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장 쌍도문의 복수 (6)
"설마 네가 표국에서 일할 줄은 몰랐다."
"교에서 쫓겨난 후 할 일도 없었으니까. 숙부가 표국을 운영하니 무공을 아는 내가 도와줘야지 어쩌겠어."
데비드의 말에 명언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투로 이야기하다 퍼뜩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데비드형은 왜 곽대협과 같이 있는 거지?"
"우연히 장형제를 만나서 근처에 머물러 있다가 장형제의 문파에 조금 일이 있어서 그걸 도와주고 있었지."
"문파의 일?"
데비드의 말에 동방명언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장천을 보며 말했다.
"쌍도문에 관한 일?"
"내가 데비드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어."
"복수...."
"...."
쌍도문 혈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동방명언은 자신도 모르게 복수라는 단어를 말했으니 장천과 곽무진의 표정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근래에 있었던 청룡검장의 일도 장형의 문파가 저지른 일인가요?"
동방명언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인정했고, 그는 재밌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참을 장천을 아래위로 훑어보다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턱과 코에 희미하기는 하지만 가짜수염을 붙인 흔적이 있군요. 그렇다면 장형이 냉천마수 은원방의 주인이겠군
요."
"오오오! 명언 굉장한데!"
단순히 몇 가지의 사실만으로도 장천이 냉천마수로 은원방의 방주라는 것을 밝혀낸 것을 보며 데비드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표국에 있었더니 강호의 소문은 금새 들어오더군요. 정사마의 싸움에 많은 방파가 무너지는 가운데 은원방의 행
로는 상당히 이색적이였거든요."
"음.."
곽무진은 동방명언이 단번에 쌍도문의 계획을 알아채는 것을 보며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계획이 실질적인 주도자는 그분이겠군요. 아닙니까?"
동방명언은 또 다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곽무진에게 말하니 그가 말하는 사람이 장춘삼이라는
것을 아는 곽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오오 관심법이라도 익힌 거야?"
"...데비드 형님... 지혜롭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하하!"
데비드는 그의 반응이 재있는 듯이 크게 웃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표국에서 썩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강호의 전설로 남을래?"
"데비드 형!"
"표국에서 백년이고 이백 년이고 살아봤자 뛰어난 표두 이상 될 수 없다고 하지만 네가 강호로 나와 나간다면 무
림사에 기리 남을 영웅이 될 수 있지, 어때 나와 함께 강호로 나가자."
"데비드 형....언제 그런 야심가가 된 거야?"
과거의 데비드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동방명언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 그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동탁의 양자였던 여포, 들려오는 소문에는 그가 서역인이었다는 말이 있더군, 재밌지 않나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여포는 천하를 손에 쥐었던 인물이었으니 말이야."
"데비드 형..."
엄청난 야심을 보이는 데비드의 말에 동방명언이나 장천 역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데비드는 조금
은 순진한 이방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명언 부디 나의 힘이 되어주지 않겠어?"
데비드의 부탁에 한참을 생각에 잠기던 동방명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님의 힘이 되어보도록 하지요."
"명언! 고마워!"
명언이 자신을 도와준다고 하자 데비드는 크게 기뻐하며 그의 손을 잡으니 장천으로선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
었다.
다음날 새벽이 되서야 술자리는 끝이 날 수 있었으니 장천은 데비드를 따로 불러 그에게 물어 보았다.
"데비드 도대체 무슨 소리야?"
"후후후 놀랐냐?"
"놀랐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워서.."
"하하하! 명언이를 우리에게 끌어들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잖아."
"이 방법?"
장천은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는데, 데비드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유를 말해주
었다.
"너도 알다시피 명언이는 능력은 뛰어나긴 하지만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다른 생각?"
"그래 바로 2인자 기질이라고나 할까?"
"음...2인자 기질이라.."
자신은 전혀 명언에게 2인자 기질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라 잠시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녀석은 자신이 2인자가 되어 모시고 있는 자를 최고로 만들고 싶은 기질이 조금 강해 그런 이유로 천마에 비해서
능력이 떨어지는 구시독인의 휘하에 들어간 거지. 아! 그 이야기는 명언이가 나한테만 해준 이야기야."
"그렇군.."
동방명언과 데비드가 절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이야기까지 오고 갔는지는 몰랐는지라 고개를 끄
덕이는 장천이였다.
"그런 이유로 내가 야심을 보인다면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지."
"응? 데비드가 야심을 보인다면 관심을 보인다니? 무슨 소리야?"
"너도 알다시피 난 중원에선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 네가 무림일통을 생각한다면 그 길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그렇지."
"하지만 명언은 그런 힘든 길이 오히려 구미가 당긴다고나 할까? 음..그래 제갈공명이 유비의 책사가 된 것과 많이
비슷한 거라 할 수 있지."
갑자기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자 장천의 머리는 복잡해 질 수밖에 없었다.
"제갈공명?"
"그래 솔직히 촉의 유비는 장비와 관우라는 뛰어난 무장이 자신의 의형제이긴 했지만, 난세의 패자로선 부족한 점
이 많은 사람이지, 일단 성격이 유약한 데다가 조금은 우유부단한 면이 없지 않은 사람이지 오로지 잘난 것은 인의
하나 뿐이랄까? 인의가 있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패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지."
"음...."
"그에 반해 제갈공명은 패왕의 책사로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그런 인물이야. 대세를 보는 눈은 물론이요.
병법에까지 능통하니 이만한 책사가 어디 있겠어 물론 제갈공명 역시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말이야."
"그건 그랬지."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자신을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자라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장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갈공명에게 조조와 손권 같은 사람은 천하의 패권을 쥐어주는 것은 너무 쉬웠다는 거야 뭐랄까? 자신의
취미를 누리기에는 너무나 간단했었다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그는 인의밖에 세울 것이 없는 유비에게 붙었다고 생
각해 어렵긴 하지만 성공하면 뭔가 보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음..."
"명언이도 그 능력이라면 다른 이를 섬기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지만 이왕이면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즉 패권을 쥐기에는 조금 어려운 나 같은 사람을 섬기고 싶어하는 거지."
"우우우!!"
더욱 더 머리가 어지러워 기절하고 싶은 장천이였지만, 일단 의형제가 자신과 함께 길을 간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
에 없었다.
지와 무를 고루 갖춘 동방명언이 가세하자 은원방은 세력은 더욱더 커지게 되며 동방명언과 데비드에게도 각각의
명호가 붙게 되었다.
데비드는 장천이 어렵게 구해준 적토마를 타고 거대한 랜스로 적진을 헤집으며 다니니 거창기마(巨槍騎魔)란 명호
를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수백이 넘는 무사들로 진세를 이루어 순식간에 승리를 이끄는 동방명언은 마검지괴(魔劍智
怪)라는 이름으로 불리니 냉천마수, 거창기마, 마검지괴 이 세 명은 세외삼마라는 이름으로 강호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은원방의 세력이 커지기 시작하자 지금까지 서로간의 싸움만을 일삼던 정사마는 은원방의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
었으니 가장 먼저 손을 쓴 이는 대사련이였다.
정파는 세외의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면 홍련교는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모인
무림세력이었기에 은원방에 손을 잡고자 하는 것은 대사련뿐이었으니 대사련의 부련주 양진이 직접 수하 이십여 명
과 함께 은원방을 찾게 되었다.
"대사련의 부련주께서 몸소 저희 은원방을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은원방주께서 이렇게 배웅해주시니 저희가 더 감사할 뿐입니다."
실질적인 은원방의 방주라고 할 수 있는 장춘삼은 정사마에서도 이름 있는 인물이었기에 대사련의 부련주 양진을
맞는 것은 장천이 맡았으니 그는 정중하게 양진에게 인사하고는 그를 은원방의 접객실로 안내했다.
'음....'
은원방에 들어선 양진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은원방이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이는 문도들의 숫자만도 천이 넘을 정도인데다가 은원방의 크기도 무림 명문대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무사들이 정렬하여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은 대사련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으니 양진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접객방으로 들어서기 전 양진은 또 하나의 훈련장을 지날 수 있었는데, 백명 정도의 무사들이 무공을 수련하고 있
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양진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고 말았으니 대사련 정예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무공을 지닌
자들이 모여 수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세외에 있는 저희 본문에서 데려온 문도들입니다."
양진의 놀란 표정으로 그들의 보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세외에 있는 또 다른 그들의 세력이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문이라 하심은..?"
"이곳 은원방은 제가 사사롭게 만든 문파입니다. 은원방의 뿌리는 세외에서 저희 사부께서 세우신 만마문(萬魔門)
이지요. 저의 은원방은 아직 본문에 비해서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습니다."
"음..."
은원방 하나만 하더라도 무시 못할 수준이었는데, 은원방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만마문에 비해선 조족지혈이라는
말에 양진의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정사마가 서로 싸우고 있는 가운데 세외의 세력이 이렇게 강성해졌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물론 실제로 세외에는 만마문이라는 문파는 없었다.
양진이 보고 있는 자들은 쌍도문의 정예들로 일련의 계획을 위해 이곳에서 무공을 수련하고 있는 모습을 대사련의
부련주 양진에게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양진으로선 이들이 쌍도문의 무사라는 것을 알 도리가 없었으니 점점 드러나는 은원방의 힘에 처음 이곳에
왔던 때의 위세를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은원방이 새롭게 강호의 신흥강호로 명성을 날리자 그들을 대사련으로 끌어들여 정사마의 싸움에도 승기
를 잡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은원방의 본 모습을 본 양진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의 힘을 따진다면 은원방 쯤이야 대사련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만약 이들이 대
사련에 병합된다면 사정은 달라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사련에도 명문이 있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중소문파들이 합쳐져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원
방과 같은 거대세력이 대사련에 병합된다면 련의 힘은 크게 강해 질 수 있을 테지만 자칫 잘못하면 대사련이라 거
대세력이 은원방에게 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사련의 주축이 되는 련주와 나머지 간부들은 모두 사파의 명문 출신으로 수백 년이 넘게 련내의 간부직을 세습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중소문파들 사이에는 상당한 불만이 쌓여 있었으니 만약 은원방이라는 거대 신흥 세력이 대사련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다른 사파의 명문과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간부직을 내려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많은 중소문파들이 은원방에 붙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세력에 편승하여 대사련에서 한몫 잡아보려는 자들이 속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은원방과 같은 거대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대사련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간부자리를 주는 것은 당연
한 일이었기에 양진으로선 이들을 끌어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십대거두가 모두 행방불명이 된 후 정파와 마교의 세력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은원방의 힘을 반드
시 얻어야 하는 그로선 답답할 뿐이었다.
접객실에 들어선 후에도 양진은 고민에 고민을 더 할 수밖에 없었으니 세외삼마의 일인인 동방명언이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련주께서는 너무 그리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예? 무슨 말씀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은원방에선 한가지 약조만을 하신다면 대사련의 힘이 되어 들릴 용의가 있습
니다."
"한가지 약조라 하심은?"
양진으로선 그들이 힘이 되어준다는 말보다 그 한가지 약조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으니 마른침을 삼키며
동방명언을 보며 그 약조에 대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