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4화 (185/355)

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4)

한편 복면의 추적자가 진주 언가의 소가주라는 것을 안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두 사람의 뒤를 추적해온

독문의 사자였다.

"멸천 29호란 놈이 진주 언가의 소가주였단 말이었다. 음...오대세가의 소가주가 멸천문의 일개 수하였다니...."

그로선 멸천문의 세력이 생각보다 넓고, 은밀하다는 것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오대세가의 소가주까지 멸천문의 수하라면 독문에도 그들의 첩자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다행이군.'

만약 언지겸이 멸천문에 날린 전서구를 없애지 않았다면 이 사실도 알지 못했을 터였기 때문이다.

언지겸을 구덩이에 넣고 묻어주는 곽무진을 보며 그는 독문으로 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대신병의 소

유자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독문의 있으리라 생각되는 멸천문의 첩자를 먼저  색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곽무진을 뒤로 한 그는 사천에 있는 독문의 비밀 분타를 향하여 몸을 날렸다.

한편 곽무진은 언지겸의 일을 처리한 후에는 조용히 사천으로 향할 수 있었고, 무림맹을  떠난 지 두 달만에 기주

(夔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양자강으로 인하여 기주는 상당히 번화한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사라진 철사방의 분타가 있다해서 찾아 온 것이다.

철사방은 양자강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방파로, 수적질을 해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

문이다.

과거 철사방의 지부는 이제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기주에서 상당한 명성을 누렸던 방파였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인지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 곽무진이였는데,

곽무진은 지부의 한쪽 전각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구냐!!"

쌍도에 손을 가져간 곽무진은 인기척이 느껴진 곳을  향해 소리쳤는데, 잠시 후 허름한 전각  안에서 젊은 무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철사방의 잔당?'

하지만 철사방의 잔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당당하게 나타났는지라 고개를 젖고 말았다.

사천의 정파연합에게 크게 당한 철사방의 무사라면 자신의 목소리에는 도망을 가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당신 역시 철사방의 사람이 아닌 것 같군."

무너진 전각에서 나타난 젊은 무사 역시 곽무진이 철사방의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찾는 것은 비슷한 것 같으니 잠시 손을 잡는 것이 어떻겠소?"

정파의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살기가 강한  인물이었지만,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곽무진은

잠시 그와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소. 잠시 손을 잡도록 합시다. 본인은 호북에서 온 곽무진이라 하오."

"안형표국에서 온 동방명언이라 하오."

동방명언, 놀랍게도 철사방의 근거지에서 나온 이는 과거 장천과 형제의 의를 나누었던 마교의 인물 동방명언이였

던 것이다.

마교에서 구시독인의 휘하로 들어갔던 동방명언은 외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마교의 총단을 나와있었는데, 그 때

거사가 일어나 구시독인의 세력이 천마의 세력에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 일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한 순간에 자신의 의지하고 있던 세력을 모두 잃고 만 것이다.

다행히 천마의 세력은 구시독인의 세력이라 할지라도 같은 마교의 일원이었기에 아녀자들이나 구시독인의 식솔들

에게는 손을 대지 않은 덕에, 동방명언의 가족들은 무사할 수 있었기에 그는  가족들과 함께 북해의 고향으로 돌아

가게 되었다.

북해로 돌아간 동방명언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하여 호북에 있는 외숙이 운영하고 있는 안형표국으로 들어가  부

국주의 신분이 되었는데, 이번에 철사방이 무너지면서 그 동안 양자강의  교역에서 그들에게 털렸던 표물을 되찾기

위해 기주 지부로 오게 된 것이다.

"표국에 계신 분인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그 동안 철사방은 이곳을 중심으로 양자강에서 수적질을 해서 돈을 벌었는데, 저희 안형표국에서도 몇 번 그들에

게 당해 표물을 잃은 적이 있었지요."

"음..."

"그 표물 중에서는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이번에 철사방이 정파 연합에게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렇게 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철사방의 모든 재산은 구파일방에게 몰수당했다고 들었는데?"

곽무진도 이곳으로 오면서 어느 정도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는데, 동방명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외부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만, 모두 몰 수 당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아니라니요?"

"제가 알고 있는 정보에는 철사방에선 상당한  자금을 무삼협의 동굴에 숨겨 놓았다고 하는데,  금 50만냥을 넘는

엄청난 액수라고 하더군요."

"금 50만냥!!"

동방명언의 말에 곽무진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다음 순간 다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동방명언이란 사람은 자신을 이곳에서 처음 보았는데, 이런 정보를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동방명언의 말로 사라지게 되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곽대협과 제대로 손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손을 잡기 위해서라니요?"

"지금 말했던 정보는 저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네 개의 무리  이상이 철사방이 감추어 둔 막대한 비

자금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저희 안형표국에선 그들의 무리와 싸울  사람이 없는 탓에 저만 단

독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음...그렇다면 그 금을 찾기 위해 저희 힘을 필요로 하시는 것입니까?"

곽무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협의 눈에 흐르는 정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을 깨달아 이렇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저와 힘을 합치

신다면 철사방이 감추어 둔 금 50만냥 중 반을 약소 드리겠습니다."

"음..."

무너진 쌍도문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생각한 곽무진은 철사방의 일을 조사하면서 그와  손을

합쳐 감추어진 재산을 찾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에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미약한 힘이지만 같이 일을 해보도록 합시다."

"고맙소이다."

이렇게 해서 곽무진은 동방명언과 손을 잡게 되었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철사방의 지부 분타에 있는 비밀방을 찾는 작업이었다.

동방명언은 철사방의 잔당들을 찾아 조사하던 중 철사방의 기주  분타에 비밀서류가 있는 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자세한 장소를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곽무진은 기주의 여러 곳을 뒤지며 철사방의 잔당들을 찾았는데, 몇 명의 철사방의 하급무사들은 볼 수  있었지만,

중요인물들은 단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군요."

객잔으로 돌아온 곽무진과 동방명언은 그날 역시 비밀방을 찾는 것을 실패하고 술을 나누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

다.

"기주에는 아무래도 철사방의 간부들을 찾을 수가 없으니 총타로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주 분타에서는 녀석들을 찾을 수 없었는지라 곽무진은 총타로 가는 것이 어떨까 하고 물어 보았는데, 그는 고개

를 저으며 말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총타에는 현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기주분타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기주분타는 철사방의 방주의 셋째 아들이 분타주로 있었던 곳입니다. 철사방  방주는 이곳 분타주를 상당히 총애

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어느 정도의 흔적은 남겨 두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추론일 뿐인지라 동방명언 역시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진 못했는데, 그 때 창문으로 파공음이 드

리며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암기?!"

창문으로 날아온 것이 암기라 생각한 동방명언은 탁자를 들어서는 급히 암기를 막을 수 있었다.

동방명언이 암기를 막자 곽무진은 도를 뽑아 들고는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이미 암기를 날렸던 이는 모습을

감추고 있는지라 어두운 거리를 잠시 훑어보던 그는 도를 집어넣고는 동방명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모습을 감춘 것 같습니다."

곽무진은 녀석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말했는데, 동방명언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바로 창문에서 날아온 암기였다.

탁자로 막은 암기는 손으로 던지는 수전(手箭)이였는데, 그 끝에 편지가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동방명언은 수전에서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을 보는 순간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곽대협 이것을 보십시오."

"음..."

[철사방의 보물은 무삼협 선릉곡에 있다.]

편지에는 그들이 찾고 있는 철사방의 보물이 있는 장소가 쓰여져 있었으니 두 사람은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요?"

"글쎄 말입니다."

"음..."

하지만 이곳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는 못했는지라 두 사람은 편지에 적인 무삼협의 선릉곡으로 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오일 후 두 사람은 편지에 적혀 있는 무삼협의 선릉곡으로 도착 할 수 있었다.

계곡을 여기저기 살펴보던 곽무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을 찾을 수 있었는데, 동굴의 한쪽 벽에는 철이란 글자

가 음각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인 것 같군요."

"예."

동방명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곽무진은 동굴로 들어서려 했지만, 그 때 동방명언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곽대협."

"무슨 일입니까?"

곽무진의 말에 동방명언은 땅을 여기저기를 가리키고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보단 먼저 들어간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그렇군요."

동굴의 주변에는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철사방이 정파 연합에게 멸문된 것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이곳에 나 있는 흔적은 길어야 일주일을 넘기지 않

은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동굴 근처의 바위와 풀에 검붉은 색의 얼룩이 붙어 있었기에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이곳을 들어갔고,  그 중 몇몇이 동굴의 앞에서 싸움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위에 묻어 있는 피의 흔적으로 보아 상대는 일도양단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사람의 몸을 자를 정도

의 실력이라면 상당한 무공을 지닌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뒤로 돌아 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두 사람은 준비 해 놓은 횃불에 불을 붙이고 동굴 안으로 들어

섰다.

한참을 안으로 들어서자 동굴의 한쪽 벽에 기대어 있는 시신을 볼 수 있었는데,  그의 미간으로는 상처와 함께 피

가 말라붙은 흔적이 있었다.

일검에 미간을 적중당한 흔적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인 것으로 보아 상당한 쾌검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쾌검에 달인에게 당한 사람은 잠시간 움직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벽에 기대어 죽은 자의 손에는 칠절편이 들려 있었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던 동방명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대

해서 말해 주었다.

"아무래도 사천 성도의 칠절편으로 이름난 고수인 만철 같군요."

"음..."

곽무진 역시 만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사천 성도의 고수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로 지금의 자신과 비

교해서 한두 수 아래 정도의 인물이였다.

이런 고수를 일검으로 쓰러뜨릴 정도의 쾌검의 달인을 생각하던 곽무진은 문뜩 한 무사의 이름이 생각났다.

"일점쾌검(一點快劍) 문수(文秀)?"

"저 역시 문수의 검이라 생각합니다."

일점쾌검 문수는 호북에서 활동하는 자로 쾌검으로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쾌검고수였다.

곽무진의 말에 동방명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하니 일이 더 어렵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호에서 뭇 무인들이 가장 상대하기 꺼려하는 인물 중 한사람이 바로 일점쾌검 문수로 그의 쾌검을 상대로 살아

남은 이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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