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장 은원방과 독문의 대결 (3)
연공관에 틀여 박혀 있던 두 사람은 한달 후에야 간신히 그곳을 나올 수 있었으니 그리 많지 않은 기관의 폐관수
련이었지만, 무공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파사신검이나 자연도 모두 상승의 무학이었지만, 극에 이른 무공이니 만큼 서로 부합하는 면도 없지 않았기에 두
사람 모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 연공의 결과로 곽무진은 십성 정도의 파사신검의 무공을 익힐 수 있었고, 장천 역시 좌검우도를 자연도의 기
유조종 초입의 단계까지 끌어올리게 되었으니 독문과의 싸움에 두 사람 모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한 달이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 데비드와 동방명언이 사천당가의 사람들과 힘을 합쳐 사천에 있는 독문
의 두개의 지부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대봉공과 같은 초고수와의 싸움에 없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백여 명 정도의 인원으로
독문과도 같은 큰 문파의 지부를 두개나 쓰러뜨렸다는 것은 상당한 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문파에서 나온 두 사람은 이주일 후 데비드들과 합류 할 수 있었다.
"남은 곳은 이문산과 오십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아현의 지부야. 하오문 문도가 보내 준 서한에 따르면 이
문산에 있는 독문의 소문주와 수석봉공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태의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영아현에
절명독수 장간과 함께 오십여 명의 문도들을 보냈다고 하더라고."
동방명언의 말에 두 사람은 이번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무사가 있다하더라도 그 우두머리가 형편없다면 그 힘은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의 싸
움부터는 독문의 사대봉공 중 한사람이 참여하는 만큼 조금은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 할 수 있었다.
"이번 싸움에서 승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절명독수 장간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천 너에
게 절명독수 장간을 맡기고 싶은데 어때?"
"음 이긴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최대한 녀석을 잡고 시간을 끌어 보도록 할께."
그의 말에 당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독문의 일반 문도들은 용독술을 제외한다면 무공에서는 이류에 지나지 않으니 쌍도문의 무사들이라면 문제 될 것
은 없을 것이다. 이미 당가에서 제조한 해독제를 나누어주었으니 결전만이 남은 듯 하구나"
"그렇습니다. 당대협."
동방명언은 당철에게 포권을 하며 대답하고는 다른 이들을 보며 이번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이미 절명독수가 지부로 가 있는 만큼 경계가 상당할 것은 예상할 수 있느니 만큼 장천과 곽무진을 중심으로 한
고수들이 먼저 적의 시선을 끈 후 후방에서 데비드와 동방명언이 무사들을 이끌고 급습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이유로 장천과 곽무진들의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 그들이 최대한 시선을 끌어야 계획이 성
공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 이 싸움에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가에서 제조한 해독약이 있다하나
독문의 독이라면 두 시진을 넘지는 못하다는 것이 여기 계시는 당대협의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장천과 곽무진, 그리고 당철, 당세문과 사천당가의 무사들이 독문의 지부가 있는 영아현으로 들어갔다.
독문의 지부는 영아현의 북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바로 아래에서는 한창 장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장천으로
선 망설여 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독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할 것이 뻔한 일, 만약 자신들이 싸움을 벌인다면 무고한 사람들이 희
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거 큰일이군요. 이대로 공격했다가는 사람들이 다칠 것은 분명하나 그들을 피신시켰다가는 이번 계획은 실패
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군."
당철 역시 정파의 인물, 일반 평민들이 싸움에 휩싸여 희생당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공격한다는 것은 정파의 무
사로서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남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방명언들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였기 어떻
게든 이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
소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피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독문의 무사들이 그런 것을 눈치 못챈다는 보장도 없으니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 때 당세문이 재밌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한번 해봐도 될까요?"
"세문아 네가 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여름이잖아요. 저의 힘이라면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어요."
당세문이 도대체 무슨 수를 쓰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그녀에게 이 일을 맡기기로 결심한 장천은 그
녀에게 포권을 하며 정중히 부탁했다.
"당여협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당세문은 시장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당세문이 사라진 지 반 시진 정도 지난 후 갑자기 장터에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곳으로 바
구니를 들고는 바쁘게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당여협이 상당히 일을 잘 처리한 것 같군요."
곽무진으로선 당세문이 도대체 무슨 수를 써 사람들을 이렇게 모이게 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는데, 잠시 후 사람들
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렇군! 이제서야 여름이기 때문에 그녀가 이 일을 할 수 있었구나!"
장천은 그들의 말을 듣고서야 어떻게 당세문이 장터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모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당세문의 무공과도 관계가 있었으니 그녀가 익히고 있는 무공은 음기가 강한 소수마공, 그녀가 내공
을 끌어 올려 일장을 날린다면 웬만한 무공을 지니지 않고는 얼음 덩어리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소수마공은 강렬한 냉기를 포함하고 있는 마법이었으니 그녀가 이동한 곳은 바로 마을의 우물이었던 것이
다.
우물에 도착한 당세문은 같이 온 몇 명의 당문 무사들에게 물을 준비하라 지시하니 소수마공을 통하여 얼음을 만
들었던 것이다.
여름에 얼음이라는 것은 일반 평민들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당세문이 사람들에게 얼
음을 공짜로 나누어준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장터에 퍼졌고, 저마다 얼음을 공짜로 얻기 위해 우물 쪽으로 달려간
것이다.
소동을 일으키는 것과는 달리 얼음을 공짜로 나누어준다는 말에 빨리 얼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해주지 않고 우물 쪽으로 달려가니 자연히 크게 소란이 일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시장바닥인지라 그런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니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사람들을 피신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세문이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보며 장천은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고는 독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조용히 일을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장터에서 사라진 것이 독문에 눈이 띄지 않을 리는 없
었으니 지부에 있던 무사들이 나와서는 사람들에게 연유를 묻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단숨에 무사들을 쓰러뜨린 일행들은 녀석들의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독문의 지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부의 담은 일장은 된 듯 하고 담 위에는 무사들이 지키고 서 있으니 장천일행들이 다가오자 문이 열리면서 몇
명의 무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장천은 자신이 쓰러뜨린 무사 들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자로 변태변골술로 변장
을 한 상태였다.
"장터에 사람들이 왜 사라졌다고 하던가?"
"우물 쪽에서 무엇을 나누어주는 듯 합니다. 그것을 받으려고 사람들이 몰려갔다고 하더군요."
"그래? 아무튼 주의를 기하도록 해라 가까운 시일에 2개 지부를 무너뜨린 녀석들이 이곳으로 올 테니 말이다."
"예."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장천 일행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니 그들이 들어가자 문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
다.
무사히 독문으로 잠입해 들어온 장천은 당가의 무사들 몇 명을 동방명언들이 들어올 북쪽 문으로 보낸 후 계획대
로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당철은 당가에서 가져온 화약으로 근처의 전각에 장치되어 불을 붙이니 잠시 후 큰 굉음과 함께 한쪽 전각이 무너
지며 큰불이 일어났다.
"불이야!"
"습격이다!!"
폭음과 함께 불이 일어나자 독문의 무사들은 적이 나타났다 생각을 하며 바쁘게 불이 난 전각 쪽으로 움직이니 당
가의 무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여기저기 불을 지르기 시작하니 독문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장천은 이미 하오문의 정보를 통해 절명독수가 거처하고 있는 전각을 파악하고 있었으니 곽무진, 당철과 함께 녀
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독문 내부에서 크게 소란이 일자 절명독수는 자신의 부하 십여 명과 함께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와 있었으니 장
천은 그들을 확인하고는 황급한 표정으로 뛰어갔다.
장천이 뛰어오자 절명독수와 함께 있던 무사들이 손으로 그를 가로막았다.
"멈춰라! 도대체 이 소란은 무슨 일이냐?"
"지부를 무너뜨린 적이 내부로 들어 온 것 같습니다."
"적이?!"
적이 쳐들어 왔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니 장천은 녀석들이 절명독수에게 보고하려고 돌아서는 것을 기다렸다
가 병기를 뽑아서는 순식간에 네 명 정도을 베어 쓰러뜨렸다.
"끄악!!"
"저 녀석이 첩자다!!"
자신들의 동료가 쓰러지자 무사들은 병기를 뽑아 들고 소리치고는 장천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내 담장 쪽에 숨어
있던 곽무진과 당철에 의해 쓰러지고 마니 한순간에 7명의 무사들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명을 달리하고 말았
다.
"누구냐!"
"독문의 쓰레기들 중원의 땅을 밟았으니 이곳에서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철은 녀석들을 향해 소리치고는 암기를 뿌리니 그의 암기수법이 사천당가의 수법이라는 것을 안 절명독수는 급
히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사천당가의 암기수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으니 또 다시 당철에 의해 세명의 무사가 쓰러지니 이제 남은 것은 절명독수
와 그의 좌우에 있는 두명의 무사만이 남았다.
"으드득!"
순식간에 부하들의 대부분이 쓰러지자 절명독수는 이를 갈며 장천 일행들을 노려보니 당철은 대소를 터뜨리고는
그를 보며 소리쳤다.
"하하하! 본가의 원한을 이제서야 갚는 듯 하구나! 각오해라!"
"으드득! 찢어 죽일 녀석!! 쳐라!!"
당철의 말에 이를 갈며 소리친 절명독수는 두명의 무사들과 함께 쇄도해 들어오니 장천은 달려오는 그를 향해 우
도를 휘둘렀다.
패룡포효!!"
장천의 우도에서 패룡도법의 강맹한 기운이 뻗어 나오자 절명독수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니 자신의 상대는 당철
이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무사의 도에서 상상치도 못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밀려왔기 때문이다.
"절명수!!(絶命手)"
허수루이 볼 수 없는 공격이라 생각한 절명독수는 장천이 휘두른 도의 기운을 향해 절명수를 내뻗으니 초록색의
흐릿한 독기가 뻗어 나와서는 굉음을 내며 부닥쳤다.
[쿵!!]
"큭!!"
절명수 하나로도 녀석이 휘두른 도기를 압도 할 수 있다 생각했던 그였는데, 생각 외로 절명수의 독장이 밀리며
도기가 밀려오자 급히 옆으로 몸을 틀어 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쿠구궁!!]
절명독수의 옆을 지나친 도기는 담벼락과 부닥치고는 굉음과 함께 터져 나가니 녀석이 휘두른 도기의 위력에 놀라
지 않을 수 없었다.
"만만히 볼 녀석은 아니로구나! 절명십오장!!(絶命十五掌)!"
상대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안 절명독수는 자신의 비전절기인 절명십오장을 시전해서 압박해 들어오니 장천
역시 좌검우도를 휘두르며 녀석의 공격에 맞서갔다.
무림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왔던 그였는지 장법 하나하나는 날카롭기 그지없었지만 장천은 좌검과 우도
를 적절히 사용하며 대등한 싸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도 서 있다니 이상하군..'
장천과 몇 초식을 나누던 절명독수는 상대가 쓰러지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과거 청성사수
를 쓰러뜨린 가장 큰 힘은 발로 절명수에 깃들어져 있는 독문의 십대절독의 하나인 괴사독(怪蛇毒)에 있었다.
남만에서 극독을 가진 독사들의 독을 모아 특수한 방법으로 손에 깃들게 한 괴사독은 절명수를 시전 할 때 무형의
안개와도 같이 퍼져서는 상대를 중독시켜 쓰러뜨리는데, 그는 이 괴사독이 스며든 절명수로 강호에서 절명독수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 괴사독으로 쓰러지지 않은 자는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자신과 싸우는 젊은 무사는
전혀 중독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자신의 괴사독이 약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문에서도 괴사독의 해독약은 극히 구하기가 힘들어 문주만이 가지고 있을 정도였기에 상대가 해독약을 먹었다고
는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설마 백독불침?'
만약 백독불침이라면 자신의 절명수는 그 힘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