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장 은원방과 독문의 대결 (10)
당세문의 금나수는 날아오는 구렁이의 목을 낚아채니 그 순간 소수마공의 냉기가 구렁이의 몸을 타고선 양견에게
밀려가기 시작했다.
"헉!"
크게 놀란 그는 급히 구렁이를 떼어놓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 결과로 구독망 중 하나는 얼음이 되어 버렸으니 이
를 갈 수밖에 없었다.
"으드득...."
설마 소수마공이라는 희대의 신공을 당가의 무사가 알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당세문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양견의 구렁이를 얼려 죽여 그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소수마공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극성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구렁이의 몸에 있던 독기가 밀려왔던 것이
다.
다행히 당가의 비전 해독약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 싸움이 계속된다면 독
에 중독되어 녀석을 상대 할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팔독망이라 불러야겠군...하하하!"
"으드득..."
하지만 그녀의 도발에도 양견은 움직일 수 없었으니 자신의 절기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이상 함부로 공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돌아보자 자신의 부하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이 은원방과 당가의 무사들에 의해 쓰러져 있는 상태였으니 이
이상 이곳에서 버티다가는 자신의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양견은 당세문을 향해 두 마리의 구렁이
를 날렸다.
"쌍망분열(雙?分裂)!!"
그가 날린 구렁이는 당세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니 일장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갑자기 두 개로 나누어져
서는 당세문의 심장과 목을 향해 뻗어 나갔다.
"흥!!"
녀석의 공격을 보며 당세문은 소수마공을 끌어 올려서는 또 다시 금나수의 수법으로 두 마리의 구렁이 목을 낚아
채니 그 순간 구렁이의 몸은 크게 부풀어오르더니 큰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펑!!]
"윽!!"
구렁이의 몸이 터져 나가며 살과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니 당세문은 얼굴을 돌려서는 간신히 독혈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크윽 당했다!!"
설마 자신의 구렁이를 내공으로 터뜨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당세문은 급히 얼굴에 묻은 독혈을 닦아내고
는 양견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는데,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으니 이를 갈며 품에서 해독약을 꺼내어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구렁이가 내공으로 폭발하는 것을 본 당가의 무사들이 크게 놀라서는 뛰어오니 당세문은 해독약을 복용하고는 손
을 내저으며 말했다.
"해독약을 복용했으니 운기조식만 취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곳은 상황은 어떻습니까?"
"쌍도문의 무사들이 이문산의 독문 무리들을 거의 제압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당가의 분들은 이곳에서 임성 대협을 기다리도록 합시다."
"예."
당세문의 명령을 받은 무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니 운기조식을 마친 데비드가 몸을 일으켜서는 그녀에게 걸어와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당소저의 도움에 감사드리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독문의 소문주를 놓치는 실수를..."
"어차피 그런 자의 목숨 같은 것은 상관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살려 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도움이 되다니요?"
"양견이란 인물은 한 문파의 문주가 되기에는 인품이나 무공 등 여러 가지가 부족한 인물이니 그가 남만으로 돌아
간다면 오히려 중원은 두 번 다시 녀석들의 침입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아!"
그제서야 데비드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 당세문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독문의 양견에 대해선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공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한 문파의 장이 되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건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일이 잘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장소협 말씀이십니까?"
"예. 우리들이 상대한 양견에 비해서 그 쪽은 독문의 문주보다 무공이 앞선다고 알려져 있는 수석봉공이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의 걱정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몇 사람의 인형이 그들 쪽으로 뛰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비드!"
"오! 장천!"
데비드들에게 뛰어 온 사람들은 바로 장천들이였다.
수석봉공을 쓰러뜨린 두 사람은 사방에 불을 질러 혼란스럽게 만든 후 중요 거점을 점령한 후 온 것이다.
"오는 도중에 양견은 보지 못했는가?"
"양견? 못 봤는데?"
"아무래도 비밀통로가 있었던 듯 하군."
장천의 말에 데비드는 그가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성조차 힘
들어서 풀 정도의 기관진식을 만든 이들이 비밀통로를 만들지 않았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장천들은 양견이 도망갔다는 말에 이를 갈았지만, 일단 독문의 세력을 사천에서 모두 몰아냈다고 할 수 있었기에
어느 정도 만족 할 수 있었다.
이번 싸움으로 쌍도문과 당가의 무사들은 당철과 10여명의 무사들을 잃었다고는 하나 자신들에 몇 배는 되는 독문
의 지부를 괴멸시키고 중요인물은 수석봉공을 쓰러뜨린 대승을 거두었기에 함성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임사형의 도움이 없었다면 독문의 이렇게 쉽게 사천에서 몰아내는 것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장천은 이번 이문산 지부 토벌에 가장 큰공을 세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임성에게 포권을 하며 말하니 그는 고개
를 저으며 겸손함을 표할 뿐이었다.
"무공도 모르는 내가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난 이 승리의 기쁨보다는 당다협을 잃었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네."
"음..."
그의 말에 당세문의 모습을 보니 슬퍼하는 모습이 역력한지라 다른 이들은 함성을 지르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
다.
장천의 명령으로 이문산의 독문 지부를 모두 불태워 버린 이들은 은원방으로 개선을 했고, 사천당가의 사람들은
모두 당가로 돌아갔다.
장천 일행들이 돌아오자 은원방은 잔치 분위기로 돌아섰으나 이들에겐 그렇게 쉴 시간이 없었으니 바로 대사련과
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미 대사련과 손을 잡기로 약조를 한 이후였기에 겉으로 은원방의 주인은 세외삼마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대사련
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춘삼은 은원방의 중요 인물들을 모두 불러모은 후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니 대사련에 가게 될 사람
은 장천과 데비드로 결정되었다.
동방명언의 경우에는 장춘삼과 함께 은원방의 대소사를 처리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고, 곽무진의 경우에는 대외적
으로 얼굴이 드러나 있는 상태였기에 장천과 데비드가 이 일을 맡기로 결정이 된 것이다.
장천의 경우에는 혈비도 무랑의 제자로 무림대살령까지 받았지만, 그렇게 얼굴이 드러난 것은 아닌지라 별 문제가
없었고, 데비드는 홍련교에서도 일부의 사람들 밖에 모를 정도로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겠느냐?"
"본문의 복수를 위해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장하다."
장천의 말에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은 그였다. 몇 가지 지시 사항을 받은 장천들은 그 동안의 회포를 풀 겸 주점으
로 향했는데 주점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무림인들끼리의 싸움이었는데, 그 들 중 한 명이 묘령의 여인인지라 장천들로선 조금 흥미가 느껴질 수밖
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계집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5척 8촌 정도에 건장한 몸을 지닌 무사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한 여인을 보며 노성
을 터뜨리고 있었으니 장천으로선 재밌다는 생각에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저 여자가 어디서 봤는지 낯이
익는지라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천아....사도혜다..."
"응? 누구?"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곽무진의 말에 장천은 다시 되물었는데,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고는 장천을 보
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개방제일미 사도혜라고!!"
"헉!!"
그제서야 장천은 그녀의 얼굴을 생각해 낼 수 있었으니 건장한 남자와 싸우고 있던 사도혜를 생각해 낼 수 있었
다.
개방 제일미로 과거에 만나, 장천의 색시 후보에까지 올랐던 그녀였으니 자신을 보며 소리를 치는 중년인을 보며
우습다는 듯이 피씩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갑자기 몸을 날려서는 그의 안면을 무릎으로 후려 갈렸다.
"끄억!!"
"까불고 있어! 흥!"
쓰러진 그를 보며 말을 한 그녀는 마지막 응징으로 그의 사타구니를 향해 일격을 날리니 엄청난 고통에 그는 괴성
을 지르며 자리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끄아악!!"
한편 사도혜의 모습을 보고 있던 장천과 곽무진은 마지막 응징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
었으니 그 때 뒤돌아선 사도혜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어라! 장천! 곽무진!"
"헉...들켰다."
그녀의 외침에 장천과 곽무진의 등줄기에선 식은 땀이 흘러내릴 수 밖에 없었으니 사도혜는 그런 두사람의 마음도
알지 못한 채 기쁜 표정으로 다가와서는 장천을 끌어 안고는 볼을 비비며 말했다.
"장천 아직도 그대로구나! 아우 귀여워라!!"
"윽..."
약관이 넘어 성년이 된 그를 아직도 애처럼 생각하는 사도혜였으니 장천으로선 어찌 할 바를 모를 수밖에 없었다.
곽무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어떻게 우리가 이곳에 있는 줄 알았지?"
"흥! 개방이 그 정도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지!"
"음..."
쌍도문의 사람들이 은원방을 세운 것은 극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개방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에 장천
들과 같이 온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잠시 후 장천의 목을 조르듯이 감싸안은 사도혜는 그의 이마를
툭툭 치며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윽..."
"겁먹기는 장대협님의 친구이신 청개 곽장로님을 협박해서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안 거니까 너무 걱정 말라
고!"
"아! 휴.."
청개 곽무성은 장천의 양부인 장춘삼의 의형제로 다른 이들도 개방의 도움을 얻기 위해 장춘삼이 청개 곽무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알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도혜의 모습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녀의 행동은 결코 여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웠기 때문
이다.
상당히 호기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웬만한 남자 무사보다 더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사도혜 누나..더 남자다워 졌군요..."
"하하하 혼기를 놓치고 나니까 요조숙녀 흉내 내는 것도 귀찮아지더라고 그래서 그냥 살기로 했지."
"윽...."
그녀에게 혼기를 놓치게 한 가장 중요한 노릇을 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장천으로선 두려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두 사람은 누구지?"
사도혜는 장천과 곽무진을 괴롭히다 데비드와 동방명언들을 보며 물으니 장천은 그녀의 팔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포기하고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의형제인 동방명언과 데비드입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수."
"아..예.."
두 사람 역시 사도혜의 이런 모습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두 사람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사도혜는 장천과 곽무
진의 목을 잡아끌고는 주점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