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0화 (181/355)

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8)

피가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상처를 왼손으로 움켜쥐고 있던 진형은 잠시 후 음침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크..."

"음..."

살기 어린 웃음소리에 광무자는 온 몸에서 소름이 끼치는 자신을 느꼈다.

마치 광인의 웃음소리와도 같은 음성이었기에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는데, 진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는 광무자를 노려보았다.

진형의 눈은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으니 광무자로선 그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크크...크크크....네 놈도 나를 죽이려고 하는구나...크크크...."

그 순간 그의 눈에선 붉은 피눈물이 흘렀고,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그의 몸에선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쥐어져 있는 유성신창은 서서히 혈광을 내뿜기 시작하니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두려움이 엄습하

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지 않군.'

살기를 뿜어내는 진형을 보며 광무자는 왼손의 검에 쳐다보았다.

효과적으로 유성신창의 공격을 막았다고는 하지만 십대신병의 하나인 유성신창에 비하여 광무자는 강호에서 흔한

청강장검, 충격으로 인하여 검의 끝 부분은 완전히 떨어져 나갔고, 검의 손잡이 부분까지 금이 가 있는 것이 가벼운

충격으로도 부러져 나갈 듯이 보였다.

다행히 오른손에 들여있는 도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검방도공(劍防刀攻)의 산검강도(散劍强刀)의  수법을 취하는

광무자로선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크크크..."

창을 들어서는 천천히 광무자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진형은 잠시 후 공격이 가능한 영역까지 다가서니 상대가 자

세를 잡자 그를 향해 핏빛의 창을 내뻗었다.

"난형혈성창(亂刑血星槍)!!"

핏빛을 뿜으며 찔러오는 진형의 창을 보며 광무자는 도를 들어서는 강하게 창의 옆부분을 내리쳐서는 방향을 바꿈

과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으나 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로 창을 내리치자 핏빛으로 변한 유성신창이 꺾여서는 그의 미간을 향해 밀려왔기 때문이다.

"크윽!!"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꺾여버린 창을 보며 그는 도를 중심 삼아 급히 몸을 회전시켜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창은

마치 활대가 휘는 것 마냥 틀어지니 크게 왼손의 검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부분을 다시 한번 바깥으로 처냈다.

[채재쟁!!]

이미 언제 부러질지 모르게 금이 가 있던 검은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창을 처내는

것은 성공 할 수 있었는데, 진형의 공격은 그것이 아니었다.

"크크크 흑살장!!"

"끄악!!"

꺾여져 들어오는 창을 막기 위한 광무자는 진형에게 등을 보여주는 꼴이 되었으니 그것을 놓치지 않은 진형은 그

의 등을 향해 장을 날렸던 것이다.

강맹한 일장에 무방비 상태로 당한 광무자는 신음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져  버렸는데, 진형은 쓰러질 기호도 주

지 않으려는지 유성신창을 다시 한번 꺾어서는 그를 공격했고, 앞으로 쓰러지던 광무자는 창대에 가슴을 맞고는 다

시 뒤로 튕겨져 버렸다.

되튕겨진 그를 보며 진형은 또 다시 그의 등에 흑살장을 날렸고, 광무자는 또 다시 등에 강한 타격을 받고는 수풀

저편으로 튕겨져 쓰러졌다.

"크윽..."

"크크크..."

두 번의 흑살장으로 인하여 광무자는 엄청난 내상을 입고 말았으니 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입

에선 붉은 피를 쏟아 낼 뿐 몸에선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죽는 것인가..'

진형의 흑살장에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 광무자는 죽음을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을 뿐더러 설령 이곳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다시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중

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형은 광무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그에게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을 간파하자 점점 살기가 줄어들더니 이

윽고 평상시의 표정으로 변해갔다.

그와 함께 유성신창도 핏빛에서 점점 은빛으로 본연의 색을 찾아갔다.

"2호장."

"예."

"이 자의 처리와 너희들이 쫓고 있던 무미미라는 아이는 너희에게 맡기겠다."

"예."

복면 무사들의 대장인 듯한 자에게 던지듯이 말한 그는 십여 명의 복면 무사와 함께 사라지니 2호장은 피를  흘리

며 쓰러져 있는 광무자에게 다가선 후 천천히 검을 끌어올리더니 심장을 향해 검을 찔렀다.

큰 부상으로 인하여 광무자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했으니 심장을 찔렀다고 생각한 2호장은 천천히 검을  뽑고

는 나머지 부하와 함께 무미미가 도망쳤다고 생각되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들 모두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무자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한 명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뛰어 왔는데,

그는 수풀 사이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광무자의 시신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늦었군....젠장!"

광무자의 곁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천천히 그의 몸을 안아 들었다.

마치 잠을 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광무자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일어날 듯한 모습이었기에 그의 아쉬

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제길...광무자 사형만큼은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광무자 사형, 그를 안고 있는 인형의 등뒤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활이 들려 있었으니 광무자를  안고 있는 그는

그의 사제인 신궁 구궁이였다.

혈마와의 싸움이 끝난 후 노진과 함께 은거지로 돌아온 구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창 진형이 검과 도를 양쪽에

차고 있는 노인을 처리하기 위해 나갔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무림에서 좌검우도를 사용하고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혹시 자신의 사형인 광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급히 신창이 간 곳으로 향했지만 애석하게도 신창은 이미 모든 싸움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급히 달려오기는 했지만, 광무자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으니 쌍도문 이

대제자들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사형의 죽음에 구궁은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젠장 할...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형제들의 피를 보아야 한단 말인가..'

멸천문 아홉 명의 부주 중 한사람인 구궁은 쌍도문의 첩자로 들어갔지만,  유난히도 사형제들 간의 우애가 돈독했

던 쌍도문에게는 큰 정을 느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쌍도문의 식솔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문주의 대계를 위해선 쌍도문의 습격은 피할 수 없는 일

이었고, 그는 수많은 형제들의 죽음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지금 또 다시 자신들에 의해서  가장 존경하

고 있던 대사형을 잃게 되자 지금까지 싸워왔던 일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해도 지금 물러서진 못했다.

배신으로 인하여 죽어간 조부와 부모, 그리고 형제들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그로선 사형제들을 잃은 고통에 피눈

물을 흘리면서도 천하대살계에서 빠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훗날 저승에서 다시 만난다면 대사형의 앞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광무자의 얼굴을 봐라보며 구궁은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그의 시신을 들고 숲을 빠져나갔다.

한편 무미미는 소천을 안고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무유방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나이 어린 그녀로선 울고 있는 소천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으니 이렇게 계속 울게 내버려두다가는 추격대에게

들킬 수 있는지라 당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소천의 울음은 멈추지 않으니 그 순간 무미미는 자신도 모르게 숲 쪽을 쳐다보았다.

"설마..."

어린아이에게는 강한 영감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 무미미는 혹시 자신을 도와준 광무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은 예민한 생각이었으니 품으로 따뜻한 무엇인가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쌌구나.."

소천이 품에 안겨서 오줌을 쌌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처음으로 남성의 중요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게 된 무미미였으니 이것으로 시간을 지

체하고 말았다.

"아!"

흑철돈녀와 마찬가지로 외공에만 신경을 썼던 무미미는 경신술은 이류정도의 실력밖에 되지 않았으니 소천에게 신

경을 쓰고 있을 때 그녀의 흔적을 쫓아 복면 무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저기다!!"

복면 무사들의 숫자는 십여 명, 무미미로선 그들을  상대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절망감이 밀려 올

수밖에 없었다.

복면 무사들은 순식간에 무미미의 주위를 둘러싸니 그녀는 소천을 안고 있지 않은 왼손에 가전무공은 흑철공을 운

기해서는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네 년을 도와주었던 늙은이가 죽었으니 이제 네 차례다."

"서...설마!!"

복면 무사들의 대장은 무미미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니 그녀로선 광무자가 죽었다는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네 년을 죽이고 지겨운 임무를 끝내야겠군! 처라!!"

2호장은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치니 그들은 검을 들어서는 무미미를 압박

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흑철장!!"

공격해 들어오는 무사들을 보며 무미미는 왼손으로 흑철장을 날렸지만, 두 명의  복면 무사는 합공으로 단번에 흑

철장의 장풍을 소멸시키니 그녀로선 밀려오는 검을 보며 눈을 감았다.

[슈슈슈슉!!]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고통은 밀려오지 않고,  귀로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오니 잠시  후 무사들의 비명소리가

그녀를 귀를 때렸다.

"끄억!!"

"컥!!"

비명소리에 눈을 뜬 무미미는 순간 놀라운 일을 목격하고 말았으니 자신을 공격해 오던 무사들이 화살에 맞아서는

땅으로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녀로선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으니 복면 무사들은 갑작스런 화살에 동료 두 명이 쓰러지자 크게 놀라서는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누구냐!!"

2호장은 부하 두 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급히 부하들에게 지시해서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찾으려 했지만, 또

다시 등 뒤로 부하의 비명 소리가 들리니 고개를 들자  수많은 은침들이 비가 오듯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악!!"

소나기가 내리듯이 꽂히는 은침을 보며 2호장은 도저히 피할  생각을 할 수가 없었으니 남아 있던 복면 무사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은침에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아.."

무미미로선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 그녀를 도와준 자는 복면 무사가 모두 쓰

러진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누구신지 모르시지만 구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나오지를 않자 무미미는 내력을 돋구어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소천을 안고 경신술을 향해 산

을 내려갔다.

무미미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자 나무 옆에서 그녀를 도와준 무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복

면무사들과 한패라고 할 수 있는 신궁 구궁이였다.

"휴..."

구궁은 무미미의 조모인 흑철돈녀를 죽인 자이기에 그녀를 도와줄 이유는 없었으니 그가 복면무사의 손에서  살리

고자 했던 이는 바로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였다.

광무자의 시신을 안고 돌아가려던 구궁은 그 때 부하들로부터 자신의 대사형이 아기를 안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대사형인 광무자가 데리고 다니는 아이라면 제자이거나 광무자와 관계가 있는  사

람의 아이일 것이라 생각한 구궁은 급히 흔적을 더듬어서는 사람들의 뒤를 쫓았던 것이고, 간신히 무미미와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사형 이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군요."

쓰러져 있는 복면 무사들의 시체를 보며 구궁은 활통에서 두꺼운 굵기의  화살을 꺼내어서는 그들을 향해 날렸고,

화살이 땅으로 떨어지자 큰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화약이 들어 있는 화살로 시체들을 없앤 자신이 이들을 죽였다는 흔적을 없애고는 광무자의 시신을 묻어 주기 위

해 다시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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