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9화 (190/355)

제 35 장 데비드와의 재회 (2)

"모두 물러서라!!"

이렇게 계속되다가는 부하들의 희생만이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그는 급히 소리쳤고, 그의 말에 서역인을 공

격하던 흑수파의 무사들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부하들이 모두 물러선 것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서역인의 앞으로 가서는 포권을 하며 물었다.

"혹시 홍련교의 교도가 아니십니까?"

"....그렇소만 그것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이까?"

서역인은 이미 피를 본 이상 여기서 끝나기는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그로선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대협께서 홍련교의 교도이시라면 같은 교도끼리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우습군. 흑수파는 홍련교가 아닌 대사련의 지부라고 알고 있는데?"

이미 흑수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서역인의 말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흑수파가 대사련에 속해 있다하나 그  머리가 홍련교의 교도라면 홍련의 뜻을  따르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겠지

요."

"당신의 말대로 그 머리가 홍련의 뜻을 따른다면 수족이 하는 일 역시 홍련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거늘, 힘없는

아녀자들을 괴롭히다니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요."

"아랫것들에게 아직 홍련의 뜻을 알리지 못한 불찰이 있었으니 이미 그만큼의 벌을 받았다 생각하오니  대협의 넓

은 아량을 바랄 뿐입니다."

".....알겠소이다. 하나 후에 다시 한번 그런 일이 보였을 때는 용서하지 않겠소이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서역인은 그의 말대로 어느 정도 여인을 희롱하던 것에 대한 벌은 받았다는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

고, 흑수파의 대장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한 자루의 단검이 빠른 속도로 서역인을  노리고 날아오니 파공음을 들은 그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단검을 튕겨 내었다.

"누구냐!!"

"도대체 어떤 자식이야!!"

그것을 본 서역인과 흑수파의 대장은 이구동성과  같이 소리치니, 서역인은 자신을 공격한  자를 흑수파의 대장은

자신의 부하 들 중 누군가 단검을 던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색이 되어서는 소리친 것이다.

"하하하!! 데비드! 실력은 변함없구나!"

"응?"

단검을 던진 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자 데비드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잠시 후 나무 뒤에서 두 사람이 나오

는 것을 보며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두형!!"

"하하하 오랜만이야!"

"이거 옆에 계신 분은 제수씨 아닙니까? 둘이 같이 여행이라도 하나 보지? 하하하"

데비드는 그가 홍련교를 나가기 전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기에 아직 그가 정파의 첩자였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형이라는 이름에 장천은 과거의 생각을 하며 데비드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 된 거야. 고향에서의 일은 모두 끝난 거야?"

"응. 지금 고향에서는 한창 전쟁 중이거든."

"전쟁이라고?"

"그래 집에 가봤더니 큰형은 헨리 5세  폐하의 명을 받고 프랑스로 갔더군, 빌어먹은  새 어머니는 만만한 큰형을

불러오고 날 프랑스로 보내려고 하더라고, 근위기사였던 나보다는 큰형을 상대하기가 편하니까."

"너희 집도 뒤숭숭하구나."

장천의 말에 데비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지 뭐 농노들 문제 때문에 아버지는 계속 이곳에 머무르면서 일 좀 해결하고 때 되면 가문

을 계승하라고 하시는데, 새 어머니 눈치가 장난이 아니어서 그냥 중원으로 돌아 온 거지."

"아무튼 잘 왔다. 고향에서 색시를 맡는 것은 어떻게 됐어."

"휴...그것 때문에 더 고생했다고."

데비드는 색시라는 말에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내젖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건 또 왜?"

"오랜만에 찾아간 근위 기사단에서 다른 기사들이랑 몇 번 대련을 했는데,  중원에서 익힌 검술을 따를 자가 없더

라고, 근위대장 마저 쓰러뜨리니까 이건 사방에서 자기 딸을 주겠다고 난리를 치니  여자들 사이에 눌려 죽을 뻔했

다고."

"하하하하. 그래서 어떻게 됐어?"

"남작가의 아가씨에서부터 심지어는 헨리 5세 폐하께서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작가문의 아가씨까지  소개해주는

데, 살 수가 있어야지."

투덜거리며 말을 하는 데비드의 말에 장천은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런 고생은 이곳 역시 마찬가지라고."

"아!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된 거야? 총단에 가봤더니 도리에 공격을 받았다고."

"휴..그게 조금 상황이 꼬여 버렸다."

장천은 자신의 진짜 이름과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데비드에게  해주었다. 진짜 이름이 장천이며 홍련교

에서 무엇을 조사하기 위해 온 정파의 사람이었다는 말에 데비드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홍련교에 입교하긴 했

지만 교도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사람이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형제들과의 싸움 대목에 이르렀을 땐 조금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구시독인과 천마 그리고 불괴대제와  우경

들과의 싸움 때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군. 우리 의형제들이 산산이 흩어졌으니 말이야."

"은조상이 천마의 수족으로 있어서 너와 명언이의  처들은 안전하게 보호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

아! 너의 처들은 명언이의 처들과 같이 있으니 북해의 홍련교 지부에서 알아보면 될 거야."

"명언이의 처들과 같이 있다고? 다행이군."

장천의 말에 데비드는 모두들 잘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젠 어떻게 하지 사천지부에 가서 다른 사람들 소식을 알아볼까 하고 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우리도 사천으로 가고 있으니까 같이 동행하는 게 어때?"

"음...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어이!"

장천의 말에 데비드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옆에서 자신들을 보고 있던 흑수파의 대장을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오늘밤만 흑수파에서 신세를 질까 하는데, 괜찮겠나?"

"아...물론입니다. 제가 안내를 하도록 하지요."

"후후후 어때 간단하게 오늘 숙식은 해결 된 것 같군."

"하하하하!"

변하지 않는 데비드의 모습에 장천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흑수파들의 뒤를 따라 말을 타고 가던 장천은 데비드의 검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물었다.

"그 검이 조금 이상한데 볼 수 있겠어?"

"응? 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데비드는 검을 건네주었는데,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검이었다.

"이건?"

"프랑스와의 전쟁 때문인지 돌아가 보니 생전 보지도 못한 검이 꽤 늘었더라고 그건 영지에 있는 숀이라는 대장장

이가 만든 건데, 숀 스워드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

데비드의 말에 장천은 숀 스워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쇠의 질은 중원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듯 했지만, 데비드의 손에 딱 들어가게 만들어져 두 손으로 강타를 사용해도

끄떡없을 정도였다.

검신은 1촌 5푼 정도의 너비에 길이가 3척 2촌이나 돼 장천이 휘두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였지만 데비드가

휘두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했다.

검 끝 부분에서 2촌 정도 내려가면 안쪽으로 파여져 있고, 검의 손잡이에는 손을 보호하는 장식이 붙어 있었다.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꽤 많이 사용한 흔적으로 보아 그가 사용하

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했다.

"꽤 재미있는 검이군."

"중원에서 쓰는 검이 아니니까? 솔직히 중원의 검술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만 고향의 검술과 중원의 검술을

섞어서 만든 내 특유의 검술에는 꽤 쓸만하더라고."

"그래?"

장천은 데비드가 말하는 검술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되면 대련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묻

지 않았다.

흑수파는 영아현에 서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상당히 큰 전각인지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보였다.

흑수파 대장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이십여 명 정도의 무사들이 눈에 띄었는데,  하나 같이 동네 잡배와 같

은 인상에 무공은 삼류 수준에 지나지 않는 듯 했다.

물론 자신들을 안내하는 무사들의 대장의 무공을 보며 삼류문파라 사파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엉

망인 것이 하오문의 지부라고 봐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장천들은 안내하던 대장은 한 전각 안으로 들어서더니 그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머물도록 하십시오."

"고맙네. 아! 흑수파라 했지. 이곳의 문주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겠지?"

"문주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손님들께서는 편히 쉬시도록 하십시오."

"음...예의가 아닌데, 알겠네."

"그럼.."

문주를 만나라 가겠다는 말에 흑수파의 대장은 흠짓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니 데비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흑수파의 대장은 인사를 하곤 재빨리 그곳을 빠져 나왔다.

"꽤 돈벌이가 좋은가 보네?"

방안의 모습을 보던 데비드는 탄성을 내지르며 중얼거렸는데, 그의 말대로 삼류문파 치고는 꽤 전각도 크고, 방 안

도 값비싼 가구들이 널려 있는지라 장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시골 삼류문파치고는 꽤 잘 나가는 문파인가 보군."

"응. 그나저나 일단 목욕부터 하지 그래 데비드."

"응? 킁킁...크윽..지독하긴 하군."

장천의 말에 잠시 자신의 냄새를 맡아보던 데비드는 코를 쥐고는 손을 내저으니 자신의 체취에 정신이 없을 정도

였다.

어쨌든 흑수파의 사람들을 불러 이것저것을 시킨 다음에야 데비드는 유능예가 만족할 정도로 깨끗하게 변하니  세

사람은 술잔을 나누며 감격의 해후를 즐겼다.

"하하하. 그래서 말이지. 내가 에드워드란 녀석을 집어 던졌더니 사람들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이 하하하!"

"하하하! 과연 데비드 너 답구나."

데비드의 이야기는 끝이 없는지라 장천과 유능예는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이

야기하던 그는 뭔가 아쉬운지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조상이하고 명언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음..."

장천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배신을 하지 않고 그대로 홍련교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면 의형제들이 이렇게 뿔뿔이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데비드에게 미안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장천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데비드는 미소를 지으

며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은 사이에 소식 없는 거야?"

"응?"

"혼인한지도 꽤 된 것 같은데, 아이는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데비드의 말을 이해한 장천은 뒷통수를 긁적이고는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없을 리가 없잖아. 소천이란 이름의 듬직한 아들놈이 생겼다고."

"그래 감축한다. 아! 제수씨한테 먼저 제수씨 감축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제수씨는 이제 어머니가 되어서 그런지 너무 조숙해 지셨습니다. 본교에 있었을 때는 그렇게 동생을 괴

롭히는 것 같더니만 말입니다."

"어머..."

"하하하하.."

데비드의 말에 자신이 그랬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유능예를 보며 데비드는 대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장천과 데비드들은 다음 날 흑수파 무사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길을 떠날 수 있었

다.

말을 타며 느긋느긋하게 사천의 영흥문을 찾아 떠난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즐거운 기분을 느끼며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 정도 후에 사천의 영흥문에 도착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영흥문에  들어서자마자 장천은 익히 알고 있

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무진형?!"

"응? 장천?!"

"무진형!!"

영흥문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서 장천은 무엇인가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곽무진을 볼 수 있었으니 말에서 뛰어내려

서는 곽무진을 안았다.

"어디 갔다 이제야 오는 거야!"

"그게 광무자 대사형을 만나서 몇 가지 일을 처리했거든.."

하지만 그 일에는 이준 사형의 일도 포함되어 있는지라 장천의 말을 조금 힘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곽무진은 자

신의 스승이 장천에게 시킨 일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일단 그것은 뒤로 미루어야겠

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부인은..혹시?!"

"응. 내 색시야!"

"아! 장가갔다는 것은 장모님께 들었는데, 와아!!"

장천이 색시를 데리고 왔다는 것에 곽무진은 입이 함박만큼 벌어 질 수밖에 없었다.

제 36장 쌍도문의 복수 (1)

장천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영흥문은 크게 술렁거리고 있었으니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아내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

때문이였다.

전에 왔을 때는 그런 말이 전혀 없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중 가장 기뻐한 사람은 장천의 어머니인 임아란이였다.

아들이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는 말에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서는 뛰쳐나오니 유능예로선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는

데, 한참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들 이야기가 나왔고,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광무자 사질이 데리고 있단 말이냐?"

"예. 이거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광무자 사형은 소천이를 데리고 문파로 돌아간다 하셨는데, 전 이곳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 광무자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장천과 유능예는 소천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생겨

났다.

물론 임아란 역시 자신의 손자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광무자라면 쌍도문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 중의 한 명이

었기에 그리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일단 이곳까지 오는 동안 힘들었을 테니 며느리와 함께 쉬도록 하거라."

"예."

하녀의 안내를 따라 방에 도착한 장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능예는 이곳에 있도록 하시오. 난 데비드의 일도 있으니 잠시 나갔다 오겠소."

"예."

데비드는 장천과 같이 오기는 했지만, 영흥문에 들어가는 것이 조금 낯설었는지 마을의 여관에서 머물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문을 열고 나가자 방문 쪽으로 누군가 술병을 들고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곽무진이였다.

"무진 형."

"뭐야? 어디 가는 거야? 간만에 천이란 술이나 한 잔 하려고 했더니만."

"하하하 그럼 나랑 같이 나가자. 이 마을 여관에 내 친구가 있으니까 그 친구랑 같이 마시자구."

"뭐 할 일도 없으니까."

여관에 들려 데비드와 함께 주점에 들린 장천과 곽무진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쌍도문을 습격한 자들에 대

한 이야기가 나오자 심각하게 변했다.

"이번에 장인어른과 함께 철사방이 감추어 놓은 은닉재산을 찾아냈거든, 황금 50만냥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와서

쌍도문 재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지."

"다행이군요."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그 돈의 반이 전혀 다른 곳에 들어갈 운명이란 거지."

"전혀 다른 곳이라면요?"

"장강 수로 십팔채.."

"예? 수적들에게 돈이 돌아간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지요?"

장천으로선 곽무진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휴...일은 이상하게 꼬이는지. 아무튼 하오문 쪽으로 가 있던 양우생 사조님에게서 연락이 왔더군."

"연락이라면?"

"쌍도문을 습격한 문파를 알아낸 거야."

"아!"

"그런데 생각보다 그 숫자가 많아서 보복을 하기에는 지금 우리 힘으로는 부족했거든 그래서 장인어린  황금 25만

냥이라는 거대한 돈을 들여서 사천에 있는 용수채, 금리채 등에서 만명 정도의 수적들을 끌어들이게 된 거지.."

"음..수적이라..보복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파들의 원성을 벗어나기 어렵겠네."

"뭐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영흥문이 정사지간의 문파라서 다행이긴 한데, 그 비밀이 계속 지켜

질지는 장담 못하지...자칫 잘못했다가는 또 다시 그런 꼴을 당할 수 있는지라 걱정이 태산이다."

장천 역시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는지라 아버지의 결정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파가 수적들의 힘

을 빌려 보복을 한다는 것은 다른 정파들이 알았다가는 경을 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곽무진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영흥문에서는 장춘삼이 돌아와 자신의 아내인 임아란과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천이가 왔다고?"

"예."

"다행이구려. 그런데 안색이 좋지 못한데 천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요?"

장춘삼의 말에 그녀는 크게 한숨을 쉬며 광무자가 소천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

다는 말을 해주었다.

"음..."

손자가 있다는 말에 크게 기쁘기는 했지만, 그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장춘삼 역시 걱정

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겠소. 내 양사형에게 광무자 사질의 소식을 알아보도록 하겠소."

"여보..."

임아란과의 이야기를 마친 장춘삼은 방으로 나가서는 영흥문의 북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문에 도착한 그는 천천히 왼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니 잠시 후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그의 앞으로

뛰어와서는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구궁을 부르도록 하여라 기한은 일주일."

"알겠습니다."

장춘삼의 말에 포권을 하며 대답한 복면인은 잠시 후  영흥문의 밖으로 빠른 속도로 사라지니 장춘삼은 광무자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없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장천과 유능예는 다음 날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한 후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곽무진의 말대

로 장강 수로 십팔채와의 협정 때문에 영흥문은 바쁘기 그지없었다.

일만이나 되는 엄청난 인원이 동원되는 만큼 확실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자칫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

고, 수적들을 감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쌍도문의 삼대제자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그들을 지휘할 수 있는 지

휘체계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쌍도문으로 또 반가운 인물이 왔으니 바로 신궁 구궁이였다.

장천으로선 하나 둘씩 모이는 쌍도문의 동문들을 보며 기쁘기 그지 없었으나 구궁으로선 그리 좋은 기분을 낼 수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가장 먼저 구궁이 찾아간 사람은 현재 영흥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장춘삼이였으니 실제로 그가 불렀기 때문에

멸천문의 일을 뒤로 미루고 이쪽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래. 자리에 앉거라."

"예."

"....광무자의 일은 아는 것이 있느냐?"

장춘삼의 질문에 구궁은 잠시 흠짓거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광무자..대사형은 죽었습니다."

"..광무자가 죽었다고?"

"예."

구궁은 자신이 없었을 때에 신창 진형과의 광무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이야기 하니 장춘삼은 미간을 찌푸

릴 수밖에 없었다.

"겁 없는 녀석...내 더 이상 쌍도문의 사람들에게 손을 되지 말라 일렀거늘..."

"...무미미란 여인을 처리하려 하다 충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로선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음...구궁... 무미미란 아이는?"

"아직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궁."

"예."

"지금 당장 무미미란 아이를 찾도록 하거라. 아마도 그 아이에게 천이의 아들이 있는 것 같구나."

"예? 천이에게 아이가...그럼..."

구궁은 무미미를 구해 주었을 때 그녀에게 안겨 있던 아이가 생각이 났다.

그 아이가 광무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장천의 아들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장천에게 일이 생긴다면 비도문을 이을 후계자가 된다. 반드시 안전하게 구해오도록."

"예."

"그리고 형님에게 전하거라. 내가 나가 있는 틈을  타서 등평 형님과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은  이미 지난 일이라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겠지만, 만약 또 한번 그런 일이 생긴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장춘삼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지라 구궁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방을 나갔다. 구궁이  방을 나가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형님이 쌍도문에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광무자가 죽었다니 큭....'

쌍도문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 장춘삼이 세운 계획 중 하나는 바로 광무자를 문파의 장문인으로 내세우는 것이

였다.

연륜과 함께 경험, 그리고 무공까지 출중한 광무자는 강호의 중소문파에서 문주가 되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만약의 경우 무림에 있을 환란에 쌍도문의 사람들이 휩싸이게 될 경우 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

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문주직을 맡는다면 그 움직임에 제약을 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요운 사질이 문주의 직을 감당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어찌한단 말인가..'

쌍도문을 이끌 사람들을 생각하던 장천은 문득 자신의 처지가 우스워졌다. 처음 그가 쌍도문에 들어 온 것은 작은

아버지인 오립산에 명을 따랐기 때문이다.

무림에 대한 본문의 복수를 위해 장춘삼은 구파일방의 여러 인물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계획에 필요한 혼란을 야기

시키는 임무를 맡음과 함께 백부의 아들인 장천을 교육시키는 임무를 맡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쌍도문이란 문파가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다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수족과도 같은 것은 쌍

도문이였고, 문파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의 가문의 문파가 세운 복수의 계획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

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쌍도문에서 자라고 커간 장춘삼으로선 기억에도 없는 가문의 문파보다는 현재 자신의 터전이  중요

하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강호의 환란을 야기 시키고 있는 자신의 형님과 맞설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로선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춘삼이 이런 고민에 쌓여 있을 때 구궁은 영흥문의 집무실에서  문파의 일을 처리하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구사형!!"

수많은 문서들에 둘러 쌓여 삼대제자 열 명과 일을 하고 있던 세 사람은 신궁 구궁이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자 크

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는데, 그 여파로 문서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세 사람은 흩어진 문

서를 주워 담기 위해 혼비백산 할 수밖에 없었다.

"휴우...이걸 또 언제 정리한다지..."

사방으로 흩어진 문서들을 보며 장천은 눈물마저 흘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니 구궁은 자신도 모르게 대

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 천아 너무 울쌍 짓지 말거라 이 사형도 도와줄 테니 말이다."

"휴...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일단 빨리 도와주쇼."

"하하하."

장천이 과연 자신이 할 수 있을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구

궁은 변하지 않은 녀석을 보며 다시 한번 대소를 터뜨리고는 그들이 곁에 흩어져 있는 문서들을 주워 올렸다.

장천과 함께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무쌍도 요운과 선풍도 곽무진들이였으니 장천이 강호로 첫발을 내

딛었을 때 같이 했던 네 사람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문서들을 정리하던 네 사람은 문서를 정리하는 것에 정신이  없었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일각이 가지

않았다.

혈기 왕성한 젊은 네 사람이 오랜만에 모였는데, 문서 정리 작업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어찌 좀이 쑤시지 않

겠는가?

어느 순간 서로의 눈을 보며 의미 모를 눈빛을 나누던 네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들고 있던 문서들을 사방

으로 던지더니 창문으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으악!! 사숙님들 그냥 가시면 어떡하십니까!!"

그들이 일을 던져 버리고는 사라져 버리자 그들과 같이 일하던 3대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으나  장천들

이 절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을 예감하며 통한의 눈물을 해야 했다.

문파를 빠져 나온 네 사람은 주점으로 직행해서는 그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며 만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내가 네 녀석들 둘이 사라져서 요사제와 삼일 밤낮 동안 험한 산을 헤맨 것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술로는 부족

하지 부족해 안 그런가 요사제?"

"물론 입니다. 뭐 곽사질이야. 없으나 있으나 상관없지만, 천이를 찾지 못하면 얼마나 욕을 먹을까 하는 생각에 오

금이 다 절였다니까요."

"에? 사숙 너무하십니다."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네 녀석의 당시 평소 행실을 생각하면 당연하지 당연해!"

자신은 잃어버려도 상관없다는 말에 곽무진은 그런 것이 어딨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요운은 오히려 그런 것이 당연

하지 않는냐는 말을 하니 네 사람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태사숙조님은 어디 계신지 궁금하네요."

"그렇군. 천이를 마교에 보낸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하시니 말이야."

구궁은 죽은 등평 문주의 명령을 받고 기문숙을 찾은 적이 있었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두막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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