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7화 (188/355)

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7)

"흥! 하지만 네 녀석 혼자만의 힘으로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을 텐데?"

"크하하하!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는가?"

구랍의 말에 유익은 대소를 터뜨리고는 말하니 잠시 후 그가 있었던 곳에서 한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헉!!"

그의 얼굴을 확인한 곽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으니 어둠 속에서 나온 인물은

바로 자신의 태사숙인 장춘삼이었기 때문이다.

"쌍도문의 장춘삼?!"

"그래! 네 녀석의 야비한 속임수에 당한 난 여기 계시는 장춘삼 대협에게 잡히고 말았지, 하지만 그때 쌍도문이 의

문의 집단에게 습격을 당했더군, 쌍도문의 주력이  철사방을 치기 위해 왔던 시기에 쌍도문이  당했던 것이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난 그 습격도 독문에서 꾸민 일이라 생각했고, 장대협 역시  나와 의견을 같이 하신 것이

지.."

"크윽..."

"나 혼자의 힘이라면 모를까 장대협과 쌍도문의 문도들이 있다면 상황이 다르지 않겠는가?"

유익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뒤에서 십여 명의 무인들이 걸어 나오니 그들 모두 곽무진이 알고 있는 사람들

이었다.

완전히 함정에 빠진 구랍은 신음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지라 뒤에 있던 철령에게 수신호로 빠져나가라는 말을 전했다.

"차압!!"

[펑!!]

구랍의 신호를 받은 철령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구슬을  던지니 그들의 앞에 던져진 검은 구슬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독연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가라!!"

구랍은 이 시기를 틈타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그 때 장춘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진아! 저들을 막아라!"

"예. 태사숙!!"

장춘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곽무진은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도를 꺼내어 휘두르니 가장 앞서 있던 청건의 사

내는 미간에서 사타구니까지 혈선이 그어지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안호!!"

"젠장!!"

청건을 쓴 안호라는 청년이 쓰러지자 다른 사람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라!!"

하지만 안호의 죽음에 정신을 쏟을 수가 없는 구랍은 곽무진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독문의 무리들은 병기

를 들어서는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큭!!"

독문에서도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인지라 곽무진 혼자로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뒤에서 파공음이 들

려오며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 독문의 무사들을 공격했다.

"동방대협!!"

"곽대협! 조심하십시오!"

다행히 곽무진의 위기는 독방명언의 도움으로 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더 이상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강풍낙월(江風落月)!!"

곽무진에 의해 퇴로가 막혀버린 독문의 무사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때 뒤에서 살기가 강하게 느껴

지며 강한 기운이 엄습해 왔다.

"끄아악!!"

살기를 내뿜은 이는 바로 장춘삼이였으니, 그가 초식을 시전하자 강한 도강이 형성되어서는 곽무진을 상대하고 있

던 독문의 무사들의 몸을 양단시켰다.

"크윽...문주..."

독문의 호법과 당주로서 중원 진출을 위해 온 힘을 다하던 쌍두편 구랍은 어이없는 함정에 빠져서 이렇게 명을 다

하고 말았으니, 자신을 친구처럼 생각해주었던 문주를 생각하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단 한번의 도강으로 인하여 남아 있던 네 명의 독문의 무사들은 몸이 양단 되어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니 태사숙의

무공에 곽무진으로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엄청나다.'

그의 무공에 놀란 것은 동방명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마교에서 쌍도문이 자랑하는  두 명의 무사 등평과 장춘삼

의 무공에 대해서는 들었고, 몇 가지 일이 있어 그들에 대해서 상당한 조사를 했었던 그로서는 직접 보는 장춘삼의

무공이 생각보다 고강하자 크게 놀란 것이다.

독문의 무사들이 터뜨린 독연이 모두 사라지자 서서히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나니 구랍들과 대치하던 일점쾌검  문

수와 복면의 무사들은 쌍도문의 무사들에 의해서 제압 당하고 있었다.

"태사숙, 설마 저에게 편지를 보내신 것은 태사숙이십니까?"

"그렇다네."

곽무진의 말에 장춘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고도리의 일이 생각난 그는 그것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공동파의 고대협은 왜..."

그 말에 장춘삼은 미간이 찌프려지고 말았다.

"녀석은 어떻게 했느냐?"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는지라 치료를 해서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라 했는데..."

"흥! 쌍도문을 그렇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녀석을 도와주다니! 어리석구나!!"

"태사숙..."

인자하기만 했던 태사숙이 이렇듯 강한 살기를 내뿜자 곽무진으로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림에서 악인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목숨을 끊지 않을 정도로 자비했던 장춘삼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그들은 같은 정파의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정파?! 흥! 그런 녀석들이 본문을 멸문까지 갈 정도로 만들면서도 한 사람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단 말이야? 그리

고 그런 것에도 모잘라 내 아들에게 무림대살령을 내려!"

"태사숙...동생에 대한 무림대살령은 이미 풀렸으니 노여움을 푸십시요."

곽무진은 구양생이 무림맹과 담판을 지어 무림대살령이 풀린 것을 아는지라 그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무림대살령이 풀렸다고?"

"예. 구태사숙께서 황상께 동창의 힘을 빌릴 수 있어, 그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가 담판을 지었습니다. 그 일로 저

희들은 무림맹에서 풀려 나올 수가 있었지요."

"아! 다행이구나. 구사형께서 그렇게 힘을 써주시다니 말이다."

구양생의 말이 나오자 노기가 가득했던 장춘삼의 표정은 금새 풀려서는 인자한 모습이 되니 사형제들에 대한 정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장춘삼이 완전히 변한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장천에게 무림대살령을 내리고, 쌍도문을 멸문까지 가게 한  공동의 파사대협 우문강에게 이를 갈고 있었고, 그의

수제자인 고도리의 다리를 잘라 고통 속에 죽게 하려 했던 것이다.

곽무진으로선 장춘삼의 이런 변화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그의 스승인 광무자는 쌍도문의 사람 중에서 가장 두려운 인물을 장춘삼이라고 말을 했었다.

'처음 선풍도의 초식을 스승님에게 보여 드렸을 때였지.'

광무자에게 매일 당하던 벌을 무공으로 만들게 된 곽무진은 수련 도중 그 사실을 스승에게 알려 칭찬을 받을 속셈

으로 광무자를 찾아갔었다.

"스승님! 어때요?!"

"장하구나. 네가 이런 초식까지 만들 수 있다니 말이다."

"헤헤헤.."

처음 들어보는 광무자의 칭찬에 곽무진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초식을 생각하던 그는 고

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초식 자체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네가 익힌다는 것은 조금 어렵겠구나."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의 무공은 문주님과 같은 파운심공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풍도법의 초식의 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

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이 만든 초식을 제대로 익힐 수 없다는 말에 곽무진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네가 이 초식 하나만을 삼십 년 이상 수련한다면 현 문주님의 경지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와! 그럼 대단한 거잖아요! 장태사숙님도 놀라운데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다니 말이에요."

곽무진은 자주 보았던 장태사숙의 무공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는데, 광무자는 고개를 내

저으며 말했다.

"이런 무진아 너에게만 해주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예? 무슨 말씀이신데요?"

"넌 문주님과 장사숙님 중 어느 분이 더 무공이 높은 것 같으냐?"

"예? 문주님 아닌가요?"

그 말에 광무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스승은 장사숙의 무공이 우위에 있다고 본다."

"예?"

"너도 알다시피 본문의 입문 무공인 쌍용승천도법을 극성으로 익히고 있는 사람은 본문에서 유일하게  장사숙뿐이

다. 문주 역시 극성에 가깝게 익혔다고는 하지만 장사숙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지."

"그건 심공 때문이 아닙니까?"

"심공이라... 파운심공과 청풍심공은 각기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쌍용승천도법은 이 두 가지 심법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무공이다. 즉 파운심공을 익히나, 청풍심공을 익히나 문제점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

지."

"음..."

"문주께선 아직까지도 쌍용승천도법을 극성까지 익히기 위해 하루 두 시진의  시간을 수련에 쏟고 있지만, 아직까

지도 극에 이르지 못한 반면 장사숙은 스물 다섯에 그 도법을 극성까지 익히셨다."

"....그런가요?"

"그런 것을 보며 난 장사숙이 혹시 본신의 무공을 모두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본신의 무공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다고요?"

곽무진의 말에 광무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진 것은  과거 도살문과의 싸움에서였지, 그 당시 도살문의 문주는  사파에서도

명성이 잘 알려진 고수, 그런 사람을 상대로  장사숙은 시종일관 밀리고 있다가 간신히 승기를 잡아  그를 죽일 수

있었지."

"그 때 도살문의 문주가 발을 헛디뎠다고 들었는데요?"

"흥! 고수가 발 아래의 돌멩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발을 헛디뎠다는 것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그 때 난 위기에 몰린 장사숙을 돕기 위해 상대하고 있던  도살문의 호법을 처리하고 급히 달려갔었는데, 한순간

크게 놀라고 말았다."

"놀래요?"

"그래 장사숙은 그 때 도살문의 문주가 휘두르는 도에 어깨가 잘려나갈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한순간 푸른 섬광

이 번쩍이더니 도살문의 문주의 다리가 휘청였기 때문이다."

"아!"

"그와 함께 도살문의 문주는 장사숙이 휘두른 도에 목이 잘렸는데, 난  그것이 결코 도살문 문주의 실수가 아니라

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아!"

광무자의 말에 곽무진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궁금한 것이 생각나 물어 보았다.

"그렇다면 스승님께서 생각하시는 장태사숙님의 무공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광무자는 곽무진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아마..내 예상이 맞다면 강호에서 유일하게 혈비도  무랑과 백합 이상을 겨룰 수  있는 인물은 장사숙 뿐일 것이

다."

"예? 혈비도 무랑과요?"

광무자는 그 이후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혈비도 무랑과 백합 이상을  겨룰 수 있다는 것에 그는 장태

사숙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무림은 장태사숙으로 인하여 큰 혈란이  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어떻게든

장태사숙의 노기를 풀어야 할 텐데...이거 어떻게 한담..'

쌍도문을 무너뜨린 녀석들과 그것을 방관만 하고 있었던 녀석들이 모두 밉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 모두를 죽

일 수는 없는 일이였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칫하면 무림 모두의 공적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마저

거의 대부분을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곽무진이 생각하고 있는 일은 무림맹으로 들어가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시 이 일을 재조사하여 다른 문파들

에게 응징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장태사숙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한 일이었

다.

한편 동방명언은 곽무진의 뒤에서 구랍의 시신을 보고 있었다.

양단되어 잘려나간 시신을 보며 장춘삼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보고 있었던 것인데, 잘려나간 시신의 상처

는 도에 실린 강기에 의해 잠시간 피를 뿜지 않았을 정도였기에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천마라고 해도 이 자를 상대로 백합을 넘기기 어렵겠군..어떻게 쌍도문에 이런 고수가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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