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6)
"여보!!"
유강이 사라지고 장천이 주저앉아 능예는 소리치며 그에게 뛰어갔다.
혹시나 방금 전의 싸움으로 상처를 입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무릎이 충격을 받은 것 외에는 내
외상은 입지 않은 장천이였다.
"난 괜찮소."
"아!"
장천의 말에 능예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십대신병의 하나인 귀혼부의 힘 역시나 허수루이 볼 수 없군."
"예."
공력을 흡수하는 귀혼부의 힘에 능예 역시 크게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서 십대신병의 하나인 귀혼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던 장천이였으니 후에 있을 유강과의 싸움에서는
지금과도 같은 추태를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그였다.
사실 유강과 장천의 무공을 비교하면 장천이 그 보다 몇 수는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천의 경우에는 신검진인과의 일로 비도문에서 배운 비도술을 사용을 자재하고 있었기에 사용하지 않았
고, 쌍도의 수법은 좌검우도를 익히기 위해 뒷전으로 미루어두고 있었던 지라 효율적인 싸움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장천이 비도술을 사용하고 쌍도를 들었다면 아무리 귀혼부를 지니고 있는 유강일지라도 지금처럼 이렇게 밀
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강의 실력을 비교하자면 장천의 손에 죽은 응조수 이진천 보다 한 수 정도 높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무사하게 위험에서 빠져나간 장천이였으니 쌍도문의 폐허에서 부상당한 무릎을 안정시키고 약간의 운기조
식을 한 후 간신히 길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이 찾고 있는 아들 소천은 그들의 생각하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지 않았다.
장천과 헤어진 광무자는 그에게 말했던 대로 쌍도문의 피신처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 중간에서 예상
하지도 못한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으앙...으앙"
"휴..."
태어나서 아기를 돌 본 적이 없는 그로선 쉬도 때도 없이 울고만 있는 소천을 보며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
니 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어떻게 아이를 달랠까 하는 생각에 고심하고 있었다.
"꺄아악!!"
그 때 숲 저편에서 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리니 크게 놀란 광무자는 소천을 가슴에 안고 그 쪽을 향해 몸을 날렸
다.
수풀 너머에서는 여자라고 보기에는 큰 키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여인이 복면을 쓴 십여 명의 무사들과 싸우
고 있었다.
상당한 고초를 겪은 지 그녀의 어깨에는 검상으로 붉은 피가 쉴새없이 흐르고 있었으니 광무자는 그 싸움을 지켜
보던 중 큰 키의 여인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튼튼한 소저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어디지....아!'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광무자는 그제서야 그녀가 누군지 생각이 났으니 바로 흑철돈녀 무삼랑의 손녀인 무미미였
던 것이다.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외객실에서 그녀의 얼굴을 몇 번 본적이 있는지라 그에게도 낯설지 않았던 것이
다.
사파 십대 거두의 한사람인 흑철돈녀의 손녀딸이기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장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라 광무자는 소천을 가슴에 안고 그들의 사이로 몸을 날렸다.
"누구냐!!"
수풀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뛰어 나오자 복면의 무사들은 무미미를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는 그에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으니 광무자는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무미미를 말했다.
"본인을 알아보겠소이까?"
"아!"
무미미는 광무자의 말에 그가 쌍도문에서 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광무자는 그녀
의 반응을 본 후 복면의 무사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 소저로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나, 본노가 아닌 아이 인지라 두고 볼 수가 없구려."
"흥! 그럼 네 놈도 죽어라!!"
광무자의 말에 복면 무사들의 대장인 듯한 자가 소리치니 십여 명의 무사들은 그를 공격해 갔다.
"오호!"
복면 무사들의 공격이 하나하나가 날카롭지 않은 것이 없는지라 그들의 무공에 탄성을 내지른 광무자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소천을 안고 있는 광무자에게 단 일검도 적중하지 않았으니 복면 무사는 상대가 만만치 않
다는 것을 깨닫고는 대장의 외침에 따라 검진을 짜기 시작했다.
"어르신 저들의 검진을 조심하세요!"
무미미는 그들이 검진을 짜서 광무자를 압박하자 조심하라며 소리쳤다.
"검진이라..."
무미미의 말이 아니다 하더라도 광무자는 그들이 진세를 이루자 강하게 느껴지는 기운에 상대하기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칼을 뽑아야겠군.'
맨손으로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광무자는 허리에서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소천을 안고 있는지라 움직임은
크게 둔 할 수밖에 없었다.
"십무검진(十武劍陣)!!"
무사들의 수는 총 열 네 명 그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듯해 보이는 자는 아홉 명의 부하와 함께 광무자를 검진으
로 공격해 들어왔고, 나머지 네 명은 검상을 입은 무미미를 공격해 들어갔다.
어깨의 검상으로 피를 흘리고 무미미는 복면 무사를 상대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광무자로선 빠른 시간 안에
검진을 무너뜨리고 그녀를 도와주어야 했지만, 소천이 가슴에 안겨져 있는 상태라 조금 어려운 상태였다.
"십방검격(十方劍擊)!!"
"선풍낙화검(仙風落花劍)!!"
광무자를 둘러싼 열명의 복면 무사가 일제히 사방에서 검을 찔러오자 광무자는 선풍낙화검을 사용해서 그들의 검
을 튕겨 낸 후 앞에 있는 자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탄검암통(彈劍岩通)!!"
오른손의 검을 내력을 사용하여 오른쪽으로 꽈리치듯 말아서는 그대로 검기를 사용하여 앞으로 내뻗으니 광무자의
검에서 나온 검기는 회오리치듯이 뻗어나가서는 그의 앞에 있던 복면 무사의 명치를 꿰뚫고 나갔다.
"크헉..."
광무자의 검기는 그것을 막았던 검마저 뚫고는 복면인의 명치마저 꿰뚫었기에 당사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쳐다보다가 신음과 함께 무너지듯이 뒤로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도 아홉 명의 검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상태, 광무자는 쓰러진 복면 무사 쪽으로 몸을 날려서는 오른
손에 든 검을 회전시켜서는 뒷쪽에 있던 적의 사타구니에서부터 머리까지 베어 올렸다.
"끄아악!!"
광무자의 공격에 피 분수를 뿜으며 쓰러지니 자신들의 검진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복면무사의 대장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 십대 거두 이상의 실력이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부주(部主) 중 한 명을 따라 사파 십대 거두 중 한사람과 싸워본 적이 있던 그는 눈앞에 아이
를 안은 늙은이가 그들과 비등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이를 안고 있어 공격이 그리 날카롭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모두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
제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로선 이를 갈면서도 후퇴를 명할 수밖에 없었다.
"후퇴하라!!"
복면대장의 명이 떨어지자 광무자와 무미미를 압박하던 복면무사들은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뒤로 몸을 날리니 무
미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부주 정도가 아니면 저 늙은이를 상대 할 수가 없다.'
복면대장은 자신들의 무공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급히 가장 가까운 곳의 부주에게 연락하기 위해
아지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복면무사들의 기척이 모두 사라지자 광무자는 소천을 안아들고는 무미미에게 다가가서는 말했다.
"저 복면인들은 누구인데 자네가 이렇게 쫓기고 있는 것인가?"
"...흑흑흑.."
광무자의 말에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는 듯 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마니 광무자로선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는가?"
"흑흑흑...저들 무리에게 기련산에 계시던 세분의 숙부님과 조모님이...흑흑흑.."
"응? 기련삼마와 흑철돈녀가 저 들에게 죽음을 당했단 말인가?"
"흑흑흑.."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흑철돈녀라면 사파 십대 거두로 강호에서도 이름난 고수인데다가 기련삼마 역시 흑철돈녀에 비해서 떨어지기는 하
나 그들의 합공은 사파 십대 거두라 하더라도 상대하기 어렵다 알려져 있었다.
그런 네 사람을 베었다고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자라는 뜻인데, 방금 전에 모습을 보였던 복면무사
들은 강하기는 하나 그들을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다.
"이해 할 수가 없군. 기련삼마와 흑철돈녀가 저런 자들에게 죽음을 당하다니 말이야."
"흑흑흑..저들은 조모님과 숙부님들이 죽은 다음 저를 쫓은 자들이에요. 숙부님은 창을 쓰는 자에게 조모님은 활을
쓰는 자에게...흑흑흑..."
"창과 활이라고?"
창과 활이라는 말에 광무자는 그들을 해한 사람을 짚어보았다.
'창이라면 십대신병의 하나인 유성신창의 신창 진명이라면 기련삼마를 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그는 십 년 전
에 은거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나저나 활을 쓰는 자는 누구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흑철돈녀를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라니..현재 강호에서 활을 가장 잘 사용하는 이는 구궁, 하지만 흑철돈녀를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은 아닌데...'
그로선 유성신창의 진명이나 흑철돈녀를 쓰러뜨린 궁사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자네가 말하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이곳은 위험할 듯 하니 장소를 옮기도록 하지."
"흑흑..예."
광무자로선 무미미가 말한 창과 활을 쓰고있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소천을 데리고 있는 상태에선 상대하기 어렵
다는 생각을 하고는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무미미 역시 광무자의 생각을 아는지라 그를 따라 급히 몸을 날렸고, 한시진을 경공을 사용하여 움직인 다음에야
간신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건가?"
"대사련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대사련?"
"예. 조모님께서는 대사련에서 자신들을 부르고 있다며 귀찮아 하셨는데, 그 연후에 복면인들에게 습격을 당했습니
다. 기련산의 숙부님들도 대사련에서 말이 있었다고 하니 아마 그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사련에서 그들을 불렀단 말이지..."
사파 십대 거두는 사파에 속해 있다 뿐이지 대사련의 지시를 따르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을 대사련에서 부
르고 있었다면 무엇인가 큰 일을 계획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렴삼마 역시 사파의 은거자, 왜 대사련은 그런 은거인들을 소집했고, 그들은 왜 대사련으로 도착하기 전에 복면
인들에게 습격 당한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강호에 흘러 들어오는 소문을 들어보면 지금 정, 사, 마는 곳곳에서 작고 큰 분쟁이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본
다면 대사련은 은거고수들을 불러모아 싸움에서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 일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해친 자들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정파나 마교의 인물이 사파의 은거고수들을 쓰러뜨렸다면 그들은 결코 이것을 비밀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이다.
십대거두와 기련삼마는 쓰러뜨렸다는 것을 소문낸다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무림의 명성은 상당히 큰 것이였다.
"또 다른 자들이 있단 말인가.."
광무자로선 이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혹시 정, 사, 마가 아닌 또 다른 세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세력이 있다면 지금의 정, 사, 마의 분쟁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 개의 무리들 중 두 개가 부닥치면 하나는 단지 지켜볼 뿐 참여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싸움으로
두 무리의 힘이 약해지면 자신들이 세력판도에 우세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싸움은 과거와는 달리 세 세력이 누가 먼저랄까 곳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니 조금은 이상하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네 번째 세력의 소행이라면 무림에서 자리잡고 있는 세력들을 서로 상잔하게 하여 힘을 줄인 다음
나타난다면 단번에 무림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세력이라 할지라도 천하무림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윤곽이라도 드러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단 하나의 소문조차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여아처럼 살인멸구를 통해 확실하게 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군..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겠는데...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