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장 은원방과 독문의 대결 (5)
임성의 계책에 따라 은원방의 무리들은 마지막 남은 중원의 독문 이문사의 분타를 공격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
했다.
서쪽 절벽으로 향하고 있는 이들은 장천과 곽무진을 포함하여 무공이 뛰어난 자들을 선출하여 움직이고 있었기 때
문에 그들의 종적은 아직 독문의 무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동쪽의 산등성으로 오르고 있는 자들에게 쏠려 있었는데, 그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문주!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본타로 오는 녀석들은 진세와 기관진식에 의해 별 문제가 없을 텐데?"
독문의 소문주 구독망 양견은 수석봉공과 함께 느긋하니 차를 마시고 있다 난데없이 부하가 뛰어 들어오자 미간을
찌푸리니 방으로 뛰어든 자는 황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진세와 기관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진세와 기관이? 말도 안돼! 그것은 본문의 봉공인 독진자(毒陣子) 강문(康聞)이 만든 것이 아닌가!"
독진자 강문, 중원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만에서는 최고의 현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로 독문의 사대봉공 중 한
사람이었다.
남만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중원의 귀진자와 버금간다 하여 독진자라는 명호를 붙여 주었으니 명성대로 독을 이용
한 만독진(萬毒陣)은 귀진자와 칠성대진(七星大陣)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진세였다.
그런 이유로 양견은 독진자의 제자들이 와 직접 만든 진세와 기관에 대해 큰 믿음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간의 몇
번의 싸움에서 많은 자들이 그것을 뚫지 못하여 쓰러진 것을 보며 적의 침입에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것이 무너진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석봉공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는 구독망 양견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람이 만든 것은 사람이 부술 수 있는 법입니다. 소문주께서는 일단 진세와 기관진식이 깨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음...수석봉공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사마타주."
"예. 소문주님."
"지금 즉시 본타의 인원들에게 소집하여 동문에 집결시키도록 하시오."
"예."
소문주의 명령을 받은 타주는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고는 급히 방을 나가니 양견은 수석봉공을 보며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독진자의 진세와 기관진식이 무너진 것이 의외이긴 하나 수석봉공께서 저와 함께 계시니 안심입니다."
"송그스럽습니다."
양견의 말에 독문의 수석봉공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겸손을 표하니 양견으로선 그것조차 마음에 들뿐이었다.
사대봉공 중 말석이었던 쌍도혈편의 구랍과 자신과 함께 차대 문주의 유력한 후보자였던 철령이 실종되자 다음대
문주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구독망 양견은 독문에서 문주 다음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수석봉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임으로 문주의 자리를 확실히 굳히고 있었다.
'세 개의 분타가 적습에 무너지긴 했지만, 수석봉공이 나서주기만 하면 사천쯤이야 어렵지 않게 차지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이 자를 직접 나서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인데...음..'
하지만 구독망 양견에게도 하나의 고민이 있었으니 수석봉공인 그가 쉽게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이곳까지 나선 것도 자신의 부친인 독문의 문주가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요청을 함으로서 간신히 이루
어진 일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독문의 문주조차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인물이 수석봉공이였으니 소문주인 그로선 그에게 적과 싸우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또 독문의 문주가 되기 위해선 그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에 정중하게 모시고 있을 뿐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번 싸움에 적이 진세를 뚫어준다는 것은 구독망 양견이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한편 동쪽 능선을 따라 오르고 있는 임성과 당문, 은원방의 무사들은 연이어 계속 드러나는 진세와 기관진식에 그
행로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음..."
임성은 눈 앞에 있는 초록색 빛의 안개에 고심하는 표정이 가득했으니 그 진세가 간단치 않았기 때문이다.
"임소협.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아무래도 이번 진세는 조금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까다롭다니요?"
당철의 물음에 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안개를 향해 두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말했다.
"이번 진세는 그 진 자체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남과 북에 위치한 진주(陣柱)를 파해한다면 길이 생기긴
하나 그 진주를 파해 할 길이 막막하군요."
"음..저 독문 때문인가?"
"예. 독무에 밑에 있는 초목을 보니 그 독이 결코 범상치 않으니 아무래도 독문이 자랑한다는 십대절독의 하나인
것 같아 그렇습니다."
"십대절독이라..."
사천당가 역시 독의 일문, 하지만 독문의 십대절독의 경우에는 중원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물과 독초를 수백
가지 조합하여 만든 독이기에 그 독물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심을 하던 당철은 임성을 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을 나에게 맡겨주지 않겠는가?"
"당대협께서요?"
"십대절독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 동안 독을 접하여 내성이 생긴 저를 쉽게 중독시키지는 못할 것이요. 거기에다
당가에서 만든 비전 해독약을 복용하고 행동한다면 적어도 반 시진을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음....알겠습니다. 이 일을 당대협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에게 일이 떨어지자 그는 임성에게 남과 북에 있는 진주의 정확한 위치를 들은 후 당가의 무리들에게 돌아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숙부..."
그것을 보고 있던 당세문으로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이니 당철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사천 당가가 남만의 독문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하느냐?"
"하지만...."
"내 반 시진 안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 올 것이니 술이나 준비하고 기다리도록 하여라."
"...예. 숙부 조심하세요."
당철의 자신감 있는 말에 당세문은 자신도 마음을 다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입술을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를 마친 당철은 몇 개의 장비를 등에 쥐고는 독진의 앞에 서니 임성은 그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독무에 대략적인 진형을 적어 놓을 것입니다."
"맡겨두게!"
종이를 받아 든 당철은 던지듯이 말하고는 독무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음..."
독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내음이 코를 자극하니 그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당철이였다.
'섭혼향이로군...그렇다면 독문의 탈혼귀독(奪魂鬼毒) 만만치 않은 독이군.'
탈혼귀독은 혼을 빨다 들일 정도로 강렬한 독으로 이 독에 당한 이는 혼을 빼앗겨 살아 있으나 살아 있지 않은 상
태가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철은 이 독이 탈혼귀독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급히 품에서 섭혼독을 막는 환단을 삼켜 혼을 뺏기는 것을 막은
후 남쪽의 진주를 향해 경신술을 펼쳤다.
강렬한 독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내공을 사용하여 그것을 최대한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경신술을 펼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남주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남주인가..'
독진의 한쪽 기둥이 되고 있는 남주로 가까이 가자 강렬한 독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여 밀어내는 것도 힘겨울 정도의 강렬한 독에 당철은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품에서
검은 구슬을 꺼내어 들었다.
화약을 사용하여 만든 독탄으로 포함되어 있는 독 역시 강렬하기는 하지만 가장 큰 위력은 그 폭발력이었다.
독탄이라면 충분히 남주를 부수어 버릴 수 있다 생각한 그는 오른손으로 그것을 날릴 준비를 했는데, 그 때 왼쪽
에서 살기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
[슈슉!!]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그에게 날아오니 당철은 급히 뒤로 몸을 날려서는 것을
피했다.
[파바박!!]
그러자 땅을 파 헤치는 소리와 함께 돌 더미가 뿌려지니 그것이 세 치 정도 크기의 비표(飛標)라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켈켈켈...겁도 없는 녀석이구나 감히 본좌의 남주를 부수려 하다니 말이다."
"누구냐?"
"켈켈켈 남주를 지키는 남주독괴(南柱毒怪)라 하지...켈켈켈.."
"남주독괴라..."
들어 본 적은 없지만 방금 전에 날아온 비표의 기세로 보아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사천당가의 해독약을 복용하고도 한 시진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서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며 탈혼귀독으로 만든
독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독공이라도 당한다면 반 시진이 아니라 그 반도 견딜 수가 없겠군.'
하지만 자신 역시 사천당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일인, 독으로 남만의 독문에게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등짐에
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서는 주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푸릇한 연기와 함께 그의 주위에 있던 독무가 가루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니 남주독괴는 크게 놀란 표정
을 지었다.
"사천당가의 흡독분?! 당가의 아해로구나!!"
"흥!"
불혹이 넘는 나이에 아해라 불린 당철은 콧방귀를 끼어주고는 녀석을 향해 암기를 뿌렸다.
"켈켈켈..."
당철이 암기를 내던지자 그는 경공을 사용하여 가볍게 피하고는 그를 향해 일권을 내지르니 순간 소맷자락에서 무
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뻗어 나와 당철의 미간을 향해 뻗어왔다.
"차압!!"
당철은 급히 몸을 회전시키며 오른발로 그것을 튕겨 내니 녀석의 소맷자락에서 나온 것은 바닥에 떨어져서는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조(飛爪)?!"
녀석의 소맷자락에서 나온 것은 날카로운 철 손톱을 가진 비조였으니 그 끝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이
절독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조의 끝에 매여 있는 줄에는 짧은 침이 달려 있었으니 그 역시 독이 묻어 있는 것이 줄에 스치기만 해도 독에
중독되는 것을 면할 수 없는 듯이 보였다.
"켈켈켈!!"
괴이한 웃음을 흘리며 남주독괴는 또 다른 손에서 비조를 꺼내어서는 공격하기 시작하니 당철은 반격할 새도 없이
그의 공격을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 역시 이대로 당할 생각은 없었으니 암기주머니에서 수십 개의 암기를 꺼내어서는 남주독괴를 향해 집어 던졌
다.
하지만 암기들은 어이없게도 그의 앞으로 떨어지고 마니 당철의 공격이 실패하는 것을 보며 남주독괴는 대소를 터
뜨리며 소리쳤다.
"켈켈켈..사천당가가 암기술에 뛰어나다 했는데, 허명 뿐이었구나."
"과연 그럴까?"
다음 순간 당철이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앞으로 떨어졌던 암기가 폭발하고 마니 순식간에 일대는 흙먼지로 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화탄?"
[쿠구궁!!]
녀석이 던진 것이 화탄이라는 것을 깨달은 남주독괴는 크게 놀라며 소리쳤는데, 그 순간 또 하나의 폭발음이 들리
니 다음 순간 무엇인가 땅으로 부닥치는 굉음이 들려왔다.
"헉!!"
굉음을 내며 쓰러진 것은 바로 그가 지키던 남주였으니 그제서야 남주독괴는 당철이 노렸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주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나서자 싸우는 척 하며 그의 시선을 막은 후 화탄으로 남주를 쓰러뜨렸던
것이다.
남주가 쓰러지자 그로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순간 등에서 통증이 느껴왔다.
"꺼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