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74화 (175/355)

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2)

"선풍시(旋風矢)!"

구궁의 손에서 뻗어나간 활은 강한 돌풍을 만들며 쌍겸을 들고 있는 자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갔으나 고수

라 해도 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기세의 활을 보며 놀랍게도 그는 막을 생각도 없이 쌍겸을 천천히 내리고 있

었다.

"헉! 위험해!!"

혈천마수는 자신을 도와준 고수가 위험에 빠지자  크게 놀라서는 소리쳤지만, 당사자는 막을  생각도 피할 생각도

없이 보였다.

"쳇!"

하지만 쌍겸을 완전히 쓰러뜨릴 수 있게 보이는 순간 구궁은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으니 그의 손에서 발출

된 선풍시는 놀랍게도 쌍겸의 무사 일장 앞에서 갑자기 방향이 바뀌더니 옆에 있던 나무를 박살내며 비껴 나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혈천마수로선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으니 쌍겸을 든 자는 우거진 나무의 그늘에서

나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교주!?"

그 순간 혈천마수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으니 그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과거 자신이 모시고 있던

혈교의 교주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혈천 아저씨 오랜만이군요."

"설마 소교주님?!"

그가 자신을 부른 순간 혈천마수는 기다리고 있었던 한사람이 생각이 났으니 바로 교주의 아들이자 혈교의 소교주

인 혈마였던 것이다.

"소교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 모습을 보이자 혈천마수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으니 수십 년을 기다

린 순간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난 감격 때문이었다.

"아저씨를 오랜만에 만난 회후를 풀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방해자가 있어 어려울 것 같군요."

혈마는 자신을 보며 눈물을 짓고 있는 혈천마수를 보며 고개를 내젖고는 천천히 구궁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껄끄러운 상대와 만난 것 같군."

"의외로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구궁의 말에 혈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니 한참을 혈마의 눈을 노려보던 구궁은 크게 웃음을 터뜨

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과연 혈교의 소교주로군!"

자신의 속셈이 혈마에 의해 완전히 드러났다는 것을 안 구궁은 더 이상 속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무슨 이유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혈교의 이름을 사칭하다니 용서 할 수가 없군."

"후후후 십대신병의 소유자끼리 어디 승부를 한번 보도록 하지요."

혈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구궁은 진천벽력궁에 화살을 재우니 혈마는 흑마겸을 들고는 빠른 속도로 쇄도

해 들어갔다.

"섬전시(閃電矢)!!"

흑마겸을 들며 쇄도해 들어오는 혈마를 보며 구궁은 가볍게  화살을 날리니 섬전시란 이름대로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미간으로 밀려 들어왔다.

"만겸만참(萬鎌萬斬)!!"

하지만 혈마는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꺾는 것으로 화살을  피하고는 만겸만참의 초식을 펼치니 수백 개의 쌍겸의

잔상이 구궁을 향해 밀려갔다.

"칫! 폭우시(暴雨矢)!"

쌍겸의 무수히 많은 잔상이 자신을 밀어붙이자 급히 화살통에서 손가락 세 마디 정도의 화살을 꺼내어 쏘니 화살

은 공중에서 수백 개의 작은 침으로 변해서는 쌍겸의 잔상을 꿰뚫으며 혈마를 향해 밀려갔다.

"백귀출옥(百鬼出獄)!!"

만겸만참을 초식을 파하며 수백 개의 폭우시에서 나온 강철침이 밀려오자 혈마는 급히 천근추의 수법으로  내려서

며 쌍겸의 초식을 시전했고, 그를 향해 밀려오던 강철침은 흑마겸에 의해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구궁은 설마 혈마가 폭우시마저 피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폭우시는 그가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비장의 화살 중 하나로 지금까지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혈교의 이름을 이을 자로군.."

오랜만에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구궁은 흥분되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진천벽력궁은 십대신병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다른 것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무기가 아니

었다.

검이나 도 외에 여러 가지 병기들은 하나에 능통하게 되면 다른 무기 역시 어느 정도 손에 능숙하게 다룰 수 있지

만, 단 하나 병기 궁 만큼은 다른 것과는 전혀 달랐다.

원거리의 공격만이 가능할 뿐 아니라 침착함과 함께 천지인의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똑같은 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쏜다고 해도 화살의 방향은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것이 궁이라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구궁은 자신의 궁술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무인보다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진천벽력궁을 단순히 강한 화살을 쏠 수 있는 활로 알고 있는 무인이 많았지만, 실제로 진천벽력궁보다 강한 힘을

가진 활은 천하를 뒤져보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천벽력궁이 무림십대신병의 하나로 뽑히고 있는 것은 단순한 활의 힘만이 아닌 벽력궁의 여러 가지 묘용

때문이었다.

진천벽력궁 내에 감추어져 있는 비전서에 적혀 있는  화살의 숫자는 모두 삼백여 개, 그  하나하나가 평범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 중 이백여 가지는 오직 진천벽력궁으로만 사용이 가능한 화살이었다.

구궁은 그 삼백 개의 화살을 상대에 맞게 골라 사용함으로써  지금까지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패한 적이 없었

다.

내공조차 없었던 젊은 시절에도 수백이 넘는 산적을 상대로  승리를 얻었을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였으니

혈마를 예상하고 가져온 화살 30여 발 중 이제 20발이 남았지만 그를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구궁이

였다.

'혈마 네 녀석이 흑마겸의 초식의 한계에 막혀 있다며 난 삼백 개의 화살의 조합으로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수의

초식이 가능하다. 초식의 다양함으로 네 녀석이 나에게 이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흐흐흐'

상대를 봐라보는 그의 머릿속에선 벌써 하나의 연결된 초식이 완성되고 있었으니 하나의 화살이 혈마의 미간을 향

해 겨누어졌다.

"크크크 혈마...네 녀석의 초식은 방금 전까지의 싸움으로 모든 것이 밝혀졌다. 처음은 시작으로 세 발의 화살로 당

신의 어깨를 꿰뚫어주지..크크크"

"음..."

구궁의 말에 혈마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정도 되는 고수라면 자신의 무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결코 상대에게 거짓을 말하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세

발의 화살로 자신의 어깨를 꿰뚫을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도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혈마는 녀석의 노기를 터뜨리며 녀석의 도발에 응하는

척 시도를 하고는 침착하게 흑마겸을 구궁을 향해 날렸다.

"귀조역천(鬼爪易天)!!"

그의 두 손에서 상하로 날아가는 두개의 흑마겸은 머리 위로 날아가는 흑마겸은 정수리를 밑쪽으로 내려가는 흑마

겸은 땅에 튕기며 구궁의 낭심을 향해 날아가니 그것을 그대로 허용한다면 구궁은 머리와 낭심이 잘리며 몸을 두조

각으로 찢겨질 순간이었다.

"흥!"

하지만 구궁의 머릿속에는 이미 흑마겸의 모든 초식이 들어 있는 상태,  혈마의 귀조역천의 초식을 파악하고 있는

그는 놀랍게도 앞으로 걸음을 옮겨서는 일장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혈마의 미간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귀곡파청시!!(鬼哭破聽矢)"

[끼아아악!!!]

귀곡파청시, 진천벽력궁의 삼백 개의 화살 중 상대에게 적중하지 않아도 상처를 줄 수 있는 다섯 개의 화살 중 서

열 오위의 화살, 그의 진천벽력궁에서 귀곡파청시가 날아가자 귀신의 비명소리가 일대를 크게 울렸다.

"크윽!!"

멀찍이 떨어져 있던 혈천마수는 귀청을 찢는 듯한 귀곡성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을 정도였으니 일장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이 귀곡성을 들은 혈마는 어떻겠는가?

귀곡파청시의 화살은 튕겨져 다시 그의 손으로  들어온 흑마겸에 의해서 튕겨졌지만, 놀랍게도  그의 귀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청난 고음에 혈마의 양쪽 고막이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버린 것이다.

"소교주!!"

그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혈천마수는 크게 놀라 뛰어나가려 했지만, 혈마는 오른 손을 들어서는 그

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

"나오지 마십시오!"

"소교주..."

하지만 혈천마수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그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의 혈마는 귓속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지금까지 한번도 들리지 않은 심장의 박동소리와 같은 소

리가 귀를 울리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 할 수가 없다.'

무인은 무공을 통해 오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작은 소리에도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이유로 오감 중 어느 하나가 갑작스럽게 마비된다면 잠시간 그가 지니고 있는 무공은 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

에 없었으니 시각과 함께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청각이 마비되자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흑마겸의 예기는 극도

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후후...]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것 같은 구궁의 웃음소리에 그로선 내공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신 집중도 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환상에 잡혀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구궁을 노려보며 흑마겸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크! 이로서 아주 좋은 조건이 이루어졌군! 낙뢰시!!(落雷矢)"

고막을 찢어 놓은 구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하늘 위로  화살을 날렸으니 그 순간 혈마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화살은 잠시 후 자신을 향해 내려 올 것은 뻔한 일,  평상시라면 소리를 듣고 피할 수 있겠

지만, 지금의 상태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고개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의 궁사라면 대충 아무 곳이나 피해도 자신을 향해 내리 꽂히는 화살을  피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신궁

이라 불리는 사람, 만약 하늘 위로 날렸던 화살이 폭우시와 같은 것이면 아무 곳이나 피하는 것도 어려울 터였다.

장애물을 상대로 피한다해도 그가 쏘는 세 번째 화살이 또 다시 시선을 벗어난 곳에서 방향을 선회하여 자신을 향

해 날아 올 것은 뻔한 일, 혈마는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귀풍쌍격(鬼風雙擊)!!"

세 발 째의 화살을 진천벽력궁에 먹이고 있는 구궁을 보며 혈마는 흑마겸을 회전시켜 예기의 바람으로 그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흑마겸의 날카로운 바람이 자신의 옷을 찢고 있음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구궁은 세 발째 화살을 날렸다.

"혈사시!(血絲示)"

구궁에게서 날아온 화살은 혈마에게 날아가서는 또 다시 일장 정도의 앞에서 반으로 갈라져버리니 혈마는 그 순간

두개로 나누어진 화살 사이로 금빛의 실이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금잠사?!"

금잠사는 질기기로 강호에 유명한 실이였지만, 내력을 집어넣은 금잠사는 보도보다 날카롭게 변하기도 했다.

두개로 나뉘어진 화살에 매여 있는 금잠사는 그대로 두었다가는 혈마의 목을 잘라버릴 순간이었으니 급히 뒤로 몸

을 숙여 금잠사에 목이 베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뒤로 젖힌 순간 혈마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하늘 위로 하나의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내리 꽂

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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