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04화 (205/355)

제 38 장 여걸 사도혜 (1)

원래 술 마시러 오긴 했지만, 자발적으로 가는  것과 강제로 끌려가는 것은 엄연히 틀릴  수밖에 없었으니 장천과

곽무진으로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자 뭐해! 한잔씩 받으라고!"

"예..예.."

여자답지 않게 큰 사발에 소홍주를 가득 부어 한번에 들이킨 그녀는 똑같은 잔에 술을 가득 부어서는 장천에게 건

네니, 술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장천으로선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뭐해! 쭉!! 쭉!!"

"윽.."

하지만 장천으로선 사도혜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 사발에 가득 찬 술을 한번에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술을 마시던 다섯 사람이었으니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사도혜가 데비드와 동방명언을  가리

키고는 장천을 보며 물었다.

"이 자들은 믿을 수 있겠지?"

"예. 저의 의형제들이니까요."

"음. 그럼 내가 온 이유를 말해줄게."

사도혜는 두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말에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자신이 온 이유를 말해 주었다.

"장천."

"예. 누님."

"나랑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지?"

"예."

깍듯이 대답을 하는 장천이였다. 물론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사도혜였는데,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계

속 말을 이었다.

"그 때 만났던 백수마왕이란 자를 잘 알고 있겠지?"

"아!"

장천은 그에게 마라독수에 당했던 적도 있었던지라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 때 여러 가지 일을 조사하며 녀석이 마교에서 마라독수를 얻었다는 말에 개방에서는 마교를  중점적으로 백수

마왕과 다른 자들이 사라진 일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

"녀석들이요?"

"그래 백수마왕 뿐 아니라 실종되었던 사람들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그들은 하남에 만수방(萬獸?)이라는 문

파를 세웠다고 하더라고."

"만수방이라..."

그녀의 말에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알고  있는 백수마왕은 사파의 고수였던 자, 처음에 녀석이 마교로

들어섰다는 말에 마교에 잠입했을 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적이 있었는데, 천마에게도 구시독인에게도 백수마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장천은 그가 마교에서 마라독수를  받았다는 말을 고심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만수방을 세웠다는

말에 뭔가 좋지 않은 냄새를 느꼈다.

"개방의 조사로는 녀석들은 마교가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 새로운 무공을 받은  것 같더라고, 우리 개방의 눈을 마

교 쪽으로 돌리기 위해 너와 일이 있을 땐 마교에서 마라독수를 받았다고 말을 한 것 같아."

"그렇군요."

그녀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이들을 영입한 세력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어떤

자들인지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청개 장로님께 말씀드려 너의 도움을 얻고자 왔는데, 어때 나랑 같이 가자."

"..사양하겠습니다."

그녀의 부탁에 장천은 정중하게 손을 내저으며 거절을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의

형제인 청개의 일을 돕는 것은 별문제 없었으나 사도혜라는 무시무시한 여인과 같이 있는 것은 그로선 거절하고 싶

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로 장천을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으니 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젓고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네. 혼기를 놓쳐 그냥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시집이나 가야지.."

".....무슨 소리죠?"

"지금의 쌍도문의 사정으론 개방의 도움이 분명히 필요할 거야.  아..가련한 요조숙녀 사도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집가지 못하고 문파 간의 정략적인 일로 쌍도문으로 시집가게 되니 그 남자는 문주의 아들이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그녀의 말에 장천으로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소리치니 사도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를 보더니  회

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가지를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나를 도와주겠어 아니면 내 남편이 되어줄래?"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장천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누님..흑흑흑"

"호호호호!"

승리의 웃음을 터트린 사도혜는 장천의 옆에 있던 곽무진을 보며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올 거지?"

"......"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한마디에 곽무진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쌍도문의 두 사람이 사도혜라는 무시무

시한 여인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상황에 빠지니 동방명언과 데비드 역시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먼저 당신! 동방명언이라고 했는가?"

"하하하 죄송합니다. 전 문주님과 함께 쌍도문의 대소사를 처리해야 하는지라  앞으로 몇 달간은 쌍도문에서 두문

불출해야 하기 때문에...."

"음..좋아 합격!"

"휴...."

사도혜에게서 합격의 점수를 받은 동방명언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시선을 데비드에게

돌렸는데,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데비드로선 전쟁 중에서도 한번도 없었던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신!"

"아...예."

"일 있어요?"

"아...그것이..."

애석하게도 데비드는 계획되지 않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니 옆에 있던 장천은 천천히 그의 어깨를 두

드려 주며 말했다.

"데비드 우리 함께 열심히 싸워보자.."

"큭..."

"좋아! 이렇게 해서 세 명인가! 그럼 나까지 합쳐서 네 명이라...충분하군."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녀의 말에 장천으로선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녀의 말을 들어 짐작해보건데 이번 일에 나서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응? 아! 말을 안 했나. 사실 만수방의 일은 사부님이 지켜보고만 있으라고 했던 것인데, 내가 답답해서 못 하겠더

라고 그러자니 일을 하기에는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 너무 무공이 약해서 너희들과 함께 일을 해결해 보자고  생

각해서 이곳으로 온 거지."

"그러니까...안 해도 되는 일을 구태여 우리까지 끌어 들여서 하시겠단 말씀입니까?"

"응?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말이 되네."

"휴...."

한숨밖에 나오지 않은 장천이였다. 하지만 어쩌랴 사도혜가 한번 결정했다면  그녀의 사부님이라 할지라도 뒤집지

못하는 일이었으니....

이렇게 해서 장천과 곽무진들은 대사련으로 가기 전 예상치도 못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사도혜의 안내에 따라 하

남에 있다고 하는 만수방으로 향했다.

하남은 낙양과 함께 무림의 구파일방 중 무당과 함께 양대산맥이라 하는 소림사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구파일방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소림사는 그 오랜 전통에서 나온 72절기를 바탕으로 상당한 고수가 있

는 곳이었다.

쌍도문이 아무라 문파가 번성한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넘보지 못할 문파가 있다면 바로 소림이라 할 수 있었다.

일행들은 사도혜와 함께 황하에서 유람을 즐기고 있었는데, 만수방이이 황하에 떠 있는 작은 섬에 위치해 있기 때

문이었다.

"양산박 흉내라도 내는 건가?"

"글쎄."

장천이 말한 대로 그들의 문파는 황하강의 갈대수풀에 지어진 문파였으니 이곳을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배를 이

용해야만 했다.

또 바닥에는 적의 침법을 막기 위하여 말뚝을 받아 놓았기  때문에 이곳의 지리를 알지 못한다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으니 장천으로선 사도혜가 그들을 관찰하는 것을 포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헤엄쳐서 들어가는 방도 밖에 없겠군."

"일단 녀석들과 싸우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니까."

장천의 말에 곽무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는데, 그의 시선은 사도혜에 가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과연 장천의 말대로 그녀가 헤엄쳐서라도 그곳으로 갈까 하는 생각에서 였는데, 놀랍게도 사도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 수공은 대충 배운 적이 있으니까 한번 해보자고!"

"음..."

역시나 보통 여자가 아니였다.

보름달이 대지를 비추고 있을 때 장천들은 몇 가지 옷가지를 챙겨서는  황하에 도착했는데, 그들 모두는 사도혜의

복장을 보고는 조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어이없게도 속이 훤히 비추는 나삼인지라 달빛으로 보이는 굴곡 있는 육체에 장천들

은 고개를 어디에다 둘지 고민일 지경이었다.

"누님...그 옷은 조금 너무하군요."

"응? 이거? 서역에서 들여온 천으로 만든 옷인데, 조금 비추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물에 들어가면 몸을 뜨게 해

주는데다가 천 자체가 물을 먹지 않아서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간단히 털기만 해도 되는 옷이라고."

"음...."

옷 자체야 무지 좋기는 하지만, 그들이 말한 것은 그것이 아닌지라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도혜는 장천

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 또 뭐라고 옷이 비춘다고 그러는 거야?"

"예. 누님."

"뭐 어때 다들 이쁜 마누라가 있으니 이 정도에 색이 동할 정도는 아니잖아."

"큭...."

그의 말에 세 명의 남자들은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 장천의 표정이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던 그녀는 곽

무진을 보고는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를 보며 말했다.

"곽소협!"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홀애비니까 눈 조심하세요."

"헉..."

"...."

그녀의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으니 곽무진의 처 남궁소화는 쌍도문의 혈사 때 죽음

을 당했으니 아직 그것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도혜는 그런 곽무진의 아픈 부분을 여과 없이 말하고 있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곽무진으로선 노기를 드러낼 수도 없는지라 이를 갈며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쳇 남자가 마누라 정도 죽었다고 아직도 저 모양이라니!"

"사소저!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한 곽무진은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쳤는데, 그런 모습에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은 그녀는 피씩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굴어! 청개 장로임이 나에게 묻더라 네 녀석이 어떻냐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멍청이 너와 나를 맺어 주려고 장문주님과 장로님 사이에 이야기가 오가고 있단 말이야!"

"헉..."

그녀의 말에 다른 이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문주가 남궁소화를 잃은 곽무진을 위해 무림명가의 소저들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후

보 중에 사도혜가 들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칠칠치 못하면 장문주님이 직접 나서시겠어?"

"윽..."

"이번에 네 녀석까지 같이 부른 것은 내 남편감으로 적당한가 알아보는 것도 있으니까 잘 하라고!"

"흥! 당신 같은 선머슴을 아내로 맞이하는데 평생 홀애비라 살겠소!"

그녀의 잘하라는 말에 곽무진은 벌컥 화를 내니 그녀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핏줄을 서게 만들었다.

"장부라는 녀석이 쪼잔하기는!"

"으아!!"

"무진형! 참아요!"

이런 이유로 만수방으로 가기도 전에 이들은 분열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옆에서 이들의 말다툼을 듣고 있던 데비드

는 한숨만 쉴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다투던 것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자 그들은 황하로 들어가 만수방이 있는 섬으로 헤엄쳐가기 시작했

다.

쌍도문에서는 여러 가지 무공을 가르치고 있는 덕에 장천과  곽무진은 그리 고명하지는 않지만 수공을 어느 정도

익혔고, 사도혜는 수공과 함께 서역에서 가져온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지라  별 문제는 없었지만 아쉽게도 데

비드는 큰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물론 서역에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온 그가 수영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무기들은 하나 같이 상당

한 중량의 물건인지라 상당한 힘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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