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3)
"큭!!"
구궁의 혈사시를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눕힌 혈마는 하늘 위에서 내리 꽂히는 화살을 발견하고는 급히 몸을 틀었
지만, 발견하는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어깨에 화살이 꽂히고 말았다.
예고 한대로 단 세 번만에 자신의 어깨에 화살이 꽂히자 혈마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아악!!"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혈마는 오른 손을 들어서는 자신의 어깨에 박혀 있는 화살을 뽑았다.
상당한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렇게 치명상은 아니었기에 흑마겸을 다루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
았다.
물론 고막이 찢어진 상태에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구궁을 상대로 하는 것은 혈마로선 힘든 일이었다.
"자 이제 끝을 내도록 하지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구궁은 혈마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물론 상대인 혈마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지
만 녀석의 비웃음 섞인 미소를 보며 조금 눈쌀이 찌푸려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흥분은 무인에게는 독과 같은 것, 혈마는 내식으로 흥분을 가라앉힌 후 이어질 구궁의 공격을 기다렸다.
"염화시!!(炎火矢)"
구궁의 손에서 벗어난 화살은 공중에서 푸른색의 불꽃을 뿜으며 날아가니 혈마는 뒤로 몸을 날려서는 혈천마수의
손에 죽은 시체의 몸에 흑마겸을 꽂아 넣고는 내공을 사용하여 그것을 들어 올렸다.
[쿵!!]
구궁의 화살은 혈마가 끌어올린 시체의 몸에 박히니 시체는 푸른 불꽃을 내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흑마강시(黑魔畺屍)!!"
[꾸아아악!!]
흑마겸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는 바로 마겸의 힘으로 시체는 일다경 정도 강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혈마의 흑마겸에 의해 강시가 된 시체는 염화시에 맞아 불꽃에 휩싸인 채 괴성을 지르며 구궁을 향해 뛰어가니 구
궁은 급히 활을 들어 자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는 강시의 머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폭염시(暴炎矢)!!"
[쿠궁!!]
그의 손에서 벗어난 폭염시는 강시의 미간에 적중하니 그 순간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사방에 피와 살의 소나기를
뿌렸다.
"응?"
구궁은 혈마의 이어진 공격에 대비하여 폭염시를 꺼낼 때 오른 손에 또 하나의 화살을 끼워 두고 있었는데, 눈앞
에 있어야 할 혈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혈마를 찾기 시작했다.
[슈우욱!!]
"거기냐!!"
그 때 등 뒤에서 파공음이 들리며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온다는 것을 안 구궁은 손목을 뒤집어 활을
반대로 잡고는 그대로 활을 날렸으니 등뒤로 화살이 꽂히는 파육음 소리가 들려왔다.
"흥!"
자신의 화살이 적중했다고 생각한 구궁은 다시 화살을 집어서는 혈마를 향해 두 번째 화살을 날리려 했는데, 화살
이 꽂힌 자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젠장!"
역으로 쏜 화살에 맞은 것은 바로 흑마겸에 의해 강시가 된 시체였던 것이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등 뒤에서 살기를 느끼며 또 다시 손목을 뒤집어 화살을 날렸다.
[슈우욱!! 챙!!]
하지만 그가 날린 화살은 파육음이 아닌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니 잠시 후 구궁의 오른쪽 무릎은 통증과 함께 앞으
로 꺾이고 말았다.
"크으윽!!"
혈마 그는 폭염시에 강시가 폭발한 순간을 노려 또 하나의 강시를 만들어 구궁의 뒤로 집어던지고는 몸을 감춘 것
이다.
폭음의 소리로 혈마의 종적을 놓친 구궁은 뒤로 집어던진 강시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혈마라 착각하고 화살을
쏜 것이니,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혈마가 일격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혈마는 공격한 순간을 약간 놓치게 되어, 구궁의 목을 베는 것을 놓치고 마니 또 다시
구궁의 화살이 날아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혈마를 확인하지 못하고 인기척으로만 느끼고 쏜 탓에 화살은 혈마의 흑마겸에 걸려 튕겨져 나가니 재수
없게도 그것이 구궁의 오른쪽 다리에 꽂히고 만 것이다.
다리에 화살이 꽂힌 구궁은 왼발을 구르며 급히 몸을 날리니 여세를 몰아 그의 목을 베려던 혈마의 흑마겸은 피륙
을 찢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치이!!"
구궁으로선 약간의 방심으로 상처를 입고 말자 이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혈마를 쏘려다가 자신의 다리에 맞은 화살은 뱀독이 묻어 있는 사독시(蛇毒矢)였기 때문에 해독제를 먹
는다고 해도 이다경 후에는 다리가 마비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물러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혈마...으드득!!"
다 이긴 싸움을 놓쳐버린 구궁은 혈마를 향해 활을 날리니 그 화살은 혈사시와 마찬가지로 혈마의 일장 앞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
전에 당했던 일이 있는지라 혈마는 흑마겸을 들어서는 나뉘어진 화살 사이에 묶여 있는 금잠사를 막았는데, 그 순
간 나뉘어진 화살이 방향을 선회해서는 혈마의 관자놀이를 향해 밀려왔다.
"큭!!"
놀란 혈마는 급히 왼손을 들어서는 흑마겸으로 화살을 튕겨 냈지만, 오른쪽부분은 튕겨 냈어도 왼쪽의 화살은 막
을 수가 없었기에 팔뚝에 화살이 꽂히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승부를 내도록 하지!"
혈마의 팔에 화살이 꽂히는 것을 보며 구궁은 다음을 기약하며 몸을 날렸다.
구궁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혈마로선 쫓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구궁이 화살에 발라져 있는 독에 중독 되
어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에 쫓는 것을 포기했다.
"소교주!"
구궁이 사라지자 혈천마수는 그에게 뛰어오니 혈마는 팔뚝에 꽂힌 화살을 뽑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잠시 운기조식을 하겠습니다. 호법을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혈마의 말에 혈천마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앞을 지켜 섰다.
구궁이 도주하는 것을 보며 지금 순간이 가장 안전하다 생각한 혈마는 고막의 일도 있기 때문에 운기조식을 통해
몸의 상태를 안정시키려 한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운기조식을 끝내자 피는 점점 더 멎어져갔고, 찢어졌다고 생각한 고막은 다행히 왼쪽에
서 작지만 어느 정도의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급히 내공을 끌어올린 것이 고막의 심각한 손상을 막아 주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오른쪽은 모르지만 왼쪽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낀 혈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
났다.
"소교주. 괜찮으십니까?"
"아저씨가 걱정해주신 덕에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아!"
자신의 말에 혈마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자 귀가 완전히 먹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혈천마수는 안도의 한숨
을 쉴 수 있었다.
"소교주께서 마교의 지하감옥에서 나오셨는지는 몰랐습니다. 흑흑흑...우리에게 조금만 더 힘이 있었어도...소교주님
이 더 빨리 나오실 수 있었을 것을..."
혈천마수는 혈마의 얼굴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혈교의 멸문 이후로 처음 보는 혈마의 얼굴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 중년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년기와 청년기를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감옥에서 보냈다는 것을 아는 그로선 자신들의 힘이 없음이 너무나 안
타까웠던 것이다.
그런 혈천마수의 마음을 아는지 혈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께서 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되셨는지?"
혈교가 마교에 의해 멸문 됐을 때 혈마는 혈천마수와 함께 몇몇의 장로급 인물이 자신의 식구들을 한 명씩 맡아
탈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흑흑흑...제가 모시고 있던 둘째 도련님께선...마교의 독 암기에 맞아... 마교의 천라지망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한 달을 넘기시지 못하셨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혈천마수가 데리고 간 혈마의 동생은 당시 여덟 살의 어린 나이였는데, 그런 어린 동생이 죽었다는 말에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지만, 죄책감에 빠진 혈천마수를 위로하기 위해 그런 표정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혈마는 혈천마수에게서 다른 식구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를 포함하여 혈교 팔장로는 각기 그의 세분의
어머님과 여동생 두 사람, 그리고 동생 세 사람을 각기 보호하며 마교의 천라지망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대부분이 탈출에 실패했다고 한다.
유일하게 빠져 나온 식구는 일곱 살의 여동생 한 사람뿐이었는데, 여동생을 데리고 혈교를 빠져나간 장로는 얼마
안가 탈출 때 생긴 상처로 죽고 혼자 남은 여동생은 다행히 하북에서 대장간을 하고 있는 노년부부의 양녀로 들어
갔다고 한다.
"다행이군. 그래 동생은 지금 어찌 살고 있는가?"
"방앗간 집의 청년과 혼인을 하여 이남삼녀를 두었다고 합니다. 그 분을 모시려 했지만 평온한 삶을 사시는 것을
도저히...."
"잘하셨습니다."
여동생이 일반 평민으로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로서도 자신이 혈교의 소교주가 아니라면 일반 평민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흩어진 혈교의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혈마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마교와의 대전에서 패한 후 남아 있던 무사들은 마교의 천라지망을 벗어나기 위해 헤어져 장사의 혈교의 비밀지
단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천라지망에서 벗어난 무사들의 숫자는 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음..."
"하지만 장사 비밀지단의 무사들과 본단에서 빠져나간 무사들은 모두 합쳐 백 이십 칠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삼십
년간 혈교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무림 각지에서 자질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마교에게는 아직 대항할 정도는 아니
지만 어느 정도의 세력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혈천마수의 말에 혈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남아 있는 자들이 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세력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혈교의 비전은 교단이 무너지면서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에 남아 있는 세력은 혈교의 교도라기 보다는 무림의 문파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공 역시 혈천마수와 같은 고수가 있다하더라도 과거 혈교의 수준과 비교해본다면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한지라
마교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장천과 손을 잡고있는 고수집단인 암영자들과 손을 잡는다
면 마교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암영자들 역시 마교의 교도들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노리는 것도 마교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
니라 천마를 주축으로 하는 현 마교세력에 대한 복수를 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생각한 것이다.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은 난주의 만선루라는 기루입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대사를 치루기 위하여 아직 남
아 있을지 모르는 혈교의 힘을 얻고자 한 것인데, 이곳에서 아저씨를 만나게 되다니 하늘의 도우심이 아닐까합니
다."
"혈교의 무사들은 소교주의 수족과도 같습니다. 아니 이젠 이제 혈교의 교주가 되시어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혈천마수의 말에 혈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일단 아저씨께서는 장사의 지단으로 돌아가시고 만선루로 경공술이 능한 무사를 보내주십시오. 때가
되면 지단에 그를 보내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교주."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혈마가 자신의 두 손을 잡아서는 말하자 혈천마수는 다시 재건될 혈교를 생각하며 감격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혈마와의 싸움에서 도망친 구궁은 화살에 있는 독으로 인하여 오른쪽 다리가 마비가 되어 버렸지만, 어렵게
자신과 행동을 같이하는 노진 대사가 있는 장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산 속에 위치한 낡은 절,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절간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가 가득한 마루의 끝으로 머리가 없는
불상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어두운 절간을 밝히는 것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작은 등불 하나였는데, 그 아래에는 승려 한사람이 여인을 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흑흑흑..."
중년의 나이의 승려의 밑에는 나신의 여인이 멍 투성이가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아름다운 자색을 지닌 여
인은 열 서너 살 정도 되는 동녀였다.
그녀의 옆에는 찢어진 옷이 떨어져 있었는데, 허름하고 기운 데가 여기저기 보이는 것이 이 근방의 마을에서 살고
있는 촌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진!!"
절간으로 들어온 구궁은 어린 소녀가 능욕을 당해 울고 있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정체를 속이고 정파의 하나인 쌍도문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정파의 규율을 지켜왔던 그로서는 이런 행
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 더러운 땡중 녀석!"
구궁은 무림에서도 최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색마의 짓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활을 겨누었지만, 구궁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림십대신병의 하나인 진천벽력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땡중은 전혀 두려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
다.
"켈켈켈..."
구궁의 말에 괴소를 흘린 그는 옆에 놓여져 있던 선장을 들어서는 그대로 소녀의 머리에 내려꽂으니 파계승에게
능욕 당한 소녀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머리가 깨져서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 자식이!!"
더 이상 참지 못한 구궁은 그를 향해 화살을 날리고 말았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화살은 불꽃을 뿜으며 뻗어나갔으나 파계승은 선장을 휘둘러 머리를 꿰뚫어 버린 소녀를 방패
로 그의 화살을 막았다.
[쿵!!]
화살이 소녀의 몸에 박히자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겨 절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니 파계
승은 온몸이 피로 뒤덥혀 졌으면서도 무엇이 즐거운지 괴소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더러운 녀석!"
하지만 구궁 역시 이것이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파계승은 노진이란 이름을 지니고 있는 자로 한때는 차대의 방장감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기재였
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던 중 주화입마에 걸리고 말았는데, 그의 스승은 주화입마에 걸린 자신의 제자를 살리고자 절
대로 먹여서는 안 되는 것을 먹이고 말았다.
색화단(色花丹)이라는 불리는 약으로 서장 밀교에서 비전되는 약으로 그것을 먹은 자는 오십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어린 동녀의 음기를 빨아들여야 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음기를 얻을 때는 광기에 휩싸이게 되는지라 지금의 그의 상태가 광기에 빠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구궁이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