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76화 (177/355)

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4)

괴소를 흘리는 그를 보며 구궁은 다시 녀석을 향해 화살을 날리려 했지만, 그 순간 노진의 몸이 잔상과 함께 사라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금강부동신법?!"

사실 구궁과 노진의 싸움은 이번 한번이 아니었다.

노진이 광기에 빠질 때마다 어린 소녀는 처참하게 능욕 당하며 죽음을 당했고, 그  때 마다 구궁은 녀석을 죽이려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다.

노진 그는 소림 최고의 기재로 소림이 자랑하는 칠십이 가지 절기 중 이십 가지 절기를 익힌 자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가 무림십대신병의 주인이라고는 하지만,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소림의  절기를 극성으로 익힌

노진과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퍽!!]

"끄으윽!!"

사라진 녀석의 잔상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구궁은 한 순간 복부에서 강한 충격이 밀려왔으니  금강부동신법으

로 빠른 속도로 움직인 노진은 어느 샌가 그의 앞까지 와서는 선장으로 그의 복부를 찌른 것이다.

다행히 공격한 부분은 선장의 머리 부분으로 복부가 꿰 뚫리는 것은 면할 수  있었지만, 상당한 내공이 서려 있었

던 공격이었기에 구궁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크크크크.."

점점 흐려져 가는 의식 속의 노진의 괴소, 분노를 참지 못한 구궁이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날을 저물었고, 머리

가 부서진 불상의 앞에서 노진이 자신의 몸을 선장으로 치며 고행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젠장...또 당했군..'

이렇게 기절한 것도 자주 있는 일인지라 구궁은 고행을 하는 노진을 보며 자리에 일어나 삐걱거리는 문에 등을 기

대며 숨을 가다듬었다.

소녀의 음기를 흡수하고 제정신을 차리면 노진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며 스스로의 몸을 선장으로 내리쳐 고행을

한다.

물론 그러한 일은 다시 한번 광기에 빠져들게 되면 또 저지를 일이었기에 구궁으로선 등이 피륙이 찢어져 시뻘건

피가 쉴새없이 흐르는 노진을 보면서도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차라리 자결을 하라고! 자결을!"

참지 못한 구궁은 등을 후려치는 노진을 보며 소리쳤지만, 노진은 잠시  흠짓거리는가 싶더니 멈추지 않고 자신의

몸을 치는 고행을 계속 해나갔다.

구궁으로선 도저히 그의 생각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한 명의 인간을 살리기 위해 살아간다지만 그런 이유로 수십, 아니 수백의 어린 소녀를 죽이는 삶을 살다니...그것

이 불자라면 부처의 발에 침을 뱉어주고 싶군."

하지만 노진에게서 더 이상 반응이 없자 구궁은 더 이상 할 욕도 없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말했다.

"혈마와 혈교의 무리들은 문주의 계획대로 되었으니 이제 낙양으로 가도록  합시다. 낙양에서 하장로와 만나 다음

일을 해야 될 테니까 말입니다."

"....알겠소."

구궁의 말에 노진은 고행을 하던 것을 멈추고 대답을 한 후 천천히 일어나 피투성이가 된 몸에 가사를 걸쳤다.

상당한 통증이 밀려왔을 테지만, 노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천천히 선장을 들고는 그의 뒤를 따라왔다.

'응?'

절을 나오던 구궁은 한참을 걷다보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자신은 혈마와의 싸움에서 다리에 독화살을 맞았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아무런 통증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의 다리에 중독된 독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구궁으로선 이렇게 쉽게 해독이 될 리는 없다는 것

을 알았기에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노진이 생각이 났다.

소림의 내공심법이라면 자신의 다리에 중독된 독을 밀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휴...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녀석이군...'

혈마와 노진의 싸움이 있은 지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장천은 아내와 함께  즐거운 기분으로 쌍도문의 피신처로 향

하고 있었다.

광무자와 함께 쌍도문의 피신처로 간 소천과 만난다면 드디어 가족이 모두 해후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는지 장천이 쌍도문의 피신처에 도착했을 때는 그곳에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죠?"

유능예는 시부모님을 만난다는 말에 목욕제계까지 한 후였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있어야 할 곳이 단 한사람도 없

는 것에 혹시 일이나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하지만 일이 생겼다고 해도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리는 없는지라  어머니가 머무셨던 곳으로 향했는데, 아니

나 다를까 그곳에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남긴 편지군.."

겉봉에 써있는 글씨가 어머니의 필체라는 것을 안 장천은 급히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 보았는데, 그곳에는 아버

지인 장춘삼이 오면서 쌍도문의 사람들이 사천에 위치한 영흥문으로 모두 떠난 것이다.

영흥문은 쌍도문이 비밀리에 사천에 세운 문파였다.

사천에서의 정보를 최대한 빨리 수집하기 위하여 만든 문파로 실질절인 문파의 핵심인원은 장춘삼이 비밀리에  삼

대제자들 중 몇 명으로 하여금 만들게 한 문파였다.

장천 역시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철사방을 치고 온 아버지와 쌍도문의 다른 문도들이라면 사람들을 무사히 사천 영흥문으로 데리고 갔겠군.'

철사방을 치기 위해 문파를 나갔던 이들은 쌍도문의 정예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능예. 아무래도 사천으로 가야될 것 같군."

"사천이요?"

"응. 그곳에 우리 문파가 비밀리에 만든 영흥문이라는 곳이 있거든, 사람들이 모두 그것으로 간 것 같아."

"아! 그럼 아무 일도 없는 거군요. 다행이다."

사람들이 단지 이주를 했을 뿐이라는 말에 능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쌍도문의 피신처를 떠난 장천은 마지막으로 불타서 사라진 과거의 문파의 흔적을 보며 떠나려고 했다.

과거 흥성했던 쌍도문의 전각들은 타다 남은 나무만이 굴러다니는 폐허가 되어 있었기에 장천은 옛날을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이곳에 죽음을 당했다는 생각에 그 역시도 죽고 싶은 생각

이 들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옆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사천에는 가족과 자식,  그리고 해야 할 일 쌍도문을 처참

하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고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그렇게 폐허가 된 쌍도문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냐!!"

크게 놀란 장천은 부서진 담 쪽을 보며 소리쳤는데, 잠시 후 한 인형이 천천히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후후 혈비도 무랑의 제자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니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가 없군요."

"넌 누구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육척장신의 둔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이십대 중반의 무사

였다.

장천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능예는 그의 얼굴을 아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탈혼살부(奪魂殺斧) 유강(劉鋼)?"

"탈혼살부 유강? 그게 누군데?"

유능예의 말에 장천은 유강에 대해서 물어 보았는데,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여 돈을 받는 살수예요. 아무래도 무림대살령의 상금을 노리고 이곳에 나타난 것

같아요."

"칫!"

지겹게도 자신을 붙잡고 있는 무림대살령에 장천으로선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네 녀석의 목을 베고 항주에서 기녀를 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곤두서는 것 같군."

"흥!"

벌써부터 자신을 이겼다는 듯이 말을 하는 녀석을 보며 장천은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탈혼살부라 어디 그 유치한 이름에 걸맞는 실력이 있는지 구경이나 해봐야겠군!"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인지라 장천은 단숨에 끝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화룡신도를 뽑아 들었다.

"응?"

유강은 장천이 칼을 뽑아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뒤의 도끼를 꺼내 들었는데, 그  순간 자신의 도끼가 작은 진동

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유강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도끼에서 느껴지는 진동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그 도 화룡신도인가?"

"오호..어느 정도 견식은 있나보군. 그래 무림십대신병의 하나인 화룡신도다."

상대가 화룡신도를 알아보는 것을 보며 장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는데, 그 말에 유강의 입은 크게 찢어지

며 기뻐하는 표정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푸하하하!"

갑자기 무엇이 그리 웃긴지 대소를 터뜨리는 그를 보며 장천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잠시 후 그의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십대신병의 주인끼리의 대결이라 상당히 재밌군."

"십대신병의 주인끼리의 대결이라고?"

그의 말에 장천은 놀란 목소리로 반문하니 그는 자신의 도끼를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내가 들고 있는 도끼는 십대신병의 하나인 귀혼부, 화룡신도와의 승부라면 부족함이 없지."

"귀혼부!!"

무림십대신병에 대해서는 장천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귀혼부의 주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십대신병은 자신과 같은 십대신병을 만나게 되면 병기에서 공명이 일어나지, 어떤가 자네의 화룡신도에서 진동이

느껴지지 않은가?"

"음..."

그의 말대로 화룡신도에서도 작은 진동이 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능예.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어. 아무래도 쉬운 싸움이 될 것 같지는 않군."

같은 십대신병끼리의 싸움이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장천은 옆에 있는 능예에게 멀리 피해 있으

라는 말을 한 후 유강을 보며 소리쳤다.

"흥! 화룡신도가 십대신병의 말좌라는 것이 조금 불만이 있었는데, 오늘로 그 서열이 뒤집어지는 것을 보게 더;r[T

군."

"가소로운 놈!! 태산압쇄(泰山壓碎)!!"

장천의 말에 유강은 코웃음을 치며 도끼를 휘두르니 그 순간 엄청난 강풍이 장천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어

갔다.

"쾌풍보(快風步)!!"

도끼가 만들어낸 강풍을 느낀 장천은 쌍도문의 보법 중  하나인 쾌풍보를 시전하여 옆으로 피하고는 녀석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가서는 녀석의 미간을 향해 화룡신도를 휘둘렀다.

"흥!"

[챙!!]

장천의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유강은 귀혼부를 들어서 화룡신도를 막았는데,  그 수간 화룡신도에서 강한 불

꽃이 일렁이더니 도끼를 타고 그를 향해 맹렬하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장천이 화룡신도와 함께 화의 무공을 시전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강렬한 불꽃이 형성되며 적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화룡신도가 화기를 머금고 있다면 귀혼부 역시 그  특유의 능력이 있었으니 유강은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화염을 보며 귀혼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흡혼(吸魂)!!"

그 순간 유강을 향해 밀려가던 화염은 놀랍게도 귀혼부의  중심에 위치한 구슬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가니 장천은

화염의 기운과 함께 자신의 내력이 귀혼부로 빨려 들어가자 크게 놀라서는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헉헉..뭐지?"

"크크크 십대신병이 모두 그렇듯이 귀혼부 역시 하나의 놀라운 능력이 있지, 바로 흡기의 힘이다."

"흡기?"

"귀혼부는 상대의 내력을 흡수하여 상대를 이십 배의 힘으로 공격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후후 아무리 강한 녀

석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귀혼부에서 나오는 다섯 배의 공격을 견딘 자는 없었는데, 십대신병의 주인은 몇 배까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하군."

"음..."

생각지도 못한 귀혼부의 능력에 장천으로선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서 유명한 흡성대법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도끼라니 어찌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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