녀가 마시는 물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자 그것이 술이라는 것을 알고는 장천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는데,

그녀는 수많은 독봉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가서는 머금을 숨을 내뿜었다.

[슈우욱!!]

그 순간 뿌연 안개와 같이 술이 뿌려지니 독봉들은 그 순간 크게 동요하는 듯 하더니 수많은 벌들이 술 쪽으로 달

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사도혜는 몸을 뒤로 날리며 피하니 잠시 후 수많은 벌들은 날개짓을 멈추고는 땅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누님 저것은?"

"후아주야! 원숭이 녀석들이 만든 만큼 향기는 술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지 그걸로 벌들을 끌어 들여서 취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음...."

사도혜의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후아주는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모아 놓은 과일들로  만든 술로, 향기는 물론 독하기로  유명한 술이었으니 독봉들

역시 그 독한 술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독봉의 수는 후아주로 처리할 만큼 적은 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수백만 마리가 넘는 듯한 엄청난 수였으니 잠시 후 후아주가 떨어지자 벌들은 사방으로 난동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장천 일행들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후아주가 동이 나자 사도혜는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니 장천으로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장천은 이제 들키는 것 보다 살아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는 화룡신도를 뽑아

드니 그것에 내공을 집어넣자 강한 불꽃이 화룡신도에서 불타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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