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2화 (183/355)

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2)

구양생이 무림맹주와 쌍도문의 일로 담판을 짓고 있을 때 무림맹의 다른 전각에선 수상한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을 주최하고 있는 인물은 무림맹의 부맹주이자 구룡각의  각주를 맡고 있는 민도형과 함께 좌우로 복면을

하고 있는 무사와 작게 뜬 실눈에 마른 몸을 가진 중년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실눈의 무사는 구룡각주와

인연이 있는 독문의 문주였고, 복면인을 쓴 자는 멸천문에서 온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무림맹의 일은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군요."

복면 무사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설마 쌍도문의 구양생이 동창의 힘을 빌려 무림맹을 압박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구룡각주께도 질책이 있을 테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하구려."

"그렇습니다. 그런 이유로 독문과 멸천문의 여러분께서 몇 가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중년무사는 민도형이 무슨 부탁을 할까하는 생각에 물어  보았고, 잠시 헛기침을 한 그는 두  사람을 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양생을 제거해 주십시오."

"구양생을요?"

민도형의 독문의 중년인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지금의 시점에서 구양생을 제거한다면 모든 죄가 무림맹으

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구양생을 제거하여 그 죄를 무림맹주에게 덮어씌운 후 맹주의 좌를 차지하겠다는 이야기로군요. 좋습니다. 멸천문

에서 당신을 도와주도록 하지요."

민도형의 속셈을 안 멸천문의 무사는 그가 노리는 바를 이야기하고는 도움을 약소하니 민도형의 눈에선 회심의 눈

빛이 흘렀다.

"멸천문에서 도와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 제가 무림맹주가 된다면  은 십만냥을 귀파에 대가로 내 놓

겠소이다."

은 십만냥이라면 엄청난 액수였는데, 복면 무사는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가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본파가 강호에 개파를 할 때 무림맹에서  약간의 지지를 보내주시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군요."

"무림맹주의 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런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하하"

민도형은 멸천문에서 온 무사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독문의 무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독문이 사천의 동부로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멸천문이 무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서 가능했었

다.

하지만 중원으로 진출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멸천문의 존재가 너무나 은밀하다는  것이었다. 중원 어디에서도

멸천문에 대해서 아는 자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오랜 시간 친목을 가진 독문조차도 멸천문이 어디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지 또한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밀에 쌓인 문파가 멸천문이였지만, 그들의 힘은 무림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니 만약 그런 문파가 세

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전에 천하가 경악할 일을 저지를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멸천문이 무림맹에서 바라는 것은 단순히 무림맹의 지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민도형이 멸천문의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원숭이 꼴이 될 것은 뻔한 일이겠지.'

민도형 그는 야심과 욕심은 많지만 대세를 보는 눈이  어두운 만큼 멸천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것을 짐작했다.

"부맹주님 맹주께서 부르십니다."

그 때 방문 밖으로 부맹주 민도형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니 그는 두 사람을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아무래도 집정관으로 가야할 듯 합니다."

"알겠습니다."

민도형이 집정관으로 사라지자 독문과 멸천문의 사자만이 남았는데, 독문의 사자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요즘 강호는 귀문이 벌여 놓은 일로 시끌벅적 하더군요."

"글쎄요. 저희는 상부에서 지시한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후후후 그렇습니까?"

독문의 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본문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끝낸 멸천문의 사자는  잠시 후 환영과도 같이 사라지니 독문의 사자는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가 멸천문의 사자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마 환영은신술(幻影隱身術)? 정말로 그 무공이라면 저자는...."

환영은신술, 송나라 시대에 유명한 대도인 환영신도(幻影神盜)가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은신술로 지금은 하오문

에서 전설로만 남아 있는 수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현 하오문의 문주가 이 수법을 사용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상대

는 하오문의 문주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였다.

만약 하오문의 문주가 멸천문의 문도라면 독문이 아무리 계략을 쓴다해도 그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강호에서 존재 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하오문의 문도의 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

였다.

'녀석 역시 내가 환영은신술을 알아보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 실력 행사인가...음...'

멸천문의 사자가 환영은신술로 몸을 감춘 것이 고의라면 독문으로선 지금까지 자신들이 하려 했던 일은 모두 수정

해야만 했다.

무림맹주와의 모든 회합을 끝낸 구양생은 쌍도문의 문도들의 자유를 보장받음과 동시에 무림맹에서 은자 삼십만냥

이 넘는 보상비까지 끌어내니 오랫동안 무림맹에 잡혀 있던 쌍도문의 문도들은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대 맹주 중에서도 가장 짜기로 소문난 맹주에게서 삼십만냥이나 받아내다니 과연 사숙이십니다!!"

"흥! 맘 같아서는 이 무림맹의 성까지도 빼앗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 끝냈던 것이네."

"과연 사숙이십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본문에 대한 소식은 들었는가?"

구양생의 물음에 요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림맹에서 정보를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나 역시 북경에 있는지라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하니...야단이군."

구양생은 요운 역시 쌍도문의 소식을 모른다고 하자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본문으로 향해야 할 것 같군."

"문도들에게 준비하라 지시하겠습니다."

요운과 곽무진은 구양생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물러서려 했는데, 그 때 구양생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무슨 일이십니까?"

사숙이 부르자 두 사람은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돌아섰는데, 구양생은 곁에  있던 동창의 무사인 한수에게 손짓을

했는데, 무엇인지 알았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후 긴 나무상자를 그들의 앞으로 가져왔다.

"사숙 이것은?"

"열어보게."

구양생의 말에 요운은 한수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그 순간 강렬한 빛이 방안을 환히 밝혀갔다.

"아!!"

"이것은?"

상자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은 하나의 검이였으니 그것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빛을 발하는 검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사숙 이 검은?"

"그 검은 오랜시간 황실에 소장되어 있던 십대신병의 하나인 파사신검이네."

"파사신검!!"

십대신병의 하나인 파사신검이라는 말에 두 사람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검이 내뿜던 빛은 서서히 가라앉

더니 잠시 후 보통의 검으로 변했다.

"본래는 영락제께서 홍무제께 받은 검인데, 강호의 일을 염려하신 황제폐하께서 내리셨다. 하나 너희들도 알다시피

난 무공을 알지 못하니 이것을 너희들 중 한사람에게 주려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구양생의 말에 두 사람은 크게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십대신병은 가지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림 제일의 고수로까지 올라설 수 있는 신병이였으니 무공을 하는 사람

이라면 어느 누구나 십대신병에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운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구양생을 보며 말했다.

"이 검은 곽사질이 사용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사숙?"

곽무진은 요운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요운 역시 부인과 장인의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사신검만 있으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는데, 자신에게 검을 양보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 역시 돌아가신 장인과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파사신검에 대한 욕심은 없지 않지만, 저의 나이 이미 서른이 넘

었으니 지금 다시 검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곽사질의 경우에는 대사형께서

좌검우도의 무리를 위하여 힘들게 얻은 무당의 검술을 가르쳤으니 파사신검은 제대로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본문에

서는 대사형과 이사형, 그리고 곽사질 뿐이라 생각합니다."

"음..."

요운의 말에 구양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곽무진을 보며 말했다.

"무진아. 네 사숙은 힘든 결정을 했으니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렇습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파사신검으로 본문의 원한을 반드시 갚고 말겠습니다."

"음..."

결의에 찬 곽무진의 말에 구양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요운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구 사숙께서 가져오신 파사신검은 네가 가지게 되었지만, 이 검을 가짐으로써 더 힘든 일이 너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본문의 형제들이 모두 응원할 것이니 그것을 잊지 말도록 하거라."

"예."

이렇게 해서 곽무진은 십대신병의 하나인 파사신검을 손에 넣게 되었다.

황제가 구양생에게 파사신검을 내리면서 파사신검만이 행할 수 있는 무공서를  건네주었지만, 곽무진으로선 그 무

공서를 익힐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무림맹의 문도들과 달리 이동하면서 파사신검의  무공인 척사검공(斥邪劍功)을

수련하기로 했다.

다음날 구양생과 요운은 혈사가 일어난 쌍도문으로 향했고, 곽무진은 다른 임무를 맡아 사천으로 향했다.

쌍도문이 혈사가 일어난 것은 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춘삼과 쌍도문의 주력이 철사방의 일을 해결하기위해

문파를 비웠던 시점이었기에 구양생은 철사방과 혈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철사방은 사천의 정파의 공격으로 멸문하기는 했지만, 철사방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그들과 힘을 합친 문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네가 파사신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알려

진다면 의문의 집단은 너에게 힘을 집중시킬 것이 뻔한 일이니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무림십대신병의 소유자는 자연히 모든 강호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용히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체를 숨겨야 하는 것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다른 문도들의 격려를 받으며 곽무진은 사천의 동부의 철사

방이 있었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곳이 정파의 무림맹이였던 만큼 완전히 숨어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으니 무림맹의 후문으로 일반  사람들

과 함께 조용히 빠져나가는 곽무진을 조용히 봐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옷차림은 무림맹에서 일을 하는 잡일꾼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정광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곽무진의 무림맹을 빠져나간 후 경공을 사용해서 사라지자 그는 한쪽 건물로 가서는 품에서 비둘기를 꺼내 다리에

서신을 묶고는 하늘로 날아 올리고는 다시 곽무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하고 말았으니 그가 곽무진을 주시했던 것처럼 다른 인물 역시 그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둘기를 날리고 그가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암기를 꺼내어 비둘기를 맞추어 떨어뜨린 것이다.

떨어진 비둘기를 잡은 그는 다리에 묶여 있는 서신을 풀고는 읽었다.

[쌍도문의 곽무진 사천으로 향함 -멸천 29호-]

"음..."

단순히 곽무진의 움직임만을 적은 것이었기에 그로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으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무림맹에서 구룡각주와 멸천문의 사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독문의 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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