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97화 (198/355)

제 37 장 은원방과 독문의 대결 (4)

절명독수와 싸우는 장천보다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던 당철이 독에 대해서는  더 빨리 알아차렸다. 오른손에 차여

있는 은수갑(銀手匣)의 색이 변질되자 금새 이 주위에 독이 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장천! 곽무진 독이 퍼져 있다! 나누어진 우각분을 마셔라!"

"예."

당철의 말에 곽무진은 싸우던 녀석에게 벗어나서는 우각분을 마셨는데, 장천은  절명독수와의 싸움 때무에 우각분

을 마실 기회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에 중독된 기미는 느껴지지 않으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잠시 후 과거에

일이 생각나서는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화기의 내식인가!'

화기는 독을 태우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니 홍련교에서 화의 무공을 익히고 화룡신도를 다루는 장천은 상당한 경

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백독불침의 몸을 지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역시 모르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화룡신도와 냉혈검의 위력이었다.

멸천독수의 손에서 나오는 괴사독은 독문이 자랑하는 절독의 하나 아무리 화기의 내식이라 해도 쉽게 견딜 수 있

는 것은 아니었으나 장천이 화룡신도와 냉혈검을 사용하자  음양이 기운이 그를 감싸면서 사기가 침범하지 못하는

장벽을 만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괴사독은 장천에게로 다가오지도 못하고 소멸되니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독기가 침범하지 못하자 절명독수의 힘은 크게 감소되었으니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격전에서 뒷걸음질치는 것이  잦

아 질 수밖에 없었다.

"끄악!!"

그 사이에 곽무진과 상대하고 있는 부하 한 명이 죽음을 당했고, 또 다시 뒤이어  당철에 이어 나머지 한 명이 당

하게 되니 이제 남은 것은 그 하나뿐이었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 내가 가세하겠다!"

곽무진은 파사신검을 들고는 절명독수에게 몸을 날리려 했으나 그 때 당철이 그를 붙잡고는 소리쳤다.

"곽소협 멈추게나!"

"당대협."

"아무래도 공기 중에 흐르는 독은 절명독수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네."

"독장?"

"청성사수가 당한 것도 아마 저 독 때문일 테지 분명 독문의 십대절독이 분명할 것이니 우각분을  마셨다 하나 쉽

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네."

"칫!"

독 때문에 장천을 도와 줄 수 없는 그로선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파사신검에도 독을 밀어내는 성질이 있었으나 그것은 공기 중에 흐르는 독을 밀어내는 것뿐이지 만약 절명독

수의 독장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보장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천과 곽무진은 서로 협공은 연습하지 않은지라 그가 가세했다면 오히려 힘이 반감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당

철이 막은 것은 의미하는 것은 다르나 옳은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뭐 그가 도와주지 않아도 곽무진이 도와줄 필요도 없었으니 장천이 냉혈검으로 산검을 펼쳐 밀고 들어가자 절명독

수는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었다.

냉혈검의 엄청난 냉기로 인하여 그의 몸에는 허연 서리가 맺혀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어디서 이런 청년고수가 나타났단 말인가... 아무래도 소문주께서 큰 착오를 범하신 것 같군.'

이미 몇 합을 맞붙는 사이에 절명수를 시전하는 그의 손은 꽁꽁 얼어 붙였으니 자신이 패배를 예감하고 있는 그는

소문주가 적을 너무 과소평가 했다는 것에 아찔함이 느껴졌다.

"차압!!"

그러는 사이에 장천은 쾌검을 시전하여 녀석의 심장을 꿰뚫으니 그는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크윽..."

"절명독수 너의 이름도 이곳에서 끝나는군..."

"애..애송이...나 하나 쓰러뜨렸다 하여 좋아하지 말아라....네 녀석의 실력으론 본..본문의 수석봉공에...발끝에도 이르

지 못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절명독수는 숨을 거두고 마니 드디어 사천에 있는 독문의 세 번째 지부를 무너뜨리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장천이 절명독수를 쓰러뜨리자 환호성을 질렀지만, 당사자인 장천은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분명 일방적으로 절명독수와 같은 고수를 제압했다고는 하나 그의 실력을 감안한다면 수석봉공은 자신과 비슷하거

나 상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만약 장천에게 절명독수의 괴사독이 통했다면 이렇게 쉬운 싸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니 다음 대전은 그리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영아현의 독문지부를 무너뜨린 은원방과 사천당가의 무사들은 이제 이문산의 마지막 결전을 향해 움직이니 사기가

충천한 것이 어느 누구와 만나도 지지 않을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하나 세 개의 지부를 무너뜨린 적을 대하여 이문산의 독문의  소문주와 수석봉공은 이제 더 이상 적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니, 지금까지의 싸움처럼 기습을 통해서 승기를 점치는 것은 어렵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문산의 독문 지부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 이른 이들은 이번 싸움을 대비하여 계획을 짜니 그것에도 상당한 어려

움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마을이나 성에 위치해 있어 하오문의 문도들이  정보수집을 통해 적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번 싸움은 다릅니다."

"산중턱에 위치해 있는 만큼 하오문의 문도들이 적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어려웠겠군요."

동방명언의 말에 당세문은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니 동방명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계

속 말을 이었다.

"하오문에서는 이문산에 백여 명의 문도들을 보내 적을  탐색하려 했다하나 모두들 기관장치와 독에 당하고 살아

돌아온 이는 단 하나도 없으니 우리 역시 그것들을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음...독이야 어떻게든 처리 할 수 있겠지만, 기관장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독이야 이미 사천당가에서 어느 정도 준비해 온 것이 있지만 기관장치는 당철로서도 어떨 수 없는 문제였다.

암기와 독에 능하다하나 기관장치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중에 진세나 기관장치에 능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 인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이들 중에선 그래도 기초적인 진세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은 동방명언 뿐이었으나 독문의 기관진식이라면 쉽지는

않을 것이니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구양사숙의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좌중에서 의견이 나오지 않자 입을 연 이는 장천이였으니 곽무진 역시 그의 의견에 동감을 표시했다.

쌍도문의 구양생은 유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니 그의 도움이라면 기관진식에 대한 해답을 줄 사람

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양생은 사천의 영흥문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흥문으로 향하는 이는 기마술만은 이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인 데비드와 내공과 경공이 뛰어난 장천이였다.

데비드가 느긋하게 말 타고 뛰어갈 때 장천은 뼈 빠지게 뛰는 운명을 지녔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불쌍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길을 떠나니 그리 큰 차이가 보이지는 않았다.

쌍도문은 도와 함께 중요시하는 것은 보법과 경신술이었다. 장춘삼, 광무자,  기문숙이라는 걸출한 스승을 만난 그

의 경신술은 말을 타고 가는 데비드에 못지 않았으니 강력한 내공이 뒷받침 해주자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

다.

그런 이유로 영흥문에 도착했을 때는 오히려 데비드가 더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기사로서 기마술에는 조예

가 깊었지만, 오랜 시간 달리는 것에는 내공이 부족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영흥문에 도착하자 어머니인 임아란과 함께 영흥문에서 머물고  있는 유능예가 기쁜 표정으로 그녀에게 뛰어나왔

다.

"여보!"

"능예!"

"다친 데는 없어요?"

"응."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묻는 능예에게 괜찮다는 표정으로 말한 장천은 옆에 있던 무사를 보며 물었다.

"구양 장로님은 어디 계시는가?"

"서쪽 장원에서 문주님과 같이 계십니다."

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급히 서쪽 장원으로 향하니 장원 안에선 장춘삼과 구양생이 무엇인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천을 보며 고개를 돌리니 그는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는 문주를 보며 지금의 사태

를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문산 주위에 상당한 진식과 기관이 장치되어 있어서 구양 숙부의 도움을 얻고자해서 왔습니다."

"사형."

장춘삼은 이미 하오문에서 들어온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구양생을 불렀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천을 보며 말

했다.

"자세한 것은 문주에게 들었으니 걱정 말거라. 네 사형인 임성(林星)이 기관진식에 조예가 깊으니 그와  함께 가도

록 하여라."

"아! 임성 사형께서 돌아오셨습니까?"

그의 말에 장천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으니 그 역시 임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양생의 제자들

은 막내제자였던 이준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문이 뛰어난 인재들이었는데, 그 중 임성은 벌써 8년째 다른 곳에서 수

련을 받고 있었다.

바로 강호에서 기관진식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세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으니 임성은 제갈 세가에서도 가장 뛰

어난 진법가라고 알려져 있는 제갈호(諸葛晧)의 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제갈호는 과거 제갈세가를 침범한 대사련의 호연문과의 싸움에도 진법 하나로 삼백이 넘는 무사들을 사로잡은  것

으로 크게 이름을 떨친 인물이니 강호에선 그를 귀진자(鬼陣子)라 부르고 있었다.

귀진자에게는 모두 일곱 명의 제자가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뛰어나지 않은  자가 없어 각파에선 그들을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필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귀진자는 무림의 유림이라 불리는 흑유림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었으니 구양생은  자

신의 제자 중에서 진법에 크게 관심이 있는 임성을 그에게 보내어 진법을 수련하게 한 것이다.

잠시 후 장원 안으로 구양생의 오제자 임성이 들어왔다.

귀까지 뻗은 검미를 지닌 미남자인 그는 문주와 사부에게 인사를 하니, 오랜만에 보는 임성의 모습에 장천은 크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임사형."

"아! 장사제인가?"

임성은 쌍도문을 떠난 지 8년이 넘었기에 처음에는 장천을 못 알아보았으나 아직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지

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장성해버린 장천을 보며 임성은 세월이 유수 같이 흐르는 것을 생각하니 구양생은 절친한 사형제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제자를 보며 말했다.

"성아. 어제 말했던 것은 생각해 보았느냐?"

"예. 제가 선비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하나 무파의 제자이니 이번 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사부께서 저에게 내려주신 은혜를 생각한다면 목숨을 달라한들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임성의 말에 구양생은 자신의 제자가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구양생은 자신의 제자들이 무림의 싸움에 끼는 것은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형

제들 때문에 막내제자인 이준에게 무공을 익히게는 했지만, 실제로 구양생은 싸움을 싫어하는 온유한 성격이었다.

진법의 대가 임성이 독문의 토벌에 참여하자 일행들은 크게 활기를 뛰기 시작하니 지금껏 동방명언이 모든 계획을

짜긴 했지만, 그 역시 무인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책사가 들어오자 그가 진 무게가 한층 가벼워

졌기 때문이다.

"동방소협. 이문산의 지도를 잠시 보여주겠소이까."

"예."

회의장에 이번 거사의 우두머리급이 모이자 임성은 동방명언에게 말했고, 그는 임성의 말에 따라 지도를 꺼내어서

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문산은 동쪽은 완만하나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니 독문의 기관진식은 독문의 장원을 중심으로 삼방에 퍼져 있

을 것이 분명하군요."

"그렇다면 서쪽의 절벽을 통해 독문으로 침범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의 말에 데비드는 오르는 것은 어려우나 지관진식이 없는 서쪽으로 가는 것이 어떤가 하며 물었지만, 임성은 고

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데비드 소협의 의견은 상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는 적합하나, 지금은 적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

니 어렵습니다. 또한 적이 기관진식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상당수의 경비가 서쪽을  지키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음..."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데비드님의 말씀대로 서쪽으로 일단의 무사들을 보내는 것은 찬성입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이군요."

장천의 말에 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것뿐이라면 독문을 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는 암도진창(暗渡陳倉)의 계도 같이 할까

합니다."

"암도진창이라면 기습과 정공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장사제, 곽사질, 그리고 여기 계시는 동방소협께서 십여 명의 벽호공이 가능한 무사들과 함께 서쪽으

로 가십시오. 여기 계시는 당철 대협과 데비드 소협은 저와 함께 독문의  기관진식을 파해하며 정면으로 나설까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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