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1)
무림맹, 사파와 마교의 일로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무림맹의 전각 한 쪽에는 한 무리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오십 명이 넘는 무사들이 주위를 지키고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쌍도문의 무리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
었다.
쌍도문에 습격이 있었던 시점에서부터 무림맹에 있었던 쌍도문의 문도들은 계속 연금 되어 있었다.
전각의 연못에서 두 명의 무인이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술로서 이 기분을 달래고 있었으니 바로 무쌍도 요
운과 선풍도 곽무진이였다.
그들의 지금 심정이야 당장이라도 쌍도문으로 뛰어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무림맹을 빠져나갈 실력은 안되었
으니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 할 수가 없어 계속 술로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손님으로 대우를 하고 있는지라 음식이며 술 걱정은 할 것이 없었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
는데, 그들에게는 달콤한 술도 쓸개보다 쓰게 여겨 질 수밖에 없었다.
"사숙...답답합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네..휴.."
곽무진의 말에 요운 역시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실력으로 정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림맹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으
니 이렇게 술이나 마시며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은 두 사람을 버리지 않았는지, 쌍도문의 삼대제자 한사람이 화급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뛰어왔다.
"사숙! 사형!"
"무슨 일인가 감사질?"
자신들을 부르며 뛰어오는 감사질을 보며 요운은 고개를 돌려서는 물었는데, 황급히 달려왔는지 한참을 숨을 헐떡
이던 그는 두 사람에게 놀라운 소식을 말했다.
"구..구양 사숙조가 무림맹에 오셨습니다."
"뭐? 구양사숙이 무림맹에 왔다고?"
"예."
요운으로선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평생을 글만 읽고 살았던 구양생이 무림맹으로 왔다는 것이 이해
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무림맹에서는 쌍도문의 문도들을 연금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와중에 무공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구양
생이 무림맹에 왔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뒤이어진 말에 요운과 곽무진은 방금 전보다 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혼자 오신 것이 아니라 동창의 무사들을 끌고 오셨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예. 서쪽 대문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무림맹 무사에게 들은 것인데, 그 일로 지금 무림맹 수뇌부는 난리가 났다
고 합니다."
"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요운은 사숙이 동창의 사람들과 같이 왔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용의주도한 구양생이 동창의 사람들까지 동행하여 무림맹으로 왔다면 단단히 무림맹에 꼬
투리를 잡았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구양생 혼자라면 힘이 우선하는 강호에선 아무리 이치가 맞는다 하더라도 묵살되겠지만, 동창이라면 거꾸로 구양
생이 우긴다고 하더라도 무림맹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무림과 황실이 분리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마교나 사파에 한할 뿐이지 정파에 경우에는 황실과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림의 양대산맥의 하나라고 하는 무당에 경우만 보아도 무당산의 도관들은 영락제에 의해 많은 수가 증건되었기
때문에 황실에 자신들의 제자를 보내고 있었고, 소림의 경우에도 황실과는 아니지만 관에 관련된 인물들이 매년 많
은 돈을 시주하고 있기 때문에 황실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무림 명문으로 올라 갈수록 문파에서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외지로 나간 제자들이나 외가제자들의
사업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지원받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 유지를 위해선 관을 허수루이 생각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숙 일단은 구양 사숙조를 만나러 나가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그러도록 하지 사질."
곽무진의 말에 요운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구양생이 있을 무림맹 정무관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몇몇 무림맹 무사가 그들을 가로막기는 했지만, 다른 문도들과 동행하지 않고 두 사람 뿐이라면 그 정도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무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정무관 앞에는 동창의 옷을 입고 있는 무사 십여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구양생이 정무관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멈추시오!"
정무관으로 들어가려 하자 무림맹의 일류고수들이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으나 이대로 물러설 두 사람이 아니었다.
"흥!"
"쌍도문의 곽무진이다! 사숙을 만나러 왔으니 길을 비켜라!"
"이곳으로 아무나 들어 갈 수 없소이다. 물러서시오!"
하지만 자신을 밝혀도 문을 지키는 무사는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려 하지 않으니 순식간에 두 사람을 십여 명의
무림맹 무사들이 둘러싸서는 검을 뽑아 들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하지만 그렇게 쉽게 싸움은 나지 않았으니 동창의 무사 한 명이 와서는 두 무리들의 사이
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멈추시오!!"
두 무리의 사이를 가로막은 이는 구렛나루 수염을 기른 털보 무사였는데, 그는 요운을 보고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본인은 동창 교위 한수라 하오. 실례하지만 혹시 쌍도문의 무쌍도 요운대협이 아니시오."
요운은 그가 자신을 이름을 알고 있자 포권을 하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말씀대로입니다. 제가 쌍도문의 요운입니다."
"아! 학사님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학사님이요?"
"대협께서 사숙이라 부르시는 분이 바로 학사님이시죠. 이번에 북경에서 황제폐하께서 직접 학사의 관직을 내리셨
습니다."
"아!"
그제서야 요운은 구양사숙이 학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의외인 것은 아니었는데, 구양생은 무림에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유림계에선 크게 이름난
인물이었고, 쌍도문이 건재했을 때도 그를 천거하는 이들은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이 들은 황제폐하의 총애를 받고 이는 구학사 어르신의 사질들인데, 앞을 가로막다니 무림맹이란 이름을 자주 들
었지만 이렇게 안하무인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
한수의 노기 어린 말에 문을 지키던 무사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으니 그들의 모습을 보던 한수는 살짝 고개를 돌려
서는 요운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자 이젠 들어가도록 하시오. 아무래도 학사님 혼자 들어가신 것이 조금 걱정이 되어서 말이요."
"알겠습니다."
한수의 말에 요운은 그에게 포권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집정관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상석에 앉아 있는 무림맹주의 앞 양옆으로 장로급 인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맹주와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는 사람이 소리치는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식은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맹주의 그렇듯 잘못된 판단을 하여 정파의 기상을 깎일 데로 깎였으니 참으
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구양학사..그것은.."
"이렇게 계속 쌍도문의 문도들을 무림맹에 붙잡아 놓으시겠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맹주를 보며 구양생은 이마에 핏발이 서며 다그치니 참다못한 장로 한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소리쳤다.
"듣자, 듣자 하니 너무하시는구려! 맹주께서 그리 결정하신 것은 다 무림을 위한 일인 것을 왜 알지 못하시오! 게
다가 관과 무림은 서로간의 불간섭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구양학사는 도를 지나치시고 있소이다!"
"말씀 다하셨습니까. 하장로!"
하지만 살기를 번뜩이고 있는 장로급 인물 앞에서도 무공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구양생은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
으니 하장로는 그의 기세에 도리어 주눅이 들고 말았다.
"본인이 학사의 신분으로 왔다고는 하나 흑유림을 대표하는 신분도 있소이다. 정 관과 무림에 불가침을 원칙으로
삼아 본인의 말을 우습게 본다면 흑유림과 무림맹의 관계를 끊는 것은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헉!!"
그 순간 하장로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흑유림은 유림의 선비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단순히 유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은 어려운 조직이었다.
유림의 선비들의 조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고 광대한 조직 일뿐 아니라 고수 또한 적지 않았는데, 만약 흑
유림이 무림맹과 손을 끊는다면 무림맹의 세력은 오분의 일이 줄어 들 뿐 아니라 무림맹의 중추는 마비가 된다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래 무림의 무인들은 문과 무를 익히는 자들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림의 선비들처럼 문에 뛰어난 것
은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무림맹에서 처리하는 수많은 문서들은 흑유림에 손에서 반 이상이 처리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으니 흑유림이 무림맹에서 손을 뗀다면 무림맹으로선 한창 사파와 마교의 세력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 내부 문제
로 무너질 판이었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맹주와 장로급 인물들이었으니 구양생의 으름장에 모두 한발자국 물러 설 수
밖에 없었다.
"구양학사 하장로의 말이 조금 지나친 것 같으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해주십시오."
약삭빠른 장로 한 명이 하장로를 뒤로 물리고는 급히 그에게 사죄를 하니 한참을 씩씩거리던 구양생은 노기를 가
라앉히고는 다시 맹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편 구양학사를 상대하던 맹주로선 이 난감한 상황에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젠장 할! 부맹주 이 놈은 일은 제 녀석이 다 저질러 놓고, 어디로 사라진 거야!'
구양생이 맹주에게 따지는 일은 쌍도문의 일이었다.
첫째 왜 쌍도문이 의문의 집단에게 습격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을 해주지 않았느냐는 것이었고, 둘째 그 소식
을 들은 쌍도문의 문도들이 나가는 것을 막은 이유가 무엇이며, 셋째 공동파의 무사 한 사람을 말을 곧이곧대로 믿
어 쌍도문의 소주에게 무림대살령을 내린 이유를 추궁하고 있었다.
쌍도문의 정파의 한 문파라면 무림맹에선 쌍도문이 습격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무사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일을 해주는 것에 대한 약속으로 쌍도문은 매년 상당한 액수의 돈을 무림맹에 전해주고 있
었는데, 무림맹은 무사들의 지원을 하지 않았고, 그것은 무림맹이 약조를 어긴 것이 되는 것이다.
구양생은 이런 이유를 대어서는 쌍도문의 일이 사소한 일로 무림맹에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 되어 다른 정파의
중소문파들이 무림맹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을 탓하고 있었다.
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문파를 돕기 위해 쌍도문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막고 그들을 연금한 것은 무림맹에서 쌍
도문의 혈겁을 주동한 것이 아니냐하는 것을 말하고 있었고, 세 번째는 아무리 구파일방이라고는 하지만 단 한 사
람이 본 증거가 없는 추론적인 사실을 그대로 믿어 쌍도문의 어린 소주에게 전 무림을 적으로 만드는 무림대살령을
내린 것은 각 문파 간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 일인 것이다.
이러한 구양생의 말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하는 무림맹주로선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고 모습을 보이지 않
는 부맹주를 탓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 때는 본좌가 외부의 일로 나가있던지라 부맹주가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흥! 그것이 말이나 됩니까! 부맹주가 처리했다 하더라고 단순히 맹주의 대리인일 뿐이 아니오. 또 부맹주가 그런
일을 행했다는 것을 아셨다면 잘못을 지적하고 그것을 해결했어야 하는 것인데, 어찌 맹주께서는 지금껏 쌍도문의
문도들을 연금하고 혈겁을 당한 쌍도문에 지원을 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그것이..."
"무림맹에서 혹시 쌍도문의 혈겁을 주동하신 것은 아닙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설명을 해보십시오! 설명을!!"
"큭!!"
맹주로선 구양생의 공격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무림맹주라는 신분에서 어찌 이런 곤욕을 당해 보았겠는가?
주위의 장로들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고는 있지만 어느 한 명도 도와줄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그로선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사숙!!"
"아! 요사질이 아닌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요운은 앞으로 걸어가서는 사숙을 부르니 구양생은 요운과 곽무진이 모습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