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장 데비드와의 재회 (1)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거대한 존재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동방명언으로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곳을 떠
날 생각을 했는데, 그 때 장춘삼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본인은 쌍도문의 장춘삼이라고 하네."
"안형표국의 부표두인 동방명언이라 합니다."
"안형표국이라 그런 곳에 자네 같은 뛰어난 후지기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동방명언의 겸손의 말에 장춘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종이를 꺼내어서는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을 받
아 본 동방명언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건네 준 종이는 중원에서 가장 신용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금룡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로 한 장에 금 일만냥이
라는 거액이 적혀 있는 전표가 다섯 장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를 도와준 보답이네."
장춘삼의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동방명언은 그런 미소가 오히려 부담이 갈 정도였다.
한참을 생각에 잠기고 있던 그는 장춘삼에게 받은 전표 중 네 장을 빼내어 그것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장선배께서 저를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저에게는 너무나 많은 액수입니다. 솔직히 이곳에 온 것은 철사방
이 안형표국의 표물을 가로채어 상당한 손해가 났기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였을 뿐입니다. 금 1만냥이라면
저희 측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고도 반 이상이 남는 액수이니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음..."
그에게 계속 돈을 받으라고 권하던 장춘삼은 그가 돈을 받으려 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고는 전표를 받아 들고는 말
했다.
"알겠네, 하지만 이 일은 자네가 본인에게 빛을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안형표국에서 일이 생긴다면 본인과 쌍
도문은 자네들을 적극 돕도록 하겠네."
"선배님의 말씀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받아든 돈 중 4만냥을 되돌려 준 동방명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자신에게 돈을 주던 장춘삼의 눈은 겉으로는 인자하게 보였지만, 그 안에는 살기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금 5만냥이라면 이곳에 있는 철사방의 재산에 일 할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액수였다.
쌍도문이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있는 중에 이런 돈을 자신에게 준다는 것은 장춘삼 역시 조금은 부담이 될 수밖
에 없었던 것이다.
동방명언은 만약 그 돈을 받았다고 한다면 장춘삼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란 불안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4만냥을 돌려 준 후 1만냥이라는 돈만을 자신이 가짐으로써 상대에게 약간의 빛을 지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과 안형표국에는 별다른 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안심이 되지 않았던 동방명언은 옆에서 자신을 보고 있던 곽무진을 보며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저는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동방대협."
"곽대협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술이라도 나누고 싶지만 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라
오래 시간을 지체 할 수 없군요."
"아! 동방대협을 이렇게 보내니 아쉽군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음달 중순에 본 표국을 한번 찾아 주십시오. 이번에 받은 돈도 있고 하니 곽대협과 거나하
게 취해보고 싶군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내 꼭 안형표국으로 동방대협을 찾아가도록 하지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곽무진과 약속을 받아 놓은 동방명언은 포권을 하며 장춘삼과 곽무진에게 인사를 올리고는 재빨리 동굴 밖으로 경
신술을 사용하여 빠져 나왔다.
'되었다. 이렇게 한다면 그자라 할지라도 당분간 손을 쓰지 못하겠지.'
동방명언이 떠나기 전 곽무진과 약조를 한 것은 혹시 장춘삼이 자신과 표국에 손을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
었다.
하지만 곽무진과 친분을 유지한다면 장춘삼은 자신에게 손을 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한달 가까이 시간
을 두어 그를 표국으로 초대함으로써 그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잊게 하기 위해서였다.
"무진아 너는 다른 문도들과 함께 이곳의 물건을 사천의 영흥문으로 옮기도록 하거라."
"예."
장춘삼의 지시에 곽무진이 문도들을 지시하여 나가자 동굴 안에는 장춘삼과 철사방의 방주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문수와 복면인들만이 남았다.
"장대협. 이 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복면을 벗기도록 하십시오."
장춘삼의 말에 유익과 철사방의 문도들은 그들의 복면을 벗겼는데, 그들의 얼굴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자들은!"
"구파일방의 명숙들이군요."
얼굴이 드러난 이들은 모두 구파일방에서 내노라하는 인물들이었으니 유익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장대협...이 일을...어찌 해야 할지..."
"유방주...비밀을 아셨으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예? 큭!!"
장춘삼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익은 복부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신음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으니 언제 풀렸는지
문수와 복면인들이 자신과 부하들을 공격했던 것이다.
"이..이런 일이..설마..."
"잘 가시요. 유방주..."
"크윽....비열한...녀석..."
유익은 멀어져 가는 정신 속에서 장춘삼의 배신을 증오하며 쓰러지니 동굴 안에 있던 철사방의 사람들은 모두 명
을 달리하고 말았다.
"당주님!"
"오랜만이네 문수."
유익을 쓰러뜨린 문수는 장춘삼을 보며 포권을 하고는 당주라 부르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문수 나의 어깨에 검을 찌르게."
"예?"
"아직 내가 할 일은 남아 있는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장춘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문수는 검을 들어서는 그의 어깨를 찔렀고, 장춘삼은 어깨에 큰 통증을 느꼈지만, 미
간을 찌푸리며 통증을 참았다.
"당주.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자네의 일은 끝났네 이곳에서의 일, 본문에서도 알려서는 안되네."
"예?"
그 순간 장춘삼은 도를 들어서는 그들을 향해 도강을 날리니 문수와 복면인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허리에서부터 양단이 되어서는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다..당주..?"
"이 곳의 돈은 쌍도문을 위해 쓰여야 하네, 그러기 위해선 본문에서도 비밀일 수밖에..."
장춘삼의 말에 문수는 그가 멸천문을 배신했다는 것을 증오하며 죽으니, 잠시 그들을 지켜보던 그는 독문의 무사
들에게 그들이 쓰려고 했던 화탄을 들어서는 심지에 불을 붙였다.
[콰과강!!]
얼마 지나지 않아 화탄이 폭발하니 굉음과 함께 동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굴 안에서 들린 굉음에 곽무진은 놀라 안으로 장춘삼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장태사숙!!"
"크윽..."
동굴로 뛰어 들어가던 곽무진은 어깨에 피를 흘린 채 걸어 나오는 장춘삼을 보며 크게 놀라서는 그를 부축해서는
급히 동굴을 빠져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크윽...일점쾌검 문수가 혈도를 풀고는 화탄을 터트렸더구나..크윽..철사방의 방주와 다른 이들은 모두 죽고 나만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다행입니다."
곽무진은 다른 이들은 안됐지만, 장춘삼만이라도 살아 나온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내 상처는 외상뿐이니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 다른 문도들은 무사 하느냐?"
"예. 저희 모두가 빠져나간 후에 화탄이 터졌습니다."
"다행이구나..큭..."
곽무진의 말에 장춘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혼절하고 마니 곽무진은 사람들에게 지시하여 급히 장태사숙을 치료
하게 했다.
무삼협에서 이런 일이 있을 무렵, 장천은 유능예와 함께 영흥문으로 길을 떠나고 있었다.
탈혼살부 유강과의 싸움에서 간신히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좌검우도의 무공이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여
행 중에 틈틈이 양의심공을 극성으로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소수마공과 화의 무공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
리는데 주력했다.
능예 역시 장천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마교에서 배운 검술을 단련하며 감숙성 남단에 있는 영아현
이라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간단히 요기를 할겸 객점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 때 반대쪽에서 수십 기의 말이 급하
게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능예!!"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빠르게 말을 몰고 있는지라 장천은 크게 놀라서는 능예의 허리를 잡고는 겨우 말을 피할
수 있었다.
"길을 비켜라!!"
검은색의 무복을 입은 일단의 무사들은 사람들을 보며 소리치며 황급히 말을 몰아가고 있었으니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듯 했다.
"저런 몹쓸 녀석들!!"
"마을 밖에서 흑수파 녀석들이 서양 도깨비에게 당했다더구려."
"서양 도깨비?"
"흑수파 녀석들이 마을 밖에서 안씨네 아낙을 희롱하려는 것을 서양 도깨비가 구했다던데, 호되게 당한 것 같더라
고요."
"오 그래서 저렇게 바쁘게 나가는 거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장천은 그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서양 도깨비란 것은 분명 서역에서 온 사람이 분명한 것이었기에 혹시나 자신의 의형제 데비드가 아닐까 하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비드의 자기네 나라에서는 기사라고 불리며 의협심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능예. 저 사람들이 말하는 서양 도깨비가 데비드가 아닐까?"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데비드씨라면 지금쯤 중원에 돌아 왔을 시기잖아요."
"음...흑수파 녀석들의 뒤를 쫓아 가보자."
"예."
능예 역시 자신의 친구들이 많이 데비드의 처첩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을 하자 두 사람은 마을 밖으로 나간 흑수파의 경공을 사용해서는 뒤쫓아갔다.
"감히 흑수파의 무사에게 검을 휘두르다니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말을 몰고 마을 밖으로 나간 흑수파의 무사들은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있는 갈색머리의 털 복숭이 남자를 둘러싸
며 소리치고 있었으니 상대는 녀석들을 한번 훑어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처라!!"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흑수파의 무사들은 말에서 내려서는 그를 둘러싸서는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누더기
를 걸친 남자는 허리에서 황금빛이 나는 이상한 검을 꺼내어서는 녀석들의 검을 막아섰다.
검은 중원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무공은 중원의 것이었으니 검을 한번 휘두르자 수십 개의 검영이 난무해서는
포위하여 공격하는 흑수파의 무사들을 향해 밀려갔다.
"산검의 고수다!!"
흑수의 대장은 녀석이 산검의 고수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서양 도깨비 녀석이 산검을 사용하는 자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누더기를 쓰고 있는 털 복숭이의 검에 흑수파의 무사들 대여섯 명이 나가떨어지니 대장의 지시에 물러선 그들은
녀석을 향해 암기를 집어 던졌다.
암기를 사용하여 녀석을 지치게 한 후 공격할 생각이였는데, 상대는 흑수파의 무사들이 사방에서 암기를 내던지자
가볍게 발을 구르고는 뛰어 올랐다.
"마령검법!!"
하늘로 뛰어 오른 그는 마령검법을 사용하니 소나기가 내리듯이 검기가 흑수파의 무사를 향해 내리 꽂혔다.
"끄아악!!"
"설마...마교..?!"
흑수파의 대장 양철심은 과거 마교에서 수련을 쌓았으나 자질이 부족하여 간부가 되지 못하여 일반 무사가 되었던
것인데, 죽마고우가 이곳에서 흑수파라는 사파의 문파를 세워 간부가 되어 이곳에 왔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마교의 무공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니 서양 도깨비가 사용하는 무공이 마교의 마령검법이라
는 것을 알고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약 상대가 마교의 간부급 사람이라면 삼류문파에 지나지 않는 흑수파로선 상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